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한 유저의 분투기)

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한 유저의 분투기)

$14.00
Description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여성 유저의 이야기
‘게이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 속 세계에 빠져 있는 사람의 뒷모습? 여기서 잠깐. 떠올린 그 사람은 혹시 남성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게이머는 정말 남자뿐이었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면 분명 게임하던 여자 친구들이 한두 명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여성 게이머의 수는 적지 않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에서는 절반에 육박하고, PC 게임에서도 35%에 이른다. 구글은 최근 “여성 게이머는 게임 시장 성장의 커다란 기폭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성 게이머의 모습을 쉽게 그리지 못할까?

『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는 여성 혐오가 공기처럼 스며든 온라인 게임판에서 기어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나간 한 여성 게이머가 들려주는 애증의 플레이 라이프이다. 남성이 ‘기본값’인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게임판은 특히 더 기울어져 있다. 이 책은 그 기울어진 세계에서 버틴 여성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해오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차별의 기억들, 게임 업계와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알게 된 여성 혐오의 패턴들을 짚어보며, 이런 피해가 왜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담았다. 그렇다고 체념하는 것은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발견하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해온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의 노력을 소개하고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알려준다.
저자

딜루트

Dilute
MS-DOS시절부터지금까지꾸준히게임을해왔다.게임에재능이뛰어난편은아니지만승부욕은높다.좋아하는장르는RPG나턴제전략,보드게임이고,못하는장르는RTS와3D1인칭게임이다(멀미를한다).웹진《더핀치》에게임관련리뷰〈어떤게임이냐하면〉과〈어디에나있는평범한게이머〉시리즈를연재했다.

목차

프롤로그:정말그렇게없었을까?

1장남자애들이나하는것
고전게임:사랑의시작│오락실:왜다들나한테만이기려고할까?│업계:명품가방과게임의상관관계│중고거래:없는게아니라숨은겁니다│이런게임은어때?〈이름없는거위게임〉

2장지워진게이머들
길드:여성유저는동등한적이없었다│레이드:뒷바라지하는사람은정해져있다│싸움:사과받는일의고단함│음성채팅:평범한취미생활은언제쯤가능할까│의문:그런데도계속하는이유│이런게임은어때?〈플로렌스〉

3장왜나는웃지못했을까
놀이문화:여왕벌부터혜지까지│여성캐릭터:언제까지여자가슴만볼건가│원래그렇다는말:게임과현실이정말그렇게구분된다고?│엔딩:〈프린세스메이커〉는정말소녀를공주로만들뿐일까│VR게임:온라인커뮤니케이션과윤리│이런게임은어때?〈부디조심하세요〉

4장게임속의여성,게임밖의여성
전쟁게임:전장속여성들의이야기│영웅담:나는네액세서리가아냐│익명커뮤니티:사상검증은어떻게이루어지는가│방해말고꺼져!:게이머라는특권의식│아니타사키시안인터뷰:게임은무엇이고,게이머는누구인가?

5장혐오에맞서재미찾기
롤플레잉:당연한불편함으로의진화│주인공:말하는사람도듣는사람도여성이라면│드래곤에이지:인생을뒤흔든게임을만나다│라이프이즈스트레인지:여성주인공과피해자이야기│슈팅게임:나의총쏘는게임적응기│이런게임은어때?〈셀레스트〉

에필로그:누구나게이머가될수있다

출판사 서평

“재미의시민권이전혀평등하게분배되지않았음을보여준다.”-최태섭(《한국,남자》저자)
“여성인우리가살아가는세계에관한이야기다.”-최지은(《엄마는되지않겠습니다》저자)

함께게임하던그친구들은다어디로갔을까?
여성게이머의지워진목소리를복원하다!

