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16.72
Description
이제 ‘건강할 권리’를 넘어 ‘잘 아플 권리’가 필요하다!
건강이 스펙이 된 사회에서 써내려간 아픈 몸의 이야기
1인 가구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할 만큼 튼튼한 몸을 자랑하던 저자가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뒤 ‘아픈 나’를 긍정하기 위해 분투했던 치열한 기록.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질병을 피할 수 없는데도, 흔히 아픈 몸을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아픈 시간을 인생의 ‘낭비’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아픈 사람은 ‘건강해질 권리’밖에 없을까? 건강해지기 전에는 온전한 삶을 포기해야 하나? 아픈 몸을 향한 이런 통제의 시선은 결국 아픈 사람뿐 아니라 안 아픈 사람마저 소외시키게 된다.
이 책은 ‘아픈 몸’ 자체를 정면으로 마주본다. 아픈 몸과 살기 시작한 저자가 자신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한편, 질병을 둘러싼 편견과 차별,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구조, 의료제도의 문제를 살피고, ‘건강’과 ‘정상’의 의미까지도 거침없이 질문하며 ‘잘 아플 권리’를 고민한다.
저자

조한진희

여성·평화·장애운동을넘나드는활동가.팔레스타인에서인권활동을하는중에건강이손상되었고,이후질병에관해사유하게되었다.질병경험을토대로쓴책《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를통해질병문화를통찰하며잘아플권리(질병권)라는새로운관점을제시해주목받았다.2015년〈일다〉시민교실에서‘질병과함께춤을:잘아프기위해필요한몇가지것들’이라는워크숍을여는것을시작으로,시민들과질병서사쓰기작업을하고있으며,인권연극제작,시민교육등으로질병과인권영역을확장시키기위해노력하고있다.〈한겨레〉,〈일다〉,〈민중언론참세상X워커스〉등에질병,페미니즘,진보사회에관한연재를했고,공저로《포스트코로나사회》,《비거닝》,《라피끄:팔레스타인과나》가있다.지금도‘완치와투병의중간쯤’에살고있다.

목차

1장아픈몸이된다는것
-나도내몸이낯설다
-왜시간이없을까
-잔소리는사양합니다
-잘못살아온탓?
-질병에대한낙인
-차별의말들
-병명의의미
-질병의개인화

2장같은질병,다른아픔
-나약함이여성적이라니
-갇혀버린통증
-폐암은여성스럽지않잖아요
-‘다른삶’을탓하기
-아파도돌보는여성들
-보호자가될수없는보호자
-혼자살다가아플때
-아프면떼버리라고요?
-성폭력과건강권
-해고된여성들

3장건강에대하여
-건강이라는강박
-‘정상’은없다
-질병과장애사이
-원인불명의통증
-환자는통조림이아니라인격체예요
-양방과한방이야기
-치료를선택할권리
-의료에흡수된이별
-하얀가운을입은신

4장아픈몸의사회
-더위태로운사람들
-직장에서죽지않는법
-아파도일합니다
-금연광고,어디까지갈거니
-1인가구에게필요한것
-맹장염으로세상을떠난청년
-동네주치의가있다면
-잘아플권리

5장잘아프기위해필요한것들
-다른감각깨우기
-안부에답하는법
-아픈사람을어떻게대해야하나요
-건강두레가있다면
-내가꿈꾸는죽음
-질병은삶에대한배신이아니다

출판사 서평

자책감,미안함,미워하는마음말고권리를!
아픈몸을바라보는새로운관점

몸과질병에관한정보가어느때보다넘쳐나지만,건강을둘러싼사람들의불안은식을줄모른다.정보가아직부족해서일까?이책은이야기가부족하기때문이라고본다.실제로우리에게익숙한‘질병서사’들은가운데한토막이뚝끊겨있다.바로아픈사람의‘현재’에관한이야기다.의사의정보전달이나완치된사람의‘과거형이야기’는흔하지만,정작당사자의이야기는드물다.
이책은당사자의언어로아픈몸을이야기한다.열정적으로일하며부지런히인생계획을세우는데여념이없던저자는언제부터인가늘피곤하고무거운자신의몸을마주하게된다.그리고예상치못한인생의장면이펼쳐진다.바로암진단이다.그후일상의풍경은완전히달라진다.의사도원인을설명하지못하는통증들,남들에게쉽게이해받지못하는‘시간빈곤’,관심을가장한간섭들,무의식중에던져지는수많은차별의말들….질병과함께사는것은“어항속에돌하나더얹어지는것이아니라핏물한컵이부어지면서그물의밀도가변하고그에따라생태계가바뀌는일”이었다.
저자는어느순간부터“반드시건강을되찾으라”는격려의말도불편하게다가왔다고고백한다.아무리노력해도이전과똑같은몸으로돌아갈수없다는사실을깨닫자건강중심의말들은깊은소외감을안겨줄뿐이었다.누구나건강하게살고싶지만,그렇지않더라도자기삶을온전히살수있어야하지않을까?아픈사람에게는‘건강해질권리’말고도당장의일상을잘살아가기위한다른권리들도필요하지않을까?이책은아픈몸을둘러싼조금다른질문을던진다.

