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 시대

진단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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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강해지려고 할수록 아픈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현대 의학이 내리는 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병과 건강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관점을 재정립한다!
제1장에서는 먼저 헌팅턴병을 살펴본다. 실제로 우리 대다수는 결코 이 병과 마주칠 일이 없지만, 이 병은 모든 사람이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조기 진단 검사를 통해서 미래의 발병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 들어 각종 검사가 더 민감해지고 유전적 진단이 더욱 폭넓게 활용되면서, 곧 다른 질병들에서도 헌팅턴병과 같은 상황에 놓일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10년 안에 치매에 걸리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은 과연 그 운명을 알고 싶은가? 이 장에서는 그런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혹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과연 언제나 더 나은지를 생각해본다.

다음 장에서는 라임병과 만성 코로나 증후군을 다룬다. 이 두 질병에는 공통점이 아주 많다. 환자 주도의 운동이라는 매우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출현했고,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라임병은 미국 코네티컷 주 라임 지역에서 서식하는 진드기가 인간에게 옮기는 질병으로, 병으로 인정받기까지는 한 여성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만성 코로나 증후군 역시 코로나 기간에 SNS를 통해서 확산되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오면서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이 질병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은 모든 진단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 교훈이란, 실제로 우리가 받는 의학 검사는 우리의 기대만큼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확성을 제공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의학적 진단이 주관적인, 진정한 임상 기예이며, 실수, 사리사욕, 사회적 압력에 휘둘리기 쉽다고 말한다. 이 장은 진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3장에서는 만성적인 과소진단 상태에 놓여 있던 자폐증이 어떻게 그렇게 흔해졌는지를 살펴보고, 현재 자폐증을 앓는 이들이 1940년대의 자폐아들과 왜 그렇게 달라 보이는지를 이야기한다. 자폐증은 1943년 소아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진료하는 아동들 중에서 “극도의 자폐적 고립”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소년 8명과 소녀 3명의 증상을 기록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1960년대부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정신질환의 전형적인 징후와 진단 기준을 정리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1952년에 처음 발간된 이후로 수많은 변화들을 반영해왔다. 그 결과 50년 전에는 이 장애를 앓는 사람이 1만 명 중 4명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세계 평균이 100명 중 1명이 되었다. 이는 진단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자연히 진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제3장에서는 그 장애를 이렇게 더 포괄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개인과 집단 수준에서 자폐증 공동체가 과연 혜택을 보고 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제4장은 암 유전자를 다룬다. 암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암 선별 검사와 암 위험에 놓인 이들을 찾아내는 검사는 생명을 구한다. 이 장에서는 암 유전자가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 특히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BRCA 변이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건강 검진으로 받는 암의 첨단 및 조기 진단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새로운 기술과 질병을 조기에 뿌리 뽑겠다는 열정에 너무나 푹 빠진 나머지, 우리가 사실상 불필요한 치료를 받으라고 사람들을 내모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하고, 유전자 검사의 대규모 증가가 낳은 더 골치 아픈 문제점들도 살펴본다.

ADHD, 우울증, 신경다양성을 다루는 제5장에서는 모든 정신건강 진단이 의학적 문제인지를 살펴보고, 그런 진단에 뒤따르는 정서적 보상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ADHD는 1968년에 「편람」에 “아동의 과잉운동 반응이며, 사춘기에 사라지는 주의산만과 안절부절”이라는 한 줄로 정의되었다. 처음에는 아동에게 내려지던 진단이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성인에게도 내릴 수 있게 되면서 경증과 성인에 대한 ADHD 진단이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진단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 진단의 회색지대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저자는 최근 ADHD와 신경다양성을 둘러싼 “질병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질병 정체성이 강한 사람들이 더 의사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름 없는 증후군”이라는 제6장에서는 아동, 유아, 태아에게 첨단 진단을 하는 행위의 윤리적 및 현실적 쟁점들을 살펴본다. 유년기는 어떤 미래도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시기이다. 아동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진단을 하고, 유전적으로 “완벽한” 아기를 고르는 것이 정말로 다음 세대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우리가 너무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첨단 의학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치료가 불가능하고 예후를 알 수 없어 이후의 삶을 대비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해본다.

