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걱정된다”는말이실은차별이라면?
뚱뚱한사람에게필요한건걱정이아니라평등이다
몸무게,칼로리,비만…우리는끊임없이살에관해이야기한다.많은사람들이뚱뚱한몸을끔찍하게생각하고,어떻게해서든날씬해지고자노력한다.게다가뚱뚱하다는것은실제로끔찍한일이되기도한다.체중을이유로의사에게진료를거부당하고,좁은비행기좌석에앉아주변사람들의차가운시선을받으며,코미디프로에선농담의소재가되기도하는것이다.뚱뚱한사람에대해자기관리가부족하다거나게으르다는낙인을찍어,대놓고또는은근히탓하는경우도드물지않다.
그런데살또는뚱뚱함에관해말할때그중심에있으면서도잘들리지않던사람들의목소리가있다.바로뚱뚱한사람들자신의목소리다.그들의몸은‘애프터’로바꿔내야할‘비포’상태로만치부되었고,그들의경험은편견에가려져신뢰받지못하는경우가많았다.이처럼뚱뚱한몸을공기처럼감싸온차별에맞서담담하게자신의이야기를펼쳐놓으며온라인상에서큰지지를받은인물이‘유어팻프랜드(YourFatFriend)’다.그는자신이들어온몸에관한끊임없는평가·명령부터다이어트산업의허구성,문화콘텐츠에서드러나는편견과낙인등을꼬집으며사회의구조적차별을고발하는글을써왔다.필명으로활동하던그가오브리고든이라는본명을드러내며처음으로써낸책이《우리가살에관해말하지않는것들》이다.
‘당신의건강이걱정된다’는핑계에,또는‘뚱뚱한사람은뚱뚱해지길스스로선택했다’는사람들의착각에지금껏수많은뚱뚱한이들이괴롭힘을당해왔다.그러한체중차별은‘날씬해야한다’는사회적압박이되어신체사이즈에상관없이대부분의사람을얽매기도한다.신체사이즈가어떻든모두가당연히인간으로서존엄성을지킬수있는사회로나아가기위해서는뚱뚱한사람의목소리가주변에서더많이들려야한다.이책을통해서,뚱뚱한사람들에‘관해’얘기하기보다는뚱뚱한사람들과‘함께’얘기나누는경험을할수있을것이다.
‘다이어트는의지의문제다?’,‘뚱뚱하면건강하지않다?’
뚱뚱한몸을둘러싼편견과오해를무너뜨리는대화의첫걸음
뚱뚱한사람들은마트,병원,기내,주차장,SNS등삶의곳곳에서단지뚱뚱하다는이유로부당한말을듣거나공격당한다.저자는뚱뚱한사람들을표적으로삼는이러한괴롭힘을‘팻콜링(fatcalling)’이라부르는데,그는팻콜링자체로도상처를입지만주변의날씬한사람들에게그경험을이야기해도이해받거나신뢰받지못한다는점도문제라고지적한다.아무리친한친구라도결국엔“그게그렇게싫으면,그냥몸무게를줄이라”고조언한다는것이다.
이러한반응은뚱뚱한몸에대한편견에기인하는데,이편견은사람들의생각을교묘하게움직인다.책에서언급한예일대의한연구에따르면,동일한범죄에대해남성들은‘뚱뚱한여성피고가호리호리한여성피고보다더죄가크다’고평가할가능성이높았다.한편여성응답자들은몸무게와상관없이두여성피고를동등하게평가했고모든응답자들이뚱뚱한남성피고와호리호리한남성피고의죄를판단할때아무런차이를보이지않았는데,이는똑같이뚱뚱하다해도성별,인종,성적지향등에따라다른경험을하게된다는점을시사한다.
저자는뚱뚱한몸에대한편견을강화하는다이어트산업,공중보건캠페인,대중문화등의구조적·제도적문제를꼬집는다.예컨대20017년미국의주가운데절반은학교에서학생들의체질량지수(BMI)를추적기록하게했는데,저자는이것이학생들에대한체중낙인과괴롭힘으로이어질수있다고말하며중단을촉구한다.또한그는건강검진에서광범위하게사용되는BMI의연원과쓰임을추적해,19세기에고안된이지표가개인의건강을측정할수있는신뢰할만한도구가아니며,백인의신체에초점을맞추고있어인종차별적이기도하다는사실을밝히기도한다.
책에서는뚱뚱한몸에대한편견이과학적사실과부합하지않는다는점도다양한근거를통해드러난다.미디어에는‘비포앤애프터’에초점을맞춰출연자들의극적인체중변화를조명하는프로그램이넘쳐나지만,그프로그램들이전제하는것과달리체중은개인이마음대로조절할수있는것이아니다.1986년에발표된연구에따르면입양된아이들은자신을길러준부모가아니라낳아준부모와비슷한체형을지니게되는경우가압도적으로많았으며,쌍둥이를대상으로실시한연구들은유전자가개인의신체사이즈를결정하는비율이최대80퍼센트나된다고얘기한다.다이어트를하는사람들가운데98퍼센트가체중을감량하고유지하는데실패한다고말하는연구도있다.
다양한몸들이있는그대로존중받는세상을향하여
저자가강조하는또한가지사실은뚱뚱함자체보다도뚱뚱한몸에대한반대·편견·낙인이뚱뚱한사람의건강을더해칠수있다는점이다.책에서인용한연구에따르면여성은뚱뚱할수록뚱뚱한몸에대한낙인을내면화하고,자신의몸에관해죄책감과수치심을품으며,의료서비스를회피할가능성이높다.노인1만3692명을대상으로한조사결과“체중때문에차별을겪었다고답한사람들은BMI와무관하게사망위험이60퍼센트증가했다”는사실이드러나기도했다.사회에만연한차별의고리를하루빨리끊어내야하는이유다.
뚱뚱한몸에대한편견과차별을종식하기위해서는플러스사이즈를입는사람이든,입지않는사람이든많은이들이서로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힘을모아야한다.그실천의일환으로저자는팟캐스트〈유지단계(MaintenancePhase)〉를진행하며건강·다이어트산업의이면을들추어내는한편,SNS등을통해사람들과활발히소통하며다양한의견을나누어왔다.이책에는그과정에서저자가받은끔찍한공격메시지도,다른뚱뚱한사람들이보내온공감어린토로의메시지도고스란히실려있다.
저자는자신을비롯한뚱뚱한사람들이겪은생생한사례,미디어상에서나타나는양상,과학적근거등을균형있게다루며‘뚱뚱한사람을평등하게대우하는사회정의가필요하다’고설득력있게주장한다.그리고혹독한현실에도불구하고책의말미에는자신이꿈꾸는이상적인사회상을구체적으로제시하며더나은세상으로함께나아가자고독자들에게손을내민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다양한몸을대하는자신과사회의방식을돌아볼수있을것이며,모든몸이좀더자유롭고평등하게살아가는세상을자기발밑에서부터그려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