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나와 우는 우는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17.50
Description
장애를 가진 연인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졌던 시간과 삶에 새겨진 요철
끝 모르고 이어지는, 자책과 화해로 이루어진 끝말잇기와 돌림노래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활동했고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번역한 하은빈 작가의 첫 책이자, 장애를 가진 연인과 함께하다 헤어진 후 장애 담론의 언저리를 서성이게 된 개인적 경험이 담긴 책이다. 또한 장애를 가진 몸, 복잡다단하고 맥락이 뒤엉킨 곤란을 겪는 몸과 함께하는 삶으로 독자를 데려가고, 우리가 아직 가닿지 못한 새로운 돌봄과 삶이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은빈’과 ‘우’는 대학 시절 만난 평범한 연인이다. 하지만 우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이고, 은빈이 비장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세상으로부터 왜곡되고 의심받고 오독되며 방해받는다. 은빈은 전동휠체어를 탄 애인과 함께 갈 수 없는 계단들을 마주하고, ‘배리어프리’한 학교 기숙사에서 우의 가족들과 동거를 시작하고, 우의 근육병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세브란스병원을 오가고, 함께 일본을 여행하다 전동휠체어가 방전돼 곤경에 빠지고,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함께 ‘호캉스’를 즐기고, 근육병을 가진 다른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가족과 연락을 끊고, 공연예술을 업으로 삼고, 장애인-비장애인 커플로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빈은 오 년간의 긴 연애를 끝내고 우와 헤어진다.
우와의 긴 연애를 끝내고 은빈은 오랜 시간 동안 헤어짐을 돌아보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자신이 정말 우와 있으며 힘들었던 것인지,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 사랑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떤 모양으로 구부러졌고 어떻게 상했으며 어디서 끝났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되짚는다. “후회야말로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엉킨 실타래 같은 이별의 맥락을 고민하고, 무엇이 이 사랑을 끝장나게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본다.
저자

하은빈

저자:하은빈
목포에서태어나고자랐다.글을쓰고공연을한다.일라이클레어의《눈부시게불완전한》을우리말로옮겼다.불구의몸,상한마음,잘못한사람에관심이있다.가까운이들의어수선한사랑과돌연한용기에기대어여기까지왔다.

목차

프롤로그:괄호도말줄임표도없이
1장정말인순간들
*우는나와우는우는
2장몸이라는이름의집
*종말의연인
3장그근본적인불능에관하여
*동이를부탁해
4장가을겨울봄여름
*제자리,제자리
5장연인들은바닥없는호수에서헤엄친다
*잠수부애인
*포옹
6장그이야기의배반자가될줄모르고
*고쳐쓴일기
7장끝말잇기
*우에게
에필로그:우의삶과나의삶은

출판사 서평

“우와함께하는삶은분명어려운데가있었다.
이문장을쓰기까지십년이걸렸다.”

수많은제약을가진몸과함께하기위해분투했던시간과공간,
계속살아가기위해체득해야했던체념과자조와농담의기술

“내가계속우의곁에있었던것은내가유별히착하거나우가극진히잘해주거나우리의다른무엇이특별해서가아니라우와있는것이웃겼기때문”이라고저자은빈은회상한다.대학교연극동아리에서시작된두사람의첫만남은여느연인들과마찬가지로귀엽고풋풋했다.하지만우와함께하며은빈은장애를가진몸과살아간다는것은끊임없이시간과공간의제약을받으며분투해야하는일이라는사실을깨닫는다.전동휠체어를타고들어갈수있는장소가드물어데이트는커녕밥도마음대로먹지못했고,집밖에서는화장실도제대로갈수가없었다.자립생활을할수있는집이없어졸업을유예하며학교기숙사에서우의가족들과함께살아야했다.좋은대학을다녔지만교환학생이나해외여행을가는일은요원했고,공기업에합격하고도연수를받으러고속버스에타지못했다.비장애인에게는평범하고손쉬운일도장애인에게는매번싸우고애쓰고타협하고포기해야하는일이었다.은빈이우와함께하며겪은일화들은장애를가진몸이일상속에서불쑥마주하는차별과배제를,구체적인미래를예상하거나계획할수없는임시방편의삶을현실적으로보여준다.또한저자는연인이받은치료와수술이끼친부작용을지켜보며장애를가진몸의건강과기능을위한다는명목아래가해지는의료와치료의한계점도짚는다.

