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가장 조용한 참사, 교제폭력을 말하다)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가장 조용한 참사, 교제폭력을 말하다)

$17.00
Description
한국 사회의 교제폭력 문제를 종합하는 가장 첫 번째 책!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팀이 만난
교제폭력 피해자 유가족, 생존자, 조력자, 전문가의 이야기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드디어 법정 앞 포토라인에 섰다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25년 5월 12일 오전 10시경, 동탄 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물 앞 바닥에서 피를 흘린 채 사망한 여성이 발견되었다. 두 손은 뒤로 결박되어 있었고, 머리에는 검은 복면이 씌워져 있었다. 흉기에 최소 10여 차례 찔린 흔적을 남긴 이 피해자는, 사망 전 전 남자친구를 9번이나 경찰에 신고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동탄 납치 살인 사건’은 사건 16일 이후 화성동탄경찰서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사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친밀한 관계’인 남성 파트너(전남편 및 전 남자친구 포함)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위협에 처하는 여성이 하루에 한 명꼴이기 때문이다(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기준으로 발표한 2024년 통계). 피해자의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를 포함하면 650명으로, 13시간 30분에 한 명꼴이다. 지난해 이런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된 여성만 세면 181명. 제주항공 참사(179명)보다 크고, 대구 지하철 참사(186명)보다 작은 규모다.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은 이런 참혹하면서도 일상적인 죽음들을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기획기사로 보도한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팀의 책이다. 한국 사회의 교제폭력 문제를 종합한 최초의 책으로 피해자의 유가족, 조력자 및 전문가, 피해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을 담았다. 이 책은 묻는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거나 죽을 위협에 처하는 여성살해 현상이 과연 개인적인 불행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가. 이것이 사회적 참사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의 표지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5840일 동안 남성 파트너로부터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한 4423명의 여성을 원으로 표시했다.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개념이 부재한 가운데 그동안 희생된 여성 한 명 한 명을 우리 사회가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저자

경향신문여성서사아카이브플랫

저자:경향신문여성서사아카이브플랫
‘기울어진운동장이평평해질때까지여성들의목소리를주변이아닌중심에둔다’는기치아래여성들이살아가는다양한이야기를전한다.교제폭력문제를다룬‘더이상한명도잃을수없다’기획기사로민주언론시민연합‘이달의좋은보도상’을수상했다.

기획:임아영
경향신문에서기자로일하고있다.성평등과노동에관심이많다.젠더와계급이교차하는자리를잘기록하는것이요즘목표다.취재하며마음이움직이는순간을포착하는걸좋아한다.그순간들을잘모아사람들의마음을움직이는기사를쓰고싶다.

기획:김정화
경향신문에서기자로일하고있다.여성과어린이,청소년이야기에관심이많다.말과글을통해내가몰랐던타인의세상을한뼘더들여다보는일이좋다.사건사고의홍수속에서비관하고절망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인간에대한희망을놓지않는글을쓰고싶다.

기획:이아름
경향신문에서기자로일하고있다.그리는일,만드는일만큼알리는일에관심이많다.

목차

들어가는글:더이상한명도잃을수없다

1장좋아하는사람을어떻게때려요,어떻게죽일수가있어요
-두딸을잃은아버지의절규|만난사람:당진자매살인사건나종기아버지
-친밀한관계를악용하는남자들|만난사람:유튜버쯔양사건김태연변호사

2장사건종결내역:연인사이의흔한싸움
-열한번이나신고했는데목숨을잃었다|만난사람:거제교제살인사건손은진어머니
-<짚어보기>교제폭력피해의실태와현황

3장너무많이죽는데위기감이없어요
-또다른가해자,사법기관|만난사람:바리캉폭행감금사건이제활동가
-문제를해결하는국가가되기위해|만난사람:한국여성정책연구원김효정부연구위원,한국여성의전화최선혜사무처장
-<짚어보기>교제폭력처벌법제화어디까지왔나

