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최후의만찬〉이,한국에는〈사찰불화〉가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의〈최후의만찬〉,미켈란젤로의〈천지창조〉는종교화이면서최고의걸작으로세계인의찬사를받는작품이다.이외에도서양에는르네상스시대전성기를맞이했던종교미술의다양한작업결과물들이잘보존되어있다.작품이소장되어있는장소는해당국가를방문하는여행자들이꼭한번들러야할여행명소로손꼽힌다.
서양에서종교미술이활발하게일어나던때와비슷한시기에우리나라에서도뛰어난종교미술작품들이탄생했다.대표적인예가불화(佛畵)이다.한국전통미술의백미라불리는불화는종교적상징성과회화적형식미를고루갖춘뛰어난예술작품으로국내외미술계에서가치를인정받고있다.점차대중의관심도높아져서2010년고려불화를주제로한대형전시가성황리에진행되었고,최근에는한기업인이14세기고려불화〈수월관음도〉를사들여국립중앙박물관에기증했다는소식이세간의화제가되고있다.
불화에대한사회적관심이높아지는이즈음,《사찰불화명작강의》는불화의진정한가치와의미를미적·종교적·역사적관점에서친절하게알려주는책이다.이책에소개된10점의불화는한국불화만의멋과아름다움을오롯이간직한국보급명작들이다.
불화가오늘우리에게들려주는이야기는무엇인가
불교는오랜세월우리선조들에게우주관·가치관·사후관에영향을미쳤으며,이는불화에도고스란히담겨있다.지옥과극락,정토세계와사바세계,법계와속계,연화장세계등.이를통해궁극적으로불화가전달하려는뜻은‘삶의바른이치’이다.불교에서는불교미술이라는용어보다‘불교장엄’이라는표현을쓴다.사원이나법당을아름답게꾸미는것이‘장엄’이다.‘장식’과는다르게‘장엄’에는아름답게꾸미는‘행위’까지포함되어있다.세상을아름답게하는모든유형과무형의덕행을아우르는말이다.불교에서는‘마음’을중요시한다.마음이행복과불행을좌우하기때문이다.우리에게궁극의행복을가져다주는선한마음을가지고한행위가‘공덕(功德)’이다.그래서장엄을말할때가장중요한키워드는공덕이다.진정한공덕이란,내가아닌타인을돕기위해또는세상을아름답게하기위해순수한마음을내는것이다.불교에서가장중요시하는행위가바로이공덕이다.‘공덕장엄’은여기에서나온다.그러므로불교의모든조형미술은공덕장엄의표현이다.이책에서소개하는사찰불화는이같은공덕장엄의진리가여실하게담긴최고최상의작품이다.
전문가와함께떠나는사찰불화여행
기존의불화관련책들은대개제작기법이나그에따른유형별분류를소개하는학술서성향이강했다.그래서감상적차원에서작품을이해하길원하는일반독자들에게불화의매력을어필하기에다소부족한면이있었다.《사찰불화명작강의》는학문적지식의나열이아닌기행문형식을가미하여독자들에게읽는맛을선사한다.우리나라사찰곳곳에숨겨진명작불화를찾아떠나는저자의여정을함께따라가다보면,마치현장에동행해눈앞에서해설을듣듯편안한마음으로불화에대해배우고감상하게된다.작품과사찰에얽힌오랜역사와흥미로운일화가파노라마처럼펼쳐지면서독자들을불화의세계로초대한다.
