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장편소설)

한 명 (김숨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여기 한 명이 더 살아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 그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저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하여 완성해낸 작품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위안부의 존재. 20만 명이 강제 동원되었고 그중 겨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왔고 2016년 현재, 그분들 중 40명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 이 소설 작품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80여 년 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간다. 그날 이후, 강제로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당하는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한다. 새 고무신도 주고 흰 쌀밥도 배불리 먹여준다고, 간호사를 시켜준다고, 야마다공장에 실을 풀러,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따라간 데가 지옥일 줄 소녀들은 까맣게 몰랐다.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아픈 기억을 영원히 짊어진 채 고향으로 되돌아오지만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끔찍한 트라우마는 그녀에게 수치감과 모욕감만을 남겼고, 이미 죽은 자로서 긴 세월 자기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은 채 숨죽이고 살아가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티브이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녀는 이제야말로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고 결심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데…….
실제로 일어났던, 그래서 누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역사의 한 부분을 극대화시킨 소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역사의 잔혹성과 내상을 고스란히 실감하게 만든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사건이 주는 충격과 함께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그 이후의 삶까지도 조명한 이 작품을 통해 저자는 역사가 지워버린 과거를 복원해내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도, 잊혀서도 안 될 기억의 역사로 확고히 자리 잡게 한다.
저자

김숨

저자김숨은1974년울산출생.1997년『대전일보』,1998년『문학동네』등단.소설집『투견』『침대』『간과쓸개』『국수』.장편소설『백치들』『철』『나의아름다운죄인들』『물』『노란개를버리러』『여인들과진화하는적들』『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등수상.

목차

한명009
해설기억의역사,역사의기억박혜경269
작가의말285

출판사 서평

일본군위안부피해자할머니들의실제증언을재구성하여완성해낸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수상작가김숨의아홉번째장편소설


*이책의저자인세와출판사수익금의일부는(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나비기금’으로기부됩니다.

끝나지않은일본군위안부의아픔
역사의이름으로파괴되고훼손된그‘한명’으로부터소설은시작된다

▲이책에대하여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등국내주요문학상을연달아수상하며평단과독자의고른호평을받아온작가김숨의아홉번째장편소설『한명』이출간되었다.
그동안여성,노인,입양아,철거민등사회적약자와소외된계층을집중적으로탐구해온작가는인간사회의그림자와분열의조짐을그특유의집중력있는세심하고예리한시선으로천착해매작품마다탄탄하고독자적인작품세계를선보여왔다.이번새장편『한명』은지난30여년간의‘위안부’문제를이슈화하는동시에그간한국문학이잘다루지않았던‘위안부’문제를본격적인문학의장으로이끌어냈다는점에서큰의미가있는작품이다.

20만명이강제동원되었고그중겨우2만명만이살아돌아온위안부의존재는1991년김학순할머니의증언을시작으로세상에알려지기시작했다.지금까지238명의위안부피해자가공식적으로등록이되었으며김학순할머니의증언은반세기동안감춰져있던위안부할머니들의삶을세상에드러나게한촉매가되었다.그뒤전국의위안부생존자들이침묵을깨고연달아고백을쏟아내면서‘위안부’문제는한일간의청산할쟁점으로부상되었다.일본군위안부의역사의증언,기억의역사가시작된것이다.그리고2016년현재,그분들중40명만이생존해있을뿐이다.

‘피해를증언할수있는할머니들이아무도남아계시지않는시기가올것이므로소설을통해그런점에경각심을가지게하고싶고,그것이문학의도리라생각한다’며집필동기를밝힌작가는300여개에이르는일본군위안부피해자할머니들의실제증언들을재구성하여다큐멘터리에가까울정도로치밀한서사를완성시켰다.리얼리티를극대화시킨소설은그시대를경험하지못했던독자들에게역사의잔혹성과내상을고스란히실감하게만든다.

아울러이소설은‘일본군위안부’라는고통스러운경험과사건이주는충격과함께살아남았기때문에계속해서살아갈수밖에없었던그녀들의‘그이후의삶’까지도조명한다.“인간으로서기품과위엄,용기를잃지않은피해자들을볼때마다감탄하고는한다”고말하는작가는이이야기를통해역사가지워버린과거를복원해내며다시는반복되어서도,잊혀서도안될기억의역사로확고히자리잡게한다.

세상에남은한명이세상에남은또다른한명을만나러가는길,
“한명이‘한명들’이될때기억은역사가된다”

▲소설의줄거리


시간이흘러생존한위안부피해자가단한명뿐인어느날을시점으로한이소설『한명』은자신이위안부였음을밝히지않고살아온어느‘한명’의위안부할머니가주인공이다.80여년전열세살소녀였던그녀는마을강가에서다슬기를잡다난데없이나타난사내들에게잡혀만주로끌려간다.그날이후,강제로끌려온다른소녀들과함께일본군에의해육신을난도당하는성적학대와고문을당한다.

