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1991년 김학순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일본군‘위안부’(이하, 따옴표 생략)의 진실이 드러난 이래, 생존 할머니들을 구심점으로 형성된 연대의 동심원은 한일을 너머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그분들은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여성운동가로 거듭나 적극적으로 증언하고 시위했으며 각국의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21세기에도 만연한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 근절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분들이 없는 세상에서 위안부 운동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사망하여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은 미래, 작가 김숨이 장편소설 『한 명』에서 제기한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생존자 증언과 수요 집회 등 위안부의 현존에 기대온 기존의 운동 방식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오늘날, 그분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나는 강연과 논문을 통해 ‘위안부의 기억’만이 아니라 그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싸워온 사람들의 ‘위안부에 대한’ 기억을 수집하고 아카이빙하여 망각과 싸우자는 포스트기억 운동을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이 아이디어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로서 포스트기억 이론을 정립해온 영문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마리안 허쉬(Marianne Hirsch)에게서 얻은 것이다. 포스트기억은 피해자의 후손이 지닌 가족의 기억만이 아니라 자신을 후손의 위치에 놓고 피해자의 트라우마적 기억을 상상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적 기억을 통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족을 이루고 자손을 남긴 경우가 드문 편이지만 그분들과 함께 싸워온 사람들의 연대적 기억은 두텁게 남아있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활동가들, 시민들의 회고록이 근래 여러 곳에서 발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5년의 ‘망각 합의’(한일의 외교부 장관들이 피해자를 배제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른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는 외려 포스트기억의 촉매제가 되었다. 망각 합의에 대응하면서 위안부를 둘러싼 과거의 논쟁과 기억이 재부상했고, 할머니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의 뜻을 잇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 이제 포스트기억 운동은 기억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의식적인 방향성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나 또한 두 가지 방향으로 포스트기억 운동을 실천하고자 애써왔다. 하나는 포스트기억 세대의 예술 활동을 조명하고 비평함으로써 위안부의 기억과 위안부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선학들의 관련 업적을 번역하여 알리는 작업이다. 필자는 2023년에 위안부 문제의 미국화를 비판적으로 연구해오신 리사 요네야마 선생님의 『냉전의 폐허(Cold War Ruins)』를 번역한 바 있다. 위안소의 근원을 식민지 유곽과의 관련 속에서 파헤친 김부자 · 김영 선생님의 역작 『식민지 유곽』은 두 번째 번역 작업이다.
김부자 · 김영 선생님은 1990년대부터 재일조선인 여성의 위치에서 이론과 실천으로 위안부 운동을 계속해오신 분들이다. 두 분 선생님의 여러 저서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 나 역시 두 분의 책을 읽고 공부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재일 위안부 운동의 선학이신 두 분을 이렇게 번역을 통해서나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식민지 유곽』을 번역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시기 식민지 작가들이 남긴 작품 속에서 유곽의 흔적을 의식적으로 찾아봄으로써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또 다른 소득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번역하면서 김부자 · 김영 선생님과 의견을 주고받고 조심스럽게 번역어를 고르고 고민했던 경험은 나에게 지적 자극이 된 동시에 소통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 두 분과 SNS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한국어판 교정에 크게 도움을 받았고 번역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어에 대한 두 분의 애정과 친절을 잃지 않은 정밀함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그러나 이제 그분들이 없는 세상에서 위안부 운동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사망하여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은 미래, 작가 김숨이 장편소설 『한 명』에서 제기한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생존자 증언과 수요 집회 등 위안부의 현존에 기대온 기존의 운동 방식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오늘날, 그분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나는 강연과 논문을 통해 ‘위안부의 기억’만이 아니라 그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싸워온 사람들의 ‘위안부에 대한’ 기억을 수집하고 아카이빙하여 망각과 싸우자는 포스트기억 운동을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이 아이디어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로서 포스트기억 이론을 정립해온 영문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마리안 허쉬(Marianne Hirsch)에게서 얻은 것이다. 포스트기억은 피해자의 후손이 지닌 가족의 기억만이 아니라 자신을 후손의 위치에 놓고 피해자의 트라우마적 기억을 상상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적 기억을 통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족을 이루고 자손을 남긴 경우가 드문 편이지만 그분들과 함께 싸워온 사람들의 연대적 기억은 두텁게 남아있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활동가들, 시민들의 회고록이 근래 여러 곳에서 발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5년의 ‘망각 합의’(한일의 외교부 장관들이 피해자를 배제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른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는 외려 포스트기억의 촉매제가 되었다. 망각 합의에 대응하면서 위안부를 둘러싼 과거의 논쟁과 기억이 재부상했고, 할머니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의 뜻을 잇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 이제 포스트기억 운동은 기억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의식적인 방향성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나 또한 두 가지 방향으로 포스트기억 운동을 실천하고자 애써왔다. 하나는 포스트기억 세대의 예술 활동을 조명하고 비평함으로써 위안부의 기억과 위안부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선학들의 관련 업적을 번역하여 알리는 작업이다. 필자는 2023년에 위안부 문제의 미국화를 비판적으로 연구해오신 리사 요네야마 선생님의 『냉전의 폐허(Cold War Ruins)』를 번역한 바 있다. 위안소의 근원을 식민지 유곽과의 관련 속에서 파헤친 김부자 · 김영 선생님의 역작 『식민지 유곽』은 두 번째 번역 작업이다.
김부자 · 김영 선생님은 1990년대부터 재일조선인 여성의 위치에서 이론과 실천으로 위안부 운동을 계속해오신 분들이다. 두 분 선생님의 여러 저서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 나 역시 두 분의 책을 읽고 공부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재일 위안부 운동의 선학이신 두 분을 이렇게 번역을 통해서나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식민지 유곽』을 번역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시기 식민지 작가들이 남긴 작품 속에서 유곽의 흔적을 의식적으로 찾아봄으로써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또 다른 소득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번역하면서 김부자 · 김영 선생님과 의견을 주고받고 조심스럽게 번역어를 고르고 고민했던 경험은 나에게 지적 자극이 된 동시에 소통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 두 분과 SNS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한국어판 교정에 크게 도움을 받았고 번역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어에 대한 두 분의 애정과 친절을 잃지 않은 정밀함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식민지 유곽 (일본 군대와 조선반도)
$3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