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매뉴얼?글쎄……
중요한건‘노인이싫어하는건하지않는다’는원칙!
그렇다면고령자돌봄의레전드로불리는저자가지켜온고령자돌봄의원칙은무엇일까?다정하고친절한태도?전문적이고체계적인매뉴얼?그는다정함만이능사가아니고,매뉴얼없이도노인들이기운을차리고웃음을되찾을수있다고말한다.그렇다면?답은의외로단순하고간결하다.“노인이싫어하는것은하지않는다.”이단순한원칙에서인간적돌봄이시작되고완성된다.노인이싫어한다고해서생활관리를위해반드시필요한것을하지않아도된다는것은아니다.돌봄을제공받는이가싫어하지않는방식으로그에게필요한것을제공하기위해궁리하고골몰해야한다는것이다.그제서야“돌봄은할당된임무를수행하는‘작업’이아니라‘돌봄’이될수있”다.
말하자면이런식이다.노인돌봄시설에서언짢은일이생기면물건을집어던지는등행동이거친한입소자에게건강상의문제로반드시두세시간수액을맞춰야하는상황이있다고해보자.그는평소에도의료행위에비협조적인인물이다.심지어의사가방문하는날은입소한노인들이모두목욕을해야하는날이고,일하는손은빠듯하다.어떤방법이있을까?반드시수액을맞아야만하는상황이니,노인의신체를억제한다?아니면진정제를투여한다?당신의머릿속에떠오른방법은무엇인가?
이사례는실제로저자가처음일을시작한노인돌봄시설에서있었던사건이다.이노인돌봄시설은그가처음노인돌봄의세계에몸담게된곳으로,누워서입소한노인들이기운을차리고웃음을되찾게되는곳이었다.그비밀은무엇이었을까?노인돌봄시설이라고하면노인을버리는곳이라는인식이팽배했던,일본에서조차고령자돌봄의‘전문성’을논하는것자체도시기상조였던때에말이다.또한그의관찰에따르면그기관에서일하는돌봄종사자들이유난히다정했던것도,그들에게체계적지식이있는것도아니었는데말이다.
다시돌아와앞선수액문제는어떻게됐는지알아보자.그곳시설장의결정은이랬다.“링거를맞는시간동안직원들혹은자원봉사자들이돌아가며손을잡아준다.”절대그의손발을묶지않기위해궁리하고고민해서나온방법이었다.목욕일정은어떻게?할수있는만큼만하고나머지는다음번에.돌보는이의신체를억제하지않기위해어떤일도불사하는돌봄이다.다시말해,누구나저항감을가질수밖에없는신체억제,즉노인이싫어하는일을하지않기위한구체적실천이자자칫하면‘학대’로이어지는길을차단하는것이다.
임기응변과궁여지책이난무하는창조의돌봄
치매가있거나거동이불편한고령자가목욕을거부하는상황도한번생각해보자.저자에따르면이러한거부에는이유가있다.특히치매가있는경우자신이왜목욕을해야하는지이해하기어렵고,이럴때억지로목욕을하게되면싫어하는일을당한다는느낌만있기때문에차분히목욕을하기힘들다.게다가기계욕은이용자가상당히무서움을느끼기쉽다.치매가있는노인이시설이나집밖으로자꾸나가려하는상황에서도마찬가지다.그를설득하거나약물로진정시키는행동은돌봄을제공하는이에대한불신만을키우고,나가야한다는생각을더강화힐뿐이다.
그렇다면?바로이순간이임기응변과온갖궁리와상상력이동원되어야하는돌봄의순간이다.노인이싫어하지않으면서목욕을하게끔온갖방법이동원되고,자연스럽게밖으로나가지않게만드는임기응변과시간벌기가필요해지는때다.저자가언급하는사례에서는목욕을거부하는노인앞에서의사가운을입고의사인척연기하는‘코스프레’까지하는경우도있다.많은노인이권위있는의사의말은잘따른다는것을이용하는것이다.자신이의사라고말하면서노인에게목욕을권하고옷을벗고함께욕조에들어간다.나아가기계욕같은방식으로장치를이용하는목욕이아니라,적은힘을이용해일반욕조에서목욕을시키는구체적이고대안적인방법을강구한다.
