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기는 어렵다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신이 되기는 어렵다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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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당신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기도한 적 없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내게 왔단 말입니다. 당신에게는 그저 심심풀이였던 겁니까?”
신이 되기란 힘들군, 루마타가 생각했다.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은 우리에게 해만 끼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듭니다, 돈 루마타. 예전에 나는 나 자신만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뒤에 당신의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전에는 싸울 때마다 마지막처럼 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결정적인 싸움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리고 있더군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 싸움에 참여할 거니까…… 이곳을 떠나십시오, 돈 루마타. 원래 있던 곳으로, 하늘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가진 번개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아니면 당신의 그 철로 만든 새라도…… 그것도 안 된다면 당신이 직접 검을 뽑고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이곳에서는 신이 아니라 돼지가 되어야 한다”
인간을 창조하지 않고 인간 역사에 개입하지 않고
인간 사회의 관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의 딜레마

지적이고 상징적이며 강렬하고 신선한, 소비에트 시대 SF의 랜드마크
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의 초기 문학의 전범典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초기 대표작 『신이 되기는 어렵다Трудно быть богом』(1964)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노변의 피크닉』에 이어 현대문학에서 선보이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두 번째 권으로, 봉건사회 체제의 외계 행성에 파견된 지구인 역사 연구원을 통해, 자신의 유토피아적 개입이 인간 역사의 자연스러운 진보를 방해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간섭하지 못한 채 관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의 불완전한 입장에서 오는 딜레마를 그렸다. 이번 한국어판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스탈케르출판사의 2003년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집」 11권 제2쇄(2차 수정본)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으며, 2014년 시카고리뷰프레스 영역판에 실린 「하리 쿤즈루 추천사」와 2003년 동생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펴낸 회상록 『지난 일들에 관하여』의 『신이 되기는 어렵다』 부분 「후기」를 함께 수록했다.
저자

아르카디스트루가츠키

“사고하는것은여흥이아니라의무다!”
20세기러시아SF의개척과발전에지대한영향을끼친형제작가.러시아문학의비판적인경향과풍자문학의전통을SF에결합시킨독특한반反소비에트적디스토피아작품을남겼다.그들의작품세계는‘정신의모험’을다루면서실존의본질에천착한실험적공간이었다.
형제는어린시절책만큼은풍족하게누리며자랐다.서재에는허버트조지웰스,미하일예브그라포비치살티코프셰드린,표도르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안톤파블로비치체호프,잭런던등이꽂혀있었다.그들은같은책장을공유했지만,취향은비슷하면서도달랐다.형제모두소설을쓸생각이있었으나,의기투합해서소설을쓰기까지는다른길을걸었다.형아르카디는군사언어학교일본어학부에서수학했고훗날나쓰메소세키와아베고보등을번역하며일본어를가르쳤다.동생보리스는레닌그라드대학교에서천문학을전공한후풀코보천체관측소에서근무한다.
형제는1950년대부터소설적발상을주고받기시작했고,힘을합쳐쓴첫작품은『외부로부터』로1958년잡지《기술-청년들》에발표되었다.이듬해인1959년에는첫단행본『선홍빛구름의나라』가출간되었고,이후『신이되기는어렵다』(1964)『월요일은토요일에시작된다』(1964)등대표작들을내놓으며전성기를맞았다.
젊은시절형제는소련의이념에긍정적인공산주의자들이었다.그러나차츰혁명과소련체제에의구심을가졌고,1968년‘프라하의봄’을목도하면서소련이념에대한환상을잃는다.그즈음의작품은검열과비평가들의혹평에시달렸다.이같은상황에굴복해글쓰기를중단하는것을패배라여긴그들은의도적으로중립적이며비정치적인작품을계속해서써나갔지만,그조차검열에서자유롭지않았다.
초기작품에서는기술과문명의진보가초래한도덕성및인간성상실,역사앞에서의개인의책임이라는철학적문제를탐구했고후기로갈수록소비에트관료제도고발,전체주의사회에대한비판과풍자에더불어통제와감시로고통받는인간의위기의식을다양하게제기했다.
스트루가츠키형제의작품은발표될때마다큰반향을일으켰다.『노변의피크닉』(1972)은안드레이타르콥스키에의해영화〈잠입자〉(1979)로만들어졌다.알렉산드르소쿠로프는『세상이끝날때까지아직10억년』(1976)을토대로영화〈일식의날〉(1988)을촬영했다.『신이되기는어렵다』를원작으로1999년크랭크인했던영화〈신이되기는어렵다〉(2013)는알렉세이게르만의유작이되었고아들알렉세이게르만주니어가작업을마무리했다.그외에도여러작품이영화화되었다.형제의작품은33개국42개언어로번역되어있다.

