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리스 (한참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외 50편)

진 리스 (한참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외 50편)

$17.61
Description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펜으로 맞선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진 리스

부조리한 관습에 얽매인 세계와 그 속에서 고립된 약자들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 낸 20세기 영국 최고의 명단편 국내 초역
식민지에서 지배계급이자 소수자인 백인으로 살았던 리스는 인종 간 위계와 그로 인한 갈등을 수없이 목격하며 성장했고, 영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언어 때문에 연극학교를 중도 포기하는 등 백인 사회에 통합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더해 가부장제가 만든 협소한 울타리 안에서 장식용 꽃처럼 취급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백인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그녀의 비판적 관점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20세기 초, 대다수 여성들은 ‘결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에 전념했고, 그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의상 모델이나 코러스 걸, 배우 등 역시 여성성을 상품화한 직업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가세가 기울면서 생계를 위해 이러한 일들을 전전하던 리스는 경제적으로 의존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위태로운 시기를 겪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이 파경에 이를 무렵 《트랜스애틀랜틱 리뷰》에 단편 몇 편을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리스의 단편 세계를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자면, 가장 어려웠던 30대에 집필한 초기작(『왼쪽 둑』에 수록)에서는 주로 리스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성의 몸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의상 모델의 세계를 담은 「마네킹」, 빈곤과 굶주림의 고통을 묘사한 「허기」, 여성의 억압된 욕망을 그린 「환상」, 이방인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다룬 「시디」 등 이 시기의 작품은 허름한 방과 카페, 뒷골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황폐한 일상과 그런 삶에 대해 느끼는 자조, 환멸, 연민 같은 개인적인 감정들을 짧지만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1960년대에 완성하거나 이전에 쓴 소설을 새롭게 다듬은 중기작(『호랑이는 멋지기나 하지』에 수록)에서는 보다 넓은 시선, 즉 여성 혐오를 조장하고 약자 간의 대결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가 더해져 작가로서 한층 원숙해진 면모를 보여 준다. 리스의 단편들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재즈라고 하라지」에는 집도 돈도 잃고 절망에 빠진 여자에게서 마지막 위안거리인 노래마저 빼앗아 상품화시켜 버리는 비정한 현실이 그려진다. 또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해야 할 여성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오히려 반목하게 만드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묘사는 리스가 당대의 현실을 얼마나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러한 삶 속에서 약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리스는 희망 없는 현실을 집요하게 다룸과 동시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중 인물의 억눌린 욕망과 절망, 고립감 등을 탁월하게 그렸다. 이는 주로 노년에 접어들어 집필한 후기작(『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에 수록)에서 빛을 발한다. 이 무렵의 작품들에는 약자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나이 들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곳곳에 녹아 있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밀려나 병원 문을 나서면 더 이상 갈 곳조차 없는 어느 여성을 그린 「기계 밖에서」나 주변과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채 홀로 쥐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에서의 노부인이 겪는 심리의 묘사는 ‘상품성’이 떨어져 ‘기계 밖으로’ 버려지는 것, 즉 늙어 감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리스는 30~40대에 의욕적으로 창작에 매진해 단편을 비롯하여 『사중주』(1929), 『어둠 속의 항해』(1935) 등 걸출한 작품을 다수 발표했는데, 그녀가 다룬 독특한 주제와 모더니즘적 기법들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보수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상 대중들로부터는 그리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한밤이여, 안녕』이 BBC 방송으로 각색되는 것을 계기로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1966년에 발표한 장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면서 리스는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확고한 명성을 얻는다. 그녀의 소설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작품”(가디언)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녀가 평생에 걸쳐 쓴 단편들은 진 리스 문학의 백미를 넘어 ‘20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다.

"진 리스의 단편은 대부분 삶의 장면들을 그대로 내보이는 식이라 독자들은 소위 ‘따뜻한’ 시선이나 긍정적 가치로 상쇄되지 않은 고되고 팍팍한 삶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특히 사회적 지표 면에서 비교도 안 되게 여성의 지위가 신장되었다는 지금도 상황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여기 그려진 가차 없는 여성의 자화상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환상」의 브루스 양이 상상 속에서 화려한 여성적 삶을 살면서 겉으로는 금욕적이고 지적인 삶을 산다면, 우리는 반대로 소비자본주의가 조장하는 소비적 여성의 삶을 살면서 그것이 지적이고 자기 주체적인 삶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환상을 걷어 내는 일은 고통스럽고 그래서 리스의 단편을 읽는 일이 때로 버거운지도 모른다." _ 「옮긴이의 말」에서
저자

