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 맞불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 맞불

$13.50
Description
동녘이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
노지양X홍한별, 안희제X이다울, 이라영X전범선, 이현정X하미나…
지금 가장 뜨겁고 빛나는 작가들의 편지!
동녘에서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은 마주보며 타오르는 불처럼 두 작가가 주고받는 대화가 피워내는 미덥고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첫 번째 맞불은 독자와 편집자가 신뢰하는 번역가, 노지양X홍한별이 지핍니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부터 혐오와 비하가 담긴 내용을 옮겨야 할 때의 고민,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고충,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까지, 외로움이 깊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다정한 여자 친구들의 편지가 우리를 반짝이는 우정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저자

노지양,홍한별

번역가이자작가.달리기와자전거를사랑하고각종스포츠중계와미드,스탠드업코미디까지챙겨보며,틈틈이그림도그리고피아노도배우는,좋아하는것많고하고싶은것도많은‘건강한자기중심주의자’다.

연세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한후단순히‘라디오를좋아한다는이유로’라디오작가가됐다.겨우메인작가가될무렵아이를가지면서방송일을그만두게되었다.이후번역을시작해10년이넘어가면서점차인정받는번역가가되었지만,마음한편에는늘자신만의글을쓰고싶은갈망이있었다.번역가로서만나온단어들과그에관한단상들을쓴책『먹고사는게전부가아닌날도있어서』로처음‘지은이’로서독자들을만났다.두번째책『오늘의리듬』은나이가들어간다는현실을필사적으로부정했으나어느순간자신도모르게그것을받아들이고,여전히서툰어른생활을헤쳐나가기위해분투하는일상을그려내고있다.

옮긴책으로『나쁜페미니스트』『헝거』『케어』『다만죽음을곁에두고씁니다』『센언니,못된여자,잘난사람』『트릭미러』『믿을수없는강간이야기』『인종토크』등이있다.

목차

답니다

1.투명하게쓰는기쁨
작가는아니지만글쓰는사람입니다
언어사이를종종거리는기분
번역가를갈아넣어도되는걸까
좋아서하는일에도돈은중요해

2.시간에낡지않도록
물살을버티는단어들
‘요즘애들’말투배우기
세상에없을것같은말
네글자의명쾌함
다시쓸용기

3.옮긴이의진심
우리는투명한그림자야
교정지위붉거나푸른마음
아까운책,아깝지않은우리
괴물을무찌르려고퇴근합니다
‘노잼’이라는말의위로

4.책을사랑하는가장지독한방식
책의탄생을함께하는꿈
옮긴이의이름을기억하다
내가길들인‘강아지’들
번아웃이온당신에게
여자가어떤일을하더라도

5.보이지않을뿐,사라지지않은
그책을번역하지못한이유
‘그녀’에서‘녀’를지우다
심장으로옮긴문장
끝내번역할수없더라도
너와나의최고의순간은

맺음말:너와나의번역이야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번역은내가글이되는과정인것같아.사랑한다는건그런거니까”
두번역가가읽고쓰는이들에게보내는다정한간섭

《나쁜페미니스트》,《트릭미러》등화제작을우리말로옮기며한국페미니즘의경계를넓힌노지양과“섬세하고가독성높은”번역이라는호평을받으며유영번역상을수상한홍한별이번역과삶에관해서로에게띄운편지가우리에게도착했다.
같은일을하는동료이자결혼과육아라는경험을공유한여성이기에적은수입에관한고민과,혐오와비하가담긴내용을한국어로옮겨야할때의딜레마,시간이흐를수록낡아가는언어감각에대한걱정등을진솔하게고백할수있다.둘은서로에게안전한청자와미더운화자가된다.하지만상대를함부로침해하지않으려조심하기도하는데,예를들면지양이세상을떠난친구에대해들려줄때,한별은섣불리위로하거나공감하는대신이렇게말한다.“나한테그런이야기를들려줘서고마워.”편지곳곳에이런예의바른심호흡이뭉클하게녹아있다.
“사회적·경제적보상이많지않은데도우리가이일을하는건어쨌든글을쓸때의기쁨때문이아니겠어?원문에서느껴지는아름다움을조심스럽게내언어로어루만져이루어내는일.거기에속절없이낚여버린거야.”읽고쓰는것에마음을빼앗겨번역을시작한지20여년이흘렀지만여전히책과함께하는삶이행복하다고말하는그들은그야말로‘언어생활자’다.문자그대로언어안에서먹고,살고,미워하고,마침내사랑하고마는노지양과홍한별의편지가연결이희미해져가는시대를사는우리에게친구,그리고우정이라는반가운말을알려줄것이다.

