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최초의여성대법관이말하는
‘정의로운법,참여하는법’
‘김영란법’의김영란,청소년에게처음말을걸다
2004년우리나라사법사상최초로여성대법관에임명되어닮고싶은여성전문가로떠오르고,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으로일하면서추진한‘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일명‘김영란법’이2015년국무회의에서통과되자단순히여성법조인을넘어정의의대명사로서자리매김한인물.김영란은대법관재직시절사회적약자와소수자를배려하고국민의기본권보호를위해노력하여‘소수자의대법관’이라는평가를받았고,진보적판결을주로내리는‘독수리5형제’의하나로칭해지기도했다.최근자신의대법관시절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가운데사회적으로의미가큰대표적판결들을꼽아그에관한비판적논의를정리해서출간한도서를통해성찰하는법조인의자세를보여화제가되기도했다.
여러모로인생전반에걸쳐알고싶고,닮고싶고,배우고싶게하는인물이다.그런그가이번엔청소년을위해2년동안준비해엮은법교양서를펴냈다.비행청소년시리즈10번으로출간된《김영란의열린법이야기》다.왜청소년을위한책일까?청소년에게법의어떤면을말해주려한것일까?대체열린법이란무엇인가.
법의출발부터성장,과도기를거쳐지금에이른역사를조망하다
그가생각하는열린법을말하기위해,그는법의기원부터살핀다.대체왜법이란것이만들어졌고,무슨필요가있었는지.그가끌어들인것은소설《돈키호테》의주인공돈키호테의종자산초판사다.산초판사가상대방이자신에게빌린돈을갚지않았다고주장한노인과자신은분명돈을갚았다고맹세하는또다른노인의채무관계를법조문이아닌상식에따라시원하게해결하는장면을예로들면서,결국법은사람들의상식에기대어만들어져야하고사람들이억울함을느끼거나사람들사이에분쟁이일어났을때그것을해소하고해결하는제3의공정한잣대로서등장한것이법이라고말한다.
이렇게법이태초에등장하게된배경을말한뒤법이발전하게되는역사적경로를차근히밟아나간다.왕이곧법이었던절대왕권시절을거쳐왕도법에따라야하고시민의권리를법으로서보호해야한다는근대법이태동하게된배경을근대법의토대가된사회계약설이론과함께정리한다.그리고법이주권자인국민의권리를지켜내기위해법치주의의제도로정착하여현대에이르기까지의과정을살핀다.그과정을살피기위해정의관및헌법정신을자연스럽게끌어내설명한다.
사람들의상식을반영하는정의로운법에대한요구는어느때나동일하지만,각사회마다생각하는정의의관념은다르기에상이한정의관을비교분석하며,정의와연관시켜각나라의최고법인헌법정신이담고있는기본내용이무엇인지에대해서도체계적으로설명한다.또한법치주의라는이념이어떻게현실속에서구체화되어구조화되는지에관해서도차근차근정리해준다.사법부의독립및상소제도,표현의자유를보장하는기준및방식에대한구체적설명들이차례로나온다.
문화와역사,철학에대한풍부한식견으로요리한감칠맛나는법한그릇
법의기원부터변화의과정,현재제기되는법에관한다양한해석및논쟁은물론이거니와법의필요성및법이유지되는기틀인정의라는관념,법치주의의구체적실현제도등법에관한방대한내용을담고있는것이이책이다.그차례만보면버겁고딱딱하게보일지모르지만,그어렵고방대한주제를말캉하고부드럽게,또한그릇더먹고싶을만큼감칠맛나게요리하는데서김영란의저자로서의숨겨진미덕이돋보인다.
법의기원과필요성은《돈키호테》와《방드르디,태평양의끝》(미셸투르니에작)의한장면이그어떤설명보다명쾌히대변하고,법이사라진세상과법이정의롭지않을때의상황은조지오웰의《동물농장》과윌리엄골딩의《파리대왕》이실감나게재현한다.헌법정신은영화〈아바타〉와미국사법사상중요한판결로기록되는‘아미스타드호사건’및‘드레드스콧사건’이서로엮여하나의그물처럼펼쳐진다.다양한정의관은마이클샌델의《정의란무엇인가》에언급되어널리알려진‘통제불가능한전차’문제를시작으로,영국의대문호찰스디킨스의소설《어려운시절》의주인공이정의관의한단면을우리앞에정확히내민다.홉스-로크-루소라는사회계약론의삼인방이등장하고,로빈후드가리처드사자심왕및존왕과함께등장해서영국의대헌장을꺼내놓는다.춘향이가공법과사법의관계를설명하고,미하엘콜하스가상소제도를강의한다.
