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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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군대는 어쩌다 젠더 갈등의 블랙홀이 되었나
오찬호, 손희정, 김현미 추천!
젠더 이슈에 관한 논쟁에서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말이 있다. “그럼 여자도 군대에 가든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 징병 청원 글이 20만 명 넘는 동의를 얻으며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이러한 글은 청원 게시판이 생겨난 2017년 이후 해마다 올라왔다.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래로 20년 넘게 반복된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여성혐오 발언을 정당화하는 ‘최후의 근거’로 꾸준히 출몰한다. 2015년 ‘○○녀’ 발언들이 확산될 때도, 2020년 한 기업의 면접 질문 속에도 ‘군대 가지 않는 이기적인 여성들’의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럼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기만 하면 지긋지긋한 갈등이 해결될까? 여성징병제는 성평등을 위한 지름길인가? 이 기나긴 논쟁에서 우리가 곧잘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군대에 간 여성들, 즉 여성 군인들이다. 1950년 한국전쟁 이래로 이 ‘초남성 공간’에서 분투한 이들은 남성중심적인 군 문화에 맞서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순응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이 책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로부터 여성징병제라는 ‘미래’를 역추적한다. 물론 여군은 남군과 달리 지원제로 선출되어 장교와 부사관으로 시작하지만, 그 자체로 군대 속 여성의 위치를 드러낸다.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군대와 안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 군인들을 분야별로 인터뷰하고, 군 안팎의 각종 문헌과 영상 자료를 분석해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부침이 심했던 여군제도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각 시대마다 어떻게 군인이 되어갔는지, ‘군인’이 되고자 했던 그들에게 ‘여성성’은 어떤 의미였는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쟁체제가 여군과 남군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지 펼쳐 보이며, 납작해진 여성 징집 논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저자

김엘리

저자:김엘리
성공회대학교시민평화대학원외래교수.대학에서여성학과평화학을강의한다.(사)피스모모평화페미니즘연구소소장으로도활동한다.주로여성군인,남성성,혐오,군사주의,분단에관해연구하고글을쓴다.최근에<혐오정동의분단된마음정치학>(2021),<20~30대남성들의하이브리드남성성>(2020)등의논문을발표했다.지은책으로는《그런남자는없다》(2017,공저),《페미니즘,리더십을디자인하다》(2016,공저),《나의페미니즘레시피》(2015,공저)등이있고,《여성,총앞에서다》(2009),《군사주의는어떻게패션이되었는가》(2015,공역)를옮겼다.

목차

들어가는말

1장여성징집,그논란의연대기
-격분하는말에서법적제도청원까지
-여성징병제에대한입장들
-남성의마음은
-신자유주의시대,병역의무
-성전쟁의전선이되다
-군대는갈만한곳인가

2장분리에서통합으로,여군의역사
-국가와병역법,국민되기
-외부이자잔여:한국전쟁시기
-애국의상징:총력안보시대
-전문직업인:지식정보화시대
-스마트한군인:신자유주의시대

