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말해지지 못한 것을 번역하고, 삭제되고 조각난 존재를 복원하기
사회적 존재로서의 유령을 탐구하는 대담하고 아름다운 시도
사회적 존재로서의 유령을 탐구하는 대담하고 아름다운 시도
죽은 자의 존재감을 느껴본 적 있는가? 살아 있는 사람임에도 희미하고 투명한 배경 같다는 느낌, 혹은 죽은 사람의 무언가가 내 곁을 떠돈다는 느낌을 경험해본 적 있는가? 한국계 미국인 학자 그레이스 M. 조는 자라는 내내 가족 안에서 유령처럼 존재하는 어머니를 느꼈고, 그것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을 자기 삶의 과제로 삼는다. 그의 또 다른 책 《전쟁 같은 맛》이 어머니의 삶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회고록이었다면, 저자의 첫 책인 이 연구는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탐구가 어머니와 유사하게 유령적 존재가 된 이들로 확장되고, 그들의 전말을 온전히 추적하고자 한 분투의 결과물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유령이 된 양공주를 탐구하는 이 책은 다음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당사자가 지각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신 보고 들을 수 있는가? 어떻게 삭제된 기억을 복원해 역사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가? 유령적 존재가 연구의 대상이 될 때, 그 탐구와 기록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양공주가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 이주를 거치며 어떻게 등장해 어떤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어떻게 삭제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삭제가 어떻게 유령을 생성했는지, 유령이 어떻게 산 자들 주위를 배회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밝힌다. 저자는 배회하던 유령이 산 자의 몸을 빌려 말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몸들이 경험하는 환시나 환청을 비정상적 광기가 아니라 유령의 존재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서 볼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유령 연구가 트라우마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지각을 짜맞추는 창의적인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이 연구를 통해 유령의 배회를 삭제된 존재가 기억되는 역사의 한 양식으로 위치시키고, 미결된 역사에 윤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재적 장소로 설정하고자 한다. 유령에게 배회당하며 정동적 유대를 형성한 몸들은 그들과 비슷한 몸/유령들을 찾아내는 정치적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공주는 위안부, 환향녀뿐 아니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도 동시대적으로 연결된다.
유령을 목격하기 위해 시도한 연구 방법론 또한 흥미롭고 새롭다. 유령을 목격하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이미지, 감정, 목소리들 속에서 트라우마의 흔적을 읽어내야 한다는 관점 아래, 저자는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구술사, 문학, 공연/전시, 꿈, 자문화기술지 등 다양한 양식에 흩어져 있는 유령의 상흔들을 그러모은다. 그리고 실제와 허구, 자기와 타자, 언어와 비언어, 의식과 무의식,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글쓰기를 펼쳐 보인다. 미학자 양효실은 이 책을 “동시대 페미니즘·퀴어·장애학의 실천으로 부상 중인 자기이론의 전범”이라고 평했고,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학회인 미국사회학회(ASA)에서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인’ 부문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언어, 의식, 실증 바깥의 존재가 탐구의 대상이 될 때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인 그레이스 M. 조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머무른 미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미국인 아버지, 그리고 그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에서 디아스포라로 자라면서 몇 가지 경험을 한다. 어머니의 희미한 존재감과 그의 과거에 대한 집안의 침묵, 저자의 십 대 시절 발병한 어머니의 조현병, 그리고 스물세 살에 처음으로 알게 된 ‘양공주’라는 단어. 그 순간 “나라는 사람을 있게 한 폭력의 역사와 난데없이 마주”친 저자는 “가족에 관한, 그리고 내가 태어난 나라와 나를 받아준 나라, 그리고 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적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대학원에 입학해 한국전쟁 당시의 일들과 미군 기지촌의 노동자들, 미국으로 이주한 ‘전쟁 신부’들의 경험을 연구하고자 했지만 이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너무 고통스럽거나 위험해 입 밖에 내기 어려울 때가 많았고, 기지촌의 매춘부로 일했던 경험은 당사자 개인과 그들의 가족, 한국 정부에게도 숨기고 싶은 역사였기 때문이다. 전직 기지촌 여성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숨기거나 속였고, 심지어는 저자의 어머니처럼 정신질환으로 인해 온전한 서사를 구사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공적 담론 또한 부재했다. 실증주의적 전통의 사회과학계에 속하던 저자는 실증의 렌즈로는 이들의 존재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를 계기로 그의 연구 질문은 다음의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 “겹겹이 삭제된 층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트라우마의 주체도 지각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보고 들을 것인가?”
저자는 트라우마 당사자와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된 몸, 바로 그들의 자녀들로부터 활로를 찾는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들에 관한 연구가 보여주듯, 한국전쟁 생존자 자녀들 역시 부모가 숨긴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손에 잡히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힘의 형태를 한 침묵이 자신을 배회하고 있다고 느끼고, 배회하는 것들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며, 가족 내의 침묵에 집착하거나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 없는 트라우마를 지각한다. 라캉에 의하면 ‘불충분한 애도’ 때문에 생겨나, 데리다에 의하면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이 유령이라고 했다. 그렇게 저자는 실증주의의 관점을 벗어던지고 ‘유령 연구’를 시도한다.
