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어진 서양 문명 이야기

감추어진 서양 문명 이야기

$17.00
저자

안계환

저자:안계환
‘문명여행자’라는닉네임으로활동하는작가이며인류문명연구소소장이다.네이버에〈문명여행자〉라는이름의공식블로그를운영하고있고,유튜브에도같은이름의채널을운영중이다.이공계출신이지만문과성향도꽤높아서역사와지리에관심이많다.평생취미로읽어왔던역사책은‘문명사덕후’로서활동하는밑거름이되었다.헤로도토스를비롯하여역사를기록한인물들을자신의멘토로삼고있다.지금은동서양문명사를집필하고강의하면서현장답사활동을통해사실적인사관을갖기위해노력하고있다.

저서로『성공하는사람들의독서습관』,『변화혁신,역사에서길을찾다』,『안계환의인문병법』,『중국핵심강의』,『유럽을알아야세상이보인다』,『최소한의서양고전』등다수가있다.

목차

프롤로그_문명여행자,커튼뒤로걸어들어가다

Part1
신을대신한인간들

_이집트문명이남긴첫자각

교과서가가르쳐준고대이집트문명
피라미드는노예들의피땀눈물?
수염달린최초의여성파라오
홍수가날수록세금이오른다
죽음의민주화,누구나부활할수있어
기록한다,고로존재한다
혼혈파라오의위대한유산
태양아래평등했던단한번의일탈

Part2
자유의그림자

_그리스문명이숨긴인간의모순

교과서가가르쳐준고대그리스문명
빼앗긴자들의무덤에귀를기울이면
아테네가아니라이오니아였다
페리클레스의그림자
누가철학자를죽였는가?
철학자도노예를소유했다
스파르타정신이멋져보여?
올림픽쇼,너무나정치적인
예언은신의목소리?

Part3
질서의감옥

_로마문명이만든완벽한시스템과인간의부재

교과서가가르쳐준로마문명
오늘은개혁가,내일은공공의적
제국의시민사용법
빵과서커스
여성을위한제국은없다
제국에노예가없었더라면
중무장한권력이루비콘강을건너다
종교라는최종병기
로마가반쪽만멸망한이유

Part4
구원의감옥

_신의이름으로인간을가둔시대

교과서가가르쳐준중세유럽문명
신은거기에없었다
그들의이름은?
누구나알지못하게하라
신의이름으로불태워진책들
신의대리인,얼마면돼?
신도인간도보이지않는전쟁
수업료를떼먹은유럽지성

Part5
문명의거울

_서양문명이비틀어버린또하나의얼굴,이슬람

교과서가가르쳐준이슬람문명
한손에쿠란,한손에칼?
이슬람은알라를믿는다?
베일속의진실
검은노예,하얀무슬림?
움마의이상이품지못한것들
수니와시아,권력과기억의전쟁
신비롭거나폭력적이거나

Part6
문명의대가

_약탈로세운근대유럽의빛과그림자

교과서가가르쳐준근대유럽문명
명화뒤의회계장부와계산서
업자들이여,자유를유통하라
대항해시대라는멋진말
나자신을부정하라는주문
국민이지만인간은아니었다
세계적인약탈물보관소
삼각형의이름만바뀌었을뿐
이성의시대가감춘두얼굴
새하얗게탈색한유럽의뿌리

에필로그_로제타스톤을다시보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서양문명’이라알고있었던것들에관한46개의질문
영화〈오디세이〉에서우리는같은것을보고있을까?

AI기술혁신은우리의경험과사유체계에도변화를가져왔다.지식과정보의시대가가고해석과통찰의시대가왔다.정답을맞히는시대가가고질문을던지는시대가왔다는뜻이기도하다.그런면에서이책은시대적요구에발을맞추고있다.서양문명을비롯한인류의역사와문명에대해질문을던지고,상식의권위에도전하며,새로운해석을시도하기때문이다.

동서양을넘어전세계수많은관객이영화〈오디세이〉에열광했다.그러나그들과우리는영화속에서과연같은것을보고있을까.고대그리스문명은서양인들이자기정체성의뿌리이자문명의정수로찬사를바치는문명이다.하지만서양의경계밖에있는이들에게도그러할까.

