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타인

내 속의 타인

$15.00
Description
2021년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을 출간한 임수진의 두 번째 소설집 『내 속의 타인』은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절대 고독과 불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그 현상들을 분석해 보려 하지만 명확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믿음조차도 얄팍하다. 확실히 하려 할수록 의문이 생기고 결과는 희미해진다. 우리 앞에 놓인 생은 내 것인 듯 아닌 듯도 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도 그렇고 자신이 누구며,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도 도돌이표다.

임수진의 소설을 읽으려면 마음을 내놓아야 한다. 『내 속의 타인』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이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불행이 불러일으키는 기시감 때문이다. 그들은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던가. 그들처럼 슬픔으로 부서진 적이 있다면 ‘누구 탓도 아니지만, 누구라도 탓하고 싶었다.’는 말에 담긴 도저한 절망 또한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임수진의 소설은 오래된 다짐 같다. 뜻밖의 순간에 찾아와 내가 누구였는지를 돌아보게 하며 어쩌면 나의 붕괴를 막아낼 수도 있는 그 마음이다.
- 손홍규(소설가)

작가는 이번에 출간된 『내 속의 타인』에서 우리의 마음에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감정들, 시기와 질투, 사랑과 증오, 성취와 좌절이 만들어 낸 사건들은 피상적 관계든 지나친 밀착이든 우리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누군가 내 소설을 읽으며 삶의 유한성과 순환성을 은유적으로 체험했으면 좋겠다. 하루 앞, 아니 한 시간 후에 일어날 일도 예측할 수 없으면서 우리는 미래를 믿는다. 내 것이 될 수도 그럴 기회가 영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것만이 희망이기에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 끝이 죽음인 줄 알면서도. 매일매일 다른 장면이 연출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는 틈을 넓히고 결집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 「함께 있어도 혼자」에서 코로나로 남편을 허망하게 보낸 노부인을 만난 아래층여자의 말이다.


“요즘 할아버지는 통 안 보이세요. 항상 두 분이 같이 다니시더니…….”
“아…… 네.”
“어디 가셨나 봐요.”
“네, 좀 멀리.”
“왜 같이 안 가시고”
“그러게요. 같이 갈 걸 그랬나…….”
달이를 안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입가에 번진 미소는 욕조에 풀어 둔 거품처럼 쉽게 꺼지지 않았다. 추억은 늙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달이가 낑낑댔다. 녀석의 검고 촉촉한 코에 입을 맞췄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파먹고 산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현대인들은 모든 일상에 무관심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상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잊고 살진 않는지, 내 상처가 타인의 몸에서 발견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마주한 적은 없었는지…….

이번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을 간추리다 보니, 구성이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내 의식이 거기에 닿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소설들을 통해 질문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는 누구로 존재할까? 존재는 온전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한 개인이 사회, 기억, 가정이란 제도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는지를, 인물을 내세워, 내 손끝에서 태어나는 문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부족한 부분도 과잉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경계에서 타인의 반영체로 만들어진 너, 나. 우리.
- 「작가의 말」중에서
저자

임수진

2004년월간《수필문학》에「아름다운화석」으로등단.
《해동문학》,《현대수필》,《수필시대》,《토지문학제기념사화집》,《동리목월》등문예지에글을발표하였다.심리적흐름중심의구성과플롯을갖춘글을쓰고싶어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

출간한작품은소설집『언니오는날』과『내속의타인』이있으며,수필집『나는여전히당신이고프다』,향기도둑』,기행수필『팔공산을걷다』가있다.

2015경북일보《청송객주문학상대상》,《현진건문학상신인상》수상.