‘비(非)건강’이아니라‘탈(脫)건강’이다!
내몸에게끊임없이묻고또묻기

이책은‘건강한몸’,‘정상의몸’이란과연어떤상태를뜻하는지,모두에게동일한기준을적용하는것이가능한지,그런기준을누가정하고있는지도묻는다.흔히사회활동에무리가없으면건강하다고하지만,노동시간이길고노동강도가높은것으로악명높은한국사회에서이러한기준에완벽히부합하는사람은드물다.질병이없으면건강한것이라는‘상식’은또어떤가?환경오염은나날이심해지는데평균수명은더길어진오늘날,이런저런질병을안고사는것은누구에게나피할수없는현실이다.
저자는사람마다질병의양상이나고통을느끼는정도가다를수있다는점도지적한다.남성몸을기준으로의약품이개발되거나여성질환에대한연구가비교적소홀히이루어져왔다는점을짚으며,병명을진단받기전이나진단받지못하는통증또한환자에게는삶을뒤흔드는사건이라고강조한다.나아가아픈사람뿐아니라건강한사람도의료에대한자신의생각을정립해보도록권한다.갑상선암과잉진료논란이불거지기전,갑상선전체를절제하는수술이한창유행할때저자가자신의의료가치관에따라부분절제수술을받기까지의과정,병원에갈때마다인격체가아니라장기부위별로취급받는느낌에지쳐일본의병원을방문했던이야기는인상적이다.정상과표준,그리고건강과의료의기준이사회적으로결정될수있음을알려주는이러한사례들은독자들이자신의몸에대해꾸준히질문하는태도를놓지않도록이끈다.
그렇다면건강과관련된현재의많은기준들은쓸모없다는뜻일까?중요한것은‘비非건강’(건강을벗어던지고질병을입는것)이아니라‘탈脫건강’(건강자체에대한강박을벗어던지자는것)이라는저자의메시지는곰씹어볼만하다.

아프다,그래서나는춤춘다!
잘아프기위해일상에서필요한것들

이책은잘아프기위해일상에서시도해볼만한것들,아픈사람을어떻게대해야하는지궁금한이들이알아두면좋을정보도제공한다.‘몸치’였던저자는아프고난뒤부터춤을즐기기시작했는데,통증을느끼는감각만남아있던몸에새로운감각을깨운좋은경험이었다고회고한다.또아픈사람들은흔히자신의상태를정확히표현하지못하는데,이는‘질병세계’의언어가절대적으로부족한현실에서당연한결과라고말한다.오히려질병뿐아니라나이,성별,장애등을포괄한‘다양한몸’의문화가조성되어야한다고강조한다.
아울러아픈사람을대할때도,‘생각해서말해주는’많은정보들은아픈사람에게혼란을주거나오히려마음을버겁게만들어스트레스를줄수있다고한다.긍정적인자세로노력하면나을수있다는말역시아픈사람의힘겨운상황을‘노력’이라는또다른기준으로옥죄는것이될수있다.질병이모두에게똑같은모습으로나타날것이라는착각에서튀어나오는비수같은말들(“그사람은안그런데너는왜그래?”,“꾀병아니야?”),예민하다는지적이나밝은표정을지으라는충고도아픈사람을위한것이아니라아픈사람을바라보는자신의불편한마음을표현하는것은아닌지묻는다.
남편과부모님만서명할수있는수술동의서제도를개선하기위한‘생활동반자법’제정,‘가구별영향평가’제도,공동돌봄을위한‘건강두레’,돌봄노동보험상품개발등아픈1인가구에맞춘다양한정책제안이나,동네주치의제도,양·한방통합진료시스템확보와같은큰이야기도빠뜨리지않는다.자신의아픈몸에서출발하지만다양한몸에대한존중,사회적약자에게필요한것들로초점을넓혀가는이책에서,위로를받고희망을발견하는건어쩌면아픈사람보다아프지않은사람들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