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어린이들 (순수하지만도 영악하지만도 않은, 오늘을 사는 어린이에게 말 걸기)

불순한 어린이들 (순수하지만도 영악하지만도 않은, 오늘을 사는 어린이에게 말 걸기)

$17.00
Description
“시민이자 사회 구성원인 어린이를 더 알고 싶었다.
어른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린이를 인정하는 용기다.
규정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다채로운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용기.”
마냥 순수하고 무해하고 다정한 어린이도,
무지막지한 ‘금쪽이’나 ‘잼민이’도 아닌
어른이 정해둔 이분법 바깥의 다채로운 어린이 이야기

2013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를 만나온 오유신 작가가 쓴, 어린이에 대한 이분법을 넘어 오늘을 사는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기록.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이였는데도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여전히 편협하다. 어린이는 순진무구하고 밝으며 무해한 존재로 비춰지기도 하고, 우리 사회를 이어받을 ‘미래의 희망’으로 불리기도 한다. 반면 ‘노키즈존’을 만들 정도로 성가시고 부족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며, 유튜브와 스마트폰에 중독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추상적인 상상을 벗어나 오롯이 존재한다.
귀여운 어린이. 다정하고 순수한 어린이. 못되고 이기적인 어린이. 마라탕과 탕후루를 좋아하는 어린이. 아이돌 포토카드를 모으는 어린이. ‘찐따’ 어린이. 어딘가 좀 이상한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어린이. ‘금쪽이’ 어린이. 세월호 참사를 배우는 어린이. 건물주가 꿈인 어린이. ‘학군지 키드’ 어린이. 선생님을 믿지 않는 어린이. 일베 용어를 쓰는 어린이. 학교폭력 가해자인 어린이…. 어린이 앞에 붙는 어떤 수식어는 익숙하지만, 어떤 수식어는 낯설다. 가족 구성원 중에 어린이가 있지 않은 한 우리는 어린이를 잘 모른다. 그래서 뉴스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어린이를 보며 순수하고 무해한 어린이 혹은 나쁘고 못된 ‘금쪽이’를 막연히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의 어린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이분법을 벗어나 입체적이고 주체적으로 존재한다. 만일 어린이가 천사나 악마처럼 보인다면 그 속에는 분명 복잡한 맥락이 있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며, 어린이들이 모인 교실은 ‘작은 사회’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사회이다. 어린이들의 세계에는 비-어린이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욕망과 법칙과 힘의 역학과 관계가 존재한다. 어린이들은 각자의 취향과 욕망을 가진, 자신들의 사회를 꾸리고 또 사회의 영향을 받는, 어쩌면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개별적인, 생생히 살아 있는 존재다. 이 책 속에 담긴 것은 저자가 학교에서 그런 어린이와 연루되고 휘말리며 ‘진짜로’ 관계 맺은 이야기들이다.
저자

오유신

저자:오유신
2013년부터초등학교교사로어린이를만났다.어린이에게말걸고말들으며어린이를조금씩배웠다.교실밖의삶까지가져오는어린이들덕에고민을자주한다.평범한사람들의소중한이야기를담아《사이렌과비상구》를썼다.

목차


프롤로그불순한어린이들의이야기를시작하며

1장교실문을열면다른세계가있었다
아침교실,기다리는마음
어린이의하루는쌓인다
귀엽다는말참기
체육하는몸과마음
좋아서하는일
모르는채두기
어린이스펙트럼
무서운게딱좋아
정치하는어린이들
욕쪽지
어린이라는세계지도

2장불순한어린이들
이상한어린이들에게시선이향하는이유
나쁜것을욕망하기
쌉가능,억까,힘숨찐,에바
머글과덕질사이
표현하는어린이들
학생선수는매일배운다
그래서같이달렸다
어린이와혐오표현
'금쪽이'를위한변론
선생님몇단지살아요?
건물주가꿈이에요
가해자들
다른세계를상상하기

3장어린이와연루되기
연루된몸들
아이와어린이
서로에게스며들기
유머의기술
돌봄에대하여
문어의꿈
학군지키드의세계관
스승의날들
상실과애도
다른몸을상상하기
세월호참사를가르치는일
어린이들이미래의주인공
과거는갔고미래는몰라