4장과거엔피해자,지금은생존자,미래엔조력자되고싶어요
-‘피해’를딛고살아가기|만난사람:교제폭력사건김지영생존자
-서로의연대자가되는일|만난사람:한국성폭력상담소박아름활동가
-<짚어보기>한발나아간법제를구축한해외사례들

나오는글

출판사 서평

단한번만방치해도죽음에이를수있는친밀한관계내폭력
1장‘좋아하는사람을어떻게때려요,어떻게죽일수가있어요’에는‘당진자매살인사건’의유가족인아버지의절규가담겼다.자매중동생의남자친구가동생을목졸라살해하고,곧이어같은아파트에사는언니까지살해한사건이다.이혼한동생이알코올의존증으로재활시설에들어가면서만난남자가가해자다.자매의아버지는두딸이죽고나서야가해자가폭력전과가있는사람이라는것을알았고,큰딸(언니)도수년간이어진가정폭력으로인해이혼했다는사실을뒤늦게알게되었다.남성파트너로인해불행한경험을공유하고있었던자매는더욱돈독해질수밖에없었고,그런상태에서이들의삶속에파고든한남자에의해자매가동시에살해되는참극이빚어졌다.

교제폭력,가정폭력등친밀한관계에서벌어지는폭력의특성은무엇일까.사이버레커들의협박을계기로세상에공개된,1000만유튜버쯔양의교제폭력사례가그특성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첫째,폭행·성폭행·갈취·불법촬영등여러범죄가중첩된다는점,둘째,협박이두려워피해자가그관계에서벗어나지못한다는점,셋째,피해자가고립된다는점등이다.따라서이런폭력은단한번만방치해도더큰폭력으로이어지기쉽고급기야죽음에이를수있다.쯔양의변호를맡았던김태연변호사는다음과같이강조한다.“단한번의폭행이라도연인관계에서벌어진것과모르는사람에게서당한것은성격이크게다르다.연인관계의경우반복성이없더라도긴박한상황이면수사기관이처음부터나서야더큰범죄를막을수있다.”

젠더위계를인정하지않는수사과정,
젠더위계인식부재로인한입법실패
2장‘사건종결내역:연인사이의흔한싸움’은2024년4월동갑내기전남자친구에게폭행당하다가사망한‘거제교제살인사건’을다룬다.전남자친구는자신의전화와메시지에응답하지않는피해자의원룸에무단침입해피해자의몸에올라타목을조르고머리와온몸을무차별폭행했고,피해자는열흘만에외상성경막하출혈,이어진패혈증에의한다발성장기부전으로입원9일뒤생명을잃었다.피해자는사망전1년간경찰에무려열한번이나신고했지만이런결말에서벗어나지못했다.어머니손씨가정보공개청구를통해받은딸의112신고내역속‘사건종결내역’을보면,경찰은번번이쌍방폭행으로처리하거나피해자의처벌불원에따라수사를종결했다(현행법상폭행죄는반의사불벌죄다).

이는“여성이생존을위해자기방어를한것이쌍방폭행”으로처벌되는현실을여실히보여준다.신체적우위와그에따른정신적우위까지점하고있는남성의권력을철저히무시한결과다.또한유독여성에대한폭력범죄에는반의사불벌죄조항이끼어있는현실의반영이기도하다.

