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16.00
저자

박찬일

지은이:박찬일
서울에서나고자랐다.먹고살려고요리를시작했다.더도말고스파게티레시피3가지만제대로배워오자는마음으로이탈리아유학을떠났다.결국이탈리아음식전문요리사가되어2002년귀국,순우리재료로만든이탈리아음식으로유명해졌다.이후슬로푸드,로컬푸드개념을양식당에최초로적용했고,재료의원산지를꼼꼼히밝히는메뉴를처음으로썼다.
쉰이넘은나이덕에대한민국외식업성장사를관통하며살았다.다시다와미원,식권,회식,가든,맛집이란용어가유행했던격변의시대엔기자로살며문화전반을취재했고,요리사로전업한후엔20년가까이주방에서치열하게요리했다.긴시간동안변함없이노포를즐겨찾았고,그들의‘영광의시대’를기록하는일에애정을가져왔다.기자시절엔누군가를섭외하고인터뷰하는일이버거워업을떠났는데,이프로젝트를위해지난3년간중국집에서갈빗집까지취재허가를얻기위해삼고초려와취중진담을마다하지않았다.노포에대한개인적애정과추억을씨줄삼고주방에서쌓은경험을날줄삼아,노포식당창업주들의생생한증언과그들의성공비결을한권으로엮어낼수있었다.
글쓰는셰프이자미문의문장가로도유명하다.지은책으로,우리곁에남은오래된노포들의맛과철학을소개한《백년식당》과함께《미식가의허기》,《추억의절반은맛이다》,《뜨거운한입》,《지중해태양의요리사》등이있다.맛과글에대한강의와함께〈한겨레〉,〈경향신문〉등다수의매체에칼럼을연재하고있다.지금은서울서교동과광화문의〈로칸다몽로〉와〈광화문국밥〉에서일한다.  

목차

여는글?아아,잊고있던‘본디’의미각,내어린시절의맛이거기있었다


냉이?속도고치고마음도씻으라고냉잇국
미나리?미나리파란싹,사철먹으면신선이될까
고사리?섬진강새벽에고개드는고사리의정한마음
국수?문득,국수한그릇하고싶다
명이?아아,저들과산에봄에나는풋것들

여름
보리?보리밭사잇길로걸어오는그리움
오이?아삭,생오이같은초여름어느날
감자?별똥별캐러감자밭으로가다
옥수수?어여쁜청춘처럼고르고싱싱한알갱이들
밀?까슬까슬밀이삭,다저살자고하는눈물겨운진화
매실?봄엔매화보고가을엔매실먹고

가을
토마토?나의최초의토마토를찾아가다
수수?빗자루하려고밭둑에한줄심는게고작이었지
장?오랜일꾼들은스스로된장이되었다
포도?마지막가을볕은포도를위해베푸소서
늙은호박?어디한구석표나게잘난맛은없어도
표고버섯?똑똑똑,신께서나오라고신호를보내시다

겨울
두부?부처가내빈속에뜨끈한두부로오시다
김?화롯불에구워간장찍어먹으면제일맛있지
콩나물?기를쓰고자라려는콩나물의안간힘
시금치?빈겨울들판에시금치저혼자푸르다
미역?겨울새벽바다에미역을걷어올리는어부가있다
배추?도닦는일이나배추기르는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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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박찬일과열세스님이‘들판에서만든사계절사찰음식레시피23’

대안스님?향긋고소한냉이표고버섯전
적문스님?고소하고싹싹한유부조림과미나리무침
도림스님?맛生生기운生生생고사리들깨찜
지유스님?슴슴하고단정한버섯비빔국수
우관스님?부드럽고알싸한명이나물초무침

선재스님?정직한여름보양식보리된장비빔밥
혜성스님?여름입맛살리는오이지냉국과오이지무침
원상스님?포슬포슬유부감자샐러드
적문스님?알알이톡톡터지는옥수수장떡
선재스님?쫄깃쫄깃개운한우리밀단호박수제비
혜성스님?시원달콤매실장아찌

동원스님?아삭새콤한토마토장아찌
보명스님?그리운어머니손맛수수팥떡
수진스님?고소고소한청국장빡빡장
성환스님?송알송알포도송편
보명스님?푸근하고따듯한호박범벅
대안스님?향긋한가을향표고별이선