저자는 한 환자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를 만나러 오기 전에 이미 다양한 진단을 받은 젊은 환자였다. 저자는 환자의 다른 진단들을 없애기는커녕, 결국 환자에게 새로운 진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진료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일종의 공동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의료의 현주소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과잉진단을 피하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이고, 의료계,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자

수잰오설리번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의학을전공했다.왕립런던병원(RoyalLondonHospital)에서신경과최고전문의(Consultantinneurology)로일했고,현재영국국립신경·신경외과병원(NationalHospitalforNeurologyandNeurosurgery)에서신경학과와임상신경생리학과전문의로재직중이다.신경학과임상신경생리학분야전문가로서수많은환자를진료하면서정신성장애분야의전문적인진료능력을개발해왔다.저서《병의원인은머릿속에있다It'sAllinYourHead》(2015)로건강·의학분야최고저술에수여하는영국웰컴북프라이즈(WellcomeBookPrize)를수상하고,영국왕립생물학회에서‘올해의책’을수상했으며,《잠자는숲속의소녀들TheSleepingBeauties》(2021)은영국왕립학회‘올해의과학책’최종후보에올랐다.

목차

프롤로그
서론
1.헌팅턴병
2.라임병과만성코로나증후군
3.자폐증
4.암유전자
5.ADHD,우울증,신경다양성
6.이름없는증후군
결론
감사의말

역자후기
인명색인

출판사 서평

ADHD,자폐증,만성증후군이현대인을괴롭히고있다.이들질환의발병률이증가하고있다는기사는더이상충격적이지않으며,이런질환은이제우리의일상적인대화의주제이기도하다.30년넘게환자들을진료해온신경과의사인저자역시이미서너가지가넘는만성질환을앓고있다는진단을받은상태에서자신을찾아오는젊은이들이최근들어점점늘어나고있다는사실을자각하게된다.저자는우리가첨단과학의발전과건강에대한사회적분위기의변화로인해서너무많은진단,즉과잉진단의시대에살고있는것은아닌지의문을제기하며,의학적진단이정확하게어떤것이고,진단을받은사람에게무슨의미가되어야하는지를진지하게고민할것을촉구한다.진단을둘러싼“정상”과“비정상”의경계가너무모호한경우가많은데다가,점점“정상”의범위는축소되고“비정상”의범위는확장되고있다는저자의시각은의학진단에대해서많은시사점을안겨준다.저자는의학진단이실제로는정신,신체적증상을세심하게경청하는경험이풍부한의사가내리는임상기예임을분명히한다.진단의기준이되는정확한수치또한합의로결정된다.요즘많은사람들이주목하는혈당역시마찬가지이다.당뇨병전단계를구분하는기준이되는혈당수치를조금만조정하더라도엄청난수의사람이하루아침에갑자기당뇨병을걱정해야하는처지에내몰린다.저자는이렇듯질병의정의를확장함으로써사람들이아무런혜택도없이불필요한치료만받게되는것은아닌지우려한다.
또한이책은다양한환자들의경험담을통해서진단의다양한측면들을생생하게제시한다.엄마가헌팅턴병에걸렸다는사실을알고자신에게도헌팅턴병유전자가있는지확인하는검사를받을지고민하는딸의이야기,라임병에걸린것으로보이지만항체검사에서는음성판정을받아항생제처방이거부된남편을위해서회색지대의의료기관을찾아갈수밖에없었던의사이자아내의이야기,경증자폐인들이자폐의패러다임을주도하는바람에마땅히지원을받아야할중증자폐증인아들이소외될것을걱정하는어머니의이야기,자신에게암유전자가있다는사실을알고수술에대한정보도부족한상태에서절제수술을받기로결단을내린여성의이야기,아이에게희귀한유전변이가있다는검사결과를받았지만그결과가아이의미래에어떤영향을줄지전혀알수없는어머니의이야기등.이들의생생한목소리는의학적진단이정확하고,진단을받는것이꼭필요하며,치료에도움이된다는일반적인관념을되짚어볼필요가있음을증언한다.
이책은진단을내리는의사나전문가들의이야기와검사와진단을받는사람들이겪은생생한경험담을통해서오늘날우리가병원에서대면하는현실을직시하게한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서우리가과잉진단의시대에살고있는것은아닌지,너무완벽한건강에몰두하고있지는않은지돌아보고,모두가좋은의료를받을수있는여건을조성할방법을함께고민해보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