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잊혀질 권리 vs 언론의 자유)

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잊혀질 권리 vs 언론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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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는 잊혀질 권리의 정의, 언론과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논점,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할 필요성 따위를 외국의 사례 연구와 질적 연구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논쟁의 한복판에 선 잊혀질 권리, 특히 언론에서의 잊혀질 권리 문제를 살피고 대안을 찾는 데 유익하다.
저자

구본권

저자구본권은서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1990년부터〈한겨레〉기자로일하고있으며,2014년부터한겨레사람과디지털연구소소장을맡고있다.2015년한양대학교에서‘잊혀질권리와언론’을주제로박사학위(언론학)를받았고,같은대학신문방송학과겸임교수를지냈다.한국포스트휴먼학회운영위원과한국언론진흥재단의〈신문과방송〉기획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디지털기술의빛과그늘을함께보도해온IT전문저널리스트이자현장기반의연구자다.신문사근무도중독자들의잇단기사삭제요청을접하면서인터넷에서지워지지않는디지털정보의유통이갖는다양한문제에주목하고잊혀질권리연구를시작했다.2006년부터기획기사와세미나,논문발표를통해‘잊혀질권리’에관한논의를국내에서처음제기했다.2011년엔마이어쇤베르거의《잊혀질권리》를번역소개해,잊혀질권리논의의대중화와전문화기반을마련했다.디지털세계의구조와변화를연구하며디지털인문학을개척하고있다.인공지능과알고리즘기반사회에서기술과사람이건강한관계를구축할방도를궁리하며,디지털시대에요구되는새로운능력인‘디지털리터러시’에대해글을쓰고강의한다.
지은책으로《로봇시대,인간의일》《당신을공유하시겠습니까?》《인터넷에서는무엇이뉴스가되나》《별별차별》(공저)이,옮긴책으로《잊혀질권리》《페이스북을떠나진짜세상을만나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이제잊혀질권리를이야기하자

1장잊혀질권리란무엇인가
문학적상징에서법적권리로
잊혀질권리의적용대상
개인정보란무엇인가
프라이버시는기본권인가
유럽과미국은다르다

2장잊혀질권리와언론
잊혀질권리를언론에적용할수있는가
디지털,정보생산방식을바꾸다
알권리vs잊혀질권리
뉴스성과시의성
보도기준의변화
명예훼손과표현의자유

3장잊혀질권리는어떤상태인가
판결로보는잊혀질권리
국내법령과의관계

4장아날로그문서와디지털문서
망각의제도화
관보와판결문의온라인화
신상공개제도와관보의충돌
시효개념의무력화
색인기능의변화
삭제방법의차이

5장한국언론과잊혀질권리
언론중재에서의잊혀질권리
언론사별기사삭제실태
외국주요언론의사례와기준

6장언론인들은잊혀질권리를어떻게생각할까
기사삭제에대한생각
잊혀질권리와저널리즘윤리

에필로그잊혀질권리를허하라

출판사 서평

잊혀질권리는정보화시대에
모든사람들이누려야할기본권이다!

IT전문저널리스트구본권기자가탐색한
‘인터넷시대의잊혀질권리와언론’

?당신이기자라면어떻게하시겠습니까?


“포털에서내이름을검색했더니예전에저지른절도사건신문기사가나오네요.철없던시절의일이고,법에따라처벌받고,이미오래전에사면과복권까지받고,정부의공식기록에서도지워진일입니다.나도잊고있던오래전기사가포털에서검색되다니정말당황스럽네요.아이가나중에커서내이름을검색해볼것을생각하니걱정입니다.처벌받고다끝난일인데제발삭제좀해주세요.”
어느날누군가로부터기자인당신이이런요청을받는다면어떻게할것인가?

