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편혜영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죽은 자로 하여금 (편혜영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6.05
Description
간절히 무슨 말인가 시작하고 싶어졌다!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하여 선보이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제1권 『죽은 자로 하여금』. 2017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에 200여 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한 작품으로, 2년 만에 발표되는 편혜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묵직한 무게감과 강한 메시지로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도 지방도시의 한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논리 속에서 본성과 욕망 사이에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의 한 병원 내 사무 조직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비리를 폭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선도병원으로 내려온 무주는 병원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직원 이석은 덕분에 병원에 안정적으로 적응한다. 한편 조선업의 발달로 성장해나가던 이인시는 조선업의 몰락과 함께 쇠퇴해가고, 병원 역시 존폐 위기에 놓인다.

병원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새로운 프로젝트 팀을 꾸린다. 새 팀에 투입된 무주는 생각지 못한 이석의 비리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이면에 아픈 이석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석의 비리 앞에 고민하던 무주는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당당한 아버지로 서기 위해 이석의 비리들을 비밀리에 고발한다. 이석의 갑작스런 사직을 무주의 탓으로 돌리며 동료들은 무주를 멀리하고, 무주는 자기 임무에서 배제된 채 전혀 다른 보직으로 밀려난다.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불안한 아이의 상태를 말하지 못한 무주의 아내는 결국 유산하고, 남편에게 위로받지 못한 무주의 아내는 무주를 떠나 서울로 향한다. 아내에게도, 동료들에게도 모두 버림받은 무주 앞에 이석은 다시 병원의 요직으로 당당하게 복직한다. 거대한 사회의 기만에 맞서 싸우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자 무주는 결국 자기 앞에 놓인 삶에 타협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그러나 그나마도 견디지 못한 무주는 결국 자아와 세계의 강요된 화해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홀로 자신의 침몰을 조용히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느낄 법한 희망과 절망, 기대와 불안, 기쁨과 슬픔이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있는 이 작품은 과연 오늘날 이 모순의 환경을 견디며 살고 있는 우리가 문제를 풀어낼 진정한 탈출구는 어디인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옳은 것이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저자

편혜영

저자 편혜영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창과와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1. 단숨에 볼 수 없는 9
2.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30
3. 검고 둥근 작은 점 49
4. 조심해요 71
5. 고등어 떼 100
6. 용접공 126
7. 환자 중심주의 142
8. 배를 타는 사람 158
9. 18층 175
10. 골리앗 크레인 198

작품해설 228

출판사 서평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선, 편혜영의 『죽은 자로 하여금』이 출간되었다. 2017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에 200여 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한 이번 소설은 2년 만에 발표되는 편혜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묵직한 무게감과 강한 메시지로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편혜영은 이번 소설에서도 지방도시의 한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논리 속에서 본성과 욕망 사이에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석은 병원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직원이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선도병원으로 내려온 무주는 이석 덕택에 병원에 안정적으로 적응한다. 조선업의 발달로 성장해나가던 이인시는 그러나 조선업의 몰락과 함께 병원의 존폐 위기에 놓이고, 병원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새로운 프로젝트 팀을 꾸린다. 새 팀에 투입된 무주는 생각지 못한 이석의 비리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이면에 아픈 이석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석의 비리 앞에 고민하던 무주는, 때마침 아내의 임신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당당한 아버지로 서기 위해 이석의 비리들을 비밀리에 고발한다.
이석의 갑작스런 사직을 무주의 탓으로 돌리며 동료들은 무주를 멀리하고, 무주는 자기 임무에서 배제된 채 전혀 다른 보직으로 밀려난다.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불안한 아이의 상태를 말하지 못한 무주의 아내는 결국 유산하고, 남편에게 위로받지 못한 무주의 아내는 무주를 떠나 서울로 향한다.
아내에게도, 동료들에게도 모두 버림받은 무주 앞에 이석은 다시 병원의 요직으로 당당하게 복직하고, 그런 무주를 보며 이석은 과연 정의가 무엇인지, 윤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달라질 것도 없고, 달리 기대할 것도 없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세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나의 거미줄에 두 마리의 거미가 함께 있는 것이 힘들 듯, 공존이 불가능한 공간으로서의 병원에서 진정한 공존이란 다른 거미줄을 넘보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내리며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타락”밖에 없다고 이석은 주장한다.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는 성경 속 예수의 말을 순응주의로 해석하고, 무주에게도 내심 동조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과거, 상사의 지시로 불법을 저질렀다 선도병원으로 좌천된 무주는 사회적 권위에 순정적인 사람이었으나, 동료들과 아내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혼자 남겨지며 그의 앞에 놓인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아 헤매게 된다. 과연 이석의 해석처럼 성경 속 예수의 말이 순응하라는 것이냐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선하다?
메디컬 드라마 서사의 전복, 자본주의의 묵시록

지방의 한 병원 내 사무 조직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비리를 폭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러나 정의를 향해 나아간 주인공 무주가 오히려 내부 고발자로 지목되며 조직 안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정작 비리를 저지른 이석이 다시 병원의 요직으로 복귀하는 것을 그려내며 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씁쓸한, 충격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손상된 자의식을 복구하고자 하는, 선의를 회복하려는 주인공 무주의 윤리적인 희망의 한 가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듭짓는 이 소설은 흡사 현대인이라면 누구나가 공통으로 느낄 법한 희망과 절망, 기대와 불안, 기쁨과 슬픔이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나 자신이 나아갈 바는 무엇인지를 심오하게, 어지러운 정념의 격류에 휘말려 질문하게 한다.
과연 오늘날 이 모순의 환경을 견디며 살고 있는 우리가 문제를 풀어낼 진정한 탈출구는 어디인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옳은 것이란 무엇인가?

