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하늘길

흑산도 하늘길

$16.00
Description
흑산도라는 절해고도에 몸이 갇히고, 진리에 도달함으로써 자유자재하고자 한 정약전의 치열한 몸부림은 소설을 통해 본질적인 삶, 궁극에 이르고자 하는 한승원의 삶과 그 궤적을 같이한다. 정약전이 유배되었던 흑산도는 소설 속에서 한 인간을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공포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혼돈과 분열에 놓인 인간의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갱신시키는 공간이다. 『흑산도 하늘길』은 전남 장흥 율산에서 해산토굴을 짓고 스스로 갇혀 산 한승원의 삶을 유배지에서 죽어 간 정약전의 삶에 투영한 소설로서, 소설가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사는가? 와 같은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 고뇌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약전이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개인적인 삶을 통해 작가의 영혼과 육체를 병들게 하는 도시적 삶을 떠나 ‘해산토굴’에 몸을 가둔 소설가 자신의 삶과, 그 삶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이 소설을 통해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간 한승원의 소설 속에서 고향은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를 확인시켜며 한과 애환이 절절히 끓는 토속적 공간이며 가족사와 인간의 욕망이 뒤엉키는 역사와 욕망의 현장으로 묘사되어 왔다.

고향을 떠나 유배된 정약전의 눈에 비친 흑산도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권력자의 대리인처럼 묘사되다가, ‘바다는 우리 생명과도 같고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생명체가 나온다. 그래서 바다를 잘 알면 우리 삶의 원형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섬사람들과 점차 익숙해지고 섬의 물고기를 관찰하고 기록하게 되면서 그의 고독과 공포를 포용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또한 흑산도는 정약전의 신분과 계급적 의식을 초월하게 만든 공간이면서 ‘예술과 희롱이 크게 다르지 않고, 삶의 보람과 비애도 백지 한 장 차이다.’ 라는 작가가 추구하는 원융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소설 속에 묘사되는 인간 정약전은 정서와 욕망, 감정을 초월한 도인은 아니었다. 또한 삶의 심연에 정통한 예지자도 아니다. 경기도에서 절해고도의 흑산도로 뒤바뀐 그 삶의 자리에서 정약전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에 사로잡힌 범인으로, 가식과 체면에 얽매인 평범한 한 양반으로, 동요하는 남성으로, 남편으로 묘사된다. 역사적 인물이 재조명되면서 흔히 일어나는 미화가 없다. 지극히 인간적인 정약전은 흑산도의 자연과 첩 거무를 통해 절대 고독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여 원융적 세계에 도달한다.

작가 한승원은 유배되어 온 한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약전을 재현해 냈으며, 그에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저자

한승원

저자:한승원
193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나서라벌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1968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목선」이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
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이상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한국불교문학상,미국기리야마환태평양도서상,김동리문학상을수상했으며,한국문단에큰궤적을남겼다.
2024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한강,소설가,그림동화작가한규호의아버지이며장흥바닷가해산토굴에서집필중이다.
출간한작품은장편소설『아제아제바라아제』,『해일』,『동학제』,『아버지를위하여』,『시인의잠』,『연꽃바다』,『해산가는길』,『꿈』,『사랑』,『화사』,『멍텅구리배』,『물보라』,『초의』,『흑산도하늘길』,『추사』,『다산』,『원효』,『항항포포』,『겨울잠,봄꿈』,『사람의맨발』,『달개비꽃엄마』가있으며,소설집『한승원중·단편전집(전7권)』,『앞산도첩첩하고』,『안개바다』,『미망하는새』,『폐촌』,『포구의달』,『새터말사람들』,『희망사진관』과시집『열애일기』,『사랑은늘혼자깨어있게하고』,『달긷는집』,『사랑하는나그네당신』,『이별연습하는시간』,『노을아래서파도를줍다』,『꽃에씌어산다』와산문집『허무의바다에외로운등불하나』,『키작은인간의마을에서』,『푸른산흰구름』,『바닷가학교』,『차한잔의깨달음』,『강은이야기하며흐른다』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흑산도행9
소흑산도26
가오리코에닻을놓는사람들39
틈입자55
아전과수군69
하늘천(天)자가르치기의두려움74
주역점82
거무90
두개의얼굴138
편지144
넋바꾸기149
음모156
달몸살비몸살168
물고기들의족보181
무185
희망190
대흑산200
복성재217
갯투성이들과벗하기233
텅빔(空)혹은구무(孔)244
죽은아들학초의양자249
조개속으로들어간새256
상어해부273
아우다산을위하여286
한밤중의도망295
마의술(麻酒)302
떠나가는배311
율구조栗毬鳥314