3장여성군인의탄생
-시대의전환,아버지와딸의대화
-‘여성적인것’의논란
-우수인력담론과성평등론의조우
-여성성으로조율하기
-국가를지키는군인,여/군인

4장여성은어떻게군인이되는가
-새로운나,능력있는나
-여성과군인사이에서
-체력은남성성의마지막보루일까
-안전하게군인이되는법
-신자유주의시대,여군되기

5장성평등은만능키가될수있을까
-성평등이라는프레임
-여성이군에가면무엇이변할까
-성평등만으로충분한가
-여군이늘어나면생기는일
-이스라엘과스웨덴의차이

감사의말
부록:여성징집논쟁과여군제도의연대기

출판사 서평

여자도군대가라?그들은이미군대에있었다!
여성징집논쟁을읽는새로운관점

“여자는군대를안갔으니남자보다월급을적게받는것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가?”
얼마전한기업의입사면접에등장한것으로알려진이질문은,해당기업에대한불매운동등이이어지면서대표적인성차별질문유형으로각인되었다.하지만질문자체는어딘가익숙한구석이있다.1999년헌법재판소가군가산점제위헌판결을내린이후남성병역의무제에대한헌법소원이계속청구되어왔다는점,여성징병제청원이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이생긴이래로매년올라왔다는점은,‘군대가지않는여성’을둘러싼논쟁의역사가짧지않음을보여준다.사실‘여성’과‘군대’가만나는대부분의이슈에서한국사회는제대로합의에이른적도,논의의역사를제대로정리한적도없다.이를테면여자도군대에가야하느냐,여성은남성과동등하게싸우는군인이될수있는가,‘여성성’은군복무를하는데장점인가등의질문에서그렇다.공통점이있다면군대보다는‘여자’에초점을맞춰왔다는사실뿐.
이책은언뜻관련이없어보이는두주제,즉미래에도입될수도있는‘여성징병’과과거부터지금까지존재해온‘여성군인’을잇는다.물론병사로징집되는남군과달리여군은간부로출발하지만,저자는이들이그자체로군대에서일하는여성의현실을보여준다고말한다.여군들의이야기로‘여성징병제’라는미래를그려보면,우리의기대와는거리가있다.여성군인은1950년한국전쟁의발발로생겨났지만,오랫동안특수병과에소속되어남군을보조하는역할에머무르다가1990년에와서야일반병과로통합되었다.이처럼‘립스틱바르는여군’에서‘위장크림바르는여군’이되었지만,여전히그들은남성을기준으로하는군인상과남성화된군문화앞에서‘결핍’되고‘미끄러지는존재’다.
예컨대여성군인들은‘여성성’을버리도록훈련받지만,실제로는섬세함과꼼꼼함같은‘여성성’을여군의전문성으로요구받는다.상관들과의관계뿐아니라부하들과의관계에서도인정받기위한‘기싸움’을벌이는가하면,여성이라는이유로‘보호’되거나“여군인데도잘하네”같은말을듣는온정적성차별의상황에서도‘적절히’대처해야한다.저자는특히군대에서만‘미투’가일어나지않은것이군대자체의문화와조직의특성때문이라고지적한다.따라서여성징병의논의앞에서군대자체를사유하고성찰하는것이중요하다고강조한다.물론지금껏여성징병제이야기가나올때군대를성찰하자는주장이없진않았다.그러나이책은군대안으로들어가실제여군들의이야기를통해살폈다는점에서차별화된다.

“여군들은어디에도적중하지않는존재였다”
군대에서일하는여성들의생생한이야기

한가지오해하지말아야할점은,그렇다고이책이군대는나쁜곳이니애초부터여성이입대하면안된다고주장하는책은아니라는점이다.특히저자는여성의입대에부정적인주장들이성폭력을주된근거로내세우는것에대해“여성군인들의다채로운활동을면밀히읽지못하는것”이기에편협하다고지적한다.이책에는성별분업에도전하고싶어군에지원했고,‘여성성’을거부하는동시에신자유주의경쟁체제안에서전략적으로활용하기도하며,스스로를계발하고성장시키기위해분투하는여군들의생생한이야기가담겨있다.
오늘날남군들과함께군사훈련을받고활동하는그들은한마디로‘우수인력’으로여겨진다.2014년마침내육군이포병·기갑·방공·군종병과를여성에게개방하는등여군활용정책이꾸준히확대되기까지주된근거는“우수인력을활용해야한다”는것이었다.그런데이책에따르면‘우수인력담론’은양면적이다.여군이라는‘우수인력’은성평등을성취하는인력이지만,그우수함안에는늘‘여성성’이빠지지않기때문이다.처음에는남성과의동일시를통해우수함을증명하려분투했던여성군인들은,이제신자유주의시대의자기계발과능력주의담론,그리고고기술정보전으로의변화라는흐름앞에서‘여성성’을최대한활용하도록유도된다.그리고여기서말하는‘여성성’이란이른바‘여성고유의능력’으로서‘부드럽고유연한’리더십이다.실제로오늘날여성군인들은이를적절히활용하려는경향이커지고있으며,이는다시여성군인에관한지식을생산하고구속하고있다는사실이여러여성군인들의인터뷰에서드러난다.
“다르지만평등하게”를표방하는여군활용정책에대해저자는“차이를인정하는평등을말하는것처럼보이지만,내밀히들여다보면전통의회귀”일뿐이라고지적한다.‘여성적인것’은여성의고유능력이되는동시에성역할을재생산한다.이에따라여군은언제나접두어를부착한군인,즉‘여/군인’이되었으며,“능력있는군인으로소환되어젠더화된여성군인으로조율”되었다는것이다.여성이어도,여성이아니어도안되는그들은“어디에도적중하지못하고끊임없이미끄러지는존재”로서‘군대에서일하는여성들’이맞닥뜨리는딜레마를생생히보여준다.

