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남성성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폭주하는 남성성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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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의 남성 시민을 길러내는 데 ‘실패’했는가?

흉기 난동,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딥페이크, 남초 커뮤와 페미 사냥, 서부지법 폭동
일상 한구석에서부터 정치로까지 번진 해로운 남성성들을 파헤치다
2025년 6월 3일, 비상계엄으로 막을 내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며 치러진 21대 대선에서는 한 가지 특이점이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에 책임이 있는 보수 진영 후보(이준석·김문수)에 투표한 20대 남성이 74.1퍼센트, 30대 남성이 60.3퍼센트에 달한 것이다. 이는 70대 이상 유권자(65.5퍼센트)를 제외하면 전 세대를 통틀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20~30대는 성별에 따라 투표 성향에 커다란 격차를 보이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는 근 몇 년간 꾸준히 드러났던 현상의 극적인 지표이자 결과일 뿐,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살인 예고’와 흉기 난동 사건,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같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딥페이크를 비롯한 디지털 성폭력, ‘벗방’이라는 새로운 성 시장의 부흥과 여성들의 가십을 팔아 이익을 얻는 사이버레커의 등장, ‘집게 손’과 숏컷으로 페미니스트를 ‘사냥’하는 남초 커뮤니티와 안티페미니즘 정치인 윤석열과 이준석의 득세, 서부지법 폭동과 ‘윤버지’라는 구호로 드러난 청년 남성의 극우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과하며 우리는 어렴풋이 느껴왔다. ‘지금 한국 남성들의 움직임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떠한 선을 넘었다고. 하지만 이 ‘심상치 않음’을 어떻게 구체화해 읽어내면 좋을까? 지금 한국의 남성들 사이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폭주하는 남성성》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며, 단독적이고 단절된 것으로 해석되던 위 사건들을 하나의 렌즈로 엮어 볼 것을 제안한다. 즉, 일상의 젠더기반폭력을 둘러싼 역동, 온라인 커뮤니티와 제도 정치에서 일어나는 남성 집단의 결속, 배제, 착취의 역학을 ‘폭주하는 남성성’이란 이름으로 분석한다. 유해한(toxic) 남성성이 야기하던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이 임계점을 넘어 폭주하는 것으로서 지금의 현상들을 읽어보자는 것이다. 이 해석 틀을 찾아내고 책을 기획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오늘날 여성혐오는 왜 점점 더 공격적인 형태로 분출되고 있는가? 안티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성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들어져왔는가? 일상과 온라인, 제도 정치라는 각각의 영역은 젠더폭력과 여성혐오 사건을 두고 어떻게 긴밀하게 연계되어 작동하고 있는가? 적대적인 남성성의 폭주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연구자와 활동가로 이루어진 여덟 명의 저자들은 유해한 남성성의 폭주를 보여주는 여덟 개의 현상을 꼽아 그것을 야기한 ‘남성성’이라는 지반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유의할 것은 남성성이 남성이라는 성별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방기해온 구조적 성차별의 원인이자 결과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를 분석함으로써 이 책은 악마화된 남성 개인이 아닌 남성성, 더 나아가 젠더라는 구조를 겨누고자 한다. 또 저자들이 분석하는 현상과 남성성들은 모두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데, 이를 읽어나가며 독자들은 그 복수의 남성성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과 혐오의 지도를 제공받고, 그 속에서 이 혐오의 시대를 건너갈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권김현영,김효정,유호정,이리예,이우창,이한,추지현,황유나

기획:한국성폭력상담소
1991년설립이후부터한국사회의이분법적성별권력관계구조,여성의몸과성을규범화하는통념,차별과혐오를확대하는사회문화에맞서평등하게관계맺고나다운모습으로사는세상을만들기위해노력해왔다.성폭력피해생존자상담및지원,성폭력을조장하는사회문화개선,여성인권보장을위한법제/개정운동등의활동을한다.《섹슈얼리티강의,두번째》,《우리들의삶은동사다》등다수의책을썼다.