내머릿속에어느새자리잡은‘서양문명’에관한이미지는어디서생겨난것일까.나는역사와문명을누구의눈으로보고있을까.《문명덕후의시간탐험》은이런불편한의문에서시작된다.

“화려한유적옆에는언제나말하지않는이야기가있었다.기록되지않은이름,지워진얼굴,침묵당한목소리가유적의그늘속에그대로남아있었다.책에서배운역사와현장에서마주친이야기사이에는미묘하지만분명한간극이있었다.그간극을메우는것은대개미화였다.불편한사실은조용히생략되고,자랑스러운서사만골라매끄럽게이어붙인역사.나는그것을선택된문명사라부르기로했다.”
_프롤로그중에서

저자는‘선택된문명사’를벗어나그속에감추어진이야기들을찾아나선다.하트셉수트여왕의얼굴이신전벽에서깎여나간흔적,델포이신탁이실은정치적계산위에서움직였다는사실,콜로세움이빵과서커스를위해만들어진시설이란것,교회가지켰다는지식만큼이나불태운책이많았다는사실,아랍과베르베르사이에없던경계선을식민지배가새로그어놓았다는사실,그리고만유인력을발견한과학자가밤마다성서의숫자를헤아리며종말을계산하고있었다는사실까지.

이처럼어느시대,어느문명에나인간의욕망은시대의흐름을바꾸어왔다.누군가의의도와욕망에따라역사는선별되었고,서사는계산되고아름답게치장되었다.거대권력이해체되고세계질서가재편되는지금,저자는더이상만들어진역사를맹목적으로받아들일필요가없다고말한다.

“더이상그말들을무비판적으로떠받들필요가없다고본다.지난한세기넘게우리는서양을따라잡아야할모범으로만배웠고,그결과그들의성취는찬사로기록됐지만그그림자는침묵으로남았다.

이제는사정이다르다.우리스스로문명을이루고기록하고세계에내놓을만큼자신감을쌓아온지금,서양문명을있는그대로,비판적으로바라볼자격도함께얻었다.비판적으로본다는것이곧부정하는것은아니다.그것은오히려떠받드는자리에서내려와,동등한눈높이에서마주보는일이다.”
_에필로그중에서


책속으로

돌이켜보면우리는서양문명을언제나‘칭송의언어’로먼저접했다.학교에서,교양서에서,여행안내서에서만난서양은언제나인류를앞으로이끈주인공이었다.피라미드는경이였고,아테네는이성과자유의요람이었으며,로마는법과질서의완성이었다.중세는신앙으로어둠을견뎠고,근대유럽은과학과이성으로인류를계몽했다.나역시오랫동안그렇게배우고,그렇게믿었다.그리고실제로그문명의현장들을직접걸어보기전까지는,그믿음을의심할이유가없었다.
---p.5~6「프롤로그」중에서

학자들은피라미드건설노동자들이오히려상당한대우를받은숙련된인부들이었고,국가에서식사와의료까지제공했다고밝혔다.노동자마을유적에서는대규모제빵소와맥주양조장이발견되었으며,매일약4,000개의빵과수천리터의맥주가제공된정황도입증되었다.
---p.21

발굴된서기관의조각상을보면보통가부좌를틀거나,한쪽무릎을세우고앉아있다.파피루스두루마리를무릎위에펼쳐놓았고,손에는갈대펜을쥐고있다.파피루스〈서기관의찬가〉에“무기는늙으나펜은늙지않는다.”라는구절이등장할정도로,서기관이란직업은영광스럽고안정된삶의길로여겨졌다.
---p.45

페리클레스(Perikles,기원전495년경~429년)는아테네민주주의의황금기를이끈정치가로,“모든시민이정치에참여해야한다.”라는이상을주장했다.하지만여기서말하는‘시민’은아버지와어머니가모두아테네출신인성인남성만을의미했다.
인구의절반이상을차지했던여성은공적삶에서철저히배제되었고,투표권도,토론권도,공직출마권도없었다.여성은아고라에서열리는민회에참석할수없었으며,재판에서도법적대리인을통해서만발언할수있었다.
---p.81

