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천리안 :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해를 품은 천리안 :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15.00
Description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문단에 나왔지만,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성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준비해 온 장편소설 『해를 품은 천리안』을 출간했다. 작가가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내력을 쓰고자 한 건 오래전부터였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월을 길쌈한 건, 행여 저의 모자란 글이 그분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런 사이 자료를 수집하며 그분을 연모하고 그분을 닮고자 한 공경도 싹을 틔웠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16세기 북부지방 안동에서 권문 세도가의 장녀로 태어난 이경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작가 특유의 미려한 필체로 당시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읽는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있다.

오래전 이문열의 윗대 할머니 안동장씨의 삶을 형상화한 『선택』은 뜻하지 않은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다. 그 당시의 사회상은 한 여자로서의 삶은 지아비에 순종하고 가문을 지키며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데 헌신하는 안동장씨의 삶이 순종으로 왜곡되어 진보주의자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집안은 고려 충정왕과 공민왕 때 시중을 지낸 행촌 이암 선생, 조선 세종대왕 때 좌의정을 지낸 용헌공 이원 선생, 구한 말 석주 이상룡 독립운동가 등을 배출한, 우리 민족의 산 역사를 일군 명문가이다. 사람들이 안동을 유학의 산 고장이라 부른 것도, 대저택인 임청각을 비롯한 군자정, 귀래정, 반구정, 어은정이 있기에 더 빛났다는 걸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고성이씨 삼대들이 그 정자들을 마련했기에, 그곳을 드나들던 선비들과 유학자들이 학문을 파고들며 토론하고 연구해 영남학파의 산실이 되었다.

줄거리

16세기 안동에 있는 임청각. 권문 세도가의 장녀로 태어난 이경은 일곱 살 때 사서삼경을 익힐 정도로 총명하고 인물도 빼어났다. 부친 이고는 아들이 없어 재색 겸비한 딸을 명문가의 자제와 혼인시킬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임청각 버금가는 소호헌을 짓고 서당지기 이황의 제자인 서해와 혼인을 약조했지만, 딸의 혼례를 보지 못하고 숨졌다. 그런 연유는 이경이 폐결핵에 걸려 탕약을 마시려는데 여종의 실수로 부자탕이 눈 부위에 쏟아져 장님이 되어 충격을 받아서였다.

서해는 이십 세에 성리학의 귀재로 학계에 알려지고, 이황은 자신의 후계자로 삼을 계획이었다. 서해는 이경이 장님이 된 줄 알면서도 형의 반대를 물리치고 혼례를 올렸다. 그들 부부는 소호헌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고는 아들을 낳고 지내다 이태만에 서해가 숨졌다. 병명은 심장마비였다.
남편이 갑작스레 숨졌지만, 이경은 부친과 모친의 유산을 받은 재력가였다.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선 안동이 궁벽한 곳이라며 중씨댁이 있는 한성으로 이사를 했다. 그 전에 노비들을 해방시키고 노자를 넉넉히 안겨준 당찬 여인이었다.

이경은 한성 약현에 대저택을 지을 당시, 기둥이 잘못 놓여졌다고 그걸 바로 놓아 대목들이 경외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외아들 서성을 율곡 문하생으로 보내 학문에 전념케 했다. 그런 사이 이경은 안동 소호헌의 땅을 팔아 집안에 둔 돈궤를 도둑맞은 일이 생겨 술과 약과를 빚어 팔 단안을 내렸다. 유모이며 자신을 돌보는 소들내의 솜씨가 좋아 술과 약과도 잘 팔려 부를 누렸다. 그런 사이 서성은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다. 이경은 궁궐에 까마귀 떼가 몰려와 극성부린다는 소문을 듣고 집안의 일꾼들을 시켜 수수찰밥에 흥분제를 섞어 궁궐 뜰에 놓아두게 했다. 까마귀들이 그걸 먹고 달아나 대신들과 선조의 찬탄을 받았다. 집안에서 빚은 약산춘은 맛과 향이 좋아 그 술을 마신 선조가 이경을 과연 의인이라며 칭송했다. 이경이 빚은 약산춘은 조선의 명주가 되어 귀빈들과 중국 사신들도 대접했다. 이경은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하는 눈뜬장님인지라 약현 주민들과 장안의 장님들도 초청해 잔치를 벌여 이웃 사랑에도 헌신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서성이 임해군과 순화군을 모신 호종관으로 북진했으나 그들 일행이 왜군에게 잡혔다. 서성은 홀로 탈출해 두 왕자를 구했다. 그에 감복한 선조는 서성과 사돈을 맺었다. 서성은 6도 관찰사와 형조, 병조, 호조, 공조의 판서를 두루 거쳤으며, 손주 서경우가 우의정에 올라, 이경이 정경부인으로 추존 되었다.

