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 (이중섭 소설)

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 (이중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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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덕수궁 수문군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포토타임』을 출간한 이중섭은 2년여 만에 첫 소설집 『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작가는 뒤늦게 문단에 나왔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서사능력이 남다른 작가이다.

소설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고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들은 고뇌를 매개로 하여 주인공과 그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내부적 허구에 초점을 맞춘다. 이중섭의 작품들은 주인공이 그의 사회와 화해하지도 순응하지도 못한 채 마무리되는 비극적 경향을 보인다. 그럼으로써 그의 작품들은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제의가 되며, 현실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욕망이 되고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상상이 된다.

이번 소설집에 들어있는 「숨은 벽」이나 「실비집」, 「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 같은 작품을 읽으면 작가가 이야기의 직조 능력만이 아니라 한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관조하고 통찰하는 능력 또한 대단히 깊고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별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그들을 책 속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 속에 만난 사람들처럼 오래 잔영이 남는다.
-이순원(소설가. 김유정 문학 촌장)
저자

이중섭

1963년전남고흥출생.
전남대학교독문과졸업.
1989년국민건강관리공단근무.
2019년《인간과문학》에단편「숨은벽」으로신인작품상수상.
2022년‘왕궁수문장교대의식’행사팀에재직중.
첫장편소설『포토타임』이있으며소설집『직박구리가사는은행나무』가있다

목차

작가의말

숨은벽
아데니움
직박구리가사는은행나무
실비집
검은등뻐꾸기
압록
풍습의속도
포토타임외전

작품해설
의지의욕망과현실의막연함을그리다/김은중

출판사 서평

이중섭의작품들은우리가맞닥뜨리는삶의현실을해석하고이해하는데필요한형이상학적통찰을제공한다.인물들의의지가욕구하는것은이세계,즉있는그대로의삶이며,그인물들에게삶은의지의의욕이나타난것에불과하다.작중인물들의의지는단순히삶을향한의지이다.인간의삶은의지에예속된삶이며의지는맹목적이므로,삶은끊임없는갈등과고뇌의반복일수밖에없고의지로써현실의타개는불가능하다.그래서이중섭의작품들에서는출구가보이지않는다.그의작품들은고뇌로가득한삶에인간을유기하는데서그친다.

『직박구리가사는은행나무』에는인간이살아가면서마주치는고뇌의이야기들이담겨있다.그의작품들은고뇌를매개로하여주인공과그의사회가만들어내는내부적허구에초점을맞춘다.이런형태를노스럽프라이는소설이나드라마에서보이는서술적작품이라고말하는데,이중섭의작품들은주인공이그의사회와화해하지도순응하지도못한채마무리되는비극적경향을보인다.그래서이중섭의작품들에서는출구가보이지않는다.그의작품들에서는어떤이상적인목적이전제되지도않고추구되지도않아갈등과부조리가반복하는것을지켜볼수밖에없다.
-김은중(문학평론가)
이중섭은예술론도윤리론도설파하지않는다.이점에서출구가보이지않는다는것이며,또한의지를잠재우거나무화하지않는다.작품들이해피엔딩으로끝난다면또는결말이있다면독자들은숨을내쉴수있을지모르겠으나그는그러지않는다.그에게는삶을곡해하려는생각이없다.이것이삶에대한진정한자세가아닌가싶다.그의인물들은삶을무조건적부정하지도않고고뇌를방관하지도않는다.인물들은고뇌를인정하고그고뇌를초월하려는적극성을보이며,또한삶을긍정하려는절박함의태도도보인다.그럼으로써그의인물들은비관적상황에직면해서도삶의비관자로빠지지않는다.

[작품줄거리]

숨은벽

바닷가기수역근처에서경운기사고로죽은고향친구의장례식에참석한살아있는남자들의이야기와죽은자의이야기가담담하게섞여든다.살아있는자들의삶속에언젠가그날을예비해준비하고있는것을보여주듯슥,나타났다가슥사라지는생의‘숨은벽’이야기가펼쳐진다.자신의비석을등에지고걸어가는죽은친구의모습과산란을하려기수역을향해기어가는참게의등에붙은사각의껍질이아른거린다.

직박구리가사는은행나무

장마가시작하려는여름날,고시촌골목길은행나무에직박구리가둥지를틀었다.직박구리는까치의텃새로힘겨운생존경쟁을벌이고있었다.주인공은고시생활을접고서점을개업했다.같이공부하던선배윤변호사와후배현호가자주들렀다.늦은밤,윤변호사와인생사를얘기하던중삶을이끄는나침반의자기장이둘의머리위에서딱멈춘그런묘한느낌을받는다.며칠후윤변호사가극단적인선택을했다는소식을들었다.

실비집

아주머니가혼자하는술집이다.밤늦은시각에단골인세사람이찾아온다.고시공부를하다학원강의를하는사내,학원을운영하는원장,서점을하는형준.이들은각자나름대로아픔을안고살고있다.형준은딸이정신발달장애라는것을확인하고는고시를접었는데그뒤로모든생활이엉망으로얽혀버렸고딱히어떤직업도없이아르바이트생활을전전했으며,급기야는아내와이혼까지한다.실비집주인은이런사내를유심히바라본다.

검은등뻐꾸기

허청댁을중심으로한가족사의얘기다.허청댁의첫남편은딸을하나남기고폐병으로죽는다.두번째남편은딸만내리다섯을낳은허청댁대신다른여자한테서아들을낳아온다.허청댁은남편이낳아온아들을깊은정으로키운다.그녀의마음속에는첫딸과밖에서데려온아들이나애틋하기는마찬가지다.허청댁이생모가아닌것을안아들과의갈등,자신이집을비웠을때아들의생모가집을찾아온것에대한불안감,손녀하영이자폐인것에대해사위에게가지는미안함등이있다.그녀의마음상태에따라다르게들리는검은등뻐꾸기의울음은늘다른배경속에서울린다.

압록

영훈은혜림의암소식을듣는다.혜림은교사시절에함께했던동료이자대학시절에학생운동을같이했던동지다.그가교사직을그만두고서울로떠난후혜림의남편이었던조선배가죽는다.조선배는학생운동시절심한고문을당해정신착란상태였다.혜림을만나지난이야기를하던중그녀가시어머니와불화를겪고있는것을알게된다.그리고얼마후에그녀가죽었다는소식을듣는다.영훈은그녀의유골이놓인납골당에서유골을가져와압록에뿌리며그녀와조선배를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