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은 왜 비익조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비익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리둥절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비익조는 당나라 시인 백락천이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했을 정도로 사랑을 상징하는 전설의 새이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날개와 한쪽 눈만을 가지고 태어나 혼자서는 날 수 없지만, 진정 자신과 맞는 짝을 찾으면 그들은 한몸이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 제짝을 만나야만 날 수 있는 새는 그래서, 운명적이고도 견고한 사랑을 상징하게 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오늘날의 풍속과는 자못 대비되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려는 사랑의 모습이 어떤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메타포로써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이 책의 특징
소설 비익조는 여느 소설과는 색다른 구성을 보여줘서 읽는 맛을 더해준다. 주인공 민우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하나하나 회고하는 장면을 그린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짤막히 쓰여져 있고, 그때의 회상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안타깝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이끌어주었던 사랑에 대해 기술한다. 사랑이라고 해서 진부한 만남과 슬픔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익조에서 보여주는 사랑에는 창조가 있고, 노동이 있으며, 열정과 배려가 조화롭게 묻어있다.
창조와 노동이라 함은 조각장이로서의 민우가 거의 매장마다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조각품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삶에 게을러지지 않고, 사랑에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깎아내는 돌덩이가 화한 '청색그리움', '복종의 기쁨', '깨어남과 빛의 응축'등에는 둘의 사랑 방식이 자연스레 녹아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것들의 모델이 사랑하는 여자라는 사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내며, 사랑 또한, 성급하지 않고 가볍지 않으며 모든 혼신의 힘을 다해 가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설명해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린(여 주인공)이 써내려간 시를 포함한 12개의 글들은 저자가 보여주려 했던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인내,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여 지켜나가는 사랑의 절실함을 극대화하며 소설을 아름답게 이끌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찾아가 보거나, 글 속에 나오는 로댕, 브랑쿠시, 마이욜 등의 조각가들에게 재차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작품을 찾아볼 것이다. 걸작이라는 현시적인 감상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가치와 미를 독자들 스스로가 발견해내길 원할 것이며, 자신들의 느낀 감상을 주저않고 받아들이며, 표현하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비익조]를 읽는 또다른 채미이며, 여운일테니까...
줄거리 소개
스물 여섯, 미대 조소과 대학원생인 민우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조각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예비 조각가로 이미 조각을 위해 어머니를 떠날 정도로 예술 지향적인 청년이다. 그런데 국문과 졸업반인 예린을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전업 조각가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앞날은 경제적인 면에서나, 작품 수상 등의 면에서 험난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민우가 자기의 스승이자 조각계의 권력자인 강교수의 프로젝트 부탁을 거절하고 예린을 조각하기로 선택했기에 문화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된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으로 인하여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도 못하고, 예린은 첫 번째 아이를 안타깝게도 유산하게 된다. 그렇지만, 서로 간의 지극한 신뢰와 사랑, 그리고 존경으로 삶의 고난을 작품 활동의 동인으로 유인시켜 낸다. 이는 의식적 활동이 아니라, 그들 사랑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삶의 방식이 된 것이다.
한 여자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경제적 무능에 깊이 자책한 민우는 대학선배이자, 미묘한 감정으로 자신을 대하는 유진의 권고에 따라 예린을 남겨두고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예린과 떨어져서 파리 생활에 점점 물들어 가는 민우이지만, 그렇다 할 작품은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자 자신감을 잃어가고, 파리의 자유스런 분위기에 휩쓸리려던 찰나, 예린에게서 온 한 통의 생일 축하 엽서를 받고, 순식간에 영감을 얻어 밤을 새우며, 조각을 완성시켜 나갔다. 그의 삶은 예린과 함께하는 것이며, 그의 조각 역시 예린과 함께하는 삶의 한 부분이 되버린 것이다. 드디어 파리에서 수상하게 된 민우와 그를 기다리는 예린의 하나되는 사랑의 과정…… 그들 사랑의 완성은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될 것인가.(이하 중략)
저자 소개지은이
김준식은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1987년 경희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해외 근무 3년을 포함하여 10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상경하여 아홉 가지의 아르바이트와 열네 곳의 잠자리를 옮겨다니며 치열하게 살아 온 그는 1995년 장편소설 『하늘이 높으면 끌어내려라 상하』를 발표했고, 1999년 5월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펴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의 저서에는 『사랑하는 당신에게』 『소은 씨와 초록빛 자전거』 『약속』등이 있으며, 모두 한결같이 사랑에 대해 진실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비익조』역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는 그대로의 신비를 잔잔하면서도 때론 격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의 대해 얘기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