저자: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소장.이화여자대학교,성공회대학교와여성현실연구소에서여성학을가르친다.달리기,텃밭,고양이집사노릇을모두협동을통해함께하는일상을산다.여성과정치,민주주의라는세단어의연결에대해고민하고있다.《여자들의사회》,《늘그랬듯이길을찾아낼것이다》등다수의책을썼다.

저자: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석사학위를,미국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취득했다.젠더사회학,가족사회학,젠더폭력,여성정책등에관심이있다.친밀한관계내폭력,교제폭력,여성폭력에관한다수의연구를진행했다.

저자: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활동가.깊게고민하며새로운언어를찾아나가는반성폭력운동현장에서많은것을배우고있다.최근에는기술매개성폭력,‘해로운’남성성에관심을갖고있다.

저자:이리예
페미니스트연구웹진Fwd필진.디지털환경을경유하는놀이·창작문화가젠더질서와어떤관계를만들어나가는지,테크놀로지는그영역에어떻게개입하고있는지에관심이있다.

저자:이우창
한국방송통신대학교문화교양학과조교수.18세기영국지성사,특히젠더담론의역사를연구하며,현대한국의정치적·도덕적담론의탐구에도관심을가지고있다.2010년대한국의온라인젠더전쟁에대한짧은책을쓰고있으며,제프리윅스의《성의역사란무엇인가?WhatisSexualHistory?》를함께옮기고있다.

저자: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활동가.좋은친구들덕분에운좋게페미니즘을만나2017년부터남성페미니스트로서활동하고있다.성교육과젠더폭력예방교육,성평등교육을한다.《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을썼고,《포괄적성교육》등다수의책을함께썼다.

저자:추지현
서울대학교사회학과부교수.젠더관점으로다양한형사정책의변화를분석하고,관련한여성들의생애이야기를채록하는작업을해오고있다.《페미니스트,경찰을만나다》,《군대에대해말하지않는것들》등다수의책을함께썼다.

저자:황유나
서울대학교인류학과박사과정.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에서활동했고,지금은불법과합법을넘나드는성시장/성경제전반에관심을두고있다.《남자들의방》을썼고,《불처벌》을함께기획하고썼다.

목차


들어가는글_7

1장폭력의연속선과남성성‘들’(추지현)_21
2장가장일상적인폭력,친밀한관계내여성폭력(김효정)_53
3장어떤남자들과딥페이크성폭력(이한)_79
4장사이버레커와여성폭력사건들(유호정)_113
5장‘벗방’시장의탄생(황유나)_143
6장안티페미니즘전략의형성에서음모론적남성성의등장까지(이우창)_173
7장짤의시대,안티페미니즘으로공모하는루저남성정서와정치언어(이리예)_203
8장윤석열은어떻게극우청년들의우상이되었나(권김현영)_243

주_276

출판사 서평

흉기난동부터서부지법폭동까지
생생한동시대성으로살펴보는유해한남성성들

이책의가장큰장점은지금우리가살아가고있는일상한가운데서논의를펼친다는것이다.여덟편의글중우리의생활과밀접하지않은주제가없다.온라인과오프라인을넘나드는저자들의냉철한분석과뚜렷한문제제기는다양한폭력과가해의주축이되는남성성을입체적으로이해하는데도움을준다.

1장은이른바‘묻지마범죄’라고불리는흉기난동사건에대해다룬다.젠더관점에서범죄를연구하는사회학자추지현은남성성연구를개괄하며여성만을대상으로한범죄가아닌불특정다수를향한흉기난동사건이어떻게남성성과관련되어있는지를밝힌다.이과정에서그가소개하는‘폭력의연속선’이라는관점은여성을향한범죄와불특정다수를향한범죄의연결성뿐아니라명백한‘여성폭력’과성별을둘러싼‘일상적인’실천들이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를확인하게해준다.더나아가이이론적자원을통해이장은이책의다음장들이다루는사건들이연계되어있음을보여주는청사진역할을한다.