불화를입체적으로감상하는법을알려주는책
예술작품을감상할때,겉으로드러난작법이나가시적아름다움만을눈으로좇아서는진정한깊이를맛볼수없다.작품이만들어진배경이나그것이담고있는주제의식까지함께살필때보다입체적인감상이가능하다.《사찰불화명작강의》는불화의기본적인구도나묘사법같은작품의기술적부분은물론이거니와,각작품들에담긴핵심내용(불교적가르침)과작품이제작된당시의시대적상황까지두루짚어준다.또불교가낯선이들을위해‘기초공부’를통해불교용어를세심하게설명한다.25년차베테랑미술학자인저자의식견과다채로운해설을통해독자들은다양한관점에서불화를접하게되고,이로써책에소개된작품들뿐아니라한국불화에대한전반적인이해를높일수있다.불화의현란한장식표현과매끈한곡선에서전해지는멋스러움이면에감춰진층층의이야기들을꿰뚫어보게될것이다.
우리가꼭한번봐야할우리의명작
《사찰불화명작강의》에소개된작품들은불교에서말하는세상의진면목을아낌없이표현한그림들로종교적경지를예술로승화한최상의불교종교화이다.하지만종교를떠나누구나꼭한번쯤봐야할우리의소중한문화유산이다.10점의작품대부분은국보·보물·유형문화재등국가지정문화재및시도지정문화재로선정되었으며,예술적·종교적·역사적인면에서매우가치있는작품들이다.
●무위사〈아미타삼존도〉,1476년,토벽에채색,270x210㎝,국보제313호
조선초기에완성된탱화로,온전한형태로국내에남아있는거의유일한고려화풍의명작이다.‘고려시대작풍’과‘조선시대작풍’이만나새로운양식을창조해낸작품으로의의가크다.존상의배치와광배의표현,배경처리등에있어서는독창적인조선적표현이보이는반면,세부적묘사에있어서는극세필의유려함과화려한장식적특징이살아있어고려불화의귀족적화풍을엿볼수있다.
●해인사〈영산회상도〉(석가모니후불탱),1729년,비단에채색,240x229.5㎝,보물제1273호
해인사대적광전에봉안된대작이다.석가모니부처님이대중들에게설법하는장면을그린것을영산회상도라고하는데,여타영산회상도가평면적인화면구도를보이는데반해이작품은원근법을이용해독특한공간감을연출했다.부처님몸전체에서섬광처럼뿜어져나오는‘광명(지혜와자비의빛)’의표현이돋보이는작품이다.
●동화사〈극락구품도〉,1841년,비단에채색,170.5x163㎝,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제58호
고려시대와조선전기에극락세계풍경을기술한『관무량수경』을근거로다수의극락그림(관경변상도또는관경16변상도)이제작되었다.이후억불정책과임진왜란을겪으면서한동안맥이끊겼던것이조선후기에새로운형식으로재탄생하였는데,그대표적인예가동화사〈극락구품도〉이다.그림상단의아미타삼존,중단의왕생연못,하단의거대한일원상과벽련대배치가다른시대의극락그림과구별되는큰특징이다.
●용문사〈화장찰해도〉,조선후기,마본에채색,230×297㎝
현존하는수많은불화와달리이례적인도상을보이는작품으로,추상적인진리의세계를직관적이고대담하게표현했다.거대한원형공간을기본바탕으로하는파격적인구도를선보인다.이는우주의만물이시공을초월해서로연결되어존재하며,그속에서생성과변화와소멸을거듭한다는『화엄경』속우주관을표현한것이다.
●쌍계사〈노사나불도〉,1799년,마본에채색,1302×594㎝,보물제1695호
높이13미터가넘는거대한괘불이다.매년한차례쌍계사에서열리는보살계수계대법회때대중에게공개되는데,장대함속에화려함과섬려한맛이살아있다.양쪽손목에서아래로길게늘어진천의자락에꽃과잎사귀,열매와보주등이피어나는모습을생동감넘치게묘사했다.전체적으로색조가밝고투명해화사한느낌을준다.
●법주사〈팔상도〉(도솔래의상부분),1897년,비단에채색,191×95.5㎝
석가모니부처님의일대기중가장중요한대목을여덟장면으로추려그린것을팔상도라고한다.팔상도는주로대웅전이나영산전에봉안되는데,특이하게도법주사에는‘팔상전’이라는팔상도전용목탑건축물이존재한다.법주사의팔상도와팔상전은,그자체로불화전통에있어팔상도의중요성을말해주는귀중한자료이다.
