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 같은 소리 : 투명한 노동자들의 노필터 일 이야기

일복 같은 소리 : 투명한 노동자들의 노필터 일 이야기

$18.00
Description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육필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 하종강, 조문영, 김하경 강력 추천! ★

카페, 식당, 마트, 학교, 병원 … 모든 곳에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거침없고 생생한 노동일기
2172만 명 중 815만 명.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다(2022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매일 출근해 생계를 꾸리는 ‘평범한’ 사람들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기간제’, ‘계약직’, ‘촉탁직’, ‘파트타이머’, ‘사내하청’, ‘외주용역’,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자신의 다름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업무를 대하고, 동료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출근길과 퇴근길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잠들기 전에는 어떤 미래를 그릴까?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어디선가 마주쳐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털어놓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1년부터 해마다 모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박하고 통렬한 글들이 일터별로 담겨 있다. 주차도우미, 퀵서비스 기사, 방송작가, 맨홀점검원, 공장과 식당의 노동자, 돌봄교사, 요양보호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콜센터 상담원 등 직종과 경력이 다른 노동자 마흔네 명이 들려주는 적나라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상의 장소들은 어느새 낯선 공간들로 바뀌어간다. 딱딱한 통계나 제도 논의에 담기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현장과 일상, 감정과 관계를 날것 그대로 전하는 이 내밀한 기록들은 ‘목소리 잃은’ 노동에 관한 미시사이자, 우리가 외면해온 한국 사회의 진짜 얼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비정규노동자44인

비정규직노동자의권리를보호하고조직화를촉진하기위해2000년5월설립되었다.비정규노동의문제는‘노동문제’를넘어‘인권문제’이자‘사회문제’로복합적성격을띤다.비정규노동문제조사연구와정책개발을바탕으로비정규직노동자들이노동기본권을보장받을수있고,삶의질이좀더나아질수세상을만들기위한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5
가로수길·13
가습기공장·20
고용센터·26
공사장·33
교무실·39
교실·45
급식실·51
대리운전회사·58
대학교·63
대학원·68
도로·73
마트·80
맨홀·89
물류센터·95
방송국·101
병실·107
복합상가·113
비행기·118
빵공장·125
빵집·133
사무실·140
식당·146
신선물류센터·153
어린이집·161
요양원·167
우체국·173
인공지능개발사·180
자동차대리점·189
자동차제조사·196
잡지사·201
조선소·209
종합병원·217
주민센터·225
주차장·231
카페·241
콜센터·250
퀵서비스회사·259
텔레마케팅회사·265
통신회사·271
편의점·275
폰케이스공장·283
학교도서관·288
학습지회사·294
휴대폰부품공장·299

출판사 서평

“나는전생에뭔짓을해서하루내내남의밥을해주나생각한다”
‘일복터진’그들이직접써내려간비정규노동의기록

‘일복이많다’는건자랑일까푸념일까?누군가에게이말을들으면웃어야할까울어야할까?이전에는분명노동의고단함이담긴반어적표현이었는지몰라도,오늘날의분위기는조금달라진듯하다.각자도생이생존법칙이된,백세까지일하는백세시대의한국사회에서이표현은점점‘일’이있는것만으로도‘복’으로여겨야한다는뜻으로바뀌어가고있다.그렇다면‘일복’많기로는비할데가없는비정규직노동자들은이말에대해어떻게생각할까?이책은다양한현장의비정규직노동자들이자신의일과생활,관계에대해가감없이써내려간기록이다.

그들이서있는장소는모두다르지만,일하고좌절하는방식은비슷하다.카페나식당에서일하다화상을입어도연고조차구비되어있지않거나,치료비를청구하면적반하장으로화를내는사장들의모습은놀라울만큼똑같다.잘못한것이없어도,영문을몰라도‘회사를대신해’사과하도록요구받는주차장과콜센터의노동자들도마찬가지다.패스트푸드점과편의점,카페의단시간노동은전일제이상으로강도높은노동과불규칙적인근무시간을요구하지만해고는너무쉽다.그나마합리적인근무환경일것이라고기대되는공공기관이나스타트업기업등에서도월급과수당,비품사용에서까지미묘한차별이이어진다.그리고개인사업자,즉‘사장님’이라는이름아래착취와책임을뒤집어쓰며배달노동자들까지,생계를위해뛰어든현장에서매일부당함을깨닫는이들은“몸보다마음에시퍼런멍”이든다.

