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네임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디어 마이 네임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20.75
Description
“이 책에는 행복한 결말이 없다. 행복한 부분은, 결말 같은 건 없다는 점이다”
성폭력에 관해 대화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린 책!
미국 미투 운동의 불을 댕긴 2015년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의 익명의 피해자 ‘에밀리 도’가 4년 만에 진짜 이름으로 털어놓는 그날과 이후의 날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바이블”이자 “성폭력에 관해 대화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린 책”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1월 17일, 스탠퍼드대 파티에서 만취해 필름이 끊긴 샤넬 밀러를 성폭행한 브록 터너는 ‘완벽한 유죄’였다. 목격자들이 있었고, 터너는 도주하다 붙잡혔으며, 현장에는 증거가 널려 있었다. 그러나 1년 반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밀러는 ‘화장실에 숨어 있고 싶을 만큼’ 수치심과 고립감을 느껴야 했고, 터너는 고작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고도 3개월이 깎였다.

끝이라고 여겨진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밀러가 법정에서 최후 낭독한 〈에밀리 도의 피해자 의견 진술서〉 전문이 〈버즈피드〉에 게시되면서 나흘 만에 1100만 명에게 읽힌 것이다. 의회는 낭독회를 열었고, 진술서는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담당 판사는 파면당했다. 그리고 2019년 ‘에밀리 도’는 자신의 진짜 이름 ‘샤넬 밀러’로 돌아와 더 크고 깊은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기억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 위해, 그래서 ‘자신에게 이름을 붙이기’ 위해,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 옆에 서 있기 위해.

이 책은 사건 이후 피해자가 맞닥뜨리는 가해자 보호 문화와 좌절감을 안기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고발장이자, 하루아침에 무너진 성폭력 피해자의 삶과 내면에 관한 생생한 비망록이다. 문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사건 이후 일상이 어떻게 뒤죽박죽이 되어가는지, 쉽게 말하는 ‘치유’가 실제로는 어떻게 가능한지, 다른 범죄에서와 달리 이름을 감추고 살아가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자로만 정의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통과 유머가 교차하는 섬세한 에세이로 탄생시켰다.
저자

샤넬밀러

(ChanelMiller)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문학을전공한작가이자예술가.
2015년스탠퍼드대학교캠퍼스에서밀러를성폭행하다가붙잡힌브록터너는여러면에서완벽한유죄였다.목격자가있었고,터너는도주했으며,현장에는많은증거가있었다.그러나이토록‘완벽한유죄’의피해자가재판과정에서마주한고립감과수치심은상상을초월하는것이었다.반면가해자터너는스탠퍼드장학생이자전도유망한수영선수라는이유로‘안타까움’을샀고,결국징역6개월이선고되었으며그마저도3개월로감경을받았다.
이렇게묻힐뻔했던이야기는밀러가2016년재판에서낭독한,가해자에게쓴편지형식의〈에밀리도의피해자의견진술서〉가널리퍼지면서사람들의마음을뒤흔들었다.나흘동안1100만명이상이읽었으며,전세계의언어로번역되었고,의회에서는낭독회가열렸다.마침내이진술서는캘리포니아주의법을바꾸게했고,담당판사의파면을이끌어냈다.밀러에게는성폭력피해경험을털어놓을용기를얻었다는편지가쏟아졌다.
신원보호를위해4년간‘에밀리도’로살아갔던밀러는,이책에서처음으로자신의진짜이름을드러낸다.‘그기억에이름을붙이지않기’위해,그래서‘자신에게이름을붙이기’위해서다.이책은성폭력범죄가일어났을때가해자를보호하는쪽으로기울어진문화를조명하고,피해자가좌절할수밖에없도록설계된사범시스템을고발한다.무엇보다도성폭력피해자는실제로어떤일상을살아가게되는지,쉽게말해지는‘치유’가피해자에게는어떤방식으로가능한지,그리고피해자는어떻게자신을되찾아갈수있는지에대해고통과유머로버무린이야기를들려준다.
이책은성폭력을둘러싼모든믿음에도전하고,성폭력에대한사고방식을완전히뒤바꿔놓았다는찬사를받으며2019년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BookCriticsCircleAward을수상했다.밀러는패션지《글래머》가주최한‘2019Glamour’saward’에서‘올해의여성상’을받았고,《타임》이선정한‘Time’s2019100NextList’에이름을올렸다.