출판사 서평

줄거리
(유리벽,다시,숨,내속의타인,숙주,함께있어도혼자,너는너를의심했다)

유리벽

남편의과보호를받던지수는결혼7년만에처음으로고등학교동창과여행계획을세운다.여행당일,남편의끊임없는잔소리를견디며집을나서는데함께가기로한친구에게문제가생겨홀로여행길에오른다.하필이면그날,성폭행범이여행지에출몰한뉴스가뜨고,목적지인산장의주인은할머니가아닌낯선남자였다.그는성폭행범과닮았다.여자는탈출할기회를놓쳐남자와산장에서하룻밤을보내게되는데,공포와마음속불안이합쳐져여자는산장남자를범인으로확신했고의심은증폭된다.

다시,숨

이탈리아에서가이드일을하는화자는코로나시국에버틸수없어귀국하게된다.공항에서감염자라는걸알게되고후각을잃었다.함께살던할머니는돌아가셨고옛집이있던자리엔빌딩이들어섰다.상실감에빠진남자는회복의실마리인후각을되찾으려갖은노력을하지만그럴수록삶은피사의사탑처럼기운다.남자는절망적인현실에죽음을생각하고조력자를찾는다.조력자는혼자사는노파의금고를털자고제안한다.결정적순간에남자는노파의집에서옛날할머니가만들어준음식냄새를맡게되고삶과다시연결된다.

내속의타인

동갑내기고모와조카외갓집이부르주아인조카는성장배경과외모부터남달랐다.반대로비움이는오빠와엄마의죽음으로사돈집에얹혀산다.발레리나인채움이는고모인비움이를비서처럼대하고남자친구까지가로채려한다.사돈어른은외손녀인채움이를이용하여다시권력을손에쥘계획을세우지만채움이는미운짓만골라서한다.귀국하여공연이있던날,비움은자신의남자친구를유혹한채움에게정비공과놀아난사진을대포폰으로전송하며언론에공개하겠다고협박한다.공연을망친채움은교통사고를당한다.한뿌리에서시작된고모와조카.두자아의분열을통해개인의자아가어떻게침식되는지,타자의욕망과시선에의해끊임없이변형될수밖에없는존재…….

숙주

의심병이있는아버지.가정폭력에시달려온가족.폭력에고스란히노출된삶을살아온오빠와태이.엄마는그런아빠를몸속짐승만사라지면좋은사람으로감싼다.참다못한오빠는엄마를숙주라며폭행했고가정은부서진다.화가인태이는뱅갈보리수에눈동자를그려폭력을감시하는내면을표현한다.폭력을낳고폭력의공존을가능하게한엄마에대한양가적심정이며그녀자신을향한시선이기도하다.

함께있어도혼자

코로나로남편을갑작스럽게먼저보내게된할머니는슬픔과외로움을이겨내려라인댄스로사회적관계를만들어낸다.회원들은춤출땐함께하지만각자하고싶은말만하고듣고싶은말만듣는다.만남을시도할수록대화는단절되고자기중심적이라인간관계의피상성과군중속의외로움과내적고립은깊어간다.할머니는키우던개와소통하며위로를받으며남편의부재를메운다.공연을간요양병원에서과거근무했던미술관관장을보게되지만늙음과치매로과거가사라진재회는그녀를더욱우울하게한다.할머니는남편제삿날어린아들에게동화책을읽어주듯개에게남편과의추억을들려준다.

너는너를의심했다

가족이함께간바다.갯벌로여행을갔지만남편은아내와딸과어울리지않고감시자역할만한다.자신들옆에자리잡은낚시꾼들이신경쓰이는남편,남자들중젊고건장한남자에게아내가눈길을주고있다고의심하는남편.자신의불안과집착이아내를힘들게한다는사실을인정하지않는다.억압적시선을견디기힘든아내는언니집에잠시가있겠다며딸과함께사라진다.숨고르기를한뒤아이의아빠라서돌아왔다며과거를잊고일상으로돌아가려하지만남편은자신의무능과공허를아내에게투사하고의심은깊어진다.희망이없는관계에더는미련을두지않기로결심한아내는남편의왜곡된욕망에맞서,그가듣고싶어하는말,머릿속에이미구상하고있는정답인최악의대답을해주며결혼의균열을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