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
저자:양미 ‘양미’또는‘빨간거북’으로불리기를좋아한다.고등학교1학년때1987년6월항쟁시위대를쫓아다니며계급정체성을,순전히데모를잘하고싶어들어갔던대학에서젠더정체성을알게됐고,단지더넓은다른세상이궁금해찾았던동네성당에서만난선배들과함께했던빈민지역공부방활동으로내가서고싶은위치를알게됐다.1992년대학을그만두고사회운동활동가가됐다. 사회운동은생계를책임져주지않았기때문에비디오가게점원,주유소알바생,신발공장시다,전자제품조립공장노동자,속옷생산공장시다·재단·검품노동자,재고품할인전문물류업체경리로일했다.스물여섯살에생계때문에‘진짜’직장인이되기로하고홈쇼핑전화상담원이됐다.파견법이통과된후첫번째‘공식적,합법적’파견직노동자였다.10년동안홈쇼핑회사에서파견직,계약직을거쳐정규직대리로일하면서마르크스의“자본주의는정상적으로작동할때조차나쁘다”라는말의의미를깨달았다.‘합리성’이라는말로나와타자들을착취하는일을그만두기로하고자발적백수가됐다. 민주노동당지역위원회에서평당원,교육부장,여성위원회,노동위원회,환경위원회,대의원,성평등강사단으로활동했다.서울여성노동자회활동을하면서한국까르푸노동조합·이랜드일반노조서대문·마포·은평·용산지역대책위원회활동도했다.파업중이었던이랜드홈에버여성노동자들이고립되지않기를바랐고,파업자금을보태고싶어서《우리의소박한꿈을응원해줘》를공동기획하고글도썼다.이때의문제의식을담아활동을함께했던동지들과서울서부지역비정규노동센터라는단체를만들고상임활동가로5년동안활동하며일터를넘어삶을고민하는노동운동을꿈꿨다.인권교육센터들활동회원,《은평시민신문》시민기자,생활재·천연화장품·술만들기,여성/노동/인권교육,독립영화제작·배급·상영·비평활동을하기도했다. 2015년에시골로터를옮겼다.지금은시골에서아이들에게인권과환경을주제로놀이와수업을하고,글도쓰고,텃밭을일구고,때때로임금노동을하며살아간다.어디에서무엇을하든항상만나는이들과모임을만들고수다와공부하기를좋아한다.
추천의글들어가는글-정치적인시골살이?1부불평등과모욕을넘어망하거나죽지않고살수있을까?1.나도‘아내’가있었으면좋겠다고생각했던나홀로가족직장인의일상2.시골에서살기로하다3.돌아갈곳이없는사람이돌아갈곳을찾다4.조언들5.그래서가능했던선택건너가는글-그래서,시골은대안이될수있을까?:시골의현실마주하기2부연결될권리:시골과이동권1.버스와나:시골버스타고다닙니다2.풍경들:아는사람만탈수있는시골버스3.시골버스의사정4.시골버스문제는교통약자들의문제일뿐:‘거리두기’와저상버스,능력주의5.공공재를공공이운영하자는당연한요구,버스공영제6.버스운전노동자에게듣다7.사람도휠체어도다닐수없는길,보행권을바랍니다3부돌봄에는장소가필요하다:시골과주거권1.존엄한삶의기본조건,주거권2.집을찾는사람들의주거권3.아픈줄도모르고나홀로집에:고령화된시골의건강권4.어떤전기사용자의고통과좌절:에너지자립과주거권4부생존권을넘어존엄을지킬수있도록:시골과경제권1.시골의삶에맞는경제권의재정의가필요하다2.시골에서더가난한여성들3.진안군청년과의대화:가난과희망없음에대하여5부‘기여’는어떻게정치가될수있을까?:시골의지역행정현실1.나의기여는돈도,정치도되지못했다2.진안군의출산율자랑과지역의료3.군수는청년정책이아니라청년이문제라고말했다4.기본적이지않은농민수당5.은행에서대출받게해주는것도지원입니까?6부정치혹은민주주의1.민주주의를포기하기쉬운시골2.이상하고수상한이장의세계3.군의원은어디를향해야하는가나가는글-시골에서다시꿈꾸는풀뿌리민주주의:민주주의는좋은삶을상상하기가가능한일상
자본주의를떠받치는가장자리를횡단하는분투기그러나집도차도소유하지않은여성이혼자,농사를업으로삼지않은채마주한시골의얼굴은가혹했다.시골에서8년을살아오며저자가정리한지금의시골은두단어로정리된다.‘정치실종’과‘각자도생’.시골은계절의변화를체감하고,작은마당텃밭을일구고,내몸에서나온똥오줌으로거름과퇴비를만들수있는곳이고대안을발굴해낼수있는장소다.하지만그와동시에대중교통인프라가심각하게취약해서자가운전을할수없는이는고립되기십상이고,도시보다뒤처졌다는감각때문에개발이데올로기가강력하고,그래서인지기후위기,동물권,젠더,인권이라는주제는중요하게취급되지않는다.지원금이라는명목으로농민/주민에게빚을알선하고,빈집은많지만살집을구하기는어렵고,행정과정치현실은대놓고뻔뻔한데막상당사자인주민들은무심하다.개인이알아서살아남아야하는시골살이의현실.아래를향해야하는정치는무관심속에방치되고있었다.