지난6월방송통신위원회에서‘인터넷자기게시물접근배제요청권가이드라인’을제시했다.쉽게말해,아이디와비밀번호따위를잊어버려이전에올린글이나이미지를지울수없을때그것을지울수있도록가이드라인을마련한것이다.이를둘러싸고의견이분분하다.‘잊혀질권리’를처음으로제도화했다는긍정적인평가가있는가하면,‘알권리’를침해할수있다는주장도있다.하지만양쪽모두잊혀질권리가정보화시대의핵심문제로떠올랐다는데에는이견이없어보인다.
이런때에잊혀질권리에관한국내최초의저작이출간되었다.IT전문저널리스트이자현장기반의연구자인구본권기자가자신의박사학위논문을일반인이쉽게읽을수있도록리라이팅해펴냈다.책에는잊혀질권리의정의,언론과잊혀질권리를둘러싼논점,잊혀질권리를법제화할필요성따위를외국의사례연구와질적연구를통해풀어가고있다.논쟁의한복판에선잊혀질권리,특히언론에서의잊혀질권리문제를살피고대안을찾는데유익하다.

?잊혀질권리는언론표현의자유와대립하는가?

방통위의가이드라인은잊혀질권리(Righttobeforgotten)를‘개인이인터넷에검색되는자신의정보삭제를요구할수있는개인정보삭제청구권’의개념으로규정할때분명잊혀질권리의하나로볼수있다.하지만가이드라인에는빠진게있다.바로인터넷에개인이스스로올린글이아니라,타인이나신문?방송기사를통해드러난나에관한정보에대한것이다.사실한국에서개인이나타인이올린글을삭제하는것은일정한절차만밟으면그리어려운일이아니다.하지만신문ㆍ방송기사처럼공공적성격의언론매체와연관되면문제가복잡해진다.바로언론의최우선가치라고할수있는표현의자유와대립할수있기때문이다.이책이주목하는것은특히언론과관련한잊혀질권리,구체적으로는‘기사삭제ㆍ수정요청권’에관해서다.
위의절도사건사례는저자가예전에실제겪은일이다.저자는당시어떻게처리했을까?그는“잘못된내용이없다면보도된지오래됐다는이유로,또관련자의요청을이유로기사를삭제하거나수정하는것이저희신문사에서는허용되지않습니다”라고대답했다.지금의보도기준으로는상상도할수없을정도로개인신상정보가적나라하게드러난기사였음에도불구하고말이다.이런비슷한여러가지상황을한국의현직언론인들에게제시했을때대답또한제각각이었다.개인의인권을보호하는차원에서삭제해야한다는사람이있는가하면,언론의자유측면에서그럴수없다는입장도만만찮았다(5장참고).삭제할수없다는언론인들은언론기사가공적성격을지닌역사적기록물이며,기사삭제를허용할경우표현의자유가심각하게위축될수있고,삭제하는데따르는기술적인비용문제등을근거로들었다.
그렇다면외국은어떨까?잊혀질권리는2011년유럽연합에서본격적으로논의되기시작했다.2010년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일반데이터보호레귤레이션’을공표하고,2011년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법무담당위원인비비안레딩이잊혀질권리를개인의프라이버시권리의핵심이자데이터보호개혁의필수요소라고한것이신호탄이다.이후유럽과미국대륙에서잊혀질권리를둘러싼논쟁이치열하게전개되었으나,의견을일치시킬수는없었다.유럽연합이잊혀질권리를프라이버시권리와연관해폭넓게인정하는것과달리,미국은표현의자유를적극옹호한수정헌법제1조에근거해잊혀질권리를따로법제화하지않는다.즉,위의사례의경우유럽연합에서기사삭제를권고한다면미국에서는삭제요청을묵살한다는뜻이다.
그러나엄격하게말하면유럽연합이삭제요청권을발동하는것은언론사나기자가쓴원래기사에대해서가아니다.포털을통해유통된기사다.그러니까미국은원래기사와유통되는기사를모두잊혀질권리의대상으로보지않는것이고,유럽연합은유통되는기사에만잊혀질권리를인정하는것이다.그러므로한국을포함해서세계적으로언론과관련해서문제가되는잊혀질권리는‘묵은기사의삭제?수정권’에대해서라고볼수있다.종이신문시대에는기사유통의범위가제한적이었다.또한기사를관련자말고는다른사람들이오래기억할수없었다.하지만인터넷에묵은기사들이디지타이징화되어서저장되고국경을넘어유통되면서기억이재발견되었다.또한영구적으로보존하는것도가능해졌다.
문제는여기서그치지않는다.포털에있는묵은기사를개인들이링크하고복사해저장하면서기억이무한대로확장되었다.앞으로아무리기사삭제권리를폭넓게보장한다고해도완벽하게묵은기사-나에관한기억을지우는것은이미불가능할지모른다.정보화시대가낳은명암이다.이처럼묵은기사삭제요청권은복잡한문제를안고있다.섣부른대응보다충분한공론화가필요한까닭이다.