이런가운데교제폭력관련법안은19대국회(2012년)부터22대국회(2024년)까지여러차례발의되었지만,아직도국회의문턱을넘지못하고있다.어디부터어디까지를‘교제관계’로볼것인지가모호하다는이유에서다.그러나해외에서는일찌감치여성폭력의심각성을고려해교제관계및교제폭력을정의했다.미국연방법전의‘여성에대한폭력’항목에는‘데이트파트너’와‘데이트폭력’개념이규정되어있다.그에따르면데이트폭력은“로맨틱하거나친밀한사회적관계에있거나있었던사람으로부터의폭력”이다.‘친밀한사회적관계’의존재여부는관계의기간,유형,관계에연루된사람들간상호작동의빈도를고려해결정된다.영국에서2021년부터시행된가정폭력법은가정을가족구성원보다넓은개념으로다루어친밀한관계에서의폭력을포함시킨다.이런해외사례를연구보고서(〈젠더기반폭력으로서의친밀관계폭력의개념화와대응방향모색〉,2023년12월,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소개한김혜정연구위원은“친밀한관계를정의하는건결코어려운일이아니다.국가의의지가중요한데,젠더의위계에따라발생하는구조적문제라는인식부터없으니까논의가되지않는것”이라고말한다.

성인지감수성부재로인한재판과정의2차가해
3장‘너무많이죽는데위기감이없어요’는2023년7월발생한‘바리캉폭행감금사건’을훑어보며사법기관이저지르는2차가해를짚었다.경기구리시의한오피스텔에감금당해머리를바리캉으로밀린채폭행과협박,얼굴에소변과침을맞는가혹행위를당한엽기적인사건이다.생사의기로에서극적으로탈출한피해자는이후재판기간동안대형로펌소속가해자측전관변호사들에의해또한번짓밟혔다.“누구와어떻게성관계를했느냐”,“얼마동안했느냐”등감금및폭행피해와전혀상관없는질문폭격을받은것이다.가해자의범죄가피해자의‘바람’을의심해서라는이유였다.그과정에서재판부는어떠한제지도하지않았다.

이는수사및재판과정에서2차가해를통해피해자에대한차별적낙인을찍는것을금지하는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권고사항에위배되는행태다.CEDAW가2024년스위스제네바에서개최한회의에서발표한‘여성에대한젠더기반폭력’관련한국의우려사항이이책에자세히소개되어있다.

또한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김효정부연구위원,한국여성의전화의최선혜사무처장과의대담을통해교제폭력범죄에관한국가차원의명확한관점과그에따른공식통계의필요성,입법과정에서제기되는문제점등을폭넓게논했다.그리고교제폭력범죄를처벌하기위한법제·개정이현재어떤상황이고어떤어려움을겪고있는지,어느방향으로나아가야할지도정리했다.

자기혐오를넘어연대의힘으로
4장‘과거엔피해자,지금은생존자,미래엔조력자되고싶어요’에선친밀한관계내폭력의피해자가사회적압력으로인한자기혐오의단계를힘겹게극복해마침내조력자로성장하는과정이그려져있다.교제폭력피해자김지영씨(가명)는몇년전남자친구에게목을졸리고발로밟히며죽음의경계에이르렀었다.바람을의심해그랬다는남자친구의말을듣고경찰은‘둘다잘못했으니화해하라’는식으로대응했다.무엇보다김씨를괴롭혔던건,연인이자신을죽이려했다는사실자체였다.그와중에위로랍시고던지는지인들의말마저하나하나자신에게꽂히는화살이되었다.

사회적으로고립되어은둔하던김씨를일으켜세운건,한국성폭력상담소의‘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과정’이었다.거기서배우고수강생들과대화하면서김씨는단지말이아니라온몸으로그사건은자신의잘못으로인해빚어진것이아님을깨달았다.그사건을해석할수있는언어와논리를갖추게되었다.그힘을기반으로그는자신을넘어자신과같은경험을한사람들을향한연대로나아가며회복에이르는과정을보여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박아름활동가와는이‘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에대해서좀더자세히이야기했다.교육을통해우리사회의뿌리깊은성불평등과여성혐오적연애각본등을분명하게인지하는것이피해회복에어떤도움이되는지,또피해생존자의주변인들은생존자를어떤태도로대하고어떻게도우면좋을지소개했다.더불어한국보다먼저교제폭력범죄를법제화한국가인호주와스웨덴의사례를통해우리사회가참고할수있는모습들도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