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넘어서는무기,인문학
14인의인문학자가전하는자신과세상을견디는법
삶의기술로서인문학을제안하다
왜인문학일까,그리고왜사람들은실용적인자기계발서가아닌특별하고실질적인삶의노하우를직접적으로제시하지못하는인문학도서를여전히찾고들있을까.과연인문학은무엇이고,그것의필요성은무엇이며,그것을내삶에끌어들여활용할수있는방법은무엇일까.
이책은이런질문들에겸손하게대답하고있다.여행하는삶,앎을좇는삶,꿈에이끌린삶,변혁하는삶,유배당한삶,공감하는삶,읽고쓰는삶등일곱가지고전적삶의경로들을들여다보면서,지나간이들이택한삶의방식을현재의우리가택할수있는하나의유형으로우리자신에게적용해볼가능성을제안한다.
하나의삶의유형에는그것을대표하는동서양각각한명씩의인문학자가등장한다.예를들어여행하는삶의유형에는동양의사마천과서양의괴테를나란히배치한다.여행이곧삶과지식의기반이되었던두사람이었기에사마천과괴테는여행하는삶의유형을대표하는자로서현재의우리앞에선다.이렇게동서양14인의삶을어떤유형으로나누어바라보는것은,그틀이우리가원했던것과포기할수없는것을동시에설명하는하나의창이될수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이책이의도하는것은삶의태도가곧사상을결정했던어떤이들을모아놓고,그들의삶의태도와그들이만난문제,또그들이그문제를극복한방식을살펴보며그들이얼마나어려운고난을뚫고성공에이르렀는지가아니라,어떤문제에놓여있었고어떤전환을만났으며어떤결단을내렸는지알아보려는것이다.이책에서14인의생애를서술하는것도,어쩌면지루할수도있을사상가의핵심적사상을길게정리하는것도궁극적으로는그들의선택과지향을이해해보기위한과정이다.그러나생애와사상에대한정보들은사실그들을이해하기위한것이아니라궁극적으로나를밖에서바라보기위한것이다.나라면어떤고난과선택의기로앞에서어떤선택을했을지,어떤길을따라갔을지를생각하고그들의삶으로내선택을비추어보려는것이다.
바로이것,지나간이들의삶을통해내삶의현재와지나왔던길,그리고앞으로헤쳐나가야할길을제대로보려고노력하여,궁극적으로는견디기힘든이세상에서내가단단해지는방법을찾아내는여정이이책이정의하는‘공부’다.인문학은본질적으로지나온이들의삶을알아가는것도,그들이남긴사상을익히고사상집의목록을기억하는것도아니다.그에대한일차적공부를통해내삶을비추어보면서내가나로서세상에제대로오롯이설수있는힘을기르는것이궁극적으로인문학책이우리에게필요한이유고우리가인문학을활용하는방법이될수있다.그렇기에이책의제목은어려운세상에서그래도묵묵히삶을견디기위해할수있는최소한의노력,바로‘나를공부할시간’이다.
동서양14인의인문학자가보여준일곱개의삶의유형
여행하는삶에이어이책에서소개하는삶의유형은앎을좇는삶,꿈에이끌린삶,변혁하는삶,유배당한삶,공감하는삶,읽고쓰는삶이다.
‘앎을좇는삶’은18세기프랑스철학자드니디드로와19세기조선의학자이규경이대표한다.모진가난과정부의탄압에도불구하고20여년의시간동안백과전서완성에삶을바치고틈틈이저술작업을해나갔던디드로,그는편견,전통,역사,권위등에맞서그때까지쌓인모든사상적자원을체계화하고이를바탕으로생각하는철학자,이의를제기하는철학자로우뚝선다.가난과신분적제약에도불구하고궁벽한벽지에서끝없이지식을추구하고책을읽었던,그리하여당대에는물론현대까지도그다지알려지지않았던조선의학자이규경은평생쌓아온지식을말년에일련의체계에따라하나의백과전서로완성하였다.18세기서양의디드로와19세기동양의작은나라이규경이하나의삶의유형을대표하는인물로묶일수있는것은어떤악조건속에서도지식에대한열정하나로세상의모든지식을정리하기위해평생의시간을헌신하며책을읽고자료를모으고분류해나갔기때문이다.이들을이끄는힘은지식에대한소유가아니라,미래의어느때에유용하게쓰일수있는지식을완성하고자하는순박함이었다.우리가지금누리는이모든지식의과다함은어쩌면이런순박한열정의열매일지도모른다.
르네상스시기이탈리아의철학자브루노와19세기조선에서동학을창도한최제우는‘꿈에이끌린삶’을살았던인물들이다.그러나이들에게는꿈에이끌렸다는사실외에다른공통점이있다.꿈에이끌렸고,그꿈의계시에따라참된진리와가치,올바른세계의구상을찾아세상을떠돌았으며,평생소멸하지않은한순간꿈의대가로이탈을이단으로단죄하는권력의중심에사로잡혀형장에서산화했다는것이다.아마도이들은꿈에서본어떤극단을평생가슴에새기고현재의자기를버리는사상적모험과전환을시작했던사람들일것이다.꿈이거대해서가아니라자기의꿈에삶의값을모두치르려는무모하면서도과감한정신,그리고용기때문에세상이조금씩달라져왔음을그들의삶을통해확인하게된다.
