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감생심(焉敢生心)!감히자서전을쓰겠다는마음을한번도먹어본적없었다.그동안역사적인위인(偉人)들처럼내삶을통해역사에이름을남길만한업적을남긴게없기때문임은물론이다.나는유명정치인이나기업인,예술가,연예인등,이름석자들면,“아,그사람!”하고누구나알수있을만한유명인도아니다.게다가남들과는다르게파란만장한삶을살아왔다고생각되는특이한삶의궤적도딱히없다.
게다가자서전을통해나자신을발가벗기게되어,두려움이앞서는것도사실이다.나를알고있는독자이든,모르고있는독자이든,나는그들의삶에대해아는바가없는데,오롯이나의거의전부를드러낸다는것이솔직히적지않게두렵고부끄럽다.처세술의중요한원칙중하나는,상대방에게자신의본모습을다드러내지말라고배웠다.그렇기에더욱두렵고부끄러움이앞선다.
그럼에도소설가이신,부산가톨릭문인협회김상원전회장님의수차례에걸친진지한조언에힘입어용기를내었다.이해인수녀님이함께하는,문학단체‘길’동인의회원으로추천해주신인연도동기가되었다.언제나나에게따뜻한관심과애정을보여주시는문학선배이신분이었다.그동안공학자이면서도,일곱권의수필집과아홉권의인문학적산문집을발간할정도로활발한문학활동을해온나의삶에대해궁금해하는독자들이적지않다며,자서전을한번써보라는조언을하셨다.오랜고민끝에자서전을쓰기로마음먹었다.
무릇자서전이란자신이살아온삶을숨김없이드러냄이중요한원칙의하나이다.하지만과장된자기자랑으로,별것아닌나의그릇크기를실제보다부풀리게할수도있어매우조심스럽다.
이런저런사정을고려하여이책에서는,수필가이자공학자의삶을어떻게살아왔는가에초점을맞춰기억의편린(片鱗)들을모아적기로했다.
이공계대학/대학원을졸업하고,40여년간공과대학교수로재직하면서,수필가의길도함께걸어온나의삶에대해궁금해하시는분들을위해그비밀아닌비밀을밝힌다는의미도있겠다.
비밀이라해서뭐그리대단한비밀도아니다.하지만적지않은지인(知人)들이나에대해오해하고있는것들에대해진실을털어놓는것도나름대로의미있지않을까한다.가령공과대학교수이니,수학을잘했으리라는상식적인오해같은것이다.수학과는거리가멀었던공과대학교수였던나자신을지인들에게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하는것들에대한비밀이다.
그런의미에서이책에서는공학자이자수필가로살아온내삶의궤적을따라,마치조각맞추기놀이처럼내기억의조각들을맞춰나가고자한다.내자서전의제목을‘내머리위하늘엔두개의달이떠있었다’라붙인까닭에대해먼저설명해야겠다.
야누스(Janus)는로마신화에서문,대문,문간을상징하는신이자,처음과끝,시작과변화,이중성을상징하는신이다.야누스는서로반대편을바라보고있는두얼굴모습을한신으로묘사된다.
곧한사람에게서이중적인모습이보일때야누스같은사람이라고말할때가더러있다.내경험에비추어봤을때도,공학과문학은물과기름처럼어울리지않는,어딘가반대되는특성을보이는것같다.40여년간공과대학의학생들을가르치면서,(인문사회계열의학생들과비교할때)공대학생들의상대적으로낮은수준의문해력과글짓기솜씨를생생하게보아왔다.그런가하면수필가를비롯해문인(文人)들은대개공학이나과학이야기를하면,“신기하긴하지만어렵다.”라고하면서우선머리부터흔드는모습을수없이목격해왔다.그러기에수필가이자동시에공학자로살아온나의삶이‘야누스적’삶이었다는점은나자신도인정할수밖에없다.
제목은,영국작가서머싯몸의소설『달과육펜스』에서빌어왔다.서머싯몸작품에서처럼,어찌보면평생예술가의이상(理想)을뜻하는‘달’을좇아살아왔으면서도,‘육펜스(sixpence)’로상징되듯,현실적으로는공학자로밥벌이를해왔기때문이다.
야누스의두얼굴은항상서로반대쪽을바라보고있다.때문에,하나의같은달을볼수는없다.우리나라와지구반대편에있는나라들이밤낮이뒤바뀐것을생각하면짐작할수있을것이다.왼쪽에있는내가달을바라볼때오른쪽에있는다른나는해를볼것이고,오른쪽에있는내가달을바라볼때,왼쪽에있는나는해를바라보기때문이다.그러니머릿속엔공학자의마음과문학적마음이함께공존해도,서로가바라보는달은다를수밖에없다.
