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싶은딸과외면하는엄마,
그속에감춰진불편한진실
“아이를낳은여자가전부엄마가되는건아니에요.
모성이란게,
여자라면누구에게나있는것도아니고,
아이는그냥낳을수있으니까요.”
모성은우리에게종교보다더근원적인믿음이다.어머니의사랑을부정한다면이세계를지탱하는어떤가치가살아남을수있을까?하지만세상곳곳에서는오늘도이를부정하는듯한끔찍한사건이벌어지고있다.우리는그잔혹한결과를차마직시하지못하고애써외면할뿐이다.이렇게도망만치는우리대신미나토가나에는작가의운명을걸고쓴이책『모성』으로읽는재미는물론생각할거리를던진다.‘당신은모성을믿는가?’라며무책임한세상과우리를도발한다.
새벽녘공영주택4층에서17세여고생이추락하는사건이일어난다.사고인지자살시도인지알수없다고신문기사는전한다.신고한엄마는“애지중지키운딸이이렇게된게믿기지않는다”라고말한다.사건의진실을알기위해엄마의고백과딸의회상이번갈아가며11년전과거로거슬러올라간다.본격적으로모녀의관계가불편해지기시작한그날의일을더듬는다.산사태로동화속그림같던집에불이난그날밤,불시에찾아온위기상황에서엄마는친정엄마를살려야할지,자신의딸을살려야할지인생최대의선택을강요받는다.결국딸을구했지만그날밤실제무슨일이있었는지는오직엄마만알고있다.
딸을향한내사랑은본능일까,강요일까
“가슴을베일것같은섬뜩함과
영혼을달래는듯한따스함이
독자를매혹한다.”
그사고이후사랑만을주던외할머니와아름다운집을모두잃은엄마는혹독한시집살이에시달린다.이런엄마를지키려는어린딸의마음은엄마에게가닿지않고오히려엄마와관계는어그러진다.딸은엄마의사랑을받고싶은데,엄마는상황이힘들수록친정엄마의빈자리를느낀다.그날친정엄마는마지막까지딸을구하라고당부했지만,엄마는후회한다.“불이나던그날아무래도딸을구하지말걸그랬습니다.”
자신의친정엄마를너무나도사랑하고의지했지만정작딸에게는애정을느끼지못하는엄마와그런엄마에게끊임없이사랑을애원하는딸의고통스러운평행선을,미나토가나에는그녀특유의치밀한구성속에서숨겨진진실과기막힌반전을통해묘사한다.엄마와딸의고백과회상이이어지다가각장의끝부분에나오는그들의감정이응축된라이너마리아릴케의아름다운싯구가강렬한여운을남긴다.
엄마이기전에딸이었던엄마는자신의엄마와딸중누구의생명을선택해야옳았을까?모성으로포장된엄마의가식을아는딸은어떻게해야진정한엄마의사랑을얻을수있을까?딸을자살로내모는엄마의죄는진정그녀만의잘못일까?이모든질문은이책의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독자가답해야할몫이다.
저자는화제의데뷔작『고백』을뛰어넘는후속작을써야한다는강박에시달려왔다고말한다.그리고작가의운명을걸고이책을완성했다.독자들은마지막페이지를덮으며인정할수밖에없을것이다.미나토가나에가이번에야말로자신의한계를뛰어넘어독자의가슴에지우지못할흔적을남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