김영란은지금까지틈나는대로분야를가리지않고섭렵한방대한독서지식과문화적소양을마치비장의카드처럼이책에서꺼내보인다.중요하다고는생각해도전문적이고어렵기때문에내가알바아니고알수도없는것이법이라는일반인들의편견을깨고싶은욕심이다.법조항이어려울뿐법이가진상식과철학은우리일반인의상식이고,법이존재하는것은국민을위해서이며,국회가하는일은국민을위한법을만드는일이다.법은우리생활그자체와긴밀히연관되어있음에도우리의법에대한인식은그것과무관할거라주문을건다.원칙은단순하고,원리는간명하다.우리가법의주인이다.그것밖에없다.그래서김영란은법과무관할것만같은소설과영화들속에법의원리가있고법의이면이있음을증명한다.아주쉽고도재미있게말이다.
법을아는것은민주주의를만들고진정한주인으로살기위한것
이책은시간적으로는함무라비법전부터대헌장을거쳐근대와현대에이르고,공간적으로는유라시아대륙과아메리카대륙을두루돌고우리나라에당도한다.오랜역사속에서법이그때그때의다양한사회적상황에따라변화되고변주되는모습,그당시사회가요구하는정의와법치주의를실현하기위해제도적장치들이달라지고공고해지는과정들을조망한다.그흐름을지금의시점에서객관적으로살펴보면법의필요성이강화되는만큼법치주의를실현시키기위해형성되어온제도적장치들이그장치들의경직성으로말미암아제도의원래취지를잃어버릴위험이항상도사리고있음을깨닫게된다고이책은경고한다.‘법의지배’가아니라‘법에의한지배’가될소지가어떤시대어떤사회에나늘존재한다는것이다.
이런위험에서벗어나기위해이책은우리에게역사적교훈을되새기라고말한다.법은지배자와피지배자가일치되는민주주의의발전,민주주의를좀더잘방어하는데필요한기본권의헌법상보호등과함께발전하여왔다는역사를잊지않아야한다는뜻이다.현재우리가가지고있는제도적장치들과그장치들의운용도이런역사의발전방향과일치하지않으면,어느순간경직된제도로서형식적으로만남아있거나걸림돌이될수도있다.그러므로그장치들은시민들의참여와토론의장에서늘점검되어야하며,그것이열린민주주의라고단언한다.선거제도나공무원제도의개선,경제민주화나청년수당도입등국회에서는우리사회를이끌어가는장치들이유효한지아닌지를끊임없이논의하고있지만그것은결코국회의원들만의문제가아니라는것이다.우리스스로가국가의주인이라는점을잊지않고지금의사회적논의와제도에관해주체적으로생각하고판단하며열띠게토론하는적극적자세를가져야한다고말한다.
우리는법은이러이러해야한다,정의는불변의관념이다등의생각들이더는유효하지않은시대에살고있다.한때는신이정한법이,또한때는절대왕권이정한법이,또다른한때는자연법이사람들이사는사회와는별개의이상적인규율체계라고생각되었다.그러나오늘날의법은더는사람들이닿지않는곳에서온어떤것이아니다.오늘날사람들은법이자신들의생각을제대로반영해주지못한다면결코그법을지키려하지않는다.마지못해지킨다하더라도그것은법에대한신뢰만떨어뜨리게될것이다.법이상식이어야한다는말은바로이것을가리킨다.법은그시대의상식을반영하여늘변하며,변해야한다.우리에게맞는그법을어떻게찾아나갈것인가.
이책은무엇이정의인지,어떤법치주의가합당한지,우리현대사회에필요한법이무엇인지에대한정답을열어두고있다.정답이있다면그것은주권자인국민,그사회구성원들의진지한성찰과열정적인토론끝에합의된결론이라는원칙만을남겨둔채.법은결코입법기관과사법기관의전유물이아니다.법을공부하고이해하는것은국민이주인인민주주의를심화시켜진정한주인으로살기위해서이다.법을함께만들어나간다는생각,국민한사람한사람이주인으로서법을공부하고이해하고알고참여해야한다는것,이것이바로이책이말하고자하는‘열린법’의핵심이다.사회를변화시키는것도그사회에맞는법을만들어가는것도국민이라는말이다.참여하는국민들이많아질때우리사회도그런참여를존중하는열린사회로나아가지않을까.《김영란의열린법이야기》를읽는것은앞으로사회를만들어나갈주체인청소년들이주권자로서반드시해야할첫번째의무와권리임이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