“군대는누가가든갈만한곳인가?”
성평등프레임을넘어서는‘군대이야기’가필요하다!

그런데“여자도군대가라”는말은정말여성이군대에가야한다고주장하는말일까?책에서인용하는2018년설문조사에따르면“여성은군인이나경찰에적합하지않다”고생각하는집단이“적합하다”고생각하는집단보다“여자도군대가야한다”는생각을더많이하는것으로나타났다고한다.속마음과일치하지않는이말에는어떤뜻이담겨있는걸까?저자는신자유주의사회에서군복무가과거처럼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강화하는맥락의‘혜택’으로작용하기보다는남성들만의‘시간낭비’이자‘손실’로여겨지면서‘공정’이라는이름아래여성혐오감정으로폭발되는것에가깝다고본다.이처럼군대에대한인식은시대에따라의미를달리하는,“근대국가가생성되면서축적된역사적·문화적유물이자정치적아키텍처”로서“정치경제적문제이자사회구성물”이다.그렇기에어떤질문을던지는지가중요하다.이책은군대를“당연하고절대적인신화이자항상거기에있는법적권력”으로여기며질문하지않는한국사회에서“군사안보는왜공공선인가?”,“시민권은왜병역의무를통해서성취되어야하는가”와같은좀더나은질문을던짐으로써“군대는갈만한곳인가”로논의의초점을바꿔야한다고말한다.
이책은여성징병제가성평등과동의어라고보지도않지만,그와별개로군대문제가성평등프레임으로만다루어져서도안된다고본다.이를테면여군의증가는세계적인현상이지만이는미국의아프가니스탄전쟁사례에서보았듯이제국주의적전쟁의명분으로‘이용’되는가하면,일본자위대가여군의돌봄이미지를앞세워전쟁과군대의확장에대한질문을은폐했다고지적한다.물론군대안에여성들이증가하는현상이부정적인것만은아니다.성평등관점에서보면여성들이금기를깨고도전하는영역이늘어난다는점,몸의움직임을통해자신들의영역을넓히고임파워링(empowering)한다는점,그리고여성의존재만으로도이성애남성중심으로이루어진군대의민낯을드러내고차별없는군을만들도록각성시킨다는점에서의미가있다.
하지만성평등,능력있는여성,그리고여성의증가만이우리가군대에기대할수있는전부일까?이책에따르면한국에서이스라엘은여성징병제를실시하는국가로흔히인용되지만,이스라엘에서여성이남성과동등한시민권을얻지못한것으로평가받는다는사실은잘알려지지않았다.저자는스웨덴의사례를들어사회의성평등정도가여성의군복무의효과도좌우하며,모든영역에서성평등이높은스웨덴은군대역시성평등을성취하는방법으로여성징병제를실행한다고강조한다.그렇기에“군사적가치가시민사회를압도하기보다는시민사회의다양성과비폭력탈군사화가치가군을장악하는방향”으로나아가는것이중요하다는것이다.우리의여성징병주장에는과연이러한큰그림이담겨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