‘게이머’라는말을들으면어떤이미지가떠오르는가?헤드셋을쓰고모니터속세계에빠져있는사람의뒷모습?여기서잠깐.떠올린그사람은혹시남성인가?아마그럴것이다.그래도다시한번생각해보자.게이머는정말남자뿐이었나?청소년기를떠올려보면분명게임하던여자친구들이한두명은있었을것이다.실제로여성게이머의수는적지않다.2019년통계에따르면모바일게임에서는절반에육박하고,PC게임에서도35%에이른다.구글은최근“여성게이머는게임시장성장의커다란기폭제”라고발표하기도했다.그런데왜우리는여성게이머의모습을쉽게그리지못할까?
이책은바로그여성게이머의이야기다.유치원시절부터지금까지게임을해왔던지은이의기억에는차별의기억도겹겹이포개져있다.어디가서게임한다고말하면오빠가알려줬냐는질문을받을때가많았고,오락실에서혼자게임을하고있으면자신의맞은편자리만쫓아다니며싸움을걸었던남성게이머때문에집으로돌아오곤했다.중고거래를할때는“이런게임여자분이잘안하시는데”로시작되는훈계를듣는가하면,밤에“친하게지내자”며지속적으로문자를받은이후에는중고거래를꺼리게되었다.‘레이드’를뛰기위해음성채팅을할때는여자라는이유로갑자기욕설을듣거나성희롱을당한적도있었다고한다.
‘혜지’,‘보르시’,‘여왕벌’같은멸칭은어떻게봐야할까?지은이는이러한여성혐오단어들의맥락과유래를자세히설명하면서도,이제는‘어원’과상관없이눈앞의여성게이머가마음에들지않을때괴롭히기위해쓰이며,이는일종의‘놀이문화’가되었다고말한다.과거‘김여사’나‘된장녀’가자리잡던패턴과비슷하다고할수있다.흔히“게임을잘하면그런소리안듣는다”는반론이있지만,지은이는동일한상황에서남성게이머도그런소리를듣느냐며반문한다.이런현실에서여성게이머가눈치보지않고게임에몰두할수있을까?오래좋아할수있을까?그렇게그들은점점자신의존재를지운채게임을하거나,지쳐서그만두게된다.

“다른자리에서새로동전을넣고게임을하고있으면,잠시후새로운도전자가나타났다는문구가화면에뜬다.슬쩍일어나누군지확인해보니,아까나를장렬히패배시킨그인간이다.아까이겼던자리는게임을하다말고비워둔채로내가하던자리에굳이옮겨와서게임을이어간다.이런패턴이라면다른자리로옮겨도결과는똑같을것이기에그런날은게임을못하고그냥집에와야했다.”(27쪽)

“누군가(주로이런얘기를들은남자)는위로랍시고말한다.‘모든사람이그렇진않다.’모든사람이그렇지않다는걸누가모르나?직거래를하기위해만나게될사람이이후나에게어떻게대할지이마에써있기라도해서알아서피할수있는건가?이런일련의경험들을몇번반복적으로겪게되면서중고거래는점점줄여나갔다.부득이하게거래할일이생기면전화대신문자로만연락하고,내번호를쓰지않았다.거래장소에는항상남자인친구나애인을데려갔고,나는그냥친구인척거래가끝날때까지구경만하거나다른장소에서거래가끝나길기다렸다.“(41쪽)


‘좋아요’한번으로일자리를잃는곳,
이상하리만치격렬한게임판의백래시에대하여

2020년7월,국가인권위원회는“게임업계의사상검증사건이차별이자불이익”이라는결정문을발표했다.이는2018년에접수된피해진정서에대한응답이었고,이진정서에는2016년넥슨이자사게임의성우를페미니즘티셔츠펀딩을이유로교체했던그유명한사건이포함되어있다.이당연한‘결정’이나오기까지무려4년이걸린셈이다.결정문이나왔어도해당성우는여전히사과를받지못했으니,그동안얼마나많은프리랜서또는계약직직원들이이런식으로사라졌고,지금도사라지고있을까?온라인게임판은어쩌다페미니즘의물결이쉽게닿지않는곳이되었을까?
이책은게임회사와익명커뮤니티두축을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나간다.익명커뮤니티에서‘페미니스트색출하기’는일종의스포츠이며,그결과‘블랙리스트’가만들어진다.그런데지은이가보기에익명커뮤니티에서사상검증을일삼는‘주류게이머들’과개발사등게임업계는긴밀히연결되어있다.유동인구가많은익명사이트를매개로게임문화를포함한인터넷서브컬처문화가형성되는현실에서,“개발자도익명사이트에다니고,운영자도익명사이트에다니는”연결고리가생기는건당연하기때문이다.
이런분위기에서보통의기업이라면거들떠보지도않을터무니없는리스트는좀더쉽게수용되고,실제계약해지로이어진다.게임회사들은흔히유저들의항의를무시할수없다고항변하지만,과연그렇기만할까?이책은‘고객이왕’이라서울며겨자먹기로업계가따라간다고만볼순없다고말한다.그렇다고하기엔지금껏게임회사는‘페미니스트해고’외에도여성게이머비하에적극동참해왔다.한회사는공식유튜브동영상에서‘혜지’라는단어를쓰는가하면,여성유저가많으니“솔로탈출할수있다”는말로서슴없이자사게임을홍보한회사도있다.업계내에비공식블랙리스트가돌아다닌다는오랜의혹이설득력을더하는이유다.
한편게임판속의문제들은증강현실(AR)과가상현실(VR)등을만나새로운차원으로넘어가는중이다.몇년전크게유행했던AR게임〈포켓몬GO〉는여성플레이어의안전을위협한다는지적을받았고,한VR게임의경우스트리밍방송을하던플레이어가여성캐릭터의치마밑을보려고집요하게몸을숙이는행동등이그대로방송에나가면서논란을일으켰다.지은이는이런상황에서“게임과현실을구분하라”는반박은의미가없다고말한다.게임은현실을반영하며,익명성과결합되어“기존의문제들을더욱날것으로드러내기”때문이다.

