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 '진정한 페미니스트' 프레임을 걷어차는 통쾌한 일갈)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 '진정한 페미니스트' 프레임을 걷어차는 통쾌한 일갈)

$15.00
Description
당신의 이야기가 페미니즘이다!
‘진정한 페미니스트’ 프레임에 던지는 날렵한 돌직구
‘진정한 페미니즘을 모른다’고 훈계하거나 ‘진짜 페미니스트다’라고 추켜세우는 목소리는 왜 똑같이 불편할까? 이 책은 무엇이 ‘진짜’와 ‘가짜’인지 논하는 대신, ‘진짜’가 언급되는 맥락을 살피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진짜란 애초부터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억압된 목소리가 다양하게 분출되는 것은 페미니즘의 중요한 특징이고, 일단 ‘눈치 없이’ 활발하게 말할 수 있어야 페미니즘 논의 자체도 진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불편하고 할 말 많은 여성의 몸과 공간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일이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에서 한국 사회의 소수자 이슈를 시원하게 해설해주며 인간 존중의 의미를 환기시켰던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이 신문과 블로그에 발표한 글들과 새로 쓴 글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폭발적인 ‘미투’의 흐름 속에서 페미니즘 입문서를 인상 깊게 읽었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며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씩 뜯어본다.

저자에게 페미니즘은 정체성이기에 앞서, ‘보편’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지식, 문화, 권력에 질문을 던지고 해체하며 재구성하는 통로다. 이 책은 그러한 통로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풍경을 가감 없이 전한다.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상식과 논리는 책의 중요한 무기다. 이를 통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도록 제안한다.
저자

이라영

저자이라영은예술사회학연구자.모든종류의예술을사랑한다.미술과예술경영을공부한후문화기획과문화교육분야에서일했다.개별의작품보다작품을둘러싼사회구조와역사에관심이많아프랑스에서예술사회학을공부했다.미국으로자리를옮겨여성과소수자인권운동에참여했다.한국으로다시돌아와여러매체에기고하며예술과정치에대한글쓰기를이어가고있으며,지은책으로는《여자사람,여자》(전자책),《환대받을권리,환대할용기》등이있다.

목차

1장‘진짜’는없다
자연스러운여성
칭찬으로기만하기
실패할권리
완전무결은없다
걱정해주는이유
재발견의반복
무엇이나를이렇게만들었는가
‘00녀’들의죽음을애도하며

2장몸이된여성들
처녀막과총각딱지
물건과구멍
생각하는자궁
씨와밭
땅과여자
‘잘하니’와‘어떨까’
여성이성욕을말하면
청결의강요
여성의액체를말하라
시간을극복하는몸
돼지와꽃
쯔위와주세죽
죽여주는여자

3장장소를향한폭력
여성의자리
남성의응시가지배하는장소
왜,거기에,홀로
강간의장소성
강간문화
성애와성폭력
화해하고공유하기
셋중하나
무시해서,여성살해(femicide)
처벌받는피해자

4장같은공간,다른자리
아내의역사
그남자는어디에
보이지않는손
밥과외교
정상국가의여자들
길위에서
어떤귀환
만나다
‘시집나라’에오다
웰컴
어디에서왔니
장소투쟁
이사와이산
천재와미친년

출판사 서평

‘진짜’를말하는사람들이
절대말하지않는것

사그라들지않는‘미투’의바로옆에는페미니즘을평가하는근엄한얼굴이함께한다.진정한페미니스트라고칭찬하든아니라고비난하든,정반대처럼보이는이두가지말에는하나의공통점이있다.웬만해서는페미니스트와같이지내기불편하다는마음이다.
그래서이책은‘진짜’와‘가짜’를구별하기보다는‘진짜’가왜이토록강조되는지따져보는데초점을맞춘다.이를통해‘진짜’란지금껏없었을뿐아니라있는것이바람직하지도않다고주장한다.늘‘나중’으로밀려났던다양한목소리들이들리도록하는것이페미니즘의중요한정신이고,페미니즘논의의‘질적’발전또한목소리들이‘양적’으로쌓인뒤에야따라올수있기때문이다.

“‘진짜’페미니스트를강조하지만,때로‘진짜’페미니스트는페미니스트를비난하는언어다.너는늘화가나있는‘진짜’페미니스트같지않아,라고말하는것이다.불편하지않은페미니스트를선호하는이들은사회개혁보다는페미니스트재교육에관심이많다.페미니스트감별사가되어페미니스트를얌전하게길들이려한다.태도에그토록집착하는이유는내용을무시할수있어서다.나에게공손하기만하다면너의말을들어주겠다는뜻이아니다.너의말을교양있게무시할수있다는뜻이다.”_27쪽,1장‘진짜’는없다

‘진짜’를구별하고싶은욕망은차별과이어져있다.이책에따르면‘원래’의‘자연스러운’여성이라는말은트랜스젠더여성등은설명하지못하는반쪽짜리언어고,‘진정한’페미니스트라는말은남성중심으로짜인현실을외면한채페미니스트가되려면말과행동을조심하라는암묵적주문이다.현실에는수많은삶만큼이나수많은페미니즘이존재할수밖에없다는점에서이러한욕망은부당할뿐아니라무의미하다.그렇기에‘진짜’가아니라날마다의삶에대해이야기해보자고말한다.