가족과친구들이아니라더많은민중을위해세상을바꾸고자목숨을던진홍수전과로자룩셈부르크는‘변혁하는삶’의대표자로등장한다.외로움과주변에대한무정함으로무장한채인류에대한사랑을이루기위한이들의숭고한선택앞에우리는혁명가가되지못하는스스로를자책하기보다나를넘어서는사랑의힘을느끼게된다.
일생을궁벽한벽지에서세상과고립된채살아갔던스피노자와정약용은어떠한가.이들은자신을파문하고유배시킨세상을원망하는데시간을버리지않았다.대신평생을시대를넘어서는철학세계를기획하는데바쳤고,이들이남긴사상은지금까지도기억된다.이들은‘유배당한삶’을살았으나세상은그들의학문적성취까지는유배시키지못했다.그들의유배당한삶은우리에게진정성있는삶은언젠가는,어디에선가는열린다는것을,지금필요한것은자신의진정성에대해질문해가며단단해지는과정과시간의경과를조급해하지않는여유라는것을일깨운다.
철학의주체를‘나’가아닌‘너’,즉타인으로돌린성호이익과레비나스는‘공감하는삶’의유형으로만난다.고통으로일그러진타인의얼굴을외면하지못하고오히려그것을내삶과철학의중심에두었던이들의선택,그선택은우리에게철학의기반은뛰어난지식도엄청난박식도아닌공감과이해임을말해준다.더불어타인의고통을진심으로이해하는마음과행동은내고통을감수해야하는일임도알게한다.
스스로삶의일부를포기함으로써‘읽고쓰는삶’을선택하고지향했던이들이있다.르네상스최초의인문주의자페트라르카와주자학을완성시킨12세기중국의위대한철학자주희다.중요한건이들의읽고쓰기는사회적성취나성공이라는현재에얽매이지않았다는것이다.마찬가지로다른이들의변화를기대하면서도그것이실현되지않았다해서실망하지않았다.그들의읽고쓰는삶은읽고쓰는것에대한탐닉이아니라묵묵하게하루하루를살아가는생활인으로서의자세였다.그길이험난하고모진시련을동반한것이어도주어진삶이기에운명처럼최선을다할수밖에없는그마음으로뚜벅뚜벅걸어나갔던두사람.그들의‘읽고쓰기’는자기와세계에대한멈추지않는실천이었다.
어쩌면우리가사는삶의모습은이런일곱개의유형으로닫힐수없고닫혀서도안된다.이책에담긴일곱개의유형은내가택한삶의하나가아니라오히려내가택하지못한여러삶들중극히일부다.중요한것은내가간길에도내가있지만가지않은길에도내가있다는것을발견하는것일테다.결과로서보이는이들14인의삶의유형안에는그들이그렇게가지않았을수도있는수많은길의흔적들이남아있을것이다.우리가주목하는것은그들이결과물로남긴저작물이나성취가아니라그것을완성해나간그들의삶자체다.지금당장효과를내고타인의존경을얻는일이아니더라도소박한일을매일묵묵히해나가는우리모두에게그들의선택은드러나는것만이빛나는것이아님을,지금빛나지않아도의미없는것이아님을조용히일깨운다.그리하여우리는,지금을견딜만한힘을얻는다.
자신과삶을견디고나와너를이해하는부표,〈나를공부할시간〉
우리는스스로에게끊임없이묻는다.나는지금잘살고있는가,아무도알아주지않는이일을대체내가왜하고있는가,내가가고있는길이맞는것인가,왜나는이렇게밖에선택하지못했는가….지금을회의하고지금의나를의심하는이수많은질문들의답을찾기위해이들14인의인문학자의삶을들여다본다.그들이택한삶,그들이택한길,그들이버린이익,그들이놓친많은것들이의심하는우리앞에펼쳐진다.그리고차분하게속삭인다.지금당신의그삶은보편적기준으로는보잘것없을지라도,당신자신에게는어쩔수없는선택이었고그렇기에가치있는것이라고.그누가호의를가지고바라보지않더라도그것자체로살아갈의미를주는것이라고.
그러나이들삶의유형을지금의삶을살아가는나와일치시키면서위안을받기위해서는하나의전제조건이있다.한가지유형을상징하는삶의대표로서우리가그들을칭할때,그들의삶은너무도치열하고절실한선택과그에따른절박한책임으로점철되어있었다.그진실성을나혹은나의삶과비슷한성향이라는이유로이으려한다면그것은그들에대한예의가아닐것이다.어쩌면지금우리가나를공부할시간을갖는다는것은,그만큼진실했고절실했던그들의삶을내삶의나태함을질책하는준엄한채찍으로경건하게활용한다는말일것이다.지금그자체로도괜찮다는단순한위안만이필요하다면이책말고도수많은책이우리에게팔을벌리고있다.진지하게나를성찰하고,세상과관계맺는나의방식에대해치열하게고민하면서그래도무언가기준이되는부표를잡고자하는절박함을가진이들에게이책은나를공부할시간을선사한다.이책을통해나를공부할시간을만들어가는계기를갖게되는사람이있다면그것은더더욱이책이목표하는바에맞닿은일이겠다.어떠한유형으로묶이는옛사람들의삶은,그들이선택하고그들이온전히책임져야하는그들만의것이었지만지금을살아가는우리에게도여전히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