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과 내시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 | 양장본 Hardcover)

아전과 내시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 | 양장본 Hardcover)

$21.40
Description
강한 자, 그리고 높은 자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궁리하고 끝까지 배신하지 않으리라 맹세를 연기하여 주종관계만 성공적으로 엮으면 복종은 일방적 밀착과 근접의 치열한 대가로 자리 잡는다. 애써 다다른 자신의 경지를 지키려면 언제 어디서든 따라야 한다. 목숨마저 걸어야 할 절박함이 제 온몸 감싸도 하는 수 없다. 싫증과 고단한 속내를 들키기라도 하면 죽음과 맞바꿀 기세로 엎드려야 한다.

그 순간, 위장된 충성은 이내 허무하니 주인을 무너뜨리거나 교묘한 균열의 기미만으로도 애써 이룬 팔로워십의 왕국일랑 밑동부터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빌붙음’과 ‘뒤따름’의 생화학적 합성. 그것은 조선조 권력 획득의 급진적 수단으로 책을 지탱한 동력이다. 가장 빨리, 가장 단순하게, 게다가 가장 분명히 힘을 얻는 가히 폭력적인방법으로 자발적 근접의 성공과 일상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종의 결합은 닫힌 세상 버티는 정치적 요령이었다. 아니, 열린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굽힘’은 권력생성의 가장 빠른 ‘샛길’이다.
저자

박종성

저자박종성은서원대학교에서일한다.『혁명의이론사』(1991)쓸때만해도그공부만할줄알았다.혁명가는쓰러져도그가빠져들던믿음의불꽃만큼은오래갈것같아붙잡은게『박헌영론』(1992)이라면『왕조의정치변동』(1995)과『강점기조선의정치질서』(1997),『한국정치와정치폭력』(2001)은이성계부터김대중까지이어진육백년곡절3부작이다.사회혁명한번없던나라지만,단서만큼은또렷하여『정치는파벌을낳고파벌은정치를배반한다』(1992)와『인맥으로본한국정치』(1997)를쓰고『한국의파벌정치』(2012)로판을키운다.허구한날,되도않는국가걱정이나하며헛기침해대도‘몸’파는여인의‘몸’하나구원못하는옛날정치학이버거워덤벼든게『한국의매춘』(1994)과『권력과매춘』(1996)이지만짜증난학생들을위해영화와문학을강의실로끌어들인다.『정치와영화』(1999)를쓰고『포르노는없다』(2003)와『문학과정치』(2004)를출간하는사이,세기가바뀌어도정치를들여다볼인식의창은널려있었다.『한국성인만화의정치학』(2007)도그틈새에서찾은‘오목렌즈’다.그러거나말거나역사는늘어쩌지못할‘거울’이었다.유가의논리로만왕조국가를보는게못마땅한『조선은법가의나라였는가』(2007)가그러하고『백정과기생』(2003)역시마찬가지다.이책도그연장이다.『씨네폴리틱스』(2008)와『영화가뿌리친정치사상』(2015)또한정치영화의역사성과이데올로기적무게감을천착한경우지만밖에서들여다보는안이더환하여그기운으로『패션과권력』(2010)을쓴다.공부의빈틈이라여기며『사랑하다죽다』(2012)와『퇴폐에대하여』(2013)를내고『형벌을그리다』(2015)로메워도보았지만어느날부턴가세상의대꾸는꿈조차안꾼다.

목차

프롤로그…5

I.조선조정치권력의주변과분화:
보조권력의자발적복종 …23

II.조선조지방행정권력의왜곡과분열:
아전의굴신정치학 …61

III.조선조중앙정치권력의방임과조종:
내시의복종정치학 …151

IV.보조권력의‘굽힘’과통치세력의정치적의존:
‘큰힘’을지배하는‘작은힘’ …237

에필로그…259
참고문헌…268
찾아보기…276

출판사 서평

한국정치연구에서‘복종’의문제는주요관심대상이아니었다.정치적힘의행사가‘상대적’임을잘알면서도지배자와권력그자체에먼저눈길이갔기때문이다.이책은이를메우기위한작은시도다.특히‘아전’과‘내시’의역사·정치적행태지탱에주목한다.일찍부터‘굽힘’에눈떴을뿐아니라그들의유난스런‘자발적복종’은왕조사회에서권력을얻기위한드문도구였던까닭이다.
이책은곧굽혀서힘을얻고엎드리며막강해진자들의‘복종정치’를파고든다.조선의정치적‘복종’은형식과내용에서함께‘분화’한다.지방행정권력이아전들의농락대상이었다면,중앙정치권력주변에는내시들의‘보조권력’이새로운힘의단위로정착한다.이들모두강자의곁에다가가빌붙고조아리며복종과굴신의힘으로막강해진파생권력의핵이다.
아전이초인적‘눈치’와기민한‘적응력’을뽐낸다면,내시는성정치적열등감을딛고아무나만나지못할군왕과가까이지낼특권을누린다.낮아도높았고허전해도풍요로울수있었던자들이다.이들의정치행적을『조선왕조실록』에서구할수밖에없는탐구의현실은책의한계다.그들의자전적기록이없는데다기왕의연구층위도두텁지않기때문이다.
중요한것은스스로‘자원화’한집요함과역대집권세력들의한결같은경계의식사이를제대로파악하는일이다.게다가성정치적콤플렉스를이겨내야했던내시들과달리본디봉급이란기대조차할수없었던조선아전들의삶에서부패란무엇인지인식하는것이다.조선역사에서아전과내시들이돋보인까닭은권력의‘자가발전’에있다.집권세력이그들을축출하지못한궁극의이유도그‘힘’을이용하려한정치적계산때문이다.그들을향한집권세력의불편함보다상전들이챙길정치적이익이훨씬컸기때문이다.이들을고용하여정보를독점하고권력투쟁도구로삼으며물리적노동마저대행시킴으로써지방권력과중앙권력은오래도록편안할수있었다.
신분상승의길이막혀있는조선사회에서‘굽힘’은곧‘힘’이었다.입만열면집권세력이되뇌인‘위민爲民’과‘천명덕치天命德治’의정치는적어도이대목과거리가먼개념들이다.이들을고용하여정보를독점하고권력투쟁도구로삼으며물리적노동마저대행시킴으로써지방권력과중앙권력은오래도록편안하였다.하지만사역당사자들이권력밀착의대가를고스란히누리는동안,어느한쪽도불리한가치교환은있을수없었다.명분과실제의사이는하염없는간극으로아련했고이익과가치독점에서조선의권력은영악함의경지를한참이나넘어서고있었다.
권력의‘자가발전’은결국권력으로인한예상이익과그에따른부가가치를염두에두지않고선생각조차못할과업이(었)다.집착과열정,견제와경쟁,모함과편승,도태와복귀등다양한상황을견뎌낼능력과결정적승기乘機를지속적으로관리하지않고는꿈조차꾸지못할살벌한노동임도역사는곳곳에서증언한다.권력은그처럼소유와지탱이손쉽지않은쟁취대상일뿐거저얻거나마음대로내다버릴것도아니었다.
아전이든내시든,복잡한국면돌파는물론치밀한판단과민첩한계산없이힘의지탱은지난했다.하지만전에없이강력한복종의지로수령守令이나왕을움켜잡을기운은그에앞서는필생의자원이었다.굽히며엎드리지않곤설수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