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스파르

밤의 가스파르

$14.01
Description
유애숙은 현대인의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만남과 이별에 촉수를 내미는 ‘일상적 리얼리즘’의 작가이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밤의 가스파르』가인간관계의 표면과 이면을 입체화하는 다중주 모음집에 해당한다. 유애숙이 문학적으로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는 ‘사랑’이다. 그의 모든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각양의 사건들을 통해 초지일관 견지하는 바는 사람보다도 밀도가 높아진 현대 사회의 욕망이다. 인간의 마음은 인류의 조상들이 생존과 번식에 이바지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게 된 결과물이다. 유애숙 소설의 주인공들이 표방하는 연애담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덜 진화된 존재’들이 지닌 마음의 본성을 추적하는 방식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새로운 상대를 찾아 배회하는 존재들의 삶이 가까스로 적자생존 하는 양상으로 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유애숙

2000년《작가세계》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명문아파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2005년문예진흥기금을받았으며,첫소설집『장미주유소』를출간했다.
「안개소리」로제2회천강문학상대상수상.
2022년두번째소설집『밤의가스파르』를출간했다.

목차

작가의말

밤의가스파르……11
당신의오후……43
안개소리……69
나의바나나통조림……99
인터미션……131
바람의집……157
분갈이……187

작품해설
사랑과이별의역설적다중주,오감각의수채화/오태호……217

출판사 서평

소설집『밤의가스파르』는인간관계의표면과이면을입체화하며독자에게만남과이별의교향악을선사한다.10대에서60대에이르는등장인물들이일상에서경험하는만남과이별의다채로운과정을추적하면서시각과청각,후각등의다양한오감각을버무려성찬을빚어낸다.「밤의가스파르」는작가의이번소설집에서가장탁월한문학적성취에해당한다.아내와의사별이후우울감에젖어있는‘그’를추적하면서작가는자연스런감정의흐름을포착한다.그리하여사별이후의허무감뿐만아니라새로운만남에대한기대라는양가감정을섬세하게형상화한다.
-오태호(경희대교수,문학평론가)

우리삶의가장중요한대목이생로병사의순환속에서‘사람의온기’를찾아타자와의사랑을경험하는것이라면존재론적숙명이배우자찾기에해당할것이다.만남은이별을전제로의미가깊어지고,이별은새로운만남을통해관계의본질적의미를각인하는효과가있다.그러므로만남과이별은동전의양면이다.어느한쪽이없다면다른한쪽역시의미가부재할지도모르기때문이다.

인간세계의인연이란동전의양면이기보다는‘뫼비우스의띠’이거나‘클라인씨의병’일지도모른다.만남안에이미이별의징후가포착되어있으며,이별속에새로운만남을잉태하는씨앗이들어있기때문이다.유애숙소설은언뜻보면매우평범한듯하지만,에둘러목표를향해달려가는토끼몰이처럼목표하는바를명확히성취한다.무엇보다그의소설에서주목할점은다양한직업군을소설에등장시켰음에도그어떠한직업도피상적이거나어색하지않다는것이다.우리의가장가까운곳에서함께살아가는사람들의삶을자연스럽게표현한것은그의작품이한문장도그냥스쳐지나감없이공들이고,다양한삶에대해깊고치밀하게탐구한고뇌의산물임을증거하고있다.

먹는것에진심이다.그래서인지글을쓸때생각의머리맡에두는게요리연구가의조언이다.음식에굳이나트륨이나설탕을많이쓰지않고도양파즙,레몬즙,허브같은천연향신료로맛있는저염식저당식의음식을만드는것이다.그런음식은첫술엔다소밍밍할지몰라도먹을수록재료본연의깊은맛과향을느낄수있다.내글쓰기의지향점이기도하다.저당의감성과덜맵짠한스토리로감칠맛이폭발하지않더라도음미할수록끌리며본연의맛과향을느낄수있는그런글을쓰고싶다.그래서고단한누군가의소울푸드에슬쩍낄수있다면더바랄게없다.
-작가의말중에서