손암정약전인터뷰331
참고자료364

출판사 서평

흑산도라는절해고도에몸이갇히고,진리에도달함으로써자유자재하고자한정약전의치열한몸부림은소설을통해본질적인삶,궁극에이르고자하는한승원의삶과그궤적을같이한다.정약전이유배되었던흑산도는소설속에서한인간을모든것으로부터단절시켜죽음에이르게하는공포스러운공간인동시에혼돈과분열에놓인인간의자기정체성을새롭게갱신시키는공간이다.『흑산도하늘길』은전남장흥율산에서해산토굴을짓고스스로갇혀산한승원의삶을유배지에서죽어간정약전의삶에투영한소설로서,소설가로서산다는것은무엇인가?왜사는가?와같은본질적인물음에대한답을얻고자한고뇌의흔적이라고할수있다.정약전이라는우리에게잘알려지지않은인물의개인적인삶을통해작가의영혼과육체를병들게하는도시적삶을떠나‘해산토굴’에몸을가둔소설가자신의삶과,그삶이궁극적으로도달하려고하는길이무엇인가를이소설을통해보여주고자했던것이다.그간한승원의소설속에서고향은인간의존재론적가치를확인시켜며한과애환이절절히끓는토속적공간이며가족사와인간의욕망이뒤엉키는역사와욕망의현장으로묘사되어왔다.

고향을떠나유배된정약전의눈에비친흑산도는자신을죽음으로몰아넣으려는권력자의대리인처럼묘사되다가,‘바다는우리생명과도같고우리삶의가장근원적인생명체가나온다.그래서바다를잘알면우리삶의원형을알수있게된다.’는작가의말처럼섬사람들과점차익숙해지고섬의물고기를관찰하고기록하게되면서그의고독과공포를포용하는공간으로변모한다.또한흑산도는정약전의신분과계급적의식을초월하게만든공간이면서‘예술과희롱이크게다르지않고,삶의보람과비애도백지한장차이다.’라는작가가추구하는원융적세계관을보여주는공간이다.

소설속에묘사되는인간정약전은정서와욕망,감정을초월한도인은아니었다.또한삶의심연에정통한예지자도아니다.경기도에서절해고도의흑산도로뒤바뀐그삶의자리에서정약전은죽음에대한공포와지극히인간적인고뇌에사로잡힌범인으로,가식과체면에얽매인평범한한양반으로,동요하는남성으로,남편으로묘사된다.역사적인물이재조명되면서흔히일어나는미화가없다.지극히인간적인정약전은흑산도의자연과첩거무를통해절대고독과죽음의공포를극복하여원융적세계에도달한다.

작가한승원은유배되어온한평범한한인간으로서의정약전을재현해냈으며,그에자신의삶을투영했다.

-줄거리

정조의서거후순조가즉위하고소론과남인의당쟁이신유박해라는천주교탄압으로비화되면서정약전은천주교인으로지목받아신지도로유배된다.그리고얼마후황사영의백서사건이일어나자다시유배지를흑산도로옮기게된다.두어평넓이의목선을타고소흑산도로향해가며약전은추위와배고픔과멀미에시달리면서한편으로흑산행을나락의끝장,지옥행으로여기며공포와절망에휩싸인다.