목차

들어가는말

1…12
2…54
3…92
4…124
5…158
6…200
7…228
8…297
9…333
10…380
11…397
12…426
13…450
14…483

감사의말
부록:에밀리도의피해자의견진술서

출판사 서평

★2019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수상
★아마존·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홍승은작가추천
★뉴욕타임스북리뷰,워싱턴포스트,타임,엘르,시카고트리뷴‘2019최고의책’선정

“그는감방에앉아있을지는몰라도,
자기몸에서내쫓긴기분이어떤건지절대로모를것이다”
이름을숨긴채살아가는성폭력생존자의일상
그숨막히는미로에관한슬프고아름다운기록

반세기가지나세상에알려진‘위안부’문제부터최근의‘n번방’사건까지충격을안긴성폭력증언의현장에는늘피해자들이있었다.하지만다른범죄피해자와달리성폭력피해자의대다수는이름을숨긴채평생을살아가거나신고조차포기한다.포토라인에선가해자를향해울부짖거나원망을퍼붓는모습도볼수없으며,기사에는늘A씨나B씨로이름이지워진채언급된다.그많은피해자들은사건이후어떤일상을,어떤생각과어떤기분으로살아갈까?2015년미국사회를떠들썩하게한스탠퍼드대성폭력사건의피해자이자이책의지은이샤넬밀러도피해자의‘얼굴’을모르기는마찬가지였다.1월17일밤,자신이피해자가되기전까지는.
강간키트검사를마친후,밀러가얼결에받은허름한책자에는그가앞으로겪게될지옥같은시간이적혀있었다.“사건이후0~24시간:무감각,경미한어지럼증,알수없는두려움,충격/2주~6개월:건망증,탈진,죄책감,악몽/6개월~3년이상:고립감,기억이갑자기한번씩되살아남,자살충동,일을하지못함,약물남용,관계의어려움,외로움.”예언은적중했다.매일매순간깨닫는피해자라는신분,시도때도없이흐르는눈물,집안에서도엄습하는공포,딸의피해사실을전해듣는부모님의처음보는표정,슬퍼하는동생과애인에게괜찮다고말하는일의고단함,직장상사와친구들에게아무일없는척할때의메스꺼움,불규칙한재판일정으로무너져가는삶의계획들과경제적어려움,그리고자신에대한의심까지.
이책은성폭력피해자가된지은이의일상과감정변화를세밀하게그려내며,지은이의시간과내면으로독자를깊숙이끌어당긴다.유려하고흡인력있는문장들이성폭력피해자의시간을바로옆에서지켜보는듯한몰입감을선사하는이책은,물론모든피해자의진실은아닐것이다.그러나지은이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몰랐거나멀게만느껴졌던피해자들이실은우리주변어디에나있다는점,우리에게익숙하고친근한얼굴을하고있다는점,그들이그런얼굴을유지하기위해매순간을발버둥치며살아간다는점을알게된다.지은이는“피해자는당신주위의모든사람”일지도모른다고말한다.

“괜찮아요.나는어깨를으쓱했다.전기억이안나요.그치만엄마아빠가그걸신문같은데서읽으면끔찍하잖아요.그러니까읽지마세요.제발읽지말아요,정말로.더는말이나오지않아서나는정신나간사람처럼미소를지으며서있었다.부모님은나를빤히쳐다보았다.뭐가됐건내가하려는이야기를마치기를기다리면서.그리고나는부모님이알았다!네가괜찮다니기쁘구나!하고말하기를기다렸다.하지만두분은아무말이없었다.내눈에들어온건엄마의미동없는얼굴,점점어두워지는엄마의표정이었다.엄마의눈이두개의검은구멍이되었고,목소리가낮고침착하게나왔다.그격렬함에나는말문이막혔다.그방의분위기를참을수가없었다.”(75쪽)

“우리가해야하는진짜질문은
‘왜신고를안했어?’가아니라‘너라면왜할건데?’이다”
목격자도증거도있었던스탠퍼드대강간범은
어떻게3개월만에풀려났을까?