목차

신이되기는어렵다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에필로그

 하리쿤즈루추천사
 보리스스트루가츠키후기
 옮긴이의말
 스트루가츠키형제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이곳에서는신이아니라돼지가되어야한다”
인간을창조하지않고인간역사에개입하지않고
인간사회의관찰자로남을수밖에없는‘신’의딜레마

『신이되기는어렵다』는스트루가츠키형제의거대미래유토피아를다룬‘정오세계관’으로분류되는일군의시리즈에서가장잘알려진작품이다.(스코틀랜드의SF작가켄매클라우드에따르면진로든베리의〈스타트렉〉과이언M.뱅크스의「컬처시리즈」를예견한)‘정오세계관’에속하는작품들은제각기독립된이야기이지만,공통적인배경은22세기지구로이상적인공산주의가완성된시공간이다.이곳사람들은먹고살기위해서가아니라공공의선을위해노동하며,노동은이들에게중요한삶의요소이다.그뿐만아니라인류가직면했던자원부족문제를비롯하여경제ㆍ사회ㆍ환경문제가완벽하게해결되고,과학기술의진보덕분에바깥우주로의탐사와외계문명과의조우가가능해진세계이다.

안톤은지구에서외계행성으로파견된‘시험역사연구소’의정보원이다.그는이행성의아홉개대륙가운데지구역사의중세즈음에해당하는대륙의아르카나르왕국을관찰하고,역사의올바른길을따라‘진보’하도록도우려는자세로그들의봉건주의적관습을연구하는임무를맡고있다.아르카나르왕국을넘어제국의최강검사(양손검을쓴다)이자사랑의결투꾼인젊은귀족돈루마타로위장한그는아르카나르사회속에파고들어자신이‘신의눈’이라고부르는돌(송신기)이박힌서클릿(무전기)을쓰고,보고듣는모든것을지구의역사학자들에게전송한다.행성전역에파견된정보원은250명가량으로막강한힘(사회적ㆍ경제적ㆍ신체적)뿐만아니라전체를파악할수있는능력을가지고있다.그러나이처럼‘신’에비견할만한존재임에도불구하고(인도계영국작가하리쿤즈루에따르면‘늘달에기지를세우고있거나외계행성으로이주하려애쓰는내용의동시대양키SF들과달리’)이들이이곳의역사적흐름에직접적으로간섭할수없고,간접적으로중요한인물의보호및관리등의일만할수있다는데서갈등은시작된다.
안톤/돈루마타가잠입해있는아르카나르왕국은혼돈에빠져있다.무능한왕의치세가이어지는중에순식간에정치력을확장하면서돌연등장한장관돈레바는왕을등에업고나라를호령하며,왕권에위협이될지식인과예술가들을닥치는대로숙청한다.또한그의휘하의회색돌격대원들은국민을공포로길들인다.안톤/돈루마타는지구문명의역사발전단계에서는나타나지않았던현상,즉봉건사회에서파시즘과유사한무엇인가가세력을키워나가는것을,이론상있을수없는일이벌어지고있음을감지하고동료정보원이자‘신노릇’선배인알렉산드르바실리예비치/돈콘도르에게상담한다.아르카나르왕국이역사발전의궤도에서벗어나려고하니자신이개입해‘바로잡아야’한다고.하지만돈콘도르는그에게동조하지않고정보원들이외계행성의일에개입하면안된다는원칙만을상기시킨다.그러는사이에안톤/돈루마타는아르카나르궁정의쿠데타에휘말리고만다.
작품의제목과관련하여창조주로서의신을연상하며묻게되는‘아르카나르문명은누구의창조물인가’에대해독자는명쾌하게알수없다.아울러신(지구인)의인간(외계인)창조가언급되는대신에오히려인간에의한신창조만이야기된다.인간을창조하지도않았거니와인간역사에개입할수도없고그저인간사회를바라볼수밖에없는신이할수있는것은무엇인가?안톤/돈루마타는특별한힘을갖고있되그힘을마음대로사용할수없기에언제나고뇌한다.

