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1년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을 출간한 임수진의 두 번째 소설집 『내 속의 타인』은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절대 고독과 불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그 현상들을 분석해 보려 하지만 명확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믿음조차도 얄팍하다. 확실히 하려 할수록 의문이 생기고 결과는 희미해진다. 우리 앞에 놓인 생은 내 것인 듯 아닌 듯도 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도 그렇고 자신이 누구며,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도 도돌이표다.
임수진의 소설을 읽으려면 마음을 내놓아야 한다. 『내 속의 타인』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이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불행이 불러일으키는 기시감 때문이다. 그들은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던가. 그들처럼 슬픔으로 부서진 적이 있다면 ‘누구 탓도 아니지만, 누구라도 탓하고 싶었다.’는 말에 담긴 도저한 절망 또한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임수진의 소설은 오래된 다짐 같다. 뜻밖의 순간에 찾아와 내가 누구였는지를 돌아보게 하며 어쩌면 나의 붕괴를 막아낼 수도 있는 그 마음이다.
- 손홍규(소설가)
작가는 이번에 출간된 『내 속의 타인』에서 우리의 마음에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감정들, 시기와 질투, 사랑과 증오, 성취와 좌절이 만들어 낸 사건들은 피상적 관계든 지나친 밀착이든 우리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누군가 내 소설을 읽으며 삶의 유한성과 순환성을 은유적으로 체험했으면 좋겠다. 하루 앞, 아니 한 시간 후에 일어날 일도 예측할 수 없으면서 우리는 미래를 믿는다. 내 것이 될 수도 그럴 기회가 영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것만이 희망이기에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 끝이 죽음인 줄 알면서도. 매일매일 다른 장면이 연출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는 틈을 넓히고 결집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 「함께 있어도 혼자」에서 코로나로 남편을 허망하게 보낸 노부인을 만난 아래층여자의 말이다.
“요즘 할아버지는 통 안 보이세요. 항상 두 분이 같이 다니시더니…….”
“아…… 네.”
“어디 가셨나 봐요.”
“네, 좀 멀리.”
“왜 같이 안 가시고”
“그러게요. 같이 갈 걸 그랬나…….”
달이를 안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입가에 번진 미소는 욕조에 풀어 둔 거품처럼 쉽게 꺼지지 않았다. 추억은 늙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달이가 낑낑댔다. 녀석의 검고 촉촉한 코에 입을 맞췄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파먹고 산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현대인들은 모든 일상에 무관심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상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잊고 살진 않는지, 내 상처가 타인의 몸에서 발견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마주한 적은 없었는지…….
이번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을 간추리다 보니, 구성이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내 의식이 거기에 닿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소설들을 통해 질문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는 누구로 존재할까? 존재는 온전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한 개인이 사회, 기억, 가정이란 제도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는지를, 인물을 내세워, 내 손끝에서 태어나는 문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부족한 부분도 과잉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경계에서 타인의 반영체로 만들어진 너, 나. 우리.
- 「작가의 말」중에서
임수진의 소설을 읽으려면 마음을 내놓아야 한다. 『내 속의 타인』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이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불행이 불러일으키는 기시감 때문이다. 그들은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던가. 그들처럼 슬픔으로 부서진 적이 있다면 ‘누구 탓도 아니지만, 누구라도 탓하고 싶었다.’는 말에 담긴 도저한 절망 또한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임수진의 소설은 오래된 다짐 같다. 뜻밖의 순간에 찾아와 내가 누구였는지를 돌아보게 하며 어쩌면 나의 붕괴를 막아낼 수도 있는 그 마음이다.
- 손홍규(소설가)
작가는 이번에 출간된 『내 속의 타인』에서 우리의 마음에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감정들, 시기와 질투, 사랑과 증오, 성취와 좌절이 만들어 낸 사건들은 피상적 관계든 지나친 밀착이든 우리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누군가 내 소설을 읽으며 삶의 유한성과 순환성을 은유적으로 체험했으면 좋겠다. 하루 앞, 아니 한 시간 후에 일어날 일도 예측할 수 없으면서 우리는 미래를 믿는다. 내 것이 될 수도 그럴 기회가 영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것만이 희망이기에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 끝이 죽음인 줄 알면서도. 매일매일 다른 장면이 연출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는 틈을 넓히고 결집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 「함께 있어도 혼자」에서 코로나로 남편을 허망하게 보낸 노부인을 만난 아래층여자의 말이다.
“요즘 할아버지는 통 안 보이세요. 항상 두 분이 같이 다니시더니…….”
“아…… 네.”
“어디 가셨나 봐요.”
“네, 좀 멀리.”
“왜 같이 안 가시고”
“그러게요. 같이 갈 걸 그랬나…….”
달이를 안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입가에 번진 미소는 욕조에 풀어 둔 거품처럼 쉽게 꺼지지 않았다. 추억은 늙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달이가 낑낑댔다. 녀석의 검고 촉촉한 코에 입을 맞췄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파먹고 산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현대인들은 모든 일상에 무관심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상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잊고 살진 않는지, 내 상처가 타인의 몸에서 발견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마주한 적은 없었는지…….
이번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을 간추리다 보니, 구성이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내 의식이 거기에 닿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소설들을 통해 질문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는 누구로 존재할까? 존재는 온전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한 개인이 사회, 기억, 가정이란 제도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는지를, 인물을 내세워, 내 손끝에서 태어나는 문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부족한 부분도 과잉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경계에서 타인의 반영체로 만들어진 너, 나. 우리.
- 「작가의 말」중에서
내 속의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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