인생의항로가순식간에바뀌던그날밤,밀러가한일이라고는오랜만에만난동생을따라캠퍼스파티에간것,컨디션난조로평소보다빨리술에취해의식을잃은것뿐이었다.깨어나보니청천벽력같은소식이쏟아졌다.자신이쓰레기통뒤편길바닥에서강간을당하고있었으며,옷이벗겨져신체부위가드러나있었고,자전거를타고가던학생두명이도주하는범인을붙잡았으며,이제자신은강간키트검사를받으러가야한다는것.기나긴고통의출발점이었다.
목격자도증거도충분했던,‘피해자에게유리한’성범죄의피해자였음에도밀러는재판에서끝없이피해를증명해보여야했다.“주량은얼마나되는지”,“소변을어디서보았는지”,“살면서필름이몇번이나끊겨봤는지”,“남자친구와독점적관계인지”,“바람을피워본적있는지”,“파티광인지”같은황당하고무례한질문들에대답하면서밀러는어느순간질문의룰이다르다는사실을깨닫는다.자신에게는렌즈를들이밀어배경이사라지게만든뒤고립시키는룰이고,터너에게는렌즈를뒤로빼서사건이후잃어버린것과유실된잠재력에대한안타까움을일으켜사람들속으로섞여들도록만드는룰이었다.
마침내배심원들은만장일치로유죄평결을내렸지만,백인남성으로서스탠퍼드대장학생이자뛰어난수영선수였던터너는판사의너그러운이해아래6개월형을선고받는다.그리고또다시3개월을감경받는다.오랜싸움끝에얻어낸허무한승리앞에서지은이는“정의는이런모습인지모른다고,녹아서뚝뚝떨어지는요거트를들고진이빠져앉아있는것인지모른다”고토로하며,이런현실에서신고를꺼리는것을문제삼는것은“제정신을희생해가면서,피해자를주저앉히도록설계된케케묵은구조에맞서싸우라고요구하는것과같다”고신랄하게비판한다.문제는“피해자의노력부족이아니라,피해자가안전과정의와회복에이르지못하도록하는시스템에있다”는것이다.

“우린구속을,유죄평결을얻어냈다.유죄선고를이뤄내는그작은확률을.이제정의가어떤모습인지확인할때였다.우리는문을열어젖혔고,거기엔아무것도없었다.그모습에나는숨이멎는것같았다.산아래를내려다보면,설상가상으로기대에찬피해자들이위를올려다보며손을흔들고환호성을지르고있었다.뭐가보여?어떤느낌이야?거기가보니까무슨일이있어?내가그들에게뭐라고말할수있을까?당신들을위한시스템은존재하지않아요.이고통의과정은아무런가치가없어요.이범죄는범죄가아니라불편이에요.당신이싸우는건가능한데그목적이뭘까요?폭행을당하면그냥달아나요.절대되돌아보지말고.이건나쁜말이아니었다.이건우리가희망할수있는최선이었다.”(376쪽)

“당신은나를모릅니다.하지만당신은내안에들어온적이있었고,
오늘우리가이자리에있는것은그때문입니다”
수천만명의마음을뒤흔들고담당판사를파면시킨
〈에밀리도의피해자의견진술서〉수록

이책에는밀러가책을쓰게된계기이자미국사회에서폭발적인반응을일으켰던〈에밀리도의피해자의견진술서〉가수록되어있다.원래는판사에게쓰는글이었지만,보호관찰관의보고서속에서‘온건한성폭력’이라는단어를발견한뒤분노를참을수없었던지은이는진술서가그저“감정을끄적인슬픈일기장이되지않기위해”터너에게직접말하기로결심한다.“주위의모든사람이터너와이고장난시스템으로부터기대할것이없다는데익숙해져”있던그때,법정에서든사랑하는사람들에게든늘스스로를검열하며말하던그때,처음으로자기자신의진실을털어놓기로한것이다.파도를넘기위해파도밑으로깊이잠수하기로.
가해자터너의어처구니없는진술들을그대로인용한뒤하나하나씩논리정연하게반박해나가는형식으로이루어진진술서는터무니없는형량을향한피해자의최후비명이었다.진술서를재판에서낭독한뒤밀러는모든것이끝났다고생각했지만,〈버즈피드〉에“여기스탠퍼드피해자가가해자에게낭독한강력한편지가있다”라는제목의글로올라가면서나흘만에조회수1100만을기록하게된다.그의진술서는《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가디언》등비롯한주요언론에대서특필되었고,힐러리클린턴,조바이든,테드포등의유명정치인의응원은물론,전국각지에서자신의피해경험을혼자삼킨채살아온수많은피해자들의편지가쏟아졌으며,인터뷰요청이쇄도했다.그리고마침내캘리포니아주의법이바뀌고담당판사가투표로파면되는데이른다.이진술서는성범죄와피해자의현실에대한기존의인식을무너뜨리고,대학생들의혈기왕성함으로곧잘물타기되는캠퍼스강간을둘러싼논의에불을붙였다.