-작품내용

밤의가스파르

표제작인「밤의가스파르」는유애숙의이번소설집에서가장탁월한문학적성취에해당한다.아내와의사별이후우울감에젖어있는‘그’를추적하면서작가는자연스런감정의흐름을포착한다.사별이후의허무감뿐만아니라새로운만남에대한기대라는양가감정을섬세하게형상화한다.약속시간을20분지나도맞선상대여자는나타나지않고,해저무는시간이되자‘죽음같은허무’가달려든다.겨울저녁이빨리어두워지면서호수의빛깔은‘스모크블루’에서‘인디고블루’로저물어오고,깜빡든잠속에서그는아내와함께저녁을먹는환영에빠진다.이처럼「밤의가스파르」는상처한남자의재혼을위한맞선자리에서의해프닝을다루고있다.부인을떠나보낸뒤1년이갓지난그의허무감과함께‘새로운온기’에대한기대와바람등이버무려진작품이다.

당신의오후

헤어진옛애인의초라한현재를조망하는풍자적인작품이다.즉새로운연인과의관계를돈독히하기위해,헤어진연인을찾아나서‘사면권자의특권’을행사하려는내용을담고있다.소희는8년전헤어진애인김시준이경기남부‘향기수목원’초입에서‘돈조반니’라는제육볶음식당을운영하고있으며,아직싱글이라는소식을듣고찾아간다.8년전그의마지막체취는로즈마리향이었지만,무덤가에심겨져망자를추억하는정령이깃들인풀이바로로즈마리잎이라는사실을아는소희는뭉개진로즈마리잎을빈찻잔에올려놓고이별을통보한다.옛연인이었던남자를만나감정을정리하는이야기를다룬작품이다.



안개소리

안개가장악한도시를배경으로시종일관음울한분위기를빚어내는그로테스크스릴러물이다.작품의주인공경찰인‘그’에게이도시의안개는가장흔한기상현상이지만,W시로발령받은지4개월이지났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서먹한사이처럼납득할수없는불길함을느낀다.그는술집이나시장통뿐만아니라사람들의눈속에서도안개를목격하는데,현장에서검거된피의자들은놀랄만큼태연자약하고,처음부터죄의식이나후회를느낄수없도록설계된존재처럼보인다.안개가인간의의식까지잠식한것처럼보이는것이다.이작품은우리네일상이짙고음험한안개의포로가되어충동적으로분노조절장애가생겨날수도있음을경고하고있다.

나의바나나통조림

작가는남녀사이의엇갈린연애담을통해인생의성패를조망한다.지난3주동안매일만났던방사선과의사는자신의진짜사명이‘출감자들의갱생을돕는일’이라면서아내에게위자료를지급해야하니같이한탕하자고제안한다.그러나약속장소에‘닥터반의아내’라는여인이다가온다.여자는본론만말하겠다면서새로운길을모색하기위해이혼도결심하고숙려기간동안새로운사람을만나보았지만,결론이성급했다고전한다.그동안수많은이별을치렀지만애인의아내가와서정식으로브리핑을한경우는처음이라화자(고운정)는기분이참담하다.하지만화자는자신이아버지의외주제작품이며,화자의생모가화자를낳은지2개월만에핏덩이를버리고떠났다는사실을알게된다.30대여자의연애편력기를다루고있지만,결론적으로배다른딸을잘키워낸어머니의사랑을확인하며‘반전서사’를확인한다.

분갈이

「분갈이」는되바라진여중생의시선으로구어체문장을활용하여이혼가정의일상을다루고있다.꽃집의이모와동거하는화자는아빠와의새로운삶을‘분갈이’로비유하며새로운생의2막을기대하는것이다.학습지교사였던엄마와일식요리사였던아빠는이틀이멀다하고다툰다.화자에게는6백가지가넘는파스타디자이너가되거나패션디자이너가되는꿈이있었지만,엄마와아빠가이혼하면서꿈이날아갔다.하지만5년만에나타난아빠로인해외할머니를통해엄마가5년전에교통사고로세상을떠났음을알게된다.이제는달라진아빠가삼촌네분식점의주방일을맡게되면서,화자는고등학교를배정받으면이모집을떠나아빠와같이살작정을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