에필로그어둠의어린이들을변호하며
어린이와부대끼며살아가는어른들에게드리는짧은당부

출판사 서평

이상하고괴상하고불편하고예측불가능한
아는만큼보이는것이아니라보이는만큼알게된
스스로판단하고욕망하고행동하는‘불순한’어린이들

학교는학생과교사,상식과예외,규정과규범,공적인역할과개인적인관계의경계가나뉘어있다가도어느순간허물어지는곳이다.그렇기에서류에기재되는단어들로는설명되지않는어린이들이학교안에선명히존재한다.저자는학생과교사라는역할사이에그어진선을넘나들고,교육과존중사이에서무수한맥락을짚으며구체적이고주체적인어린이들을바라본다.
저자는어린이시절빈곤과방임을경험했다.그렇기에어른이되고교사가된후에도‘이상하고’‘불편하다’고여겨지는어린이들에게더눈길이갔다.어린이를이상적으로묘사하거나낙관적으로예찬하는일을경계했고,어른들이나또래로부터소외되는어린이의마음을유심히들여다봤다.그렇게어린이들과‘조금다른’관계를맺을수있었다.
학기가끝날때까지결국이해하지못하고헤어지는어린이가있는가하면,이유없는무한한애정을주는어린이도있다.적나라한표현으로선생님을욕하는쪽지를몰래주고받는어린이들이있는가하면,어른이할수없는방식으로현명하게연대하고서로를돌보는어린이들도있다.남들과다르다는시선에아랑곳하지않고축구를좋아하는여자어린이와걸그룹춤을추는남자어린이가있다.‘찐따’나‘금쪽이’로불리며세상으로부터소외되는어린이가있다.저자가응시한어린이들은몇개의단어로규정하기어려운,그렇기에오히려길게이어지는스펙트럼같은존재였다.수많은어린이들을만나며‘아는만큼보이는것’이아니라‘보이는만큼알게되는것’이라고생각하게됐다.
저자가어린이들과맺은관계는다정하고안온한관계가아니라,안도할수없는관계였다.어린이들은무조건어른들의말을잘듣거나반항하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의기준과생각에따라판단하고욕망하고행동했다.저자는‘순수함’이나‘어린이다움’으로는이해할수없는,귀여워하거나흐뭇해하는시선으로는드러낼수없는어린이들을‘불순한어린이’라고규정하고글을썼다.‘불순물’이라는뜻이아니라,순조롭지않은삶의단면들을드러내고싶어서다.또한독자에게도그‘불순함’을함께들여다보기를요청한다.

학교폭력가해자어린이를어떻게바라볼것인가?
어린이들에게세월호참사를어떻게이야기할것인가?
무균실이아닌,사회속어린이를바라보고관계맺는법

우리가쉽게이해하거나납득하기어려운어린이들도분명존재한다.학교폭력가해자인어린이가있다.일베용어를사용하는어린이가있다.‘건물주’와‘돈많은백수’가꿈이라고외치는어린이가있다.세월호참사를배우며그의미를잘이해하지못하는어린이가있다.어떤어른들은그런어린이들을손가락질하며‘요즘애들’의세태를걱정한다.
하지만어떤가해자어린이는자신의가해를제대로이해하지못한다.일베용어를쓰는어린이를들여다보면반사회적인표현에이끌리는어린이들을매혹시킨,‘놀이’로변질된지금의온라인혐오문화가있다.건물주라는장래희망의맥락속에는오랫동안노동의가치를중요시하지않아왔던우리사회가있다.세월호참사를글로배우며심각성을체감하지못하는어린이에게사회는도덕적이며국가는우리의안전을보장할것이라며‘가만히있어도된다’고거짓말을하는세상이있다.
우리와함께이세상을살아가고있는어린이들은사회의어둠이나병폐와무관한무균실속의존재가아니다.어린이들은흔히‘꿈나무’나‘미래’로불리지만,그들이자라나기위해뿌리를박고있는시공간이‘지금여기’라는사실을우리는자주잊는다.저자는자신이목격한어린이들의어두운면을생생히보여주면서도,그이유와맥락이어른들이만들고유지해온사회와연결되어있다는점을짚는의무를잊지않는다.나아가어른들이어린이를위해어떻게행동하고변화하며함께살아가야하는지를이야기한다.
이책은지금까지사회가어린이를규정하는편협한이분법적도식을넘어,이토록다양하고다채로운입체적인어린이들을똑바로바라볼수있도록해줄것이다.또한우리가시민이자사회구성원인어린이를미래로밀어내는것이아니라,오늘을함께살아가는동료로서관계맺을수있도록만들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