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연두 (이서안 소설)

밤의 연두 (이서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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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과녁」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서안의 첫 소설집 『밤의 연두』가 출간되었다. 이서안 소설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인간의 삶을 틀 지우는 건축물에 대해 천착하여 삶의 조건을 궁리하며 ‘틀’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이야기 한다. 이 틀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람을 옥죄는 고정관념이나 과거 등의 덫을 의미한다. 주상복합 맨션, 아파트, 성城 등 다양한 건축물이 등장하지만 안팎을 가르기에 집은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속성을 지닌다. 그 경계는 어떤 계기를 통해 허물어진다. 열기로 균열이 생기고, 시간에 따라 콘크리트와 화려한 마감재, 수많은 돌들이 허물어지자,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속내가 드러난다. 이 중 두드러지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쌓아올린 거대한 건축물들이다.
저자

이서안

경남마산에서태어나국민대학교문예창작대학원을졸업했다.
2017년경상일보신춘문예소설「과녁」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2018년제10회목포문학상「풍경」으로본상을수상했다.
2019년울산문화재단예술창작기금을수혜했다.2019년문학나무6인테마소설집『나,거기살아』에「하우젠이말하다」를상재했다.

2019년첫소설집『밤의연두』가있다.

목차

골드비치13
과녁39
다이빙67
밤의연두91
성115
수로141
틈165
풍경189
하우젠이말하다215
해설:폐허廢墟이후245

출판사 서평

「골드비치」에서욕망의축조물에서사는사람들은극단적인탈출을시도하고,「과녁」에서과거의덫에갇혔던사람은복수에대한열망에서놓여난다.「성」은‘성城’을이루는돌처럼,정리정돈이라는아버지의틀에자신을끼워맞추던남자가자유로워지는이야기다.몸부림을치면자신이무엇에얽매어있는지알게된다.자신을옥죄던것의정체를아는데서놓여나는것이가능하게된다.「다이빙」의남자는추락으로내면에침잠한끝에비로소떠오를수있게된다.「틈」에등장하는비가새는집은붕괴된가정,허물어진관계를드러낸다.「밤의연두」의‘나’는낯선사람이내지르는비명의의미를알아가며,아버지와의화해를도모한다.

이서안의소설은상상력으로가득차있다.물,새,별들의생동감은남다른감각으로우리를다른세상으로이끌어간다.오늘에는세상에서드물게보는고전적세계의현대적불러옴으로잊어버린풍경의새로움을보여준다.그것을우리는멀리하고있었다.이제라도삶을회복하지않으면안된다.소설의사명을버려서는안된다는것이다.이서안의소설이그사실을새삼일깨워준다.따라서풍경은산뜻한문장으로되살아난다.별들이이룬마을에사는우리들!많은소설들이생산되고있지만문장이살아있는소설은드물다.소설은문장인데,그런자각이부족한것이다.이소설집은그같은현실도일깨워준다.이소설들을도약대삼아새로운소설을보여줄소설가에게기대와축하를보낸다.ㅡ윤후명소설가

이서안소설에서두드러지게나타나는관찰대상과관찰자의관계설정은두겹의시선을확보하는장치로활용된다.「골드비치」에서죽으려는여자와그죽음을감시하는남자,「과녁」에서범죄를도모하는남자와형사의시선,「다이빙」에서아버지의죽음을항의하는여자를바라보는남자,「성」에서남자와알몸으로성에오르는여자등이그예일것이다.관찰자인화자는관찰대상의내면에접근하는과정을통해,세상을보는다른시각을얻어낸다.이서안소설에나타난사고의비약,반전,특이한시선,충격효과등의표현기법도‘틀’에서벗어나고자하는의지에서비롯된다.어긋남과비틀기,예상을뛰어넘는비약은때론성글게놓인징검돌같지만틀을깨려는작가의시도로비친다.

