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 평전 (이 강산의 키 큰 나무 | 양장본 Hardcover)

이범영 평전 (이 강산의 키 큰 나무 | 양장본 Hardcover)

$30.00
Description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과 참여로 이루어졌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개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세상을 뜬 지 30년이 된 이범영이라는 사람은 이름 석 자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명망가도 아니고, 세상을 뒤흔든 대사건의 주역도 아니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나라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사에서 이범영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시도를 해보는 이유는 이범영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영웅화하고 미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모욕당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암울한 현실이 그의 부재를 새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험난했던 격동기를 그와 한 자락이라도 함께했던 사람들 중 그가 특별히 자꾸 생각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저자

이승환,권형택,한홍구,이원영,이

출간작으로『이범영평전』등이있다.

목차

『이범영평전』을내며/이승환·4
발간사/이재오·14

1.사슴의영혼을간직한채불꽃으로살다간사람
서울법대삼총사사건·22/맑은사람,이범영·27/대학시절·28/병역대책위활동·30/어린시절·32/구월동시대·36/김설이를만나결혼하다·37/민청련창립의물꼬를열다·40/학원자율화조치와복학거부론·41/민청련운동에매진하다·42/민청련집행국장으로투쟁의선봉에서다·45/대탄압시대,다시수배자로·47/6월항쟁과대선시기활동·51/대중적청년운동의지도자로나서다·56/발병과죽음·56/불꽃같은삶과죽음·59/후기:이호봉선생면담기록·60

2.민주화운동청년연합,전국청년단체대표자협의회와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1980년대민주화운동과6월항쟁·68/민청련의장취임·72/청년대중운동의전개·78/전청대협의건설·80/전국단위청년사업의전개·82/지역청년조직의건설·88/‘분신정국’속에서·93/‘전국청년단체협의회’건설결의·96/민청련해소를둘러싸고·100/『90년대한국청년운동론』·102/‘겨레의희망,민중의벗’한청협·107/한청협의깃발아래·111/92년대통령선거를둘러싸고·114/담도암과이임(離任)·118/그해,1994년여름·122

3.NL(민족해방)운동론과이범영
NL운동론과이범영·126/이범영이NL운동론에주목한이유·129/‘식민지반봉건사회론’의충격·134/마르크스주의와주체사상·138/소위‘혁명전통’과운동적전통의확장·143/NL운동론의한계와이범영·146

4.통일운동에대한이범영의생각
통일투사고이범영·152/통일문제에대한이해·154/통일운동의고양속에서·162/세계적탈냉전과통일운동·166/국가보안법과민간통일운동·170/‘연방제’통일방안에대해·175/조국통일범민족연합과‘새로운통일운동체’논란·177/남은이야기·184

◈사진으로보는이범영·187

5.이범영의민주주의론과청년운동사상
청년운동지도자이범영·204/민족적민중주의·210/혁명주의의대두·213/반제연대와통일전선·215/대중노선·222/‘정치적대중조직’·225/대중적청년회에서전국청년단일조직으로·229/‘한청협’의힘,규율·조직성·네트워크·236/지역의재발견·243/변화된상황과운동의‘전환’·249

6.한국민주화운동역사속의이범영
한국민주화운동이배출한최초의전업활동가·256/당면투쟁에대한책임·259/세대간의가교역할·267/‘무서운아이들’의맏형이되다·273/받아쓰기인가한국현실에맞는창조적적용인가·277/전업활동가로서의헌신성·281/한국민주화운동과이범영·285

◈주석·291

『이범영평전』발간을축하하며
〈수선화〉〈목련화〉가곡을즐겨부르던이범영을회상하며/김희택·304
청년운동과민족통일운동의새로운지평을연이범영을기억하며/박석운·306
이범영선배30주기에부쳐/이인재·308
만약범영이형이살아있었다면-30주기를맞아해보는상상/유기홍·310
‘깃발’처럼살다간우리시대의혁명가,이범영을기리며/한충목·313