사라지는것이운명일지라도,보이지않는것이규칙일지라도
우리가알지못한투명한그림자들의조용한분투

번역은외국어를물처럼투명하게번역해서모국어로옮기는일이다.그러나“번역이투명하다는것은번역이없다는뜻이아니라오히려정반대”다.“서로다른언어가겹쳐질때”빚어지는어긋남과마찰을부드럽게다듬었다는뜻이므로매끄럽게읽힐수록번역가의개입이많은것이다.한별은소설《클라라와태양》을옮길때,사람의말이낯선안드로이드주인공의특징을강조하려일부러어색하게쓴표현을“틀렸다”고지적하는독자의비판을받고마음이무너졌다.지양은한별의번역덕분에소설이더애처롭게느껴졌다고답장하며“나는《나쁜페미니스트》와《헝거》번역이파파고보다못하다는댓글도받아보았다”는농담으로한별을웃긴다.
번역은기준이없기때문에번역가의판단이중요하다.두려움이앞설때,일의고민을나눌수있는동료가있다는건참든든할것이다.한별은최대한한국어로자연스럽게옮기는게외국어만의매력을사라지게하는건아닌지,낯선외국어를그대로두어서그곳의문화와언어의특징을한국독자가받아들일수있게해야하는건아닌지고민한다.역시뾰족한수는없다.다만지양은우리의목표는“독자들에게정확하면서도가독성있고,장르에따라감동까지주는텍스트를제공하는”것임을잊지말자며,“언어의매개자,조용한그림자로서의의무를”다하자고응원한다.진심이담긴격려가일에지친독자들의등을두들겨줄것이다.

“단어를고르고문장을다듬는데에서느끼는기쁨”
언어생활자들이사랑한말들의세계

유영번역상을수상한홍한별보다번역의귀재가있다.원서의유행어를한국어로자연스럽게옮겨야할때,한별은일명‘네이티브스피커’를찾아고견을듣는데,우습게도고등학생아들이다.“엄마어릴때는‘캡빵이다’(...)한때는‘짱이다’라고도한말에해당하는요즘단어는뭐야?”“요새는‘쩐다’라고하는데.”호기롭게고견을받아적었건만,유행어는금세바뀌어이런핀잔만듣는다.“요새‘쩐다’라는말을쓰는사람이어딨어?”난감한건지양도마찬가지.모범생,덕후,괴짜사이에걸친‘너드’라는신조어를콕집을표현이없어“SNS를들여다보면서‘요즘애들’말투를배운다.”한별이고안해낸너드벤다이어그램은‘빵터지게’하는책의묘미다.
지양은언젠가내성적이고소심한번역가들이좋아하는책과번역에대해서말할때는눈을반짝이며쉴새없이떠들던날을회상한다.“이렇게하루짜리수다쟁이가되어야만했던이유는실생활로돌아갔을때번역이사람들이듣고싶어하는흥미로운주제가아니라는것쯤은알고있었기때문이다.‘brother’가형인지동생인지끝까지몰라서저자에게메일을보냈다거나,사투리를어떻게번역할까고심했다는이야기가밖으로새어나간다고해서누가귀를쫑긋할것이며어느누구에게도움이될까?”그래서지양과한별은“열렬히서로를지지하고더말해달라고”부추긴다.한별은지양이더없이아름답게번역한“벨벳처럼그윽했다”라는표현에감탄하고,지양은아끼는책을한별에게재잘재잘소개한다.“책을읽는일과글을쓰는일이내게주는특별하고은밀한기쁨이없었다면,이일을이토록오래하지못했을거라는걸.왜영어와한국어사이에서종종거리는일이여간해서질리지않는걸까.”
저자옆의작은이름으로남겨져조명받지못하고,경력에비해수입도적지만읽고쓰는일을계속하는이유는그런애정때문일것이다.한별의말이역시오늘도책을놓지못하는독자의진심일지도모른다.“이책은필연적으로나를조금닮았겠지만,나도이제이책을조금닮았다.독자들도이책을읽을때조금책을닮아갈것이다.그렇게낯선우리는서로를길들인다.책은우리의공감을확대하고타자를이해하는방식이니까.”