?한국에서잊혀질권리를허하라

한국에는아직잊혀질권리와관련한명확한법률이없다.하지만공공연하게잊혀질권리가보장되고도있다.정보통신망법이나개인정보보호법,언론중재법등에잊혀질권리와관련한법률들이존재하나단일하게묶인형태로존재하지않는다.포털에서개인이정보수정과삭제를요청할경우아주특별한경우(공인이나사회적으로특별한사건의경우)가아니면쉽게삭제할수있다.인터넷에‘맛있는식당’에대한정보는많아도‘맛없는식당’에대한정보는없는경우가대표적이다.현행정보통신망법의‘임시조치’조항에의거해식당주인이맛없는식당후기를삭제할수있기때문이다.언론기사도마찬가지다.언론사데스크의판단이나윤리강령에준해기사삭제가이루어진다.그래서“한국은이미잊혀질권리가보장되고있지않느냐”라고반문하는사람도있다.하지만이런행위들이모두임의적이라는데문제가있다.데스크의판단이나윤리강령은회사마다다른그야말로자체적인것이기때문이다.
모든문제들이그렇지만기준이임의적이면판단이엄정할수없다.그러면분란이생긴다.인터넷에서묵은기사삭제와관련한소송이매해늘어가는속도를봐도알수있다.하지만현재로서는법적해결책이없다.피해현상은명확하지만법적근거와구체적해결방법이없는것이다.따라서우선은잊혀질권리를어떻게바라보고적용할수있을지에대해서언론계안팎의논의가절실하다.저자가제안하는공론화방안은이렇다.▲기자협회나편집인협회등언론계차원에서의과거기사삭제요청과잊혀질권리에관한공개논의▲잊혀질권리에대한저널리즘윤리차원에서의접근▲언론의기록성,보존성과검색엔진의인덱싱결과노출을분리하는방안▲언론중재법에서기사삭제청구권또는검색결과링크배제청구권을도입하는법개정을통해언론중재위원회에서묵은기사삭제?수정문제를공개적으로처리하는것이다.
디지털세상에서잊혀질권리라는낯설고어색한표현이등장하게된현상을살피면디지털기술과그사용자인사람이맺는관계방식을이해할수있다.잊혀질권리는디지털기술과인터넷의속성상적용이불가능하다고주장하는사람들이있다.특히기술을개발하고마케팅하는기업이그러하다.하지만이는기계의질서를사람이무조건따라야한다는기술절대주의관점에서벗어나지못하는맹목적믿음일따름이다.기술도결국사람이설계하고만드는것이다.따라서얼마든지기술에사회적으로필요한인간적요구를담을수있다.이를위해서는사회적합의를만들어내기위한문제제기와논의를먼저해야한다.
결국잊혀질권리는기술에사람을맞출것인가,사람의생각과문화에기술을맞출것인가의문제로이어진다.당장이문제의정답이없다고해서사람이기계의작동방식과구조에무조건따라야하는것은아니다.다시말하지만,기술은우리가기대하고요구하는만큼더인간화될수있다.지금,여기에서디지털세상의권력구조를인간화하기위한실마리가바로잊혀질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