“하나의진짜길만있는사회보다는여러종류의다른길이있는사회가옳다.물론‘잘못된’길에이르거나위험한길에다다를수있으며,길을더럽힐수도있다.때로는막다른길에이르러다시돌아와야할수도있다.그렇게수많은오류와실패를반복하며길을알아갈권리가있다.누구도그권리를박탈할수없다.실패를쌓아균열을만들권리가있다.실패조차하지못하면영원히고립된다.완벽하지않아서부정당할필요는없다.”_42쪽,1장‘진짜’는없다

페미니즘의렌즈로바라본
여성의몸,일상,정치

‘진짜’,‘혐오’,‘진보’,‘칭찬’,‘실수’…….이책의단어들은작은따옴표인용(quotation)으로가득하다.오랫동안남성의시각이‘보편’과‘일반’으로여겨지면서여성의몸,일상,정치를둘러싼많은현상들이‘원래’그런것으로취급되고,심지어무엇이문제인지에대해서조차무감각해진상황에서저자가단어들을하나씩뜯어보며이야기를풀어갈수밖에없는것은당연한결과다.

“누군가가인간으로서기본적권리를주장할때그권리가자신을불편하게한다면그동안‘특권’을누려왔다는뜻이다.조심과불편은정의롭게분배되지않았으며,안전은특권화되었다.“어디여자가”라는일상적이고사소한말은여성살해까지그고리가이어져있다.언어하나하나를붙들고집요하게싸워야하는이유다.그것이익명으로사라진수많은‘○○녀’들의‘원통한혼’과연대할수있는방법이다.”_67쪽,1장‘진짜’는없다

누군가는페미니즘이이미충분히논의되지않았냐고,과거조선시대나현재사우디아라비아같은곳과비교하면지금한국사회는여성이살기좋은곳이아니냐고반발할지모른다.그러나저자가날카로운문제의식으로짚어낸현실은여전히참담하다.여성의몸은언제나남성이차지해야할공간(처녀막,구멍,자궁,땅,꽃등)으로대상화된다.성을이야기할때는‘잘하니’가아니라‘해봤니’라고질문받으며,나이듦에공포를느끼게되는등남성과달리경험자체를조롱당한다.출발선자체가다르다.

“나는한중년남성에게서제자식들이‘빨리손주안겨줄여자’를데려왔으면좋겠다는말을들은적있다.빨리안데려오면자기마음에드는처자를골라결혼시키겠다는말까지듣고나면표정관리가어려워진다.아들의파트너는나의성을물려받는핏줄을낳을재생산의도구다.이러한사고는상당히지배적이며,일상에서‘손주낳아줄여자’라는표현은거의아무런문제의식없이유통된다.축사에서인간의먹이생산을위해학대받는암컷가축들처럼,인간암컷인여성은빨리다음세대를낳으라고재촉받는다.이를에둘러‘가임기여성’이라고문명의언어로표현한다.”_86쪽,2장몸이된여성들

여성은공간으로취급받지만공간의주인은아니다.‘어울리는’자리가정해져있기에범죄의피해자가되어도‘왜거기에혼자’있었냐고추궁당한다.영화에서는흔히남성들간의분노,연대,정의를표현하는매개물로등장한다.아울러여성의생계공간은여전히직장-가정의고된‘2교대’노동으로점철되어있다.‘진짜’를논하기전에여성의공간을둘러싼이야기부터해야하는이유다.그리고이러한이야기는다른사회적약자들의이야기와연결된다.
“사회의약자는‘보이지않기위한노동’을꾸준히해야한다.가리고,숨고,돌아다니지말고,나타나지말아야한다.이노동을소홀히하면비난이날아온다.장애인이왜돌아다녀,애엄마가왜돌아다녀,노인네가왜돌아다녀,계집애가어딜돌아다녀.”_148쪽,3장장소를향한폭력

‘객관적비판’이라는말에
숨겨진비겁함에대하여

‘진짜페미니스트’는없다는말이모든페미니즘이무조건옹호되어야한다는뜻은아니다.이책은어떤페미니즘의옳고그름을이야기할때분명히짚고넘어가야할것이있다고말한다.바로페미니스트들의발언을두고앞뒤맥락을자르거나일관성없는잣대로평가하는‘비겁함’이다.
예를들어‘여자라서’박근혜를찍겠다고했던어느페미니스트의말에대해한창비난이쏟아질때,중요한공적자리마다여성이거의보이지않는현실을고려하지않은채무조건매도한것이공정한수준의비판이었는지묻는다.이런현실은미국에서도다르지않다.지난미국대선에서매들린올브라이트전국무장관이힐러리클린턴을찍지않는여성들에게‘지옥의특별한자리’가마련되어있다고한말은‘징그럽게확대되어’비난받았다.이에대해전술적실패를페미니즘의문제로공격한것이라고분석한대목은무척날카롭다.

“‘여자라서’를고민하게만드는배경은결코가볍지않으며,오히려아주심각한문제이기때문이다.내가의구심을품는부분은흑인이흑인을찍는것과여성이여성을찍는것을바라보는사회의시선이다르다는점이다.”_34쪽,1장‘진짜’는없다

여성의경우남성과달리‘같은여자로서’라는수사를사용할때가많다.이는“성공은여성개인의능력이지만실수는모든여성의실패로”여기는현실의무의식적반영이다.저자는이러한비겁한잣대에위축되어침묵하기보다는“실패를쌓아균열을만들권리”를요구하며더수다스럽게길을만들어가자고주장한다.

“‘우리’여자는수시로‘같은여자’의행동에신경쓰며살도록강요받는다.연대는방해받고비난은여성이공유한다.죗값의무게도달라서“여자가더무섭다”등의말을정상적으로받아들이고산다.이런관념은우리일상에서별두려움없이떠돌며여성의관계와생각을지배한다.‘여성일반화’는남성사회의주특기다.아무공통점이없는여성들을하나로묶는시선에익숙하지않은가.그런데여성이여성을돕자고하면비로소‘여성의다양성’이치솟아오른다.”_34쪽,1장‘진짜’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