“어떤여자들이지껄이는욕은세상에내지르는비명처럼들리거든”
일하며밥하고애키우는여자들의,말을옮기는쾌감

같은대학,같은학과를다녔지만출석부의이름순서만큼거리가있던지양과한별이다시만난건대학교를졸업하고10여년이흘러서였다.번역가,그리고아내와엄마라는위치가서로를더욱가깝게만들었다.아이를낳고집안일을하고번역을하는지난삶이3단저글링을하는것같았다고말하는한별을이해하는건역시“세상에서제일하고싶은게일인데,아이가일찍하교하면일할시간이없으니항상미진하고답답”함을느껴본지양이다.그래서어떤번역은쾌감이고해방이다.특히욕은“김연경선수가‘식빵’을외칠때처럼통쾌”하다.한별은신분상승한여자주인공이어릴때친구를만나스스럼없이내뱉는욕이“누군가를깎아내리고기를죽이기위해서가아니라쉽게무시되고없는존재로치부되는자신을내세우기위해지르는비명처럼”시원하게옮기고,지양은여자주인공이자신을강간한납치범을죽일때외치는욕을통쾌하게휘갈기며독자에게희열을안긴다.
피부색으로사람을뭉툭하게부르고,‘처녀작’같은차별어가책에거리낌없이쓰이던시절,두저자는아름다운이야기를읽다가도종종소외되었다.“이른바영문학‘정전’가운데가끔관습적인여자가되지않겠다고하는인물이나오는작품도있긴했지.그런데(...)마음을주고응원하다보면왜끝부분에가서허무하게죽어버리는거니.”번역가가된여성들은자신의몸을통과한책이차별과혐오를그대로투과하지않기를바란다.한별은남성형을기본으로삼아여성형을파생시킨단어들은쓰지않겠다는원칙을세우며,‘she’를‘그녀’대신‘프랑스어선생님’으로고치고,지양은‘BlackandWhitepeople’을‘흑인과갈색피부의사람’으로다시쓰는용기를낸다.다만번역가는중개자일뿐창작자가아니라는숙명을인정하며,더욱치열하게고민하고사려깊게단어를고르기로다짐한다.한별의말처럼번역가란“‘상처주지않는신랄한말’,‘불쾌감을주지않는더러운말’,‘트렌디하면서생명력있는말’등세상에없을것같은말들을계속찾는사람일지도모른다.

“열렬히서로를지지하고,사랑을말해달라고부추길것”
우정으로기록하고,미래에서도착한인생의스포일러

유례없는코로나19사태에고립과단절이지속되고있다.익숙해지지않는고독에피로감이쌓여가는요즘,“30대후반에야서로를발견하고40대에는”서로를의지하게되었다는지양의말은우리의미래가결코외롭지않음을보여주는것같아믿음직스럽다.그의말처럼우정은발명이아니라발견인지도모른다.마지막편지를다쓴뒤에야지양은고백한다.한별을안건유명한번역가여서가아니라홀로자신의글을써내려가던블로그였다고.“나를기억이나할까싶고부담스러워할까봐아는척도”못했지만어디선가자신처럼“아이를키우고번역을하는”친구가있다는게자신에게얼마나위로와힘이되었는지를속삭인다.“누가그런걸읽고싶어해?”책을쓰는게번역가의몫인지망설이던한별은그런지양이내민손을붙잡고용기를낸다.“할수있어,아주재밌을거야.”
“내친구들은연배가많은분들의경험과통찰을‘인생스포일러’라고이야기하거든.내가번역의세계에들어가기위해열심히문을두드리고있을때우리의편지를읽었다면도움이되었을까?(...)흥행영화는당연히아니겠지만그래도여기까지끌고왔으니수긍이가면서도마음이따뜻해지는결말을보여주고싶구나.”우리가알지못했던번역의눈물과웃음뿐아니라일하는여성으로서의고충,읽고쓰고옮기는삶에대한사랑까지지극하게담긴이편지들이우정을그리워하는이들에게기분좋은‘스포일러’가되어줄것이다.

동녘의‘맞불’시리즈는계속타오릅니다
청년의시각으로질병과장애를섬세하게분해하는안희제X이다울,에코페미니즘과동물권을종횡무진사유하는이라영X전범선,수면아래잠긴여성의우울과자살을건져올리는서울대의료인류학과이현정X《미쳐있고괴상하며우울하고똑똑한여자들》을쓴하미나의편지가타오를예정입니다.이그치지않는대화들이독자와사회를끓게하는작은불티가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