대구서씨가 조선 시대의 특등 명문 가문으로 발돋움 한 건 그들 개개인의 노력이지만,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의 지혜와 결단과 용기가 시금석이 된 빛난 업적이었다.
저자

성지혜

경남진주출생.
진주대곡중학교수학.
진주여고졸업.진주교육대학졸업.
중앙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졸업.
1997년장편소설『환상의나비』출간.
작품은장편소설『은가락지를찾아서』,『한글의얼』,『남강』,『베다니의기적』,『안견』,『사랑의묘약』,『아버지』가있으며,소설집『옛뜰』,『까치호랑이』,『나귀타고오신성자』,『나무를향한예의』,『향수병에는향수가없다』등이있다.

〈한국소설문학상〉,〈한국문학백년상〉,〈남촌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사5
작가의말10

임청각,어린시절19
신접살림,소호헌99
약현,어거리풍년187

참고문헌316

출판사 서평

늦은나이에소설가로문단에나왔지만,꾸준히작품을발표하면서평단의좋은반응을얻고있는성지혜는오랜세월동안준비해온장편소설『해를품은천리안』을출간했다.작가가정경부인장님고성이씨내력을쓰고자한건오래전부터였다.
‘지난20여년동안세월을길쌈한건,행여저의모자란글이그분에게결례가되지않을까하는의구심때문이었다.그런사이자료를수집하며그분을연모하고그분을닮고자한공경도싹을틔웠다’는작가의말처럼이작품은16세기북부지방안동에서권문세도가의장녀로태어난이경의파란만장한일대기를작가특유의미려한필체로당시의시대상을사실적으로묘사해읽는재미를더욱느끼게하고있다.

오래전이문열의윗대할머니안동장씨의삶을형상화한『선택』은뜻하지않은페미니즘논쟁을불러일으킨소설이다.그당시의사회상은한여자로서의삶은지아비에순종하고가문을지키며자식을바르게키우는데헌신하는안동장씨의삶이순종으로왜곡되어진보주의자공격의대상이되기도했다.

정경부인장님고성이씨집안은고려충정왕과공민왕때시중을지낸행촌이암선생,조선세종대왕때좌의정을지낸용헌공이원선생,구한말석주이상룡독립운동가등을배출한,우리민족의산역사를일군명문가이다.사람들이안동을유학의산고장이라부른것도,대저택인임청각을비롯한군자정,귀래정,반구정,어은정이있기에더빛났다는걸부인하진못할것이다.고성이씨삼대들이그정자들을마련했기에,그곳을드나들던선비들과유학자들이학문을파고들며토론하고연구해영남학파의산실이되었다.

고성이씨할머니이야기를어려서자장가처럼들었기때문일까?소경으로서눈뜬사람보다훨씬현명하고담대하며솜씨가좋아서큰살림을다스렸다는고성이씨할머니는우리겨레의조상인웅녀처럼비상하고신비로운인물로느껴졌었다.단순히맑고초롱초롱한눈이보이지않게된가혹한운명을의지력으로극복한강인한여인이아니라갈등과회한에몸부림하던끝에자신의운명으로수용하지만,사랑하는아들과친족들을위해한치의실수도없도록매순간조심하고긴장하며살았던여인.한여인이이룰수있는일이이토록높고깊음이어찌놀라운일이아니랴.그래서옷깃을가다듬고할머니의자취를삼가보듬고싶다.
-서지문(고려대명예교수,영문학)

까마귀가궁궐마당을점령해소란을피워임금의심기를어지럽힌다는말을듣고는흥분제를섞은수수찰밥을몇수레분을지어보내궁궐마당에풀도록해서까마귀들이궁궐마당에서죽지않고물고멀리날아가죽도록했다.감탄한선조가그지혜로운부인의아들이자임진왜란에서임해군과순화군을구한신하서성을불러서사돈을맺자고했다.이경의외아들약봉서성이달성서문의거목으로그가계가조선후기에가장과거급제자를많이배출한것은모자의공덕과지혜가함께이룩한것이다.이경이한성으로이주할당시는16세기초였는데데리고있던노비들을모두해방시켰다.한양으로데리고간노비들도노비문서를없애고임금을받는하인으로고용했다.당시에는남성도하기힘든통큰선구적인인도주의의실천이었다.조선시대의세분현모는신사임당,장씨부인,정경부인장님고성이씨였다.앞의두분은널리알려졌지만,정경부인장님고성이씨는덜알려져그분의행적을형상화한것은,의미있는일이기도하다.

퇴계선생이당신의후계자로삼고자했던서해선생이23세에요절해대구서씨가문에충격을주었습니다.하지만그의아내장님고성이씨부인의끈질긴노력과헌신으로외아들약봉서성선생이6도관찰사와형조,병조,호조,공조의판서를두루거쳤으며,손주서경우가우의정에올라,그분이정경부인으로추존되었습니다.그분은노비를해방시킨선구자입니다.안동소호헌에서청주로,다시장정의길에올라한성에당도해중씨댁에서살며,새집을지어이사한,맹모삼천을실천한현모였습니다.장애인들과이웃에게베풂을실천한자선가이며,고난을승리로이끈개척자입니다.아들과손주들을참인재로키운교육자이며,앞날을꿴의인이었던것입니다.
-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