우관스님?두고두고먹어도맛있는두부장아찌
정관스님?바다내음물김국
동원스님?매콤고소한콩나물찜
원상스님?힘이쑥쑥시금치녹두전
도림스님?추위를녹이는두부완자미역탕
정관스님?깊어가는겨울의맛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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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열세스님소개(가나다순)
대안스님|경남산청지리산금수암주지
도림스님|경기남양주덕암사주지
동원스님|충남서천군천공사주지
보명스님|경북경주(산내)보광사주지
선재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원장
성환스님|전북남원극락암주지
수진스님|충남서산수도사주지
우관스님|경기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원장
원상스님|경북안동토굴에서정진수행중
적문스님|경기평택수도사주지
정관스님|전남장성백양사천진암주지
지유스님|서울수국사사찰음식강사스님
혜성스님|경남고성여여암주지

출판사 서평

스타셰프와열세스님과농부들이
산.들.바다에서차린소박한맛의성찬들

이탈리아요리계의스타셰프이자,글잘쓰는요리사로알려진박찬일.그래서그가쓰는‘먹는이야기’만큼은믿고읽는다.그가이번엔순수의맛을찾아나섰다.현대인의극단적식습관인폭식과미식美食.그사이에서본류의맛은점점잊혀가고있다.자연에서막거둔재료에과장이없는조리과정과양념을더한최선의맛!그맛을찾아그는산과들,바다를누볐다.여정에는정관,선재,대안,우관,적문스님등사찰음식분야에서내로라하는열세분의스님이동행했고,농부들은그들이일구는땅으로기꺼이안내했다.그리고봄여름가을겨울이땅에서자라는작물이가장성숙한때를기다렸다가손수거두어음식을만들었다.산과들,바다가내준부엌에서차려낸맛의성찬은3년여동안계속되었다.이책은그여정의소박한기록이다.

왜맛집순례가아니고음식재료기행인가
섭생은땅에서시작한다

요리의시작은땅이다.맛은땅에서시작한다.스님들은한결같이말한다.“사찰음식은저높은곳에있는것이아니라일구고거두는데서시작한다.”저자가주방을나와땅으로간까닭이다.거기서그는스스로익기를인내하는작물의간절한시간들을목격하며,우리가수없이내뱉는‘맛이있다,없다’는말이얼마나가벼운가를깨닫는다.

“냉이는추운겨울이없으면달고깊은향을내지못하며,미나리는겨울의혹독한추위없이향을세포안에축적할수없으며,고사리는딱며칠간의따스한봄날에만여린싹을허락한다.미역에제맛이드는것은시린바람과바닷물의깨질듯한수온을견뎌낸선물이며,콩나물이숨소리를쌕쌕거리며1주일을버텨야비로소비리지않고고소한맛을준다는것도움직일수없는상식이었다.”

그가‘여는글’에서“폭식을미식으로알고음식재료희롱함을재주로삼는절망의시기”라고한것은이때문이다.매일고농도의맛이퍼부어지니어느새우리의미각은순수한맛을달게여길수없게된것이다.그의곁에서스님들은땅에서바로거둔재료들로음식을만든다.조리법은간결했다.“맛은재료의힘이야.기술이다무엇이야.허명이지.잘기른것,잘자란것,마음이있는것을찾아서써야해.”여정내내반복되는스님의말들.더불어스님의음식을맛보면서그가쏟아내는감탄의말들.그행간에서우리또한‘맛없다’는말을내뱉기전에맛의근본과기본을떠올려보게된다.

‘스님,절밥은왜그리도맛이좋습니까’
요리사박찬일의고백

순수의맛을찾아가는여정에서‘사찰음식’은필연적으로만날수밖에없다.전통한식이곡절의시대를살면서변해가고있을때고갱이를붙들고있는것이바로사찰음식이다.이는산사안에갇혀있어서살아남은셈이다.그것은절집의맛이지만동시에우리의맛이기도하다.먹는일을절에서는‘공양供養’이라한다.‘베풀어기르다,주어서가르치다.’불교의정신은모두이말로수렴된다.그리하여식재료를거두는것에서부터다루고만들고먹기까지과정전체가모든생명이이롭도록배려한다.오직맛으로만음식을만들고먹고평가받는요리사에게사찰음식은먹는일에‘이타심,생명존중,삶의태도’가무관하지않음을일깨운다.그리하여저자는이렇게고백한다.