2장에서는애인이나아내를대상으로폭력을가하는친밀한관계내여성폭력사건을다룬다.이에대한제도적대응의전문가로손꼽히는정책연구자김효정은친밀한관계내여성폭력의현황과심각성,피해의특성과이에얽힌사회적편견을차례로설명한다.또이폭력을다루는언론과법제의문제를지적하며,그근본적인원인과구체적인보완방안까지제시하고있다.

3장에서는딥페이크를이용한디지털성폭력과남성또래문화사이의관계를짚는다.‘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활동가이자남성청소년대상성교육활동가인이한은교육현장에서보고들은생생한경험을토대로,단순히지인을이용해‘음란물’을만들고보는것만이문제가아닌,그것을용인케하는구조적인식을꼬집는다.

4장의주제는사람들,특히여성들을콘텐츠소재로삼아돈을버는사이버레커다.한국성폭력상담소활동가유호정은사이버레커가자생할수있게된주목경제라는토대를분석하며‘정의구현’을빌미로성범죄자들의신상을폭로하는사이버레커의모순을꼬집는다.또피해자를위해성폭력가해자에게엄벌을내려야한다는우리사회의엄벌주의가사실상성폭력의구조적본질과피해자의목소리를지우고있음을지적한다.

5장은성시장의새로운상품이자합법화된디지털성폭력으로서의‘벗방’을분석한다.‘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에서활동했던인류학연구자황유나는‘몰카’나‘리벤지포르노’같은비동의촬영물을중심으로‘폭주’하던한국의불법적디지털성폭력이어떻게벗방이라는‘합법적’거래로전환되었는지밝힌다.이를수행하는핵심적인행위자인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의전략과벗방시청자의욕망을분석하며,불법과합법의이분법을넘어우리가정확히무엇에문제를제기해야하는지짚는다.
6장에서는에펨코리아와디시인사이드등남초온라인커뮤니티를중심으로벌어진‘집게손’논란과‘페미사냥’사건들을돌아보며그들의안티페미니즘운동과그전략을실증한다.젠더담론의역사를탐구하는지성사연구자이우창은커뮤니티에작성된글을촘촘히분석함으로써온라인커뮤니티에‘안티페미니즘부족’이만들어지는과정을자세히논하며,어떻게피해의식과음모론적세계관을가진남성성이등장하게되었는지를살핀다.
7장은제도권정치가청년남성들의지지를얻는데어떻게여성혐오와‘짤’이라는형식을이용했는지논의한다.‘페미니스트연구웹진Fwd’에서글을쓰는여성학연구자이리예는한국온라인문화초기부터자리잡은‘짤방’문화가어떻게공감의정서를촉구하는매개체가되어왔는지,그를통해어떻게남성들의‘루저감성’과‘된장녀,김치녀’로대표되는여성혐오정서가재생산돼왔는지밝힌다.또20대대통령후보시절윤석열과당시국민의힘당대표이준석의전략을분석하며제도정치가여성혐오와짤을이용해만들어낸혐오정치의문제점을지적한다.
8장은윤석열의12.3계엄이후급속도로극우화된청년남성을진단한다.여성,정치,민주주의의연결을고민하는여성학자권김현영은우파에대한개념적분류와함께한국우파의특수성과계보를추적하고,지금청년들을중심으로새롭게만들어지고있는극우화의경로를분석한다.이를통해현재의극우가여성및소수자에대한혐오와차별,배제와폭력의논리를바탕으로하고있음을논증하고,이들에대한사회적논의를시작할방향성을제시한다.