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비이성을 일축하는 전통적 사회과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승인받지 못한 것, 얼핏 봤을 땐 부재하지만 숨 막히는 존재감을 가지고 현실에 작용하는 것, 현재 안에 들어 있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다. 유령은 단순히 죽거나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며, 이들을 연구하는 일은 사회와 망자의 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불의에 희생당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령에 관한 탐구는 잊힌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 양식이자, 그것에 윤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재적 장소가 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양공주가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 이주를 거치며 어떻게 등장해 어떤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어떻게 삭제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삭제가 어떻게 유령을 생성했는지, 유령이 어떻게 산 자들 주위를 배회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밝힌다. 저자는 배회하던 유령이 산 자의 몸을 빌려 말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몸들이 경험하는 환시나 환청을 비정상적 광기가 아니라 유령의 존재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서 볼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유령 연구가 트라우마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지각을 짜맞추는 창의적인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이 연구를 통해 유령의 배회를 삭제된 존재가 기억되는 역사의 한 양식으로 위치시키고, 미결된 역사에 윤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재적 장소로 설정하고자 한다. 유령에게 배회당하며 정동적 유대를 형성한 몸들은 그들과 비슷한 몸/유령들을 찾아내는 정치적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공주는 위안부, 환향녀뿐 아니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도 동시대적으로 연결된다.
유령을 목격하기 위해 시도한 연구 방법론 또한 흥미롭고 새롭다. 유령을 목격하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이미지, 감정, 목소리들 속에서 트라우마의 흔적을 읽어내야 한다는 관점 아래, 저자는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구술사, 문학, 공연/전시, 꿈, 자문화기술지 등 다양한 양식에 흩어져 있는 유령의 상흔들을 그러모은다. 그리고 실제와 허구, 자기와 타자, 언어와 비언어, 의식과 무의식,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글쓰기를 펼쳐 보인다. 미학자 양효실은 이 책을 “동시대 페미니즘·퀴어·장애학의 실천으로 부상 중인 자기이론의 전범”이라고 평했고,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학회인 미국사회학회(ASA)에서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인’ 부문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언어, 의식, 실증 바깥의 존재가 탐구의 대상이 될 때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인 그레이스 M. 조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머무른 미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미국인 아버지, 그리고 그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에서 디아스포라로 자라면서 몇 가지 경험을 한다. 어머니의 희미한 존재감과 그의 과거에 대한 집안의 침묵, 저자의 십 대 시절 발병한 어머니의 조현병, 그리고 스물세 살에 처음으로 알게 된 ‘양공주’라는 단어. 그 순간 “나라는 사람을 있게 한 폭력의 역사와 난데없이 마주”친 저자는 “가족에 관한, 그리고 내가 태어난 나라와 나를 받아준 나라, 그리고 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적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대학원에 입학해 한국전쟁 당시의 일들과 미군 기지촌의 노동자들, 미국으로 이주한 ‘전쟁 신부’들의 경험을 연구하고자 했지만 이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너무 고통스럽거나 위험해 입 밖에 내기 어려울 때가 많았고, 기지촌의 매춘부로 일했던 경험은 당사자 개인과 그들의 가족, 한국 정부에게도 숨기고 싶은 역사였기 때문이다. 전직 기지촌 여성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숨기거나 속였고, 심지어는 저자의 어머니처럼 정신질환으로 인해 온전한 서사를 구사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공적 담론 또한 부재했다. 실증주의적 전통의 사회과학계에 속하던 저자는 실증의 렌즈로는 이들의 존재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를 계기로 그의 연구 질문은 다음의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 “겹겹이 삭제된 층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트라우마의 주체도 지각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보고 들을 것인가?”
저자는 트라우마 당사자와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된 몸, 바로 그들의 자녀들로부터 활로를 찾는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들에 관한 연구가 보여주듯, 한국전쟁 생존자 자녀들 역시 부모가 숨긴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손에 잡히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힘의 형태를 한 침묵이 자신을 배회하고 있다고 느끼고, 배회하는 것들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며, 가족 내의 침묵에 집착하거나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 없는 트라우마를 지각한다. 라캉에 의하면 ‘불충분한 애도’ 때문에 생겨나, 데리다에 의하면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이 유령이라고 했다. 그렇게 저자는 실증주의의 관점을 벗어던지고 ‘유령 연구’를 시도한다.
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비이성을 일축하는 전통적 사회과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승인받지 못한 것, 얼핏 봤을 땐 부재하지만 숨 막히는 존재감을 가지고 현실에 작용하는 것, 현재 안에 들어 있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다. 유령은 단순히 죽거나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며, 이들을 연구하는 일은 사회와 망자의 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불의에 희생당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령에 관한 탐구는 잊힌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 양식이자, 그것에 윤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재적 장소가 된다.
유령 연구 (비밀에 부쳐진 말들, 삭제된 존재의 배회, 트라우마의 체현)
$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