◈이범영연표·315

출판사 서평

불꽃같았던삶을정리하며
1994년6월말건강상태가악화되어결국병원에다시입원한이범영은전신에암이전이되고사실상치료가능성이없다는것을알게되었다.당시병상을지켰던친구박승옥은그의책『아버지의자리』에서“그는특이하게도놀랄만치빠르게단며칠만에자신의죽음을담담하게받아들였다.짧은기간동안그는그의삶을,그가맺었던인간관계와그가가졌던모든애증을차분히정리하고나서그리고의식을잃었다”고기록하고있다.
죽음을앞두고그는삶과인간관계와애증을어떻게정리했을까?죽음과싸우고있을때문병했던어떤이는그가흉중에있던회한(悔恨)과허망함에대해말했다고도했고,또어떤이는그상황에서도운동의장래를고심하는얘기만‘내내떠들었다’며탄식했다.
삶을정리하며했던그의회한과고심의첫자리는‘운동때문에’그의삶의중심에서비켜나있던그의가족들에대한것이었다.그는죽는다고생각했을때제일먼저떠오른사람이바로아이엄마,아내와애들이었다고했고,이어서어머니와아버지가생각났다고했다.소위‘직업운동가’로살면서가족들에게떠안긴상처와불성실,열지못한마음과제대로주지못한사랑,불효함이그를회한하게했다.그래서그는여기서삶이끝나는것이라면너무쓸쓸하고허망하다했고,그의지견정(堅定)한사람이죽음이후의‘영혼’을말하기도했다.
정리가어려웠던고심과회한의또한자락은‘혁명의시대’이후에대한대비였다.92년대통령선거는격동과혁명의시대를마감하는예고편이었고,그선거결과에그는크게낙담했다.자신과마찬가지로선거결과에‘분노하고슬퍼하고있을’그의청년동지들에게그는더깊고넓은대중화와생활력확보,질서있는전선재정비등을통해‘장기전’에대비할것을주문하였다.일찍이한국의민주주의운동은가두에서의대중투쟁이승패를가를것이라주장했던그는격동과혁명의시대가이제마감되고있음을예감했고,그때부터‘선거와제도정치의시대가본격화되면운동은무엇을할것인가’하는문제를본격적으로고민하기시작했다.
한국민주주의운동의장래경로에대한그의답은여전히전선운동고수와민주연합정부의수립이었다.그는전선운동체가그대로제도정치의한축이되거나혹은정당으로전화되는길을생각하고있었다.구체적으로말한적은없지만아마도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같은경로를생각했던듯하다.그래서그경로의중심에있어야할김근태선배가전선을떠나제도정치로개별이전하는것에대해그는많이불편해했고안타깝게생각했다.죽음을앞둔상태에서도문병온사람들에게연합정부론을내내‘떠들었던’것은그런이유때문이었다.

김근태선배는그가짧은기간동안자신의삶과관련된모든것을정리했고그래서“아무런원망도아무런한도남기지않고떠난삶”이라고말했지만,그역시못다한회한과해결어려운운동숙제를죽는순간까지붙들고고심했다.

‘혁명의시대’에대한성찰
이범영이죽는순간까지생각을놓지못했던운동적문제에대해아직답을못만들고있기는지금의우리도마찬가지이다.통일운동은남북관계의부침과함께현재는지속가능성까지걱정할상황에있고,전선운동의약화와민주·진보정당들의분립상황은지속되고있다.환경·생태와젠더,평화운동등이새로성장한반면,일부운동은여전하거나혹은약화되고있다.
이범영의피땀이배어있는한청협도1998년9월에활동을정리하고해산했다.그러나한청협해산에도불구하고거기모였던‘이범영과청년운동’의수많은유산(legacy),자원들은각지역과부문운동,그리고각정당들에서중견역량으로활동하고있다.이범영이살아있었다면이자원들은자연스런산개대신좀더질서있는대응을했을지도모른다.그만큼이범영은우리를하나의정체성으로묶어내는힘을가졌고,우리들의확고한구심이었다.그러나뿔뿔이산개해있는현실때문에‘그가지금우리와함께라면’같은부질없는가정의반복은이제끝내야한다.그리움때문에시시때때로그를호출하는것이야어쩔수없는일이지만,오늘의현실은그의‘부재’탓이아니라우리의책임이다.
우리가이책을‘혁명의시대’를불꽃처럼살다간이범영의‘운동과사상’에중점을두기로한것도그이유에서이다.그의운동과사상에대한정리를통해그시대를함께했던우리들의생각과운동을30년후의시점에서다시되돌아보는계기로삼을수있다고생각했다.또이범영삶의편린들과그와의인연을다룬일화들은추모문집등에이미많이실려있기도하다.
그리고이책을누가읽을까에대해서도생각하지않을수없었다.그는우리에게너무소중한사람이고,30년을변함없이우리를슬프게하고그와의추억으로취하게하는사람이지만,지금의젊은세대들이그를‘청년운동가’이자‘직업운동가’로기억하고호출할소구점(訴求點)이많지않은것도엄연한현실이다.이책을읽을사람들이대부분그와기억을공유하고있는사람들이라할지라도,새로운독자들을가정하면서이범영의역사성을그시대민주화운동속에서기록해야한다고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