현대의시각에서보면델포이아폴론신전은단순한신전이아니었다.그곳은고대그리스판‘여론조작의중심지’,혹은‘신의이름으로포장된권력의방송국’이라말할수있다.‘신탁’이라불린그신비로운예언들은사실상가장오래된형태의이데올로기메시지였다.그리스문명이이성과합리의산물이었다는통념과달리,그내부에는언제나‘신의이름으로현실을조율하는정치적장치’가자리하고있었다.
---p.112

가장상징적인사례는명문가출신이었던티베리우스그라쿠스(TiberiusGracchus)다.그는기원전133년호민관에선출되어,부유한귀족들이불법적으로점유하고있던국유지를몰수해무산평민에게재분배하는토지개혁을추진했다.그러나원로원은이를자신의기득권에대한심각한위협으로받아들였고,그라쿠스를‘권력욕에사로잡힌선동가’로몰아세웠다.그의개혁은극심한반발을불러일으켰고,결국그는신성한정치공간인원로원광장에서원로원측인사들이동원한군중에게살해당했다.이는로마공화정역사상첫정치적암살로기록되었다
---p.123

콜로세움에서열리는검투사들의피비린내나는경합은대중의분노와폭력을상징적방식으로대체시켜주었고,전차경주는도시를상징하는붉은색과초록색응원단으로갈라져일종의정치적팬덤을형성했다.
이러한오락은무작위로열리는것이아니었다.중요한정치적결정이나논란이있는입법이논의되는날,대규모경기와공연이동시에열리곤했다.이는의도적으로시민들의관심을정치에서분산시키기위한조치였다.
---p.134

농노는중세유럽의문명적유산을실질적으로건설한자들이었다.고딕성당건축현장에서석재를나른자,수도원의농장을가꾼자,성채와성벽을쌓은자-이모두가농노였다.그러나그러한문명의상징물속에농노의이름은존재하지않는다.예술과건축,종교와군사모두에서노동의흔적은지워지고,오직후원자와설계자의이름만이전해진다.이는문명의표면에서실질적기여자들이어떻게지워지는지를보여주는상징적인대목이다.
---p.182

교회는정통교리를유지하기위해방대한이단심문체계를운영했다.성경의해석은4세기성예로니모(히에로니무스,제롬)가그리스어를라틴어로번역한불가타(Vulgata,대중적인)성경을기준으로정했고,자국어번역이나자율적해석은이단으로간주되었다.12세기말부터본격화된도미니코수도회의이단심문은교황청의강력한도구가되었고,단지생각을말한것만으로도심문과처벌의대상이되었다
---p.191

“이슬람은알라를믿는종교다.”이짧은문장은언뜻보기에아무문제도없어보인다.그러나그속에는언어의오해,종교의단순화,그리고서구에서들어온기독교적관념의투사라는세겹의함정이숨어있다.종교를설명할때는그종교가스스로를어떻게이해하는지,어떤삶을살아가려하는지를먼저들어야한다.믿음이중심인종교도있지만,행위나깨달음,복종이중심인종교도있기때문이다.
---p.346

다빈치와그의동업자들이밀라노의성모마리아교단으로부터〈암굴의성모〉를의뢰받았을때도정확한안료색상과액자장식까지계약서에못박혀있었고,이후완성작이계약과다르다는이유로실제소송으로까지번져수년간대금분쟁이이어졌다.
미켈란젤로가교황율리오2세로부터시스티나예배당작업을의뢰받았을때도총대금은3천두카토로협상되었고,작업도중수차례대금지급이지연되자미켈란젤로가직접항의편지를보낸기록까지남아있다.
---p.270

구텐베르크의인쇄기가가장먼저,그리고가장많이찍어낸인쇄물은성경이아니라면벌부양식지였다.필사로한장씩써야했던것을인쇄기로찍어내자교회는훨씬짧은시간에훨씬많은면벌부를유통할수있게되었다.구매자의이름과날짜만빈칸으로남겨두고나머지문구를통째로찍어내는방식이었으니,사실상오늘날의정형화된영수증발급과다르지않았다.인류를계몽했다는바로그기술이,훗날종교개혁이정면으로비판하게될부패를먼저대량화하는데쓰인셈이다.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