자꾸만난데없이‘러시아에가야한다’며해질녘만되면중절모를챙겨쓰고시설을나가려는치매노인에게우리는어떤대응을해야할까?이곳은요양원이고러시아에갈수없다며사실대로말하는것이과연그를존중하는것일까?아니면약물로그를진정시키거나힘으로붙잡아안전하게방에있게해야할까?노인을기운나게하는돌봄의현장은이렇다.저녁이라도먹고가시라며시간을벌고,어떤때는“아,러시아에가신다고요?”라며가벼운맞장구를치며“제가먼저상황을보고올테니까좀기다려주세요”라며시간을벌고는궁여지책으로이런말을던진다.“아,가봤더니오늘러시아가외출중이래요.”그러자돌아오는말.“외출했나?그럼어쩔수없지.”그노인은자기방으로잘돌아갔고,그가지닌기억력장애덕분에같은방법을계속활용할수있었다.
힘으로붙잡아두거나약물로진정시키지않고도치매가있는노인이어떻게하면밖으로나가려하지않게할수있을지,또집을놔두고도자꾸집에가야한다고말하는노인이정말로호소하는바가무엇인지를궁리한다.이는돌봄을제공하는사람과돌봄을받는사람사이의신뢰없이는인간적돌봄이불가능하다는경험을전제로,돌봄받는이의인간성을존중하기위한궁리이다.그리고이것이저자가강조하는돌봄의창조성과상상력이다.
돌봄은치료가아니다
이책에서저자가설파하는돌봄론은과학적,표준적,일률적매뉴얼을강조하는치료적접근과는전혀다르다.치매를단지뇌의문제로파악하고이에대해약을처방하는방식의치료적,의료적접근만으로충분한것일까?이책은치매가있더라도자신답게지금여기에서살아갈수있도록돕는것이바로치료과구분되는돌봄이라고강조한다.즉,돌봄은병을치료하는것과는다르다.마비나치매가있더라도의욕을갖고삶을이어갈수있도록,그삶을행복하고즐겁게지속해나갈수있도록부축하는활동이다.
가령기억장애를동반한‘깊은치매’(저자는중증치매라는진단적용어보다,인간의가장기본적자리로되돌아가는과정이라는점에서이를깊은치매라고표현한다)가있는경우에도충분히자신을잃지않으며살수있고,그때그때의임기응변을동원하는궁리하고창조하는돌봄이그것을돕는실천이다.또한이는일률적이고과학적인근현대적돌봄에대한강력한이의제기이기도하다.
이러한돌봄론은구체적인치매돌봄의장면에서가장기초적인일상과생활의회복을강조하는데로이어진다.흔히말하는치매노인의문제행동은약으로억눌러야하는치료의대상이아니라,치매노인이시도하는커뮤니케이션이다.치매가있는노인이자신의불쾌함과불편함을알려주는신호일때가많다는것이다.갑자기큰소리로노래를부르는것을멈추지않는다면그이유가가령변비일때도있다.
따라서치매노인의‘문제행동’은약으로억눌러야하는치료의대상이아니며,뇌탓이라고만여기지말고어떤불쾌함을호소하고있는것인지먼저생각해야한다는것이다.이런맥락에서저자는노인의‘문제행동’은‘문제돌봄으로인한행동’이라고여기는것이더적합하며,학대에이르지않는돌봄이란특별한윤리성이나치료적전문성을전제해야하는것이아니라기본적인생활관리에집중하는구체적인돌봄의방법을제시한다.
윤리적돌봄,학대에이르지않을돌봄은따로있는것이아니다
이책은노인돌봄,특히치매돌봄등을직접수행하고있는돌봄종사자등돌봄을제공하는이들에게좋은돌봄에대한관점을제안하고,노인돌봄의세계를소개하며,그일의매력과의미를진정성있게전달한다.특히그가설득력을갖는것은그가돌봄노동의힘듦을무시하거나,돌봄노동자에게윤리를강요하는것이아니라,노인혹은치매노인의세계를이해하는관점을어떻게바꾸어야하며그에따라구체적인돌봄의방법이어떻게바뀌어야하는지를분명하게제시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런점에서이책은노인돌봄업계에종사하는이들뿐아니라가정에서노인을돌보며함께하고있는이들,앞으로의돌봄과자신의나이듦을고민하고두려워하고있는이들에게도돌봄의매력그리고희망을보여준다.오랫동안노인돌봄의세계에몸담으며나이가드는것과치매조차도두렵지않게되었다는저자의확언,그리고그의돌봄론이일본사회에서돌봄받는노인을주체로삼는선진적고령자돌봄의실천들로지금까지이어지고있다는점에서그희망은우리독자들에게도구체적으로체감될수있을것이다.또한가지,다른돌봄에대한궁리와실천이더인간다운사회,상호간의도움으로서로를부축해가는민주적사회를만들어가는구체적실천이자저항이라는이책의메시지가지금한국의독자들에게도가닿기를기대한다는점을부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