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엄격함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그리고 실재의 궁극적 본질)

천사들의 엄격함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그리고 실재의 궁극적 본질)

$24.32
Description
우리가 감각하는 현실은 세계 그 자체인가?
인식의 한계까지 밀어붙인 세 지성의 지적 호기심과 깊은 통찰을 만나다
우리가 속한 현실의 실제 모습은 우리의 생각과 얼마나 닮았을까? 혹시, 우리가 “현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저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인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 철학자이기도 한 윌리엄 에긴턴은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 보르헤스, 불확정성 원리를 주창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근대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라는 세 사람의 삶과 저작을 독창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우리가 경험하는 실재가 “천사들의 엄격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제한적인 관점에 따라서 좌우됨을 보여준다. 문학과 철학, 물리학으로 분야는 다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천재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와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것을 파고들어 우리 이성의 불완전함을 탐구하고, 그런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계를 풍부하고 장엄하게 경험하는 이유, 자유의지의 의미와 우주의 기원, 도덕의 필요성 등을 고찰했다. 인간 인식의 한계에 대한 이들의 치열한 사유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세계에 투사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세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은 “관계”로서만 존재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실재와 관련한 세 천재의 깊은 통찰은 사랑과 우정의 상실, 지적 열망과 치열한 논쟁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삶에서 꽃을 피웠다. 이 책은 때로는 마감 기한을 놓쳐 협박 편지를 받고(칸트), 실연의 슬픔에 잠겨 무모한 짓을 저지르며(보르헤스), 시대의 천재이자 학계의 대선배인 아인슈타인과 끊임없이 논쟁하는(하이젠베르크) 세 사람의 모습을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전달하며 독자들을 흥미로운 사색의 숲으로 이끈다. 세 지성의 사유를 따라가며 인간 인식의 한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실재란 어떠해야 한다”는 관점을 넘어 인간성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

윌리엄에긴턴

WilliamEgginton

존스홉킨스대학교의현대언어문학과교수이며알렉산더그래스인문학연구소의소장이다.저술한책으로『소설을발명한남자(TheManWhoInventedFiction)』,『미국정신의분열(TheSplinteringoftheAmericanMind)』,『알레한드로조도로프스키(AlejandroJodorowsky)』등이있다.

목차

서론|그것은어디로갔을까?

제1부시간의편린위에서다
제1장망각불능증
제2장바로이순간의짧은역사
제3장시각화하라!

