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고전의반열에오른,최초의불교역사철학에세이!
조계종교육원장현응스님의『깨달음과역사』초판은26년전인1990년해인사출판부에서출판됐다.민주화의열기가봇물처럼넘쳐나던1980년대중후반에쓴원고를모아엮은것으로,“불교의인식론과존재론을깨달음(보디)의영역으로,현실과실천의범주를역사(사트바)의영역으로거두어들인최초의불교역사철학에세이.완전히새롭게불교해석을함으로써불교도에게세상을보고역사를인식하는안목을열어주고,보살행실천의지침을제공해주는역작.”이라는찬사와함께한국불교계에큰반향을일으켰다.
세월이흘러출판사사정으로절판된뒤로는복사본을만들어돌려보는등독자들의한결같은성원에힘입어,2009년20년만에불광출판사에서새롭게개정판으로나왔다.개정판은4쇄를찍으며여전히독자들로부터큰호응을이끌어냈다.이후2015년9월열린『깨달음과역사』발간25주년기념학술세미나‘깨달음과역사,그이후’를계기로,불교계에신선한충격과함께스님들과불교학자들중심으로깨달음에대한뜨거운논쟁을불러일으켰다.이러한‘깨달음논쟁’은“오랜만에추문이나논란이아닌본질에대한논쟁이벌어지고있다.”는긍정적인반응속에서1년가까이지난현재까지활발히진행중이다.
이번에출간된『깨달음과역사』개정증보판은‘깨달음논쟁’을촉발시킨〈깨달음과역사,그이후〉를비롯해,〈‘깨달음과역사,그이후’반론에대한답변〉,〈기본불교와대승불교〉원고를새롭게추가했다.또한표지디자인에획기적인변화를주어,불교의원형질을이루는유전자인무상,무아,연기,공,자비를변화와관계성의이미지로추상화하여현대적으로형상화했다.
아직까지『깨달음과역사』를접하지못했다면,일독을권해본다.지금까지자신이알고있던불교에대한고정관념이하나하나벗겨지는놀라운체험과더불어고전이주는묵직한감동을온전히느낄수있을것이다.
현응스님이깊은인문학적소양으로갈파한
대승불교의이상적인인간상,보살(Bodhisattva)
『깨달음과역사』는현응스님의독서와사색,수행,실천행의결정체이다.현재조계종교육원장으로서시대에부응하는승가교육개혁을진두지휘하고있는스님은일찍이1994년조계종개혁회의기획조정실장으로현종헌종법의기틀을마련하였다.또종단의굵직굵직한중책을맡아탁월한능력을발휘,‘조계종의재사(才士)’라는별명을얻었다.책을손에서놓지않는스님은동서양고전을섭렵한것은물론,최신인문학서적들을챙겨읽으면서세상과소통한다.“명석한두뇌에경학을깊이공부하고,자기사상과입지가분명한사람”,“마음씀이부드러우나일을함에굳은신념을가지고추진하는외유내강한사람”으로정평이나있다.
한국불교는대승불교를지향한다.대승불교의이상형은보디사트바(보살)이다.스님은이책에서보디와사트바를새로운관점에서해석하고의미부여를하였다.『깨달음과역사』라는제목처럼이책에일관되게흐르고있는주제는‘깨달음(Bodhi,연기적관점)’과‘역사(Sattva,인생과세상)’이다.현응스님은깨달음은‘모든번뇌를끊고고매한인격을이룬높은경지’가아니라‘세상을연기(緣起)의관점으로바르게이해하는것’이라고강조한다.깨달음이란변화와관계성의법칙을깨닫는것,다시말해삼라만상이서로연기적으로존재하는것임을깨닫는일임을역설한다.
“보디사트바(보살)란‘깨달음(보디)’과‘역사(사트바)’의합성어가되는것입니다.통속적인표현으로‘깨달음의역사화’,‘역사의깨달음화’라고하고싶습니다만,이보살의삶에있어서는그의깨달음에기초하는역사로부터의자유로움만만끽하는것은아닙니다.한걸음더나아가역사와교섭하도록적극참여하여그자신을투사시킨다고나할까요.표현은뭐합니다만,저는이것을‘역사로부터의자유(freedomfrombeingandhistory)’와‘역사에로의자유(freedomtobeingandhistory)’를겸한삶이라고말하곤합니다.”
