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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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6년 단편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으로 등단, 장편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서사의 양식을 파괴하는 실험적 형식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폭력성과 갈등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던 신승철의 첫 소설집이다.
 
'코'에 대한 전설, 속담, 속설 등을 다채롭게 섭렵한 등단작, 지식노동자로서 '작가'라는 지위가 얼마나 초라하고 불안정한지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세고시원 전말기」, 축복의 전복적 힘조차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뿌리깊은 절망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무기력한 지식인의 현재상을 그린 「광화문 그 사내」, 일상인들의 대화와 관계의 엇갈림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해거리」, 「동일유치원 자모회장님 귀하」 등 총 10편의 단편을 수록하였다.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은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비루함을 과장되다 느낄 정도로 낱낱이 드러낸다. 제도와 집단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거나 목격하는 지식 노동자들의 남루한 삶의 묘사는 디지털 시대의 작가의 운명과 그 변화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자기 고백, 영상과 목소리에 대한 과도한 실험을 통해 현실을 판단하고 미래를 모색한 책.
저자

신승철

저자 신승철은 1965년 청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으로 등단. 장편 소설로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첫 소설집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이 있다.

목차

해거리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
꽃필 때까지
회색 동화
연세고시원 전말기
광화문 그 사내
동일유치원 자모회장님 귀하
르호봇의 뱀
바다 입구
비디오 감상
 
해설 : 중심 없는 시대의 이야기꾼 / 최혜실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에는 ‘코’에 대한 전설, 속담, 속설들이 다채롭게 섭렵되어 있다. 신문사 기자인 화자와 김 기자는 제도와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으로서 자기 방어기제로 축농증을 앓고 있다. 코는 역사적으로 민족의 기상, 명예 혹은 자존심의 상징이며 대책 없이 콧물이 흘러나오는 헐은 코를 갖고 사는 주인공들은 상처 난 자존심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 지식 노동자의 상징이다. 그들은 병을 치유하기 위해 비총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막상 그곳에 코가 없음을 알고 편견이고 상징에 불과한 자존심을 회복한다. 「연세고시원 전말기」는 ‘지식 노동자’로서 작가의 지위가 얼마나 초라하고 불안정한가를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칼에 찔려 의식을 잃어 가는 주인공이 죽어 가면서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연상하며 서술하는 특이한 구성의 작품이다. 자본이 판을 치고 학벌이 좌우하는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문단을 뒤집어 놓을 장편 소설을 쓰고자 한 주인공의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광화문 그 사내」에서는 세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사회 밖으로 밀려난 주인공이 아내, 아들과 함께 광화문에 간다. 그러나 그는 그 축제와 군중들 속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후배 작가와의 술자리에 참석한다. 축제의 전복적 힘조차 이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뿌리 깊은 절망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은 무기력한 지식인의 현재 상을 보여 준다.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작가는 소설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버린다. 전망을 상실한 작가는 「해거리」 「동일유치원 자모회장님 귀하」 「비디오 감상」에서 일상인들의 대화를 그리고 그 관계의 엇갈림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해거리」는 치매 증상이 있으며 눈 수술을 받은 할머니와 그 손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할머니는 모진 시집살이를 겪으면서 살아온 과정을 짙은 남도 사투리로 풀어낸다. 그녀의 말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연상을 거의 그대로 쏟아 놓는다는 점에서 기억과 닮아 있다. 독자는 그녀가 쏟아 내는 말의 편린들과 그것을 받쳐 주고 그녀의 기억을 강요하는 손자의 말을 통하여 진실을 조각조각 이어 맞춘다. 비선형적 이야기 방식은 「동일유치원 자모회장님 귀하」에서 훨씬 가벼운 어조로 재현된다. 우람이 엄마의 자모회장 선출과 수락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다성적으로 진행된다.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극도로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사건의 진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는 「비디오 감상」에서 보다 발전된 형식으로 나타난다. 영상을 문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옮기는 작업, 이 영상 데이터 제시가 지니는 의미는 상당히 실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