차별을경험할때마다웅크리고만있는것은아니다.이책에는혼자혹은동료들과문제제기를하거나노동조합에가입해함께저항하는이들의이야기도들어있다.그과정에서숱한밤을지새우며“갖가지상상을하다보니내가두려움에차있다는것을알게”되는가하면,“내요구가정당한것이맞나하는회의까지들정도”로스스로검열하며고민의나날을보내기도한다.어쩔수없이침묵을택하거나회사를그만두면서도“나의퇴직금과연금은이미퇴직한용감하고씩씩한언니야덕분이었다”며다른노동자들에대한고마운마음을비추기도한다.차마말로표현할수없을기억까지도꾹꾹눌러담아세상에내놓은이들의기록은그자체로노동자의각성과성장에관한이야기다.

“이거지같은노동법은도대체누구를위한노동법일까”
가장적나라한낱개들로그려낸21세기대한민국불평등지도

이제비정규노동이문제가아니라고말하는사람은없을것이다.일하다가죽거나,같은일을하고,아니더많이일하고도차별과착취에시달리거나,하는일도없이사람장사로돈만떼어가는중간착취업체들에관한이야기는더이상‘뉴스’가되지못할정도로널려있다.이문제는오늘날한국사회를관통하는불평등문제의핵심의제로서다른사회문제들과도긴밀히얽혀있다.그래서해마다정부기관과연구자들,언론들이통계수치와인터뷰,기사등의형태로문제를제기하며,제도개선도진지하게모색한다.이러한지속적인연구와관심은물론중요하다.그러나문제가고착화되면서어느새이러한연구결과가연례행사처럼당연해지고,정작당사자의목소리는‘필터’를거쳐서만전달되고있는것은아닐까?비정규노동의문제는이제자극적인사건이나동정을불러일으키는서사가없으면외면되는지경에이른것은아닐까?

책속에등장하는이야기들은우리가이미겪었던노동이거나앞으로겪게될노동의모습이기도하다.편의점이나카페,패스트푸드점,백화점주차장등에서일하는청년,근로장학생으로일하는대학생과조교업무를병행하는대학원생,출산과육아로경력이단절된뒤학교의교무실과도서실,급식실,콜센터등에서일하는여성노동자들은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노동자의모습이다.장시간노동으로특근등의수당을받아야월급이유지되는조선소와자동차제조사노동자들에게서는고질적인저임금노동의현실이겹쳐진다.코로나등의상황에서퀵서비스와대리운전,플랫폼배달을시작한노동자들,은퇴이후에도요양보호사자격증을따고공공근로등을찾아쉼없이일하는중장년노동자들의이야기도마찬가지다.이들은“꿈에도생각하지못했던”비정규노동을시작한이후,“경쟁심이긴장감을만들고이러한긴장감이모순적인현장상황을참게해갖은권리를박탈당하는악순환의굴레”로이어진다는점을간파한다.

비정규직이“본인의선택”이라거나“공부를열심히안해서”된것이라는세간의이야기에대한생각도털어놓는다.서너명의노동자가수백명의식사를책임지는학교급식소는노동환경이너무열악해늘인력부족에시달린다는사실,조선소등일부제조업의높은임금은사실상일상적인잔업으로유지되며그조차경기변동에따라수시로바뀐다는사실,애초보험도수당도보장받지못하는배달기사등특수고용노동자들의‘파업’은엄밀히말해‘그냥노동하지않는것’일뿐이라는지적은생생하고통렬하다.정규직이은퇴한자리를비정규직으로채움으로써점차비정규직의비율을늘려나가는교묘한방식이횡행하는현실,최첨단스타트업기업또한사실상비정규직노동자들의“21세기인형눈알붙이기”노동으로지탱되는상황등도노동자들이직접목소리를내지않으면결코알수없을이야기들이다.따라서이들의글을한데모아읽는것은지금껏한국사회를소리없이떠받치고있는사람들을,우리가외면해온한국사회의진짜얼굴을마주하는일이기도하다.

