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혁명’이나‘미움받을용기’가아니라
‘환대받을권리’와‘환대할용기’다!
그간《한겨레》를비롯해각종매체에기고한칼럼에서특유의예민함으로섬세하고도날카로운시각을보여준이라영의사회비평에세이.기존에발표했던글들을고쳐쓰고다수의새글을더해책으로엮었다.이책을쓴이라영은한국사회주류인남성,이성애자,엘리트의언어에서벗어나여성,성소수자,비정규직노동자등우리사회에서‘변방’이나‘비정상’으로취급받는소수자의시선과감수성으로한국사회를재해석하며다시보기를제안한다.그제안의방법으로써우리가일상에서말과행위를통해쉽게겪거나저지르는폭력을사유하고성찰한다.또예술사회학전공자답게우리에게익숙한그림,영화,노래,텔레비전프로그램등대중문화를매개로한국사회에만연한혐오와차별을진단하기도하고,그가거주했던프랑스의사례를끌어와혐오와차별에는국경이없음을보여주기도한다.
불행히도우리모두혐오와차별의대상에서예외일수없다.누구든상황에따라약자가될수있으며계급,성별,나이,학력등적어도어느한부분에서는소수자,즉‘변방’과‘비정상’에속하기때문이다.이라영은‘변방’이‘중심’이되고‘비정상’이‘정상’이되는세상을그리지않는다.변방이소멸하지않고여러다양한비정상들이공존할수있는사회를말할뿐이다.사람들간의위계와서열,혐오와차별,소외와배제가줄어든세상.그런세상은거창한혁명으로오지않는다.그런세상은우리가“비정상취급을받거나소외된약자이며때로는사회의‘루저’인이들이환대받을권리를생각”(12쪽)할때,“‘그들’을조롱하고모욕하며나는‘그들’이아니고루저가아님을증명하기보다는모두연결되어있는존재임을인식하고서로를환대할용기”(12쪽)를낼때라야가능하다.지금이험난한세상을살아가는우리에게필요한것은‘미움받을용기’같은소극적이고방어적인인간관계론이아닌,‘환대받을권리’와‘환대할용기’다.
당신은사람대접받고있습니까?
‘사람대접받지못하는사람들’의‘사람될권리’를생각한다!
문화인류학자김현경에따르면사람은‘사회의환대를받아장소를가진자’다.사회는환대로누가사람인지결정하며,지금까지의역사는사람아닌이들이환대받기위해애써온과정이었다.그과정에서예전에는‘사람’이아니었던여성,성소수자,어린이,노예,흑인등이점차사람으로인정받아왔다.하지만사람으로인정받았다고해서모두가실제사람대접을받고있는것은아니다.언제잘릴지모르고다쳐도산업재해인정조차받지못하는비정규직노동자들,성폭력및데이트폭력에노출되어있으며여전히남성의부속물취급받는여성들,이성애자들에게는당연한권리인결혼을제한받는성소수자들,그밖에도노숙인,장애인,이주노동자들….혐오와차별의대상인이들은진정사람일수있을까?이라영은이책《환대받을권리,환대할용기》에서그처럼‘사람대접받지못하는사람들’의‘사람될권리’에초점을둔다.
저자는우선1장‘무엇이변방을만드는가’에서세상을지배하는1퍼센트의기득권을제외한나머지99퍼센트의피지배자들사이에서조차목소리를내지못하는약자중의약자들에집중하고,사회적약자들이겪는가난과혐오와차별을생산하는구조들을살펴본다.이어2장‘변방의계급들’에서는비정규직노동자,여성,성소수자,어린이,노숙인등그러한구조에의해소외되고배제된이들의삶을조명한다.여기에서저자가사람뿐아니라사람에게착취당하는자연까지그대상에포함시켰다는점이인상적이다.3장‘여성,성스럽거나혐오스럽거나’에서는여성혐오와모성신화를비판하며,4장‘여성의노동은없다’에서는여성이주로담당하는,우리사회에서저평가된노동을이야기한다.5장‘폭력이살아남는방식’은범죄와폭력이지속적으로살아남는구조적모순에대한것으로성폭력,성매매,낙태등주로여성의몸을둘러싸고벌어지는일상의전쟁을,마지막6장‘존재에대한반대를반대한다’는성소수자문제를둘러싼논쟁적인이야기들을다룬다.
‘남성,이성애자,엘리트’중심의상식을전복하는,
일상에서의사소한질문과사유!
이라영은‘사람대접받지못하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구체적일상을바탕으로풀어낸다.가령프랑스유학시절살던허름한건물에서세탁기문제로세입자들끼리다퉜던기억을곱씹으며저소득층의빈곤을개인의문제로취급하는일반의편견을뒤집기도하고(34쪽),노숙인을위한식사제공봉사에참여했다가노숙인들에게도지키고자하는사람의품위가있음을깨달았던일화를들려주기도한다(88쪽).또세상의모든언어가남성을중심으로만들어졌는데왜오직‘미인’만‘미녀’를뜻하는여성의언어가되었는지를되묻기도하며(191쪽),성적지향이바뀐성소수자를만나어리석은질문을던졌던자신을고백하기도한다(284쪽).이렇게일상에기반을둔이라영식글쓰기는,아주사소한이야깃거리를수단으로삼아우리가‘객관’이자‘보편’이라믿었던남성,이성애자,엘리트중심의기존상식을전복하고다른상식들의자리를마련해준다.그렇게저자가전복하는대상에는스스로를진보로자처하는이들조차예외가아닌데,‘정치인’이아닌‘여성’박근혜를조롱하는사람들이나(58~63쪽)‘비키니응원사건’을둘러싸고보여줬던팟캐스트〈나는꼼수다〉구성원들의태도(142쪽)는저자의비판대상이다.
그같은이라영식글쓰기의매력이가장잘드러난곳은여성을소재로한3장(여성,성스럽거나혐오스럽거나)과4장(여성의노동은없다)이다.영화나텔레비전프로그램같은대중매체뿐아니라전시를보러갔던미술관(155쪽),심지어화장실(178쪽)과밥상(207쪽)에서마저숨겨진성차별과불평등한권력구조를읽어내는저자의예민하고예리한시선을따라가다보면,일상에서느꼈던모호한불편함과미처알아차리지못했던부조리의정체를명확히깨닫게된다.나아가스스로가다른시선으로자신의삶과사회를읽어낼수있는힘을얻을수도있을것이다.그런차원에서《환대받을권리,환대할용기》는훌륭한페미니즘도서이기도하다.페미니즘이여성뿐아니라성소수자,장애인등다른많은사회적약자의목소리와닿아있다는것을감안하면더더욱그렇다.사회적약자,소수자의시선과감수성으로세상을바라보는것은즐겁거나행복하지않다.오히려고통스럽다.그러나그고통스러운시도를통해우리는자신의삶이의미있게확장되는경험을할수있다.이책은그일을도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