희망을 기억하고, 양육하고, 전파한다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타락”밖에 없다는 이석의 주장에 반해 정의를 지켜내고자 한 무주는 그러나 동료들에게 공명심에 눈이 멀어 동료를 고발했다 손가락질 받으며 철저히 외면당한다. 거대한 사회의 기만에 맞서 싸우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자 무주는 결국 자기 앞에 놓인 삶에 타협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그러나 그나마도 견디지 못한 무주는 결국 자아와 세계의 강요된 화해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홀로 자신의 침몰을 조용히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으나, 그 난국을 헤쳐 나가려 애쓰는 대신 스스로를 차단시켜버리는 삶.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도덕적으로 애매한 무주의 삶을 옹호하는 작품은 아니다. 윤리학을 제창하려는 포부와 무관한 작품이지만, 정직하려 했던 무주의 용기만큼은 일깨우기를 주저치 않는다. 경제적 인간이 패권을 잡은 세계를 그리면서 그곳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윤리적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마지막, 아이를 보호하려고 두 손을 복부에 포개고 어색하게 걸음을 옮기던 아내를 떠올리며, 단절된 아내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무주의 모습은 불안과 공포를 벗어나 바야흐로 희망을 향한 선회의 시작으로,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에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해설]
편혜영이 『죽은 자로 하여금』에 그려놓은 이인시는 아마도 김승옥의 무진, 박완서의 현저동, 조세희의 행복동, 신경숙의 구로동 등과 함께 한국 문학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곳에는 한 세대 이상의 한국인의 혼란과 격동의 연대를 지나는 동안 공통으로 느꼈을 법한 희망과 절망, 기대와 불안, 기쁨과 슬픔이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있고, 그래서 그곳은 한국인에게 자신이 누구였는가, 누구인가를 심오하게 어지러운 정념의 격류에 휘말려 질문하게 하기 때문이다.

편혜영은 개인이나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동등하게 유력한 도덕적 가치들이나 원칙들의 싸움에 관심이 없다. 그러한 싸움은 그녀가 보기에 아마도 한국 사회의 진실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한국인의 도덕적 경험을 지금도 여전히 가능할지가 불확실한 비극의 형식으로가 아니라 플로베르와 헨리 제임스와 나쓰메 소세키 이후의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 『죽은 자로 하여금』은 도덕적으로 애매한 삶의 옹호는 아니다. 윤리학을 제창하려는 포부와 무관한 작품이지만, 정직하려는 용기만큼은 일깨우기를 주저치 않는다. (……) 경제적 인간이 패권을 잡은 세계를 그리면서 그곳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윤리적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존한다. ―황종연, 「작품해설」 중에서

[책속으로 추가]

이석의 월급을 생각했다. 경력은 많지만 학력과 직급이 낮은 걸 고려하면 대략의 액수를 짐작할 수 있는, 언제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그 액수에 대해서. 그 돈으로 이석은 삶에 드는 온갖 비용을 지불해왔다. 아이의 병원비, 아이를 간병하느라 서울의 고시원에 머무는 아내의 생활비, 면송리에 사는 자신과 부모를 위한 얼마간의 부식비, 주유비, 각종 공과금과 세금, 과태료, 경조사 비용 같은 것을.
진작 팔아치운 주택으로 아이 수술비와 병원비를 댔는데,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그런 게 없다면 은행 대출로 초과 지출을 감당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여분의 돈이, 월급 말고 다른 식으로 통장에 들어와야 할 돈이, 매달 꾸준히 얼마라도 필요했을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과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의 압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pp. 28-29

아이를 보호하려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무주는 때 아닌 수치심을 느꼈다. 오래전 벌인 일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 한때 무주는 태연히 불법을 저질러왔다. 다른 사람의 비리를 묵인했다. 들통났을 때는 부끄럽기보다 억울했다. 왜 자신만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화가 났다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들킨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자신이 살아갈 곳이라면 어떤 세계라도 견딜 수 있었다. 위험과 불안, 폭력과 거짓말, 비리와 관행, 변명과 회유에 사로잡힌 곳이어도 괜찮았다.
아이가 살아갈 곳이라고 생각하면 달라졌다. 아이가 자신을 닮아간다면, 자신 같은 어른이 된다면, 자신이 아이를 부끄럽게 만든다면, 참기 힘들었다. 아이만큼은 바르고 선량하고 착실하게 자라주었으면 했다.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인격으로. 그 순간 무주는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결별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인생이 주어진 기분이었다. 이제까지의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 기분 때문에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같은 사람임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pp. 52-53

“환자들은 병원에서 병이 낫기도 하고 더 나빠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의사나 간호사가 늘 가까이 있어도 그렇게 됩니다.” (……) “가족들이 보기에는 비교적 멀쩡해서 입원했지만 점차로 의식을 잃어가다가 사망하기도 합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게 다 여기가 병원이기 때문이 아닙니까. 여기가 휴양집니까?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쉬다가 얼굴 좋아져서 돌아가는 곳입니까? 병원이 그런 곳이에요?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곳, 그게 병원 아닙니까? 환자들이 죽었습니까? 그냥 쇼크를 일으킨 겁니다. 그것도 우리 의료진이 다 정상으로 돌려놨습니다. 이제 괜찮아졌어요. 두 환자 모두 정상이 되었죠.” (……) “병원에서 이런 실수는 끔찍하게도 종종 일어나지 않습니까? 병원에서 사람이 아프고 의식을 잃고 죽을 뻔한 게 이상합니까?”
-pp. 66-67

아내가 유산을 했다. 의사는 최근 들어 아이와 산모의 상태가 불안정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