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계속써?아니면말아?
써도써도늘지않는글쓰기,어떻게할까?
30년내공작가원재훈,포기하지않는글쓰기를말하다!
어렸을적,학교선생님이내주셨던일기쓰기숙제를기억하는가.매일매일써야한다는것자체가엄청난압박감이지만,누군가내가쓴일기를볼까조마조마하고또선생님이검사하면서뭔가지적이라도할까두렵기만하다.방학때면또어떤가.개학후일기검사받을생각에매일매일일기거리를만들러밖에나가기도하고,또다이내믹한하루를보내지못했다는자책감에일기장앞에서좌절한적도있지않았던가.논술의중요성이강조되던시절,논술쓰기관련책도찾아보고,또낙타가바늘구멍을통과하는일처럼어려운취업문을두드리기위해얼마나많은자기소개서를쓰고또썼던가.글쓰기전문작가에게자기소개서를쓰게하고싶은대필의유혹은또얼마나달콤했던가.그렇게해서직장에들어가면끝일까.상사를설득하기위해기획서를써야하고또보고서는왜이렇게많은지…굳이작가를꿈꾸는문학청년이아닐지라도우리는모두글을쓰고또써야만하는시대에살고있다.이쯤되면그어렵다는수학을포기하는수?포.자처럼글쓰기를포기한글.포.자들이주위를유령처럼떠돌고있는건아닐까.
그렇다면우리에게는지금,그럼에도불구하고“글쓰기를절대포기하지마라!”하고위로와격려를보내주는글선생님이필요할지모른다.초등학교시절,일기를못써왔다고손바닥을때리는선생님말고,왜글쓰는게어려운지,글쓰기어떤부분이잘안되는지,어깨에손을얹고따뜻한위로를건네는그런선생님말이다.이책의작가원재훈은책의서문에서그런글쓰기선생님이되고싶었다고밝힌다.대학교를졸업하고고등학교교사가될기회가있었는데대학원에진학하면서그기회를놓쳤다고한다.지금돌이켜생각하면그때고등학교선생님이되었다면좋은글쓰기교사가되지않았을까하는아쉬움이남는다는것이다.이책은30년간글쓰기에매진해온시인이자작가인원재훈이글쓰기를포기한사람들에게보내는따뜻한러브레터다.
글쓰기는‘기술’이아니라‘마음’이다
마음대로말고,마음으로써라!
저자는글쓰기에특별한정도(正道)가있다고말하지는않는다.다만“김치찌개와김치볶음밥을만드는레시피가다르듯,또메주덩어리에서간장과된장,고추장이나오는것처럼글쓰기에도많은사람들이공감하는원칙같은것이있고그것을습득한뒤에자신만의스타일을만들어나가는것”이라는점을강조한다.그러기위해서가장중요한것은글을쓰는‘기술’이아니라‘마음’이라고말한다.그래서저자는“마음대로쓰지말고,마음으로쓰라고권하고싶다.마음은정신의일부다.정신의영역은결국영혼으로연결된다.육체와는달리영혼은영원성을품고있다.이것은종교,예술,철학에서중요한주제로다뤄진다.비가시적인영혼도결국삶과밀접하게연결되어있을때문장이살아난다”(89쪽)라고말한다.이책을펼쳐보면약간낯선느낌이들기도한다.우리가익히알고있는헤밍웨이의《노인과바다》,장그르니에의《섬》,신영복의《감옥으로부터의사색》,이병률의《끌림》처럼친숙한책의예문도있지만,카를융의자서전《카를융,기억꿈사상》,유발하라리의《사피엔스》,장뤽낭시의《코르푸스》처럼무게감있는인문서의예문도많이등장한다.글을쓰려면기본적으로‘인간에대한기본이해’가깔려있어야함을암시하는대목이다.
그렇다고이책이인문정신의중요성만강조하고있는것은아니다.저자는기본적으로글쓰기에는‘자기성찰’이있어야한다고강조한다.그러면서예를든것이미당서정주의시[수대동시]다.미당의첫시집인《화사집》에실린이시에서저자는“등잔불벌써켜지는데……오랫동안나는잘못살았구나”라는시구절을인용한다.젊었을때그냥지나친이시구절이나이가들어다시읽어보니가슴을울린다는것이다.시에서화자는등잔불아래에서자신의삶을반성한다.진지하게자신의삶을돌아보는것이다.글쓰기는이렇게자기자신을성찰하는‘마음’이가장중요하다고저자는말한다.기술은그다음이다.그래서저자는수필문학에대해[성북동비둘기]의시인김광섭이“수필이란글자그대로붓가는대로써지는글이다”라고한말을반박한다.수필(隨筆)을글자그대로풀이하자면‘붓가는대로’가아니라,‘수시로적어놓은글’이라는뜻인데,김광섭이오독했다는것이다.글쓰기의어느단계에서붓가는대로마음대로쓰는경지가분명히존재한다고가정할수는있다.그런경지로가지위해서우리는쓰고또쓰는것이다.하지만중요한것은짧은산문하나라도진정성을가지고온마음을다해서써내야한다는사실을잊지말자고저자는강조한다.