현응스님은깨달은사람이깨달음의영역에자족하지않고역사의길에나서는것은존재에대한사랑[慈]과연민[悲]때문이며,자비야말로역사적행위의원동력으로서깨달음과역사를묶어내는고리임을거듭강조한다.깨달음과역사가따로존재하지않고결합되었을때,비로소우리삶에희망이솟아나는것이다.
그동안우리가알고추구하던불교는너무도‘가난한불교’였다.맹목적으로깨달음만추구하며,삶과역사에대한이해와관심이부족했다.깨달음은신비롭거나높디높은경지가아니다.우리의존재를비롯한모든삼라만상을변화와관계성의연기적관점으로올바르게이해하는데있다.이러한깨달음이역사의현장에서깊이실천될때불교는나와세상을두루구제할수있다.
불교를제대로공부하고실천할수있는
가장정교한입문서이자바른길잡이
이책의중심내용은불교를구체적인우리의삶과역사에접목시키기위한노력이지만,또다른중요한가치는불교는어렵고난해하다는인식을바꿔주는데있다.특히1장‘사제(師弟)에게보내는열두번의편지’에서는어렵게만느껴지던불교용어와교리를쉽고진솔하게풀어주고있어불교입문서역할을톡톡히해준다.깨달음[覺],연기(緣起),공(空),윤회,대승과소승등애매하고모호하게다가왔던개념들이명확한실체로다가온다.
그리고더욱중요한것은불교를머리로만이해하는것이아닌,불교정신이우리의삶속에서어떠한행위로서구현되어야하는지를밝히며직접적인실천으로이끈다.깨달음에대한개념과수행법,깨달은사람의삶의모습,보살이역사의현장에서구체적으로어떻게살아가야할지를분명하게제시하며안내한다.
『깨달음과역사』가출간된지26년이지난지금,과거보다더욱활발한논의를만들고있는것은주목해볼만한현상이다.현응스님이이책에서설파하고주장하는내용이누군가에게는낯설고불편할수도있다.한국불교가그동안전통적교리와신행방법만고수하며시대의변화를외면하지는않았는지,개인의삶과사회에어떠한역할을했는지반성이필요한지점이다.불교정신과사상이역사현실속에서적극적으로작동해야한다는현응스님의문제의식이그동안암묵적침묵에가려져왔다면,지금의‘깨달음논쟁’은여간반가운일이아닐수없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새로출발하는불교를제안하고있으며,기존불교의재정립을촉구하고있다.
{책속으로추가}
깨달음과역사는다른차원의영역이지만이둘을결합하면‘보디사트바(보살)’가된다.연기와공을잘이해하는깨달음을얻어존재들의변화성과관계성을통찰함으로써실재의식으로부터해탈한자유정신을얻은자가곧아라한이다.그리고이러한이해에도달한아라한이그가살고있는역사에현실적으로참여하고자하는의도적인마음을내어서실제로각종바라밀행(다양한방편행)을하는사람,이를일러보살이라한다.-332쪽
깨달음은스케일,부피와무게,깊이,색깔과디자인면에서점점더커지고넓어지고,깊어지고,다양해지고,멋있어져야한다는게나의견해이다.그이유는시대와중생계와자연계가점점변화되고있기때문에그에대응하는가르침의폭과내용또한덧붙여지고다양해져야하기때문이다.-352쪽
간결하면서도직관적이며,본질을꿰뚫는선(禪)적인안목은오늘날현대사회의다양한문화들을단숨에재정리하여새롭게통합시키는안목을낳는다.이러한조계선풍은이제산중의선원울타리와일부매니아들의취향을넘어서현대사회의문명적흐름과같이해야한다고본다.수년전부터나는‘자비의날개를단선(禪)’을펼치자는이야기를하고있다.여기서의자비란‘사회’요‘역사’요,‘우리의삶의현장’이다.-357쪽
오늘날한국불교는2,600년간의모든불교를선(禪)의정신으로회통했다.그러나부처님의지혜와자비의가르침은중생계에서제대로구현되지않고있다.그런의미에서대승불교도,선불교도,조계선풍도진부할는지모른다.그러나실현되지않은것은아직새롭다.-3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