책속에서

“네가가서사과해.””제가요?”“남자손님이니까가서사과좀해.너여자잖아.도우미가낫지수신호보다.”나는이유를납득하지못했지만손님에게가서눈높이를낮추고죄송한표정으로“우수고객이신데저희가못알아봤습니다.정말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하고사과했다.남자손님은몇마디불평을하다가유리창을올렸다.나는닫힌창문너머로감사하다는인사를하고나서야그자리를벗어날수있었다.그주임은책임이없더라도,영문을모르더라도사과하는것이주차도우미의일이라고생각하고있었다.
---「주차장,235」중에서

탱크안에서작업하는도장공은바다로들어가는해녀와같았다.한번들어가면다시나오기가힘들었다.화장실가거나담배피울때를빼곤아침에들어가면점심먹을때나나왔다.탱크속에서하는도장작업은일도힘들지만무엇보다유기용제때문에고역이다.일하다보면눈은따갑지,머리는아프지,호흡하기는힘들지정말죽을맛이다.어떤노동자는구역질을하기도했다.회사에서연2회건강검진을하는데할때마다오줌검사에서발암성분이나왔다.마스크를벗고일하는도장공도간혹있는데살려고일하는지죽으려고일하는지알수없었다.
---「조선소,212」중에서

“요즘반찬이왜이래?요즘은짬밥도이렇게는안나와.”‘주는대로먹어’라고말하고싶지만멋쩍게웃으며속으로삼켜버린다.두번째일은오전9시부터오후2시까지다.이렇게일하고60만원받는다.두번째일도만만치않다.150인분의밥을둘이서한다.일하는것에비해월급이적지만배식하고남은반찬도갖다먹으니반찬값도절약된다며위안으로삼아본다.하지만이반찬을아이들에게먹일때마다《삼국지》에나오는유비엄마생각이났다.유비네엄마는유비가추접스럽게차얻어왔다고차를강물에확쏟아버리던데….
---「식당,147」중에서

근데왜그만뒀냐고요?1년에두번,5일간세시간을진행하는생방송특별모금방송이었는데요.5일동안매일세시간씩프롬프터를넘기며방광염에걸리던그시간,저는110만원을받았지만모금액은10억원가까이모인다는사실을들어버렸어요.그래서나왔어요.하지만밤샘근무를하고생방송을무사히내보낸뒤엔딩스크롤에이름이나가는그짧은순간을사랑했기에,곧바로한종편신규탐사보도팀에합류했어요.
---「방송국,102」중에서

자석파스를몇개붙이고출근했다.일반파스는냄새도나거니와오늘처럼탕수육을하는날엔화끈거리는파스가튀김열기를몇배로되돌려주기때문이다.정신없이튀김을하느라잊고있던통증은조리가끝나니올라왔다.이번여름엔가슴밑이헐어서고생했다.땀띠야달고살지만점차기후가동남아처럼변해가는건지여름에튀김요리만하고나면헐어버렸다.수건으로덧대어견디지만,일을하다보면수건마저젖어쓰라림이다시시작됐다.이고통을끝내는길은방학을이용해쉬는것뿐이다.그러나방학에는일당제로바뀌면서월급이나오지않아생계걱정이시작되니진퇴양난이따로없었다.
---「급식실,52」중에서

바삐일하는날들이쌓여내몸에도흔적이남았다.급하게물건을담고포장하다보면어딘가에멍이들어있기도하고피부가베이는경우도생긴다.처음엔놀라서급히응급처치를하지만어느순간일상이되었다.손목,팔목,허리,목,어깨등등온갖근골격계도살려달라고아우성이다.나는어깨에염증이생겨서치료를받아야했고,옆의이모는어깨에뼛가루가쌓여약을먹고있다고도했다.천천히일하려해도마감때가다가오면아픈줄모르고빠르게하게된다.
---「신선물류센터,157」중에서

다시돌아온사람들의반응은해고될때와별차이가없었다.그게나는신기했다.그덤덤함과무심함이어쩐지안쓰러웠다.해고된사람들은다비정규직이었고재입사를하면서다시비정규직이됐다.해고되었던인원의절반이상이다시모였을때쯤엔일감이가장바쁠때와비슷할정도가됐다.그전에도비슷한패턴으로일감은늘다가줄었고,비슷한방식으로인원을줄였다가늘렸다고했다.애초정직원수는전체야간조의절반도되지않았고,그수는좀처럼늘지않았다.늘지않는게당연했다.회사에서조정하고있었으니까.
---「휴대폰부품공장,302」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