생사를넘나드는참혹한전쟁터에서살아남은그녀는아픈기억을영원히짊어진채고향으로되돌아오지만더이상그녀를기다리는삶은존재하지않는다.끔찍한트라우마는그녀에게수치감과모욕감만을남겼고,이미죽은자로서긴세월자기자신의정체성마저도잊은채숨죽이고살아가게한다.자신의과거가사람들에게알려질까두려워하며형제들까지도피해홀로힘겹게살던그녀는조카의부탁으로재개발예정구역에기거하며이름도없는삶을이어간다.그러던어느날티브이를통해공식적인위안부피해자가한명밖에남지않았음을알게된그녀는이제야말로세상에혼자남는다는두려움을느끼며지금껏숨겨왔던자신의존재를밝혀야겠다는용단을내린다.마침내닫혔던세상밖으로한걸음나아갈수있는용기를얻은것이다.

소설의마지막,그녀는인공호흡기에의지해사경을헤매는마지막위안부생존자를만나기위해버스에오른다.가는길위에서그녀는삼인칭으로만존재해온‘한명’에서마침내“풍길”이라는열세살때지녔던제이름을찾게된다.그녀가마지막생존자를만나러가는길은그동안자신을놓아주지않던과거와의만남이자그시절로돌아가위안소에서희생된그모든‘한명들’을만나러가는길에다름아니다.이것은그녀가비로소이름을지니게되고지금까지존재해온이유에답하는순간이자진정한새로운좌표를찾게되는순간이다.

▲해설중에서

한개인의내적인삶,그것은그의전부다.죽지않는한,죽어서내면이사라져버리지않는한,인간의내면은그어떤무자비한역사도훼손시킬수없다.끔찍한고문을당하고,신체가훼손되는고통을겪어도그고통이각인된인간의내면은남는다.내면때문에인간은죽는순간까지역사가남긴고통스러운기억에서벗어나지못하는것이겠지만,인간이세계와맞설수있는힘또한개인의고유영역인바로그내면으로부터나오는것이아니겠는가?기억은오로지개인만이소유할수있는가장강력한무기다.위안부할머니들이자신들의존재를지우고부정하려는역사속에서유일하게자신의것으로지니고있었던것역시기억이다.그보이지않던기억이어느순간육신의입을빌려말하기시작한다.여기‘한명’이있다고,죽지않고살아있다고,‘한명’이살아있는한,위안부들의역사는아직도끝나지않은것이라고…….
―박혜경(문학평론가)

책속으로추가
누렇게바랜신문지쪼가리한귀퉁이에는강인한인상의여자얼굴이증명사진보다조금크게,흑백으로인쇄되어있다.
그녀의두눈초점이여자의얼굴에모아진다.김학순,그여자다.수십년전티브이속에서울던여자.
김학순……그여자가어느날저녁에티브이에나와막울었다.밥을먹던그녀도밥알을입에문채울었다.그여자가우는것을보니까덩달아그렇게눈물이났다.
그녀는날짜도잊히지않는다.1991년8월14일이었다.늘그렇듯혼자티브이를보다가자신과똑같은일을당한사람이살아있다는것을알고얼마나놀랐는지모른다.(141쪽)

그녀도따라서고백하고싶었다.나도피해자요,하고.그때마다그녀는가제손수건으로스스로의입을틀어막았다.
‘나도피해자다……나도만주하얼빈까지끌려가그짓을당했다……열세살에끌려가그짓을……애기였을때끌려가…….’
자매들을만날때마다그말이목구멍을타고치밀어올랐지만꾹삼켰다.(145쪽)

새삼스레이세상에달랑나혼자라는생각이들면서그녀는딸이하나있었으면싶다.
부산에서식모살이를할때그녀를쫓아다니던총각이있었다.남자라면몸서리가쳐졌지만자식을낳을수있으면그남자와살림이라는걸차려남들처럼살아보려고산부인과에서진찰을받아보았다.산부인과에서는그녀에게다른소리는하지않고자궁이한쪽으로돌아가서애를낳기어려울거라고했다.자신이만주라는데를다녀왔다는말을차마할수없어서그녀는총각모르게부산을떠나왔다.(174쪽)

그녀는늘그렇듯일어나자마자티브이를튼다.다행히한명에대한소식은없다.한명은아직살아있다.담요를개키던그녀는깊은숨을토한다.그이가먼저세상을떠나든,자신이먼저세상을떠나든,그어딘가에살아있을지모르는어떤이가먼저세상을떠나든,한명도살아있지않은날이머지않았다는걸깨달아서다.(217쪽)

그녀는한명이세상을떠나기전에,여기한명이더있다는걸세상에알려야하는게아닌가싶다.
증언이라는걸하고싶은마음도생긴다.그러나그녀는그것을어떻게해야하는지모르겠다.자신이왜이러나싶기도하다.여태아무소리도못하고있다가,이리숨겨놓고저리숨겨놓고있다가.이렇게늙어가지고.죽을때가돼가지고.(2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