소흑산도(우이도)에당도해관헌에서하룻밤을지새고간섭과감시를피해대흑산도로들어가라는아전의권유를뿌리치고약전은소흑산에머물기로결심한다.그러나막상그를대하는섬사람들의태도는오만방자하거나냉랭한조롱혹은문둥병자나괴질앓는사람피하듯한다.그가뭍에서유배되어온천주학쟁이양반인때문이었다.절망에빠진약전은배고픔과머물곳을얻기위해마을이장집을찾아가기로한다.그리고골목길에서훗날함께살게될처녀거무와마주친다.그녀의도움으로이장윤강순의집에찾아온약전은뜻밖에도마을훈장을맡아달라는청을받는다.그리고관헌의허락을얻어진리뒷골동북쪽에서당을열게된다.마을사람들은그를훈장으로모시고자신들의자식들을위해깍듯이대하면서도천주학쟁이양반이였다고경계하며두개의얼굴을가지고그를대한다.약전은자신을아이들에게천주학교리를가르친다고엉뚱하게발고해사약을받게될일을두려워하여그들을양반벼슬을앞세워함부로대하지않도록조심하고첩을얻어이섬에뿌리를박으려한다는것을보여주어야한다고생각한다.그리고골목길에서마주쳤던거무를떠올린다.어느날약전은거무가갖다놓은서당의댓돌위에놓인무명보자기에싸인대바구니를발견하고윤강순으로부터거무가약전을흠모해왔다는사실을듣게되고그의중재로거무를첩으로얻게된다.약전은거무를통해죽음에대한공포에서벗어나고,악몽같은삶에서깨어나새삶에대한의지로충천하나그녀의아버지가천주학을신봉했으며그때문에그를모시기로했다는것을알게된다.

한편강진으로유배된아우정약용과서간을주고받고,아이들을가르치며유배생활을하던약전에게어느날김석돌이라는자가찾아와거무가이장의손에이끌려앞산바위뒤로들어갔다가한참이지나나와울며갯것을하러갔다는귀뜸을한다.약전은이에모멸감을느끼고그녀가이장윤강순의강요와협박에의해그의일거수일투족을모두일러바쳤을것이라고짐작하고자신에대한섬사람들의감시와경계가심상치않음을직감한다.물위에뜬기름같이믿고의지할사람없는자신의처지와고독감에더욱절박해진약전은이장윤강순을피해대흑산도로갈수있는계책을마련한다.그리고절해고도에갇혀있는것이아니라바다를품어야한다고생각하고바다를업으로삼고이를통해정심에이르러야한다고결심하여물고기족보만드는일을시작한다.그러던어느날약전은대흑산의장성호를불러곧건너갈것을통기하고이장에게급살수가있어소흑산을떠나야겠다고거짓말을하고거무,아들무와함께대흑산으로옮겨간다.그리고약전은소흑산도에서했던것과달리양반으로서의태도,양반신분과좌랑벼슬살이한이력까지과감하게버리고살기로마음먹는다.그러나윤강순을피해소흑산에와서도사람들의감시와경계에서벗어나지못한다.약전은해배에대한희망을버리지못해더깊이들어가면더빨리나올수있다는주역의원리를위안으로삼고장성호의아들창대를통해물고기족보만드는일에더욱열중한다.그러면서점점마을사람들과섬,바다,자연에친화되어간다.섬사람들과바다에점점자연스러운관심과궁금증을갖게된약전은어느날밤장성호에게마을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해달라고부탁한다.마을사람들의성정과내력을말해준장성호는그러나다음날알수없는사연으로급사한다.

어느날약전은강진의아우약용이곧해배될것이라는소식을듣고소흑산도로한밤중에도망을가려고하나마을사람들의저지로다시대흑산에머물게된다.

갈수록해배에대한희망은절망으로바뀌고우울증과무력증을달래기위해약전은술을더욱가까이한다.그리고창대와물고기족보만드는일을계속하면서조개속에서새가나왔다는승률조개를발견한다.소흑산아이들을가르치는일도정리를해가고,물고기족보만드는일도보완,정리가될즈음약전은마을사람들을일일이불러자신이대흑산으로가야되는이유를말하고동의를구한다.약전은병색이완연한몸으로거무,두아들과함께대흑산으로향해가는배에몸을싣는다.해배에대한희망을버리지못하고아우약용을볼기대로소흑산에왔으나결국약전은얼마뒤승률조개처럼죽음을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