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심강우 소설)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심강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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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혜수와 당나귀 열차]로 등단한 뒤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늪]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심강우의 첫 소설집『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서는 저마다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처음에는 쉽게 친숙해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공간적 배경이 낯설고, 그들의 하는 일이 낯설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극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취향의 소유자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소설을 읽다 보면 처음 느꼈던 낯섦이 차츰 옅어지고 나중에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심강우 소설이 보여주는 낯선 인상은 그들의 삶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독특한 상황, 독특한 설정, 낯선 시공간은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아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분위기로 독자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들은 그들이 처한 삶의 현장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소설집 곳곳에 배치된 죽음의 기호들을 보면,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욕망 또한 언제나 결여형태로 존재하며 모든 욕망을 성취할 수 있는 미래세계가 펼쳐진다 해도 여전히 절망이다. 문명사회의 종말을 예견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처로 가득하며, 늪과 같은 절망으로 계속되는 일상에 관한 것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그들이 목격한 것의 이면에서 종교나 이념, 도덕 같은 절대성의 지평은 상실된 지 오래다. 방황을 거듭하면서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어느 쪽에도 쉽게 손을 들 수 없고, 어떤 것도 쉽게 판정하기 힘들다.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여기서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으로 읽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희망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이 모두 인간 운명의 절망, 최저 생활자의 절망 같은 회색빛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가면의 시간〉, 〈빚과 빛〉, 〈연기의 고수〉는 진실과 거짓 사이의 줄타기를 통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 편 모두 인생의 한 국면을 간파하는 단편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작품으로 짜임새 있는 전개를 특징으로 한다. 각기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그러한 인물들이 서로 엮이면서 벌이는 갈등과 사건이 선명하게 배치되어 있다. 심각하고, 둔중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발랄함과 짜릿함이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심강우의 소설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한결같이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종교나 이념, 도덕 같은 절대성의 지평은 상실된 지 오래다. 방황을 거듭하면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처지에서는 어느 쪽에도 쉽게 손을 들 수 없고, 어떤 것도 쉽게 판정하기 힘들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심강우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으로 읽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희망을 추구해야 하나. 이 소설집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애잔하고 갸륵한 존재를 향한 따스한 송가頌歌이다. -장두영(문학평론가)

소설집을 낸다. 이로써 족하다. 모으고 보니 대부분 어두운 세계를 천착한 작품이다. 밝음과 어둠은 길항하는 존재가 아니라 통섭하는 존재다. 소설 전반에 퇴적해 있는 어둠은 빛이 되기 위한 땔감들이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내 손을 떠난 소설은 저잣거리로 팔려 나간 장작과 같다. 그것이 땔감으로 쓰일지 빨랫줄에 널린 광목천을 두드리는 몽둥이, 혹은 궤짝을 지탱하는 받침대, 그도 아니면 탁한 물감으로 뒤발한 채 어느 간이주점의 바람벽으로 쓰일지 나는 정녕 모른다. 이 소설집을 내면서 나는 수식을 버렸다. 어떤 수식을 붙이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나는 다만 소설집을 낼 따름이다. 소설만이 내 몫이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심강우

저자심강우
대구에서태어났다.
1996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혜수와당나귀열차]당선.
2012년경상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늪]당선.
2013년[서술의방식]으로제15회수주문학상수상.
2014년[색]으로월간문학시부문신인작품상당선.
2017년[깡통외14편]으로제25회눈높이아동문학상동시부문당선.
2017년어린이동산중편동화[우리는지구로간다]당선.
동시집『쉿!』,시집『색色』이있으며,첫소설집『전망대혹은세상의끝』이있다.