“나는재판에대한그의권리를전적으로존중했지만,12명의배심원이만장일치로그가세가지중범죄에서유죄라고선고한뒤에도그가인정한것은알코올섭취뿐입니다.자신의행동을전적으로책임질수없는사람은감형받을자격이없습니다.‘문란함’이라는말로강간을물타기하려는시도는대단히모욕적입니다.강간의정의는문란함의부재가아니라,동의의부재이며,저는그가그차이마저이해하지못한다는생각에대단히심란합니다.”(540쪽)

“사람들은위로성장하지만,
피해자는상처의장소를돌면서성장한다”
‘치유’를말할때우리가알아야하는것과
이름을되찾는다는것의의미

피해자의치유에대해말할때,우리는그치유가흔히미래를향해선형적으로나아가는과정이라고믿는다.하지만밀러는이것이커다란오해라고말한다.다른사람들이위로성장한다면피해자는상처의장소를돌면서성장하는데,“상처를돌면서강해지고,나이가들면서옹골차질수는있어도,취약한핵심은결코사라지지않는다”고한다.그렇기에자신도“치유는나아감이아니라,무언가를찾아다니면서재차되돌아가는것이라는사실을배우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다”고한다.
또한지은이는“치유에는돈이든다”고단호히말한다.피해자는많든적든돈을받으면‘순수한피해자’가아니라고의심받을까봐도움을제안받아도망설이다거절하는경우가많다고한다.하지만우리가살아가는데필요한다른모든것들이그렇듯,치유의과정에도돈이드는것은분명한사실이다.상담치료,추가적인보안,일방적으로통보되거나연기되는재판일정을맞추다가어쩔수없이전일제직장을그만둘때필요한생활비,사소하게는숱하게법원에오갈때드는교통비와법원에출석할때‘단정한피해자’로보이기위한옷을사는데드는비용까지끝이없다.지은이가어린여동생의정신적충격을치료하기위한상담비용까지걱정했다고말하는대목은,아무리정의롭게해결되더라도성폭력이피해자에게는돌이킬수없는상처라는새삼스러운사실을깨닫게한다.
지은이는자신이피해자라는사실에는아무거리낌이없지만“그것이자신의전부라는생각”은꺼려진다고이야기한다.아무리인생최악의일이일어났어도그것만으로자신이정의되길바라는사람은아무도없을것이다.지은이는피해자라는사실이“나라는사람의전부가아니라는사실을다시배우기위해”많은시간이필요했노라고고백한다.책을쓴이유도“상처를탈바꿈하고,과거와대면하고,기억을받아들이고,그기억과함께살아가는법을찾기위한시도”였으며,“그기억에이름을붙이지않을때,나는비로소나자신에게이름을붙일수있다”고말한다.피해자가자신의이름을되찾는다는것은바로이런의미일것이다.

“내가치유되었다고구원받았다고한다면피해자들이마치존재하지도않는어떤결승선을넘을정도로충분히열심히노력하지않았다는듯,자신이부족한사람이라는기분을느끼게될까봐걱정된다.나는그들의고통속에서그들의옆에서기위해글을쓴다.내게가장위로가되었던말이괜찮지않아도괜찮아였기때문에글을쓴다.모든게허물어져도괜찮다.다쳤을때는그런일이벌어지는법이니까.하지만나는피해자들이자신들이그냥거기에내버려지지않을것임을,그들이다시일어설때그옆에우리가있을것임을알았으면좋겠다.”(4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