도시를떠받치며소외,빈곤,무기력,자학,기회의박탈이라는불평등의결과를뒤집어쓴채사람들이떠나가고비워지고있는시골에서,우리는새로운정치,더나은삶을기대할수있는걸까?도시와구분되는‘치유와낭만’의장소도아니고‘실패’의장소도아닌,시민들이살아가는삶의장소로서시골을우리는제대로들여다본적이있던가?이토록끈덕진정치적인삶이책은더나은삶을살기위해시골로향한한사람이모순투성이시골의민낯을기록한작업이자,시골에뿌리내린채시골을해체하고새활용해더나은정치를향해늦더라도한걸음씩나아가기를멈추지않는지독한분투기다.취업조건에‘자가운전’이쓰여있고,“시골에서살려면면허부터따야지”라는말을딱지가앉도록들어야하는시골살이에서악착같이시골버스를타고다니는시골버스승차투쟁(?)은특히인상적이다.저자는“불편하다고각자개인적인방법으로해결하면결국악순환이되지않을까요?”라고대답하며,자가운전을강요하는구조에순응하지않고버스이용이라는가시밭길을고집한다.그는버스이용만고집하는게아니고,살고있는지역의버스시스템과그것을만들어낸구조를파헤치며시골의이동권에대한입체적질문을던지기시작한다.시골의대중교통이용자는어떤사람들인지,시골의대중교통문제를보편의문제가아닌‘교통약자만의’문제로보며강건너불구경하거나‘느린삶’에대한예찬으로넘어가는인식의문제점이무엇인지,아예논의조차되기힘든보행권의문제를짚는다.나아가그렇다면본질적대안은무엇인지제안하고,이문제에접근할때놓치기쉬운시골버스운전노동자의목소리를전한다.미처들리지않을목소리를챙기며,질문을던지고,문제를향해나아간다.시골살이는그에게너무나정치적이다.삶의문제는곧정치이기때문에.저자는시골의이동권과함께시골의삶전반을두드리며다닌다.빈집은널려있지만살만한집을구하기는어려운데도손놓고있는행정,주거에너지의정의로운전환을실천하기어려운현실등시골의주거권을다각적으로살핀다.시골의삶에맞는‘경제권’이필요하다며시골의청년과여성의삶을구체적으로드러내기도한다.군수의말한마디에좌우되거나지역의삶을고민하지않는민주주의가실종된지역행정의현실도마주한다.불합리한이장제도와풀뿌리민주주의의실현과는거리가먼군의원의역할도드러낸다.저자가지역언론의기자로취재하며썼던이이야기들은시골바깥이아니라그안에서더나은삶을살아내기위한분투속에서길어올린것이다.이러니시골에사람이없지!:더촘촘한민주주의를외치다낭만을걷어내고저자가직시하는이상하고수상한시골의얼굴은결국왜지금의시골이계속해서비워지고있는지를오롯이드러낸다.지금의시골은도시와자본주의를떠받치는구조적불평등에놓인장소인동시에민주주의가작동하지않는장소다.이책은불평등한구조와제도를바라보게만드는동시에,지금의시골은대안이될수없다는뼈아픈통찰을요구한다.지금시골에살고있는사람들의구체적인삶에관심을두지않기때문이다.이대로라면사람들은계속시골을떠나도시를향할것이다.그러나살기위해시골에온저자는시골에서더촘촘한민주주의를상상하자고제안한다.시골에산다면‘다아는이야기’라거나‘철없는소리’라고취급당하는문제를그는정색하고낯설게지적한다.시골에서도배제되는존재는없어야하며,그것을지향하는것이민주주의이며,그렇게하고자반성하는마음들이모이는것이민주주의정치라고말이다.여전히문제인것은문제라고소리높이고,바꾸어야하는것은바꾸어야한다고끈덕지게요구한다.저자는삶을굴러가게하는“지극히기본적이고일상적인문제를하나하나정치적의제로올려놓”고“각종악습과구조적모순을정면으로들이받는다”(이라영).판매를위한농업만이아닌땅과함께살아가는농업을고민하고,농민에게대출을알선하고이자를지원할것이아니라먹거리와땅을지키는노동에대한가치를수당으로지급하는것은어떠한가.대중교통과재생에너지를공공적으로운영해선순환구조를만드는사례가더많아진다면시골에서의삶은어떻게바뀔까.지금지역에서살아가고있는청년,여성,아이의다양한욕구와욕망에귀기울이고,순환과연결이이어지는탈성장과탈자본의출발이시골이될수있다면어떨까.상품생산만이아니라지역에기여하는노동을수행할수있는공간이시골이라면어떨까.외부자본을끌어오는축제,외부자본을끌어오는개발과관광산업이아니라대안을향하는실천자체가자원이자관광산업이되는마을의모습은어떤가.지나치게비대한군수나이장의권한과권력을견제하는주민자치회를통한자치권의행사가제대로이루어진다면어떨까?이책은결국“다른존재들과연결되어있는감각을잃지않은사람,좋은삶을상상하는사람이자신의삶으로무엇을할수있는지보여주는”(한디디)책이자,“치유의장소도낙오자들의도피처도아닌시민들이살아가는삶의장소로서의지역에대한정치적말하기”(이라영)이다.저자의말하는대안,그러니까“괜찮은삶을더불어누리기위해노력하는사람들이만드는가능성”을포기하지않은시민,더나은정치,더좋은삶과노동을상상하기를멈추지않겠다다짐한독자들에게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