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일기 1: 우차를 몰고 장에 갔다 온다

대천일기 1: 우차를 몰고 장에 갔다 온다

$31.50
Description
1954년 7월 28일 대천마을에 비가 내렸다. 다음날 비가 개이고 흐려서, 여름 논밭에 불쑥불쑥 자란 피를 뽑는데 온힘을 다했다. 『대천일기』가운데 「농사일기」라고 적은 일기장의 첫 내용이다. 애써 키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이 서는 날이면 부지런히 ‘우차를 몰고 장에 갔다 왔다’. 이 우차에는 자기 집 곡식, 남의 집 채소 할 것 없이 실렸다. 그리고 장에서 돌아올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장에서 사오라고 부탁한 것,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것, 마을에 지급되는 구호물자까지 실려 있었다. 우차는 농가의 상징이며, 마을 공동체의 연결고리였다. 도로가 넓어지고 자동차가 흔해지기 전까지 우차만한 것이 없었다.

『대천일기』는 평생 농사를 짓고, 시간을 쪼개어 집안일, 마을일, 문중일을 도맡아서 한 윤희수의 일기이다. 윤희수 옹은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일기를 쓴 이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그의 일기를 통해 농사꾼의 하루가, 농가의 일상이, 그가 살았던 마을이 복원된다.
저자

양흥숙

저자 양흥숙은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한국지역사 전공

목차

지도 7
사진 9
해제 19

농사일기
1954년 … 77
1955년 … 85
1956년 … 102
1957년 … 112
1958년 … 122
1959년 … 131
1960년 … 140
1961년 … 153
1962년 … 160

일 기
1956년 … 171
1957년 … 203
1958년 … 248
1959년 … 290
1960년 … 336
1961년 … 378

출판사 서평

이밭 저밭 보리 타작이 한창이고
[대천일기]-오늘 발견한 60년 전 화명동 대천마을의 일상

1954년 7월 28일 대천마을에는 비가 내렸다. 다음날 비가 개이고 흐려서, 여름 논밭에 불쑥불쑥 자란 피를 뽑는데 온 힘을 다했다. 대천일기 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천일기 는 부산시 북구 화명동 대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윤희수 옹이 쓴, 아니 지금도 거의 매일 쓰고 있는 일기이다.
대천일기 를 처음 본 것은 2010년 어느 날이었다. 화명동에서 일기를 본 순간 지나간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일기장에 ‘참 잘했어요 그리고 별 다섯 개’가 박힌 도장을 받기 위해 그날그날 온갖 에피소드들을 만들곤 하였다. 그렇게 힘들게 썼던 일기장은 나에게 남아 있지도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해도 이사가던 날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천마을의 윤희수 옹은 달랐다. 긴 시간 동안 쓴 것도 놀랍고, 지난 일기장들을 지켜온 것도 그저 경탄할 일이었다. 일기를 쓰지 못한 날에는 어디엔가 메모를 해두었다가 일기장에 옮겨 적은 숨은 성실함도 보인다. 대천일기 을 읽어 나가면서는 더 놀라운 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개인의 일기장인데, 대천마을에 같이 살던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이 나타나고 그가 살았던 마을이 드러났다. 때론 일기장엔 마을 밖 소식이 전해져 있고,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한 가지 예만 들어보면 이러하다. 그는 50대까지 하루도 농사일을 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농부였다. 마을에 아파트가 세워져 농지가 사라지면서 농사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이 서는 날이면 부지런히 우차를 몰고 구포장에 나갔다. 이 우차에는 자기 집 곡식, 남의 집 채소 할 것 없이 실렸다. 그리고 장에서 돌아올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장에서 사오라고 부탁한 것,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것, 마을에 지급되는 구호물자까지 실려 있었다. 우차는 농가의 상징이며, 마을 공동체의 연결고리였다. 도로가 넓어지고 자동차가 흔해지기 전까지 우차만 한 것이 없었다. 대천일기 1의 부제를 ‘우차를 몰고 장에 갔다 왔다’라고 붙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그는 평생 농사를 짓고, 시간을 쪼개어 마을일을 도맡아 하는 마을 일군이기도 하였다. 30대, 40대 젊은 농사꾼은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마을회의를 개최하였다. 마을 납부금, 비료 배급, 마을 청소, 마을 부역에 이르기까지 마을일을 결정하고 주민에게 전달하는 여러 일을 묵묵히 수행하였다. 대천일기 2의 부제를 ‘마을 반장회의를 개최한다’로 붙인 이유이다. 일상의 삶은 역동적이었을 진대, 전시실 속의 삶은 그 끈끈한 생명력과 꿈틀거림을 삭제당한 채, 농촌의 일상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온 것에 반성을 한다.

수십 년간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에는 다양한 변화의 궤적을 그리며 형성된 오늘의 농촌마을 뒤에 숨겨져,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다. 개인의 삶은 물론 개인과 마을, 국가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자율적으로 또는 국가의 정책에 포섭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면서 변화해온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일기는 박제화된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삶에서 반복되는 다양한 인간과 지역의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