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생

의미 있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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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민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로 2015년 제8회 노근리평화상 문학상을 수상한 재미작가 박경숙의 소설집 『의미 있는 생』이 출간되었다. 전작인 『바람의 노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태어난 땅을 떠났지만, 조국과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기록이다. 이번 작품은 조국을 떠나 먼 타향인 미국에서 곤고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과거의 기억에서 출발하는 회상은 지극히 사적인 분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옛 추억에 잠기는 그 순간 사람은 흘러간 시간 속으로 잠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과거를 회상하는가?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그리움과 위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함은 지난 시절의 아련한 그리움과 애틋함에 기인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

박경숙

충남금산에서태어나서울에서성장했다.
대학에서국문학을전공했으며,1992년미국으로이민을갔다.
1994년미주〈한국일보〉를통해등단했다.

출간한작품은장편소설『구부러진길』,『약방집예배당』,『바람의노래』가있으며,소설집『안개의칼날』,『빛나는눈물』,『의미있는생』이있다.
현재미국캘리포니아샌디에고시티에살고있다.

2005년소설집『안개의칼날』제11회가산문학상(미주)수상.
2007년장편소설『약방집예배당』제24회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최우수상수상.
2011년연변소설학회초청,단편소설「돌아오지않는친구」제3회두만강문학상수상.
2013년소설집『빛나는눈물』통영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수상.
2015년장편소설『바람의노래』제8회노근리평화상문학상수상.

목차

작가의말

의미있는생……11
고슴도치……41
묵주……67
유행시대……92
첫사랑……131
감자가익는동안……159
너의차가운손……184
기억의나무……211

해설:흘러간시간속으로/장두영……275

출판사 서평

이민문학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는호평을받은장편소설『바람의노래』로2015년제8회노근리평화상문학상을수상한재미작가박경숙의소설집『의미있는생』이출간되었다.전작인『바람의노래』는어쩔수없이자신이태어난땅을떠났지만,조국과의끈을놓지않는사람들의파란만장한삶의기록이다.이번작품은조국을떠나먼타향인미국에서곤고했던지난시절을회상하며현재의자신을돌아보고있다.과거의기억에서출발하는회상은지극히사적인분위기로이어지기마련이다.옛추억에잠기는그순간사람은흘러간시간속으로잠시혼자만의여행을떠날수있다.소설속인물들은과연무엇때문에과거를회상하는가?우선생각해볼수있는것은그리움과위로다.현재의삶에만족하지못함은지난시절의아련한그리움과애틋함에기인한다고볼수있다.

모든소설은자전적이다.이런전제를앞에두고많은작가들이자신의가족에관한기억을소재로소설을쓰는것은흔히있는일이고,소설속의여러정황에관한상세한묘사는실제로경험한사람이썼으리라는짐작이들기때문이다.이번소설집『의미있는생』에수록된서술자나주인공은대개중년의나이를넘긴여성이고,‘현재’는그인물이서있는시점이다.인생을살아오면서수많은상처를겪었고,그것이단단한옹이가되어있는상태이다.인생을어느정도통과한사람이라면,그래서숱한상처들을가슴속에품고살아가는사람이라면그러한소설의정서에공감하지않을수없다는점에서소설은보편성을지향하는것이다.과거는늘아름답고그립고애틋하다.현재의상처가더욱아프게감각될수록,현재가더욱초라할수록,과거를향한그리움은더욱강렬해지는원리가이번소설을지배하는셈이다.