진리스

저자진리스(JeanRhys,1890~1979)
영연방도미니카의수도로조에서태어난진리스는웨일스인아버지와스코틀랜드계크리오요어머니를둔,소위백인지배계급이었으나,인종간위계와갈등을목격하며서구의백인남성중심체제에비판적시각을갖게된다.열일곱살에영국으로건너가퍼스여학교에진학하지만외지인에다영어억양이다르다는이유로배척당하고,배우가되고자들어간왕립연극학교도언어문제로중도에그만두는등주류사회에통합되지못해어려움을겪었다.결혼후유럽각지를돌아다닐때에도상황은다르지않았으므로어찌보면그녀의생애전체가인종과성과계급의문제가중첩된이방인의삶이었다고할수있다.아버지가사망하고집안이기울면서코러스걸,마네킹,누드모델등을전전하던리스는경제적으로의지했던연인과헤어지고아이를낙태하다가죽을고비를넘기는등큰사건을연이어겪은뒤글을쓰기시작했다.본격적으로작가의길에들어선것은첫남편이불법적인일에연루되어체포된무렵이었다.포드매덕스포드의도움으로《트랜스애틀랜틱리뷰》에단편몇편을발표한그녀는1927년소설집『왼쪽둑』을시작으로식민주의와여성문제에천착한작품들을잇달아내놓았다.특히사회적통념에갇혀가난과멸시를견디며살아가는여성들을탁월하게그렸는데,이는대부분순탄치않았던리스자신의삶에서비롯된것이었다.그녀가다룬주제나모더니즘적기법들은출간당시에는대중에게큰호응을얻지못했으나,『한밤이여,안녕』(1939)이BBC방송으로각색되면서1950년대부터본격적으로재평가를받는다.이어샬럿브론테의『제인에어』에서영감을얻은1966년작『광막한사르가소바다』가“19세기걸작을비틀어20세기의걸작을탄생시켰다”는찬사를받으며작가로서절정기를맞았다.서인도제도와유럽양쪽에걸친독특한정체성에기반한진리스의작품들은오늘날탈식민주의와페미니즘의측면에서많은비평가들의연구대상이되고있으며,여성의억압된성과욕망,실패와고독을집요하게묘사한단편들은‘20세기영국최고의단편’으로꼽힌다.89세로세상을떠나기까지평생의욕적으로창작에매진했던그녀는문학적공로를인정받아1978년대영제국훈장(CBE)을받았다.

목차

환상
강신론자
프랑스감옥에서
카페에서
몽파르나스사람들과한여인
마네킹
뤽상부르공원에서
예술가와함께차를
트리오
칵테일만들기
다시앤틸리스제도
허기
빈털터리친구에게저녁을사는부인의이야기
어느밤
라리베거리에서
엄마가되는법을배우다
파랑새
잿빛어느날
시디
빌라도르에서
대단한피피

9월까지,퍼트로넬라
책을태워버린날
재즈라고하라지
호랑이는멋지기나하지
기계밖에서
로터스
견고한집
강물소리
낯선이를알아채다
낭비한시간
개척자여,오,개척자여
잘가마커스,잘가로즈
주교의연회
열기
시궁창
서곡과초보자
홍수가덮치기전
앉아있는새는쏘지않는법
키키모라
1925년밤나들이
플라스블랑슈의기사
곤충세계
라푼젤,라푼젤
다락방에서무슨일이벌어지는지누가알겠어?
한잠자고나면괜찮을거예요,부인
예전에여기살았었지
키스멧
휘파람새
무도회에의초대

옮긴이의말·장식적여성과이방인,그적나라한자화상
진리스연보

출판사 서평

세계문학을바라보는장편소설위주의관습에서벗어나단편소설에초점을맞춘<세계문학단편선>시리즈는그동안단편이라는이유만으로우리에게제대로소개되지않았던거장들의주옥같은작품들과단편소설이라는장르의형성과발전에불가결한대표작가들을소개할것이다.아울러지구촌시대에걸맞게지금까지우리에게는문학의변방으로여겨져왔던나라들의대표적단편작가들도활발히소개해단편소설의발전이문화의중심지에국한된것이아니라도처에서이루어져왔음을독자들이확인할수있게할것이다.현대대중문화의성장은전세계적으로미스터리,호러,SF등문학장르의분화를촉진했는데이러한장르문학의형성에도단편소설은결정적인역할을했다.그러한장르문학의형성과발전에크게기여한작가들의단편역시새롭게조명할것이다.
21세기인현재에이르기까지단편소설은그리스신화가그러했듯이삶의불변하는단면을촌철살인의관찰력과응축된예술적형식으로꾸준히생산해왔다.작가들이저마다의개성으로그린칼로베어낸듯날카로운인생의다양한단면들은시공을초월해오늘의우리에게도깊은감동을준다.새로운문학적기법과실험의도입을통해단편소설은현재도계속진화,확장되고있다.작가의예술적열정이가장뜨겁게투영된다양한개성의다채로운단편들을통해문학이제공할수있는최고의통찰과재미를느낄수있을것이다.에드거앨런포는문학작품은독자가앉은자리에서다읽을수있을정도로짧아야한다고말했다.바쁜일상의삶을사는현대인들에게<세계문학단편선>은중심을잃지않고삶과사회,나아가세계를바라볼수있는더할나위없이좋은친구가될것이라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