“익명사이트에“○○일러스트레이터의심되는데명단에올려도됨?”같은글이올라오고,몇몇이‘ㅇㅋ동의’,‘평소행실이맘에안들었음’같은댓글을달면그글은아무권위가없는데도일종의힘을얻게된다.그때부터‘나무위키’등에있는‘페미니스트’리스트에해당인물이등재되면그공신력없는리스트에이름이존재한다는이유만으로해당자료는집단내‘신빙성있는자료’로탈바꿈하며,순환참조의굴레가형성된다.”(164쪽)

“그들은중요한사실을간과했다.업계에서그들의비위를맞춰주기위해아무리노력하고(문자그대로)절을한들,백가지요구중단한가지요구라도들어주지않으면‘페미니즘에굴복하고유저를호구취급하는제작사’가되며순식간에배신자로취급당한다는것을.커뮤니티에서는이런행위를‘손절한다’고표현하는데,그때까지유저들에게입안의혀처럼굴었던회사였어도해당회사의이름이나오는순간‘페미회사페미게임안사요’라는댓글이몇년이지나도달린다.이들은다른이들의구매를적극적으로방해하는‘악성소비자’로변한다.이단계가되면개발사는이미일러스트레이터해고등으로‘여성혐오게임개발사’라는타이틀을먼저얻은상태라더갈곳조차없게된다.”(171쪽)


지긋지긋하지만사랑하지않을수없었다!
평범한게이머가써내려간애증의덕질기

이쯤에서게임을하지않는사람들은“무슨영광을보겠다고게임을하는지”묻고싶을수도있다.지은이는주인공이되어자유롭게돌아다닐수있는게임속모험이야기에큰매력을느껴왔다고한다.온갖사건을겪고질리더라도새로운장르와기기로갈아탈수있도록하는선택지들이있다는점,현실의많은문제들과달리노력한만큼보상을안겨주는정직함도꼽는다.특히같은게임을하는플레이어들끼리공유하는희로애락과연대감은게임바깥의사람들이쉽게상상하기어렵다.가상현실속에서도사람들끼리우정을쌓는일같은소소한기억들이모여다시게이머로살아가게만드는원동력이되었노라는지은이의이야기를듣다보면,실제일상을살아가게만드는원동력과도크게다르지않아보인다.
이책은미미하게나마이어지고있는여러변화의흐름을소개하며,게임이그래도아주조금씩나아지고있다고말한다.일부외국개발사들은여러소수자캐릭터들을배제하거나희화화하던과거방식에서벗어나그들에게서사를부여하고캐릭터의비중을조금씩늘려나가고있으며,좋은인디게임들도개발되고있다.전쟁속여성의이야기를담은몇몇게임들은기존의전쟁서사와다른이야기를제공하는가하면,자신만의이야기를품은여성캐릭터들도속속등장하고있다.또한기존의‘주인공’중심관점에서벗어나새로운플레이방식을시도한게임들도소개하는데,이러한변화들은비게이머들의편견을뒤집을만하다.게임을향한지은이의애정어린시선을따라가다보면,사람들이어떻게게임을접하고사랑하다게이머로거듭나는지,게임이모두를위한취미로자리잡으려면무엇이필요한지알게된다.
지은이는해외의이러한변화에발맞춰국내게임업계도바뀌어야한다고강조한다.최근〈링피트〉나〈동물의숲〉의열풍에대해서는‘여성용’,‘가족용’,‘아동용’이라고애써비하할것이아니라,비게이머들이왜다른게임은하지않으면서그게임은하는지곰곰이따져보라고말한다.단지“비게이머들의환심을사려고한다”고냉소만하다가는사양산업의길을걸을수밖에없을것이며,“게임을즐기면누구나게이머”이기때문이다.



“친구의생일날,그날레이드가어땠고이장비는어떻고하는이야기를하다가자정을알리는(게임속)교회종소리가울렸다.누가시키지도않았는데우리는돗자리를깔고,마을제과점에서파는생일케이크를구매했다.다른친구가폭죽을사서터트리고,친구의생일을축하한다는여러메시지가채팅창을가득채웠다.광장에서그렇게수다를떨고있으면생판본적없는사람들이지나가다‘생일축하해요!’라고인사를건넨다.이처럼실제로는각자다른지역에살아서함께모일수없는사람들이한데모이면서생긴작은에피소드나,게임속에서혼자만의목표를정해놓고그것을달성했을때느끼는성취감등은기억속어딘가에남아있다가,뭔가를추억할때갑자기떠오르기도한다.이런사소한경험들이한데모여게임을지속할수있는원동력이된다.”(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