목차

화우和雨……9
전망대혹은세상의끝……33
연기의고수……63
메두사의뗏목……87
늪……114
가면의시간……136
흔적……162
구멍의기원……184
빚과빛……210
2172리바이어던……235
작품해설:분위기의기호학/장두영……263

출판사 서평

화우和雨
3백여년전〈화우〉에서말하는것은바로‘사랑’이다.임진왜란때일본군과싸우다순절한윤흥신공과그를흠모하던기생화우에관한이야기다.먼과거의이야기라낯설지만,한결같이한사람을바라보는기생의사랑이두드러지면서시간의간극을넘어선다.이혼소송중인아내와의불화를겪고있는나는그래서3백여년전화우의변하지않는사랑은더욱돋보인다.먼과거에서전해오는지순한사랑이‘때깔고운나전함하나’에담겨있다는생각에이르면,현재의일상적시간을벗어나미래와과거를오고간것이결국사랑을말하기위함이었음을알게된다.

전망대혹은세상의끝
대학에서언어학을가르치는나는심포지엄참석차스카이빌딩엘리베이터를탔다가묵시록적상황에직면한다.쓰나미가몰아닥쳤는지,빙하가높아해수면이높아졌는지,영화속에서나벌어질듯한상황이펼쳐졌는데온도시가물에잠기고있었던것이다.간신히엘리베이터에서빠져나온나는여자와장로를남겨두고광고회사의인턴과함께승강구를통해위로올라간다.어느층할것없이목격되는거라곤관계의붕괴와개별적기표에불과한인간의나약함이다.마침내빌딩이물에잠기는순간,나는깨닫는다.

연기의고수
진짜와가짜를놓고벌이는진실게임이벌어진다.아주진지하거나심각한것은아니고,플롯을정교하고세심하게꼬아서흥미로운이야기전개를구성한다.
연극배우인M은점퍼안에경찰복을받쳐입은채나갔다가K를만난다.포장마차주인을그럴듯한연기로속여넘긴M에게K는로드매니저를자청하며경찰복을입고거리에서연기연습을할것을제안한다.황당해하던M은결국K의각본에따라일반시민을상대로연기연습을한다.그런데이것은K가자신의가정을파멸시킨인물에게복수하기위해꾸민음모의일환이다.M은체포된뒤에야자신이철저히이용당했다는걸깨닫는다.

메두사의뗏목
성인전화방에서일하는주옥은그곳에서11번여자와미스윤을만난다.그들역시주옥처럼어두운과거에사로잡혀있다.주옥은11번여자가걸어둔제리코의그림‘메두사의뗏목’에주목한다.생사의기로에선이들의절규를보면서주옥은여태껏소식이없는남편을떠올린다.그러던어느날11번여자가죽었다는소식을접한다.뒤이어미스윤의범죄행각까지.주옥은느티나무분재의철사를푸는데필요한도구를찾으려11번여자의방에들어갔다가노트를발견한다.노트엔전혀생각지못했던비밀이담겨있다.


모텔잡역부로일하는그는탈북자이다.그는투숙객을상대로이른바‘몰카’를설치하여부수입을챙긴다.그가그렇게까지해서돈을모으려는목적은오직하나,할리데이비슨을사기위해서이다.그는그곳에서만난베트남여인위엔이사장에게능욕당하는장면을보고도애써외면한다.담장을넘다실패한어머니,그의눈앞에서목을맨아버지의잔상이그의영혼을침식한다.결국한사내의칼에난자당한그는바이크를타고질주하는자신의모습을그리며현실을방기한다.

흔적
아내를죽음으로몰았다는죄책감에정처없이떠돌던그가마침내당도한곳은방글라데시의치타공.그곳해안은폐선박을해체하는거대한작업장이다.모든것이풍화되고정체되는해안에서그는두들겨부수고해체함으로써자신의영혼이가벼워질지도모른다고생각한다.그런그와가까이지내는하산은한때한국의공장에서일한적이있다.하산은가족을살해한자를찾기위해혈안이되어있다.우여곡절끝에하산과동행한그는눈앞에서하산의죽음을목도하고배에오른다.그리고자신의몸을본다.아내와딸애가남기고간고통의흔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