걷기의즐거움,몸의자유로운감각에로의초대
《걷기예찬》은제어장치없이돌아가고있는현대사회의속도에제동을걸고,몸의의미를본래대로되돌려놓고있는책이다.다른'걷기'에관한책들과구별되는이책의가장큰특징은,걷기를'생명의예찬인동시에깊은인식의예찬'으로받아들이고있다는점이다.
초고속광통신이란신조어를만들어낸현대사회속에서몸이란그러한장치들을보조하는수단,혹은군더더기로전락하고있다.누군가사방을두리번거리면서대낮의도심속을느긋하게걸어간다면그는할일없는사람,팔자좋은사람이란오해로부터자유로울수없는것이현실이다.하지만'걷기'만큼삶의불안과고민을해소하고정신적으로평온함을주는대체물도없다.한걸음씩내딛는순간에느껴지는몸의육체적인감각을통해서정신은더넓은세계로걸어나간다.
'발로,다리로,몸으로걸으면서인간은자신의실존에대한행복한감정을되찾는다'로시작되고있는서두는걷기에대한저자의철학을잘집약하고있다.이책에서걷는다는것은몸으로걷는다는것을뜻하며,몸은정신과합일된몸을지칭하고있다.때문에문득문득보여주고있는동양적인존재론이낯설지않다.영혼의구원에가까운길떠남을저자는다음처럼적고있다.'길은구체적인걷기체험을통해서,때로는그혹독한고통을통해서,근원적인것의중요함을일깨움으로써,인간으로하여금고통스런개인적역사와인연을끊어버리고쳇바퀴도는것같은일상의길에서멀리떨어진내면의지름길을열도록해준다.'
우리의생활터전이도시화될수록개인은,몸은소외된다.지금당장문을열고거리로나서보라.끊임없이밀리는자동차와사람들,그리고온갖통제할수없는소음들.보통의경우,걷기란일에필요한약속시간을맞추기위한걷기,즉노동의연장선일따름이다.게다가걷다가지쳐도마땅히앉을곳이없는비인간적인길이대부분이다.때문에조용히자기만의시간을가지고길을나서는행위는'저항'내지는'모험'에가까운것이되었다.즉,걷기란'미친듯한리듬을타고돌아가는'현대성에대한도전이며,개인적존재의확인인동시에'승리'의보증이된다.
저자는'몸'과'걷기'의중요성과행복을강조하고있지만,걷기의즐거움못지않게읽기의즐거움에도감각적인관심을보이고있다.깊은인식이배어있는행간,시간과공간의제약을받지않고초대하고있는다양한텍스트는예사로운에세이를넘어서게만든다.우리는이책의페이지들을산책하면서장자크루소,피에르상소,랭보,패트릭리퍼모,스티븐슨,그리고일본하이쿠의대가바쇼등,훌륭한여행가들을만나한동안길동무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