●운흥사〈관세음보살도〉,1730년,마본에채색,292×206㎝,보물제1694호
조선시대불화의특징인녹색과붉은색의대비가돋보이는작품으로조선후기관세음보살도중에서가장아름다운작품으로손꼽힌다.18세기전반‘붓의신선’이라불리며경상도와전라도일대의불화를담당했던의겸스님작품으로스님의높은정신적·예술적경지를엿볼수있다.동시대다른작품들이다채로운채색을활용한반면,이작품은채색의강약을과감히조절하고산수화같은배경처리로현실적공간감을부여했다.
●갑사〈삼신불도〉,1650년,마본에채색,1086×841m,국보제298호
임진왜란이끝난뒤희생된뭇영혼들을달래주기위한대규모공동천도재때사용할목적으로16세기전반부터초대형괘불이제작되었다.갑사의삼신불도역시그중하나이다.대승불교의회통적세계관을구현한작품으로전체적으로밝고경쾌한분위기를연출한다.10여년전개산대제(開山大齋)와함께거행된영규대사추모재때펼친이후현재는보수중이며,언제다시펼칠지기약이없다고한다.
●직지사〈삼불회도〉(약사불도_644×238㎝,석가모니불도_644×298㎝,아미타불도_644×238㎝),1744년,마본에채색,보물제670호
대웅전불존조각상뒤의후불탱으로세작품이하나의세트로제작된것이다.전체구도는가운데석가모니부처님이설법하는영산회상이있고,동쪽으로약사불의동방유리광정토와서쪽으로아미타불의서방극락정도가위치해있다.이세부처(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는임진왜란이후피폐해진현실에서민중들의가장큰신앙대상이었는데,이러한현실적요구가조형으로구현된것이다.
●안양암〈지장시왕도〉,1930년,비단에채색,407×238cm,서울특별시문화재자료제16호
괘불의주제는노사나불이거나석가모니불인경우가많고,그구성도간단한게일반적이다.하지만이작품은부처가아닌지장보살을주제로삼고,한화면에여러시왕들과지옥의풍경을등장시킨매우독특하고보기드문구성의작품이다.도상의본연적인의미를십분살리면서도,흥미로운회화성과과감한표현력을내뿜는창의적작품이다.
책속으로추가
보통법당에걸리는후불탱은앞의조각상에가려서잘보이지않는경우가많습니다.앞의불상과겹쳐져서후불탱의부처님이상반신만조금보이거나아예안보이기도합니다.또공간이비좁아서후불탱과조각상이너무가깝게붙어있어불단의옆이나조각상의뒷면을기웃거려야겨우후불탱을볼수있는경우도있습니다.하지만직지사대웅전의경우에는후불탱과조각상불존들의전모가십분드러나게끔배치하였습니다.─232쪽
무간지옥에서무간(無間)은‘사이가없다’라는뜻인데,고통이쉬지않고계속되어간극이없다는의미입니다.산스크리트아비치(Avici)의어원을갖고있는데이를음역하여아비지옥이라고도칭합니다.규환지옥(叫喚地獄)은고통스러워서울부짖는비명소리가끊이지않는지옥을말합니다.아비지옥과규환지옥을합쳐놓은것같이,차마눈뜨고보지못할참상을일컬어아비규환이라고합니다.어마어마하게큰무쇠솥에는쇳물이펄펄끓고있고,야차는차례로대기하고있는중생들을한명씩집어들어거꾸로처넣고있습니다.여기에떨어지면뜨거운쇳물에삶기는고통을받게됩니다.부처님의계율을깨뜨리거나,불을질러많은생명을죽이거나,불에태워살생을하거나그고기를먹은자가가는지옥입니다.─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