따라서내머리위하늘엔항상두개의달이떠있어야했다.각각의얼굴은항상자기만의달을바라볼수밖에없기때문이다.나는평생내머리위하늘에떠있는두개의서로다른달을바라보면서살아왔다.많은사람이자기머리위하늘에서하나의달만을바라보며살아온것에비하면,내머리위하늘에뜬두개의다른달을보면서도별어려움없이살아온내삶을생각하면,나자신도가끔놀랄때가적지않다.
공학자의얼굴을하였으면서도,문학가를포함한예술가의달을보고자애썼다.반면,수필가로서문학가의얼굴을하였으면서도공학자의달을좇아왔다.하지만내삶을되돌아보면,공학자든수필가든,두다른모습을하나로‘융합’하며,공학자로도,수필가로도,동시에성공적인삶을살아보리라는다짐과소망으로,‘나의머리위하늘에서만볼수있을것같은두개의달’을좇으며평생을살아왔다고는말할수있을것같다.
실제로나는세계적으로이름을날리는저명공학자도아니고,베스트셀러작가같은유명한문학가도아니다.어느한분야도제대로하지못하는반푼이공학자,반푼이문인이다.이렇게어정쩡한공학자이자수필가의삶을살아온나이지만,그래도나에게관심을보여주는분들이적지않아,자서전을쓰기로마음을크게먹었다.아마도이자서전을읽어줄독자들은대부분,문인들일것이다.공학자가수필가란사실이다소낯설수있을것같다.문인들뿐만아니라,공학을잘모르는일반독자들이내자서전을읽게되면,내가걸어온공학자의길에다소놀랄수도있을것이다.
반면,공학자나선,후배혹은동료공과대학교수들이이책을읽으면,자신들에게서쉽게볼수없는문인으로서의내삶의여정이조금은신기하게여겨질수도있겠다.
스물여섯살에교수생활을시작한것이나,공과대학교수로이런저런상들을많이받은이야기만읽다보면,내가무슨대단한공학자가되는것으로착각하실수도있을것같아,미리말씀드리고싶다.공학자라는측면에서보았을때는,내주변만보더라도나보다훌륭한공학자들이정말많다.나자신을판단하라면,나는절대일류공학자가아니다.겨우이류나삼류학자를면할정도이다.때문에,나의공학자적이력이특별한게아니라는사실을생각하고,내이야기를읽어주었으면한다.
내머리위에는언제나두개의달이떠있었지만,하나의달만을바라보고살아온독자들을생각할때사실나자신이무척부끄럽게여겨진다.문학가로서내가바라보는달아래에서활동하는많은훌륭한문인들이나예술가들을볼때마다주눅이든다.공학자로서내가바라보는달아래에서활동하는많은탁월한학자들을볼때도주눅이드는건마찬가지이다.나는그분들신발끈을맬자격조차없는사람이다.
단지두개의얼굴로내머리위에두개의달이떠있는걸볼수있다는것이외는,어정잡이공학자,어정잡이수필가로,이도저도아닌것같아더욱그렇다.
칠순을앞두고,이자서전을통해보잘것없는자신의삶을되돌아보는것도나름뜻있는일은될것이라는생각이다.자서전쓰기에도전하도록용기를불러일으켜주시고,인기를끈대하소설의작가답게,독자들에게가깝게다가갈수있는자서전다운자서전이될수있도록자서전초고에대해여러가지도움말씀을주신,소설가김상원선생님께다시한번깊은감사를드린다.더구나내자서전초고를읽고발문(跋文)을써주신데대해서도어떻게감사드려야할지모르겠다.
부산대학교가톨릭교수회선배교수였던고(故)박선자교수님이나의첫수필집『가슴따뜻한세상을꿈꾸며』발간때나를위해써주신글또한,발문으로수록하였다.나의첫수필집의발문형식으로써주신글이지만,나의교수생활,나의수필세계,그리고가톨릭신앙인으로서의나의모습을잘그려주셨기때문이다.분에넘칠만큼나를더돋보이게쓴글이라,다시읽어도부끄러움에내얼굴이붉어지지만,어떤지인도‘있는그대로의나’의모습을그보다더잘그릴수없을것같아,발문으로다시수록하였다.이미고인이되신그분의명복을빈다.
끝으로,가정울타리가만드는괄호안에서꾸준히나에게힘이되어준가족들에게고마움을전한다.내가공학자로,수필가로,또한예술의융합전문가로살아오면서가정울타리의괄호밖에서의미있는삶을살아올수있었던것은온전히가족덕분이다.때로는나로말미암아마음고생하며힘들어한시간도많았을것이다.나를키워주신부모님은물론이고,결혼을통해새로맺어진가족들,40여년동안,자신의앞가림하기에바빠제대로사랑을드러내지않아“빵점아빠,괄호밖의남편”인내곁에서나를지켜준나의아이들,특히아내에게‘끝으로,하지만가장속깊은(“Last,butnottheleast”)’사랑과감사의인사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