같고다른남성성들의지형도를그리다

이책은또한서로다른남성성들의연계를담고자시도한다.이책의여덟장에서그리고있는남성성은서로닮았지만조금씩다른모양을하고있다.가령자신의‘찌질함’을전시하고희화화하는남성성과자신을무시했다는이유로여성을폭행하는남성성,‘힘이약한’여성을보호하려는남성성은달라보인다.그럼에도이책을쭉읽어내려가다보면우리는다양한남성성들이긴밀하게연계되어작동하고있음을알수있다.1장에서는‘폭력의연속선’이라는개념을통해남성들이행하는다양한형태의폭력을어떻게연속된것으로볼수있는지를설명하며,이책이다루는현상들이연결되어있음을알린다.또한온라인에만연한‘루저감성’과피해의식(6?7장)이어떻게‘살인예고’와‘칼부림’을부추기는지(1장),흉기난동사건을추동하는동기로서의‘주변화된남성성’이친밀한관계내폭력가해자의동기와얼마나유사한지(2장),딥페이크성범죄(3장)와사이버레커(4장),벗방(5장)은어떤남성문화와여성혐오적구조를공유하는지,온라인남초커뮤니티의음모론적남성성(6장)은어떻게제도정치로흡수되는지(7장),그것은또어떻게현실의세력화와폭력으로이어지는지(8장)를보여준다.

이에더해각장의마지막에는그장의주제를다루는또다른책이나영화등을소개한‘더찾아볼자료’를수록했다.해당주제에대해더깊이알고싶은독자들에게이정표를제시하기위해서다.독자들은이책을그자체로‘남성성논의의지도’처럼활용할수있을것이다.이책이독자들로하여금한국남성성의다양한세부주제를접하고,그중더파고들어알고싶은주제들로나아가는데도움이되기를희망한다.

새로운남성성을기다리며

《폭주하는남성성》은새로운시대를열기위해준비하고있는현재를위한책이다.그동안우리주변에서쉬지않고벌어진폭력과차별,혐오에마침표를찍을때가왔음을고하는책이기도하다.불과한두해전혹은고작몇달전에발생해우리의뇌리에강렬하게남아있는사례들을다루고있는이책은우리가어떠한남성성을끝내고어떠한남성성을새로찾아야하는지의실마리를제공한다.윤석열의탄핵이인용되고새로운정부가출범한지금,이준석이얼마나혐오를조장하는정치인인지대선을통해만천하에각인된지금,이두정치인과남성성을가장확실하게다루고분석하고있는이책은더욱중요한의미를지닌다.《폭주하는남성성》을바로지금읽어야만하는이유다.

추천사

“폭주하는남성성의시대는끝났다.”
12.3내란이후광장에등장한외침은지금,여기정치적권력의성격을날카롭게겨누는페미니스트선언이었다.윤석열은2022년대통령선거에서‘이대남’들의피해의식을자극하며‘석열이형’이미지를팔아표를결집했다.주요전략은청년여성과페미니즘공격.이캠페인의설계자는한국형대안우파의대표주자이준석이었다.여성을도구화하고짓밟음으로써구성되는‘폭주하는남성성’에대한비판이탄핵광장에등장한이유다.
이후치러진조기대선에서20~30대남성의다수는김문수와이준석에게표를던졌다.무슨일이벌어진것일까?우리는이문제를이번대선에만국한하여볼것이아니라더깊고넓은,역사적이고구조적인관점에서접근해야한다.그래서이책의출간이반갑다.이책의저자들은웹하드카르텔,n번방,사이버레커의사이버불링,딥페이크등을비롯해이번대선까지이어진,더이상외면할수없는성별화된폭력의구조를집요하게추적한다.
여성혐오와성폭력이어떤메커니즘을경유해돈이되고표가되는지,이구조가어떻게유구한여성혐오문화에뿌리내린채청년남성들과뜨거운화학작용을일으키는지,거기서미디어는어떤역할을하는지등을이해하고자하는모든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
-손희정(문화비평가·경희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학술연구교수)

‘구조적성차별은없으니남자를잠재적가해자로취급말라’는주장을한국사회는단칼에끊지못했다.성폭력의사회적이유를외면한공동체의민낯을,이책은여덟저자의시선으로묵직하게드러낸다.단어하나로페미니스트를식별하는마녀사냥꾼과손가락을‘남성혐오’와연결하는음모론자를마주할때필요한논리와통계를명쾌히제시한다.20~30대여성들이비상계엄에항의하며어렵게연공론장의틈을무엇으로채워야사회가진보하는지를이책은생생하게풀어낸다.‘젠더갈등’의덫을넘어불편한진실을정면으로마주하려는이들에게강력히권한다.
-오찬호(사회학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