“포기는우리가불가해한일상을살아가는가장유용한방식이었고,체념은우리가살아남기위해가장먼저익혀야했던기술이었다”고은빈은돌이킨다.하지만우를사랑하게된이유가바로거기에있었다.우는척박한일상을살아내기위해나쁜일을빠르게잊어버리는법을익혔으며,모든것에서농담을발명해냈다.은빈은바로그런우의모습이늘자신을살려냈으며,그삶의기술을무척이나배우고싶었다고회상한다.

나자신으로살기위해가장소중한것을버려야했다면,
정확히어디서부터돌이키고후회해야하는것일까?

하지만주변의친구들이점차안정적인생활을꾸려갈수록,우와함께하는미래가불투명해질수록은빈은무력과비관을느낀다.주변의근육병을가진친구와지인이사고로의식불명에빠지거나죽는일들을마주하며두려움을느끼기도한다.은빈은우가자립생활을할수있는한칸의공간을,삶의다른가능성을상상하거나도모할수있는약간의시간을바랐지만당시에는그무엇도이루어질것같지않았다.막대한시간과노력을필요로하는공연예술인으로서살기를바라게되면서,우와함께출연한다큐멘터리가그들이원치않았던방식으로재현되면서둘의관계는삐걱거린다.그리고은빈은어느날돌연갑작스러운이별을택한다.

장애를가진연인과살아가는일은분명어려운일이었고헌신을요구했다.또한주변인들이점점더미래로나아가는동안우와은빈은이동이나배변,거주와생존등의기본적인문제를두고차별적인세상과불투명한미래앞에서씨름해야만했다.그러나은빈은여전히우와함께한시간이자신이가져본것중가장좋은것이며,우가지닌연약하고우스운면모를가장사랑했다고느낀다.그리고자신이우를떠나기위해자기의본질적이고소중한무언가를내다버렸다고믿는다.이모순속을오가며,은빈은왜그런일이벌어졌고어떻게하면그러지않을수있었을지오랫동안고민하며방황한다.

누군가를남겨두고떠난후영원히뒤를돌아보며
삶을‘삶’이라고규정했던울타리들을철회하고확장하기까지
‘불완전한’몸과함께살아가는새로운가능성을상상하다

은빈은우와함께했던긴시간을되짚으며,“실패할기회가좀더있었더라면좋았겠다”고회상한다.“고통보다즐거움을,당위보다사랑을환기할수있었다면좋았겠다”고말한다.긴시간이지나고돌아보니과거의자신이우와함께하기위해바랐던것들이허황되거나불가능한일도아니었으며,우의몸과생활이어떤환경과지대에도착했더라도그삶은온전한삶이었을것이라는사실을깨닫는다.정확히자책하고싶어서,자신과화해하고싶어서,이사랑의끝을이해하고살아가기위해서글을쓰기시작했다.이이야기는가장평범하고순진무구한사랑과장애를둘러싼차별적인현실사이를오가며미래를상상해보려애썼던연애담이자,누군가를남겨두고떠나며영원히뒤를돌아보고마는오르페우스의실패담이다.

장애를바라보는사회와의료체계의치유와회복이데올로기를다룬,일라이클레어의《눈부시게불완전한》을번역하기도한저자하은빈은우와함께한시간과경험으로장애를둘러싼담론의언저리를줄곧서성이고있다.사랑이과거의자신을세상의저변으로떠다밀었다고말하면서도,바로그사랑이자신을살려주었다고저자는고백한다.이책은개인적인경험이담긴에세이의형식을띠고있지만,장애와질병을포함해빈곤이나퀴어등소수자성을지닌몸과관계맺고살아가기위한이야기로읽히기도한다.‘불완전한’몸으로곤란없이살아가고관계맺기에는여전히필연적실패가산재해있는세상에서,이이야기는우리를가보지못한돌봄과포용이있는가능성의세계로데려가고새로운미래를상상할수있게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