한가지깊이고개숙여사과드린다.햇수로3년여,이긴기행을시작하기전나는의심으로가득차있었다.이기행이이렇게길게이어질줄몰랐다.나는나를믿지못했고,무엇보다스님을믿지못했다.저회색옷입은수행자들이하는요리가과연그명성만큼맛있을까,진짜일까.고기도육수도향신채도아니조미료도치즈도쓰지않고과연혀에붙는맛을낼까.한번은한스님에게서밥상을받았다.아아,잊고있던‘본디’의미각.순수하고자연스러운,내어린시절의맛이거기있었다.나는살짝울뻔했다.그감동은다른스님에게서도이어졌다.
....
누군가말한다.수도하는이들에게미각이무엇이며요리법의고민이무슨사치냐고.나도그말에절반쯤수긍하던때가있었다고고백한다.그러나그시선은한참본질에서빗나간것이다.만물을알뜰히먹는일은수행의고갱이다.들과산,밭에서얻은것들을다듬고갈무리하고불(火)과장을입혀요리하는일은가장숭고한수도다.그것을맛있게요리해서수도하는이들과대중에게내는일보다더‘수도승’다운일이무엇인지내게말해달라.수행에는각기다른방식이있되,일상의수행은하루세번의끼니에서출발한다.왜아니겠는가.인간의방식으로만들어진것이종교아니던가.

맛을내는일.세상사와인간사도맛내는것과다르지않다.맛내기란최선을다하는것,조화롭게만드는것,그리하여웃음짓게하는것이기때문이다.

이책을맛있게읽는법

①이토록다양한음식의언어들
“꼿꼿하고은근한미나리,포슬포슬데쳐살살결대로찢어지는고사리,희고단정한국수에슴슴한양념을얹어비벼낸국수,청신하고푸근한보리밥,밥한그릇이간절한고추장매실장아찌,아삭생오이같이기분좋은초여름,수굿수굿한메밀,단물이뚝뚝떨어지는토마토,말랑하고쫄깃하고버섯의얇은쪽은바삭하고,허한속에뜨끈한두부가들어온다.”
요리사박찬일이차려낸풍성한말의성찬들을음미하며,나의음식의언어는무엇이있는지생각주머니를뒤져보라.음식은눈과귀와마음으로도먹는다.

②‘나의최초의토마토는무엇이었나’
“토마토와설탕은상극이라고하지만,이게보통맛있는게아니었다.특히토마토를다먹고나서차가운그릇에남아있는즙이정말엄청났다.토마토씨덩어리가점점이떨어져있고,진한즙에설탕은미처입자가채녹지않아서걱거렸다.그걸후루룩마시거나숟가락으로퍼먹는것이었다.”박찬일이간직한최초의토마토에대한기억이다.추억의반은음식에관한것이다.음식에대한따듯한기억이오늘의당신을위로한다.

③이음식이어디에서왔을까
오이농사는오×이=십,십년늙는일이고냉이는혹독한추위를이겨내야한다.바다의김은하느님과의동업이며,고사리는따스한봄날딱며칠에만여린싹을허락한다.우리가먹는모든먹을거리는기실대지의마음이다.이음식이어디에서왔을까.내앞의접시위에오른음식이간절한이유를헤아려보라.내몸은본디우주이니,저생명들의보탬이그저가벼울리가없다.마지막콩나물한점까지잘먹자.

④고추밭에스승이있었다.
“고추하나얻어서씨심으면백개이상모종이나오겠지요.허나그게다고추가되지는않아요.우리가죽어서다시사람몸을받는다는건보통인연이아닌것이지.”
“잡초라고부르는풀이정말대단해요.호박이꼼짝을못해요.저들판에던져진삶이니얼마나악착같겠어요.우리삶도좀그런맛이있어야하지않겠어요.거칠게필사적으로기도를해보지않고서덕을얻기란어려운일이아니겠나하는거죠.”
스님몸을빌려나오는들과산의목소리가우리를깨친다.행간에서스며나오는‘자연의법문’을놓치지마라.

⑤집에서당장해보는사계절사찰음식레시피23
사찰음식은먹어서영양을취하되,먹어서덜어내는일이다.이책에서담긴사찰음식레시피는저자와스님이들에서바로만들어먹었던것들이다.조리법이단순하고간결하다.배가고프거든조리법을따라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