제2부신이아닌존재
제4장양자얽힘
제5장영원의상아래에서
제6장눈깜짝할사이

제3부우주에끝이있을까?
제7장다른사람들이도서관이라고부르는우주
제8장엄숙함
제9장측정하기좋게만들어진우주

제4부자유의심연
제10장자유의지
제11장두갈래로갈라지는오솔길들
제12장근심과원한을벗어던지고

후기
감사의말

참고문헌
더읽어볼만한책
인명색인

출판사 서평

★「뉴요커」선정2023올해의책,「뉴욕타임스」선정눈에띄는책★


세계는파편화된인식에불과하지만,그것을통합하는“나”가있다
질서를부여하는것은천사들이아니라바로“우리”이다
여기모든것을기억하는남자가있다.그는자신이겪은모든순간의모든장면을이파리한장까지정확하게기억하지만,이순간을다음순간과연결하지못한다.하루를회상하는데에는또다른하루가꼬박걸리며,한마리개의앞얼굴과옆얼굴은같은개체의것으로인지되지않는다.보르헤스의소설「기억력의천재푸네스」는이처럼감각세계의모든것을완벽하게지각하지만그것을선별하고조합하지못하는인물푸네스를통해“자아”와“실재”의관계에대해서묻는다.‘만일세상에존재하는것이시공간의편린에불과하다면,우리는실재를탐구할수있는가?’
이는시공간상으로통일된“자아”를발견한칸트의철학과연결된다.세계는실제로푸네스의세상처럼단절되어있을지도모르지만,우리는통일된자아를통해서그것들을인과적으로연결할수있다.즉자아는그자체로는경험할수없지만,경험을가능하게하는조건인것이다.문제는우리가이자아를통해서세계를총체적으로이해할수있다고가정한다는점이다.우리는여러명제중우리의상식에부합하는것만을취해서그것을“진리”라고생각하기쉽다.칸트는이처럼우리가이해한방식을세계그자체라고생각할때,우리가우상을만들수도있다는점을경계했다.
그로부터100여년뒤하이젠베르크가불확정성원리를발견했을때그것이불러온반발또한우리가시공간을통해총체적인실재를파악할수있다고가정한결과였다.시공간의연속성을가정한고전물리학과달리,양자의세계에는불연속성과단절만이존재했다.전자는중간에여행한흔적도없이새로운궤도에나타났고,탐지될때까지는아예존재하지도않다가탐지된순간에야그동안어디에있었는지를“결정하는”것처럼보였다.고전적인과학의세계관을뿌리째뒤흔드는그세계에서우리가할수있는일은시공간상2개의다른순간을연결하는일이었다.하이젠베르크는우리가묘사하는물리법칙이란물체가어떻게운동하는지를우리가어떻게관찰하는가에관한법칙이라고보았다.실재는온전히파악할수없으며,우리는그것에우리나름의자아를투사함으로써세상을이해한다는것이다.
존재하는모든것은다른것들로부터영향을받는다
“관계”로이루어진실재
하이젠베르크,칸트,보르헤스는총체적인실재를이해하기위해서절대적인존재혹은원인없는자연발생을가정하는대신그자리에“관계”를놓았다.그들에따르면세계를감각하고그것을연결하는“나(관찰자)”를비롯한모든실체의본성은관계로서만존재한다.
세명의천재중에서최고의존재,즉시공간의연속성을부정하면서가장큰어려움에직면했던사람은단연하이젠베르크일것이다.하이젠베르크는불확정성원리를인정하지않는아인슈타인과지속적으로논쟁하면서,관찰행위와그정보들을연결하는노력너머에의심할바없이확실한실재가존재한다는가정을기꺼이무시했다.그는시공간속의물체가항상다른물체와관계를맺으며,관찰자는그관계를표현하기위해서필요한존재라고보았다.
그렇다면최고의존재가없는세계에서우리는무엇을기준점으로삼아야할까?칸트는삼각형의정의에완벽하게들어맞는삼각형을우리가볼수없듯이,핵심적인인간지식은감각세계와무관해야한다고보았다.우리가알려고하는것은객관세계그자체가아니라세계에대한우리의그림이기때문이다.우리는결코세계를총체적으로이해할수없지만,그대신관찰대상들사이에관계를맺음으로써보편적이고필연적인진술을이끌어낼수있다.그리고그렇게가정하기위해서우리는물질세계가전체적으로통합되어있다고가정해야한다.
실재를알수는없지만그것을가정해야한다는칸트의생각은보르헤스가소설「알레프」에서보여준“영원성”의탐구와연결된다.우리는시간에얽매인존재이지만,동시에우리내면의어떤것은회상과기억등을통해시간성을벗어난다.그런일은어떻게가능할까?이를탐구하기위해서보르헤스는죽은연인의집지하실속에“알레프”라는작은원반이있고,그안에우주가숨겨져있다고상상했다.소설속에서“알레프”는사랑과상실을경험한주인공에게끝없는우주를펼쳐보이면서우리의자아가어떤것을경험하기위해서는“영원성”과같은궁극적인개념을가정해야함을보여준다.비록인간이영원성을고찰할수는없지만,흘러간과거와다가올미래가존재해야만그것들을모음으로써우리가“경험”을할수있기때문이다.