이번소설집『의미있는생』에수록된여러작품을관통하는서사적장치가바로회상이다.박경숙작가의여러소설에서는자전적요소의여부를떠나서회상의원리가더욱중요하다.회상은기본적으로현재와과거사이의거리를전제로한다.회상이란일시적인위로에머무르지않는다.흘러간시간속에서그리움은계속되고,슬픔도계속된다.플롯은끝났지만삶이라는소설은끝나지않았기에회상도계속될수밖에없기때문이다.회상의시간속에서과거를그리워하고슬퍼하는것은생에대한의미부여작업이다.
-장두영(문학평론가)

나는아직아프다.그럼에도세월은나를다독거린듯도하다.소설속에그려낸타인의삶에내아픔을숨기며위로받았다.때로송곳처럼일어서는분노를다스리며꾸역꾸역소설을써왔다.지난10년거북이걸음처럼이어져온나의작업이다시책한권이되었다.허투루낭비했던내시간들을이책을통해용서받을수있기를소망해본다.나를지켜보고사랑하는이들로부터.
-작가의말중에서

-수록작품(의미있는생,묵주,첫사랑,감자가익는동안,기억의나무)

의미있는생

「의미있는생」에서는기억을호스에서흘러나오는물줄기에비유한다.과거를회상하는아버지를두고57년의길이를가진낡은고무호스에서물이졸졸쏟아지고있다고말한다.호스에서흘러나온물줄기에관한비유가진짜몸밖으로흘러나오는물(눈물)로변한다.남들이볼때는초라하고비루하기만한일생이지만그가흘리는눈물의의미를알게되는순간그눈물을,그기억을,그리고그의생을향해감히비루하다고단언할수있는사람은세상어디에도없다

묵주

기억은반드시다른누군가에게전달해야한다.그것이몸에새겨진것이든,물밑에가라앉은것이든,그기억은반드시다른사람에게전해져야한다.물론아무에게나전해줄수는없다.그기억의의미를알아차리고,그가치를헤아릴수있는사람에게전해야한다.노파는작가다.노파가‘나’에게자신의기억을전해주는일은작가가글을써서독자에게메시지를보내는일과같다.작가가독자를향해간절히메시지를송신하고,듣고싶은열의가있는독자가그메시지를수신함으로써소설의텍스트는온전히제존재의의의를지닐수있다.

첫사랑

누군가를회상하면서그리워하고그의부재때문에슬퍼하지만,사실은자신의과거를그리워하는것이며더이상순백색의그때로돌아갈수없음을안타까워하는것이다.자신이살아온생,이미흘러가버렸고그래서영영되돌릴수없는시간을향한그리움과안타까움이회상의본질이다.생을마감하는이들이자신의과거를회상하는것은물론이거니와,이미세상을떠난이들과나누었던시간을회상하면서결국자신의삶에대해생각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궁극적으로회상은회상하는사람자신이지금까지살아온인생을되돌아보는일인것이다

감자가익는동안

회상은세월의흐름을거슬러흘러간시간속으로떠나는정신적여행이다.과거로의여행을시작하기위해서는어느순간시간의역행이필요하다.순차적으로흐르던시간의흐름에변화가생기고,그순간수십년전과거로비약하는시간여행이다.「감자가익는동안」에서는인터넷검색이라는지극히평범하고일상적인계기로여행이시작된다.주인공은다른사람의방해없이조용히컴퓨터앞에앉아서생각에빠져든다.호수같은마음의평정이수반되어야가능한여행이다.고요함속에서과거의추억을다시떠올리는일이란수도자의명상에가깝다.평범한일상속에서경건함으로비약하는그러한명상이다.

기억의나무

회상이신비와결합하는방식은죽음을앞둔노파에게회상의순간은전생애를압축하여되돌아보는순간이고,동시에죽음을맞이하는순간이다.환상성이두드러지는회상은단순히한인물이자신의과거를되돌아보는방식이아니라사람이나무와뒤섞여나무의일부로동화되는물질적변환의과정을거쳐과거의기억이전달된다는독특한방식으로연출된다.거칠고단단한나무의몸피와노파의주름진손의경계가흐려지고,급기야하나로합쳐지는듯한기이한환상,무형의기억이마치물질의이동처럼묘사되는기억의전달에대한상상은그자체로논리적설명을초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