ㅡ작품소개(골드비치,다이빙,밤의연두,성,틈,풍경)

바닷가에세워진화려한건물들에서사람들이자꾸떨어져내린다.「골드비치」의화자는자살자를막기위해망원경으로주상복합아파트를감시한다.바다가보이는전망때문에비싼가격으로아파트를구매했던입주자들은세이렌의노래를듣지않으려고바다가보이는창을커튼으로가린다.하지만40층여자는‘빛’이두려워죽는다.화자에게그들의죽음은풀리지않는수수께끼다.화자는망원경으로23호실여자를관찰했지만,관찰자와관찰대상간에는고층건물의높이만큼의‘거리’가존재한다.무엇이사람들을제집에서밀어내추락하게만드는가?그들이벗어나고자하는것은무엇이며,그들은어디로향하려는걸까?

다이빙을하며그는죽음을치러낸다.물속으로들어가면검은자루가풀려나오고피범벅인딸의얼굴이떠오른다.자신이잃어버린것과마주한다.‘높이올라가기위해감내해야했던몫’은딸의죽음이었다.그가맡은철강공장M&A프로젝트는반대자들의분신으로답보상태에머물렀다.그는시위대에서검은피켓을든여자가마음에걸린다.검은피켓을든여자의모습은까마귀모자를썼던딸의모습과겹쳐진다.여자의아버지는합병에반대하여분신자살을했다.그는망원경으로여자를바라본다.아무말도하지않지만여자의‘눈’은그에게무언가를묻고있는듯하다.여자의눈빛은시시각각변한다.

「밤의연두」의디귿자모양의아파트에서생명력을뿜어내는건,아파트가운데놓인나무다.우뚝솟은나무는아파트공간에서이방인처럼보인다.잿빛아파트에침입한연둣빛잎사귀들은팔랑거리며생명력을과시한다.파독광부였던화자의아버지는독일이란낯선나라에서가족을만들고뿌리를박으며살았다.아버지의가족이보낸엽서는그나무가띄워보낸안부인사다.조는아내의무덤앞에서운다.격렬하게몸을비틀며,잎사귀를흔드는나무는소리없이오열하는조와닮아있다.아파트속의‘나무’는밤에더해지는연둣빛이다.

「성」의문화재청공무원은성벽을보존하려고지방에내려왔다.그에게성城은불편한장소다.어린시절부터그는아버지의강박적인정리정돈습관을물려받으려애썼다.돌을차곡차곡쌓아올린성,무너진성을복원하라는주민들의성화는그에게압박감을준다.하지만벌거벗고수로를오른여자를만나곤그의생각은서서히바꿔간다.성의풍경과벌거벗은여자는어울리지않는다.여자를처음보았을때정리강박증에시달리던그는혼돈스러울따름이다.

「틈」의‘나’는누수공사를하러다닌다.하지만방수페인트를바르는건미봉책에불과하다.페인트냄새로도저한물비린내를가릴순없다.빗물로얼룩진집은,가정폭력을당하는여자의얼룩진몸에다름아니다.‘가장서러운사람은몸안에얼룩진사람이아닐까.’울고있는건집이아니라,그안에사는사람이다.사업에실패한‘나’가사는아내의집은겉보기엔모든것이반듯하게정리되었고온갖물건들로채워졌지만껍데기만남은가족관계를가릴순없다.밖을싸맨다한들안쪽에서일어난균열을가리진못한다.

「풍경」의‘나’는철새를본다고내려온손아래동서가못마땅하다.그녀는새에대한온갖지식을주워섬기고새를낭만적으로바라본다.하지만화자의입장에선‘군무니,예술이니,공존이니,저마다떠들어대지만다들자신의집과상관없이말할수있는거였다.’전세를전전하다가결혼20년만에겨우빌라를얻었는데,몰려드는새떼때문에사는게불편하다.새는정전을일으키고배설물엔세균이들끓는다.‘내가사는공간위에누군가자신의볼일을보고자신의흔적을남긴다는것,아주불쾌한일이었다.’관광을온사람과거기서사는사람의입장은엄연히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