동생:어떤독자는이소설에서총사들의모험요소를찾아냈고,어떤독자는짜릿한환상성을발견했다.청소년독자들은강렬한줄거리를좋아했고지식인들은이단사상과전제주의에대한비판을마음에들어했다.지난10여년간러시아내모든여론조사에서『신이되기는어렵다』는『월요일은토요일에시작된다』와줄곧선두를다투었다.(보리스의「후기」에서)

『신이되기는어렵다』는형제의다른작품들과마찬가지로여러층위의독서가가능한소설이다.용기와명예,신나는모험이펼쳐지는기사도문학으로읽을수도있고,정치적알레고리로해석할수도있다.윌리엄셰익스피어의『햄릿』이인용되고윌리엄텔,아킬레우스신화,욥기등이차용되거나암시되고있어고전에대한스트루가츠키형제의‘응답’을엿볼수있다는점도매력적이다.물론과학도빠지지않는데,일례로프롤로그와에필로그에서언급되는이방성길의‘이방성’의개념(물체의물리적성질이방향에따라다르게나타나는성질)은안톤이아르카나르에서겪은사건과,그의운명에대한은유이자암시로생각할수있다.

아울러이소설은형제의다른작품들과마찬가지로영화,라디오드라마,게임등다양한매체로끊임없이재생산되고있다.1989년에는독일감독페터플라이슈만이,2013년에는러시아의알렉세이게르만감독이영화화했다.1999년크랭크인했던이영화는게르만감독의유작이되었고아들알렉세이게르만주니어가작업을마무리했다.(움베르토에코는이영화에대한짧은감상을러시아일간지《노바야가제타》에쓰기도했다.)러시아라디오방송국‘에호모스크바’는2000년라디오드라마를방송했다.2007년에는『신이되기는어렵다』의2년후를모티프로한같은이름의컴퓨터게임도출시되었다.

한편,구상단계에서의『신이되기는어렵다』는대항해시대직전의봉건주의행성을배경으로하는,알렉상드르뒤마의『삼총사』풍의유쾌한순수모험소설이었다고한다.물론형제는‘타행성으로간지구인관찰자’라는요소도빠뜨리지않았다.

형:이이야기를뒤마의『삼총사』처럼유쾌하고재미있게쓸수있을거야.중세의오물과더러운환경,그곳사람들이냄새를엄청풍긴다는얘기나포도주에죽은파리들이가득하다는것도쓸거야.이면에는이러한환경에처한공산주의자가천천히,하지만확실히소시민이되어가는이야기가그려질거고.독자들에게는그저착하고사랑스러운청년으로비치겠지만……(아르카디의「1963년3월중순경의편지」에서)

형:나는추상적인고귀함과명예,기쁨에관한이야기를쓰고싶어.뒤마처럼.반대할생각마.현대의문제가개입되지않은순수한단편이하나는있어야하지않겠어.이악마같은동생아,내가무릎꿇고빌게!검을,검을허락해줘!추기경들을!항구의술집들……!(아르카디의「1963년3월22일의편지」에서)

그러나1960년대초에일어난,스탈린사후소비에트문화정책의‘해빙’에배치되는어떤사건들이형제로하여금윤리와정치,역사에관한강력하고도미묘한주장을쓰기위해소설을더욱복잡하고어둡게만들도록했다.보리스스트루가츠키의「후기」를보면그움직임이얼마나이들의목을죄어왔는지,그리고그에맞서려면어떤용기를내야했는지알수있다.

[…]그러나한가지는,으레말하듯,뼈아플정도로깨달았다.환상은필요하지않다는것,밝은미래에대한희망은필요없다는것말이다.무식한자들과문화의적들이우리를조종했다.그들은절대로우리편에서지않을것이다.그들은언제나우리를반대할것이다.그들은우리가옳다고생각하는걸말하도록절대허락하지않을것이다.왜냐하면그들이옳다고생각하는것은우리의생각과전혀다르기때문이다.우리에게있어서공산주의가자유와예술의세계라면그들에게는당과정부가세운모든계획을민중이즐거운마음으로지체없이이행하는사회다.
_356쪽,「보리스스트루가츠키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