메모,일기,편지,여행기…이모든게글쓰기의출발점이다
먼저내주변에서글감을찾고글쓰기를시작하라!
이책의1부[어떻게쓸것인가]가주로글쓰기에관한일반론,마음가짐,진정성등을주로다뤘다면,2부[무엇을쓸것인가]는본격적으로글쓰기는‘무엇에서’부터시작해야하는지실질적인예를보여준다.우리가그중요성을간과하는것들,이를테면손으로직접쓰는메모,어렸을때나쓰는것이라고치부하는일기쓰기,요즘은군대에간애인에게나보내는것으로간주하는편지쓰기,신문이나잡지사기자만의고유영역이라고여기는인터뷰등일상생활에서우리가놓치는글감찾기방법을이야기한다.“노트를구시대적산물로인식하지마라.직접쓰는것은몸에기억을남긴다.”빌게이츠의말이다.빌게이츠는여러책을냈을정도로글을잘쓰는기업가인데,자신의글쓰기는모두메모에서시작됐다고밝힌다.이렇게우리가사소하게생각하는메모같은주변의하나하나가글쓰기의출발이다.일기,편지,여행기등을무시하지마라.주변에서글감을찾고주변사람들을만나라고저자는강조한다.내할머니,할아버지를기자가되어인터뷰해보라고도말한다.그안에역사가있고서사가있다.우리는그것을써야한다.
마지막으로저자는‘글을쓴다는것’즉글을쓰는행위에관한이야기로책을마무리짓는다.창작(創作)에대한이야기다.우리는모두문학청년이었다.김소월을알고시를읽기시작했고백석을알고우리언어의맛을알았다.김수영의시에서자유를읽고최인훈의[광장]을통해비로소분단의아픔을들여다보았다.우리는모두시인,소설가가되고싶었다.지금도그런문인들의뒤를따르기위해창작의고통을겪는기존문인들이있고,또그런글을쓰기위해습작을하며등단을꿈꾸는사람들이있다.저자는그런분들에게꼭하고싶은이야기가있다고한다.전업작가를꿈꾸지말라는것이다.글쓰기를통해아이돌스타와같은자리에오르려한다면당장글쓰기를멈추라고말한다.무라카미하루키는젊은시절재즈바를운영했고번역일도많이했다.적당한경제적인조건이있어야잡념이사라지고글쓰기에몰두할수있다는점을강조한다.
“당신의옆자리가비었습니다”
좋은글쓰기는좋은말하기로이어진다!
저자는책을마무리하며글쓰기와말하기에관한이야기를들려준다.글쓰기책에서왜말하기를이야기할까?저자시인원재훈은글을쓰면서라디오DJ로일했고,수많은청중들앞에서자신의이야기를들려주는강연자로살아왔다.왜글쓰기책에서말하기인가?좋은글쓰기는좋은말하기로이어진다는것을저자가체득했기때문이다.말하기는글쓰기와매우밀접한연관이있다는것이다.저자는한예로대학시절선배이야기를통해그연관성을들려준다.카페에혼자앉아있는여학생에게관심을둔선배가그여학생에게짧은글을적은쪽지를건넨다.그후둘은연인이되었다.나중에저자가하도궁금해서그쪽지의내용을선배에게물어본다.“당신의옆자리가비었습니다.”한줄짜리쪽지였다.그경험을통해저자는“말하기는자신이말하고싶은단한줄의문장을상대방에게잘전하는삶의방식”이라는것을알았다고한다.오랜방송과강연경험을바탕으로저자가들려주는말하기비법은그런의미에서경청할만하다.
저자는자신이인터뷰했던동료문인들의이야기도들려준다.세상의모든글.포.자들에게보내는위로와격려차원일까.정현종,김용택,정호승,도종환시인부터윤후명,윤대녕,성석제,공지영,신경숙,전경린,김연수등우리가다알만한작가들이들려주는자신의삶과문학,글쓰기에대한이야기를정리했다.이중에서소설가박상우의이야기는정말로쓰고또써도포기해야만했던글.포.자들의가슴을울린다.
“이전에저는,열심히쓰면되는줄알았어요.즉‘쓰다’라는동사에집착했습니다.그런데지난10년간생각을해보니글이과연쓰는것인가,라고물음표가떠오르더군요.‘나는쓰다’는‘나’라는주어에예속되어있어,불완전한나의욕망을철저하게반영한행위였습니다.그래서이런생각을합니다.글은‘짓기’가아닐까?”-박상우소설가
우리는어쩌면그동안글을‘쓰는’혹은‘써야만’하는것이라고만생각한것은아닐까.우리가유치원,혹은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시절,시대가변해도항상‘글짓기’대회만은있었던것처럼,우리가그렇게글쓰기가어려웠고그래서포기했던것은,글은쓰는게아니라짓는것이라는아주평범한진리를잊었기때문이아닐까.이책은우리가잃어버린동심(童心)을불현듯발견하는어느순간처럼,글쓰기는어려운것이아니라내가잊고찾지못했을뿐이라는점을오롯이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