자유의지는존재하는가?
매혹적인세천재의삶이던지는질문
칸트와보르헤스,하이젠베르크는자신이속한분야에서최고의업적을남긴천재들이지만,그들에게는각기크고작은인생의흠이있었다.보르헤스는칠레의군사독재자아우구스토피노체트를공개적으로지지했고,하이젠베르크는나치에속해핵분열을연구했다.칸트는표현의자유를주장했지만,국가의검열앞에서굴복하며스스로의논리를어겼다.자신의잘못(혹은실수)을부정하거나후회하는그들의모습은우리로하여금자유와책임이라는오래된질문을떠올리게한다.우리는삶의길을자유롭게선택할까,아니면우리의모든선택이물리적세계에의해결정되는것일까?
자유의지의존재여부를묻는질문은시공간에예속되지않은위치를가정하는맹점을지닌다.자유의지가실제로있는지확인하기위해서는초월적인존재든,입자수준에서부터축적된거대한우주든시공간을벗어난시각이필요하기때문이다.그러나우리는우리의인지를벗어나는것에대해서는생각할수없으며,따라서책임도질수없다.저자윌리엄에긴턴은시공간바깥에절대적인무엇인가를가정하는대신,우리앞에놓인세계가우리가행하는모든행위의출발점이며우리가잘못을저지르기쉬운존재임을인정하는것이자유의지라고말한다.우리는시공간의물리적존재인동시에,여러가능성을시각화하고그중하나를선택하는이성적인행위자이다.칸트의말을빌리자면,자유의지는이성의필요조건이다.선택에대한책임역시여기에서비롯된다.
보르헤스의「두갈래로갈라지는오솔길들의정원」은잘못된선택에대한후회의궤적을보여준다.한가지가능성을선택하면다른가능성은사라지는현실과달리,보르헤스는자기선택이아닌다른길을선택했을경우를상상하며무한히증식하는길들을그렸다.이처럼모든가능성이실현된다면우리는어느쪽에도책임을지거나공을내세울수없을것이다.모든가능성이실현되는순간우리에게는선택할자유가사라지기때문이다.이경우행위자는이성적인존재가아니다.즉자유와책임은다르게선택했을경우를상상할줄아는이성적존재의필수적인가정이자,여러갈래중내가이길을선택했음을이해할수있게하는조건이기도하다.
지난선택에대한이해는실재를헤아리는인간의방식과도맞닿아있다.지나간일에영향을주었을요소들을선별하고조합함으로써그것을하나의줄거리로완성하기때문이다.따라서나치에속해핵분열을연구한하이젠베르크의선택은우리에게어려운문제를던져준다.하이젠베르크는자신과자신의연구팀이핵무기를만들기술을갖추고있었지만그것을무기생산에쓰지않기로결정했다고주장했다.반면독일과학자들을취조했던네덜란드출신의물리학자사무엘구드스미트는그들이자발적으로나치에봉사했다고보았다.어느쪽이든,오늘날의우리는그의선택에다양한인과관계를부여하고그것을필연처럼만들수있다.중요한것은,사건은그사건에대한우리의앎과무관하게벌어진다는것,그리고그에대한판단은그자체로어떤도덕적가치를띤다는것이다.이러한맥락에서나치의손에가족을잃었으면서도끝내하이젠베르크를용서하기로선택한구드스미트의모습은진한여운을남긴다.

보르헤스는소설「바벨의도서관」에서우주보다크지만유한한공간을상상하며그공간의중심에바로“당신”이있다고했다.하이젠베르크의불확정성원리와칸트의철학역시광대한무질서에질서를부여하는것은바로우리자신이라고보았다.모든실체는결국그것들을선별하고연결짓는“관계”로서만존재한다.이책은물리학과철학,문학을가로지르며,우리자신의한계를인정할때우리가확고한편견에서벗어나이성의새로운힘을얻을수있다고말한다.이렇듯우리의세계가“천사들의엄격함”이아니라우리가만든엄격함을따르고있음을깨닫는다면,우리는그불확실성속에서또다른무엇인가를발견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