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 (상처 입은 마음의 재생을 돕는 조주록 읽기)

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 (상처 입은 마음의 재생을 돕는 조주록 읽기)

$15.00
Description
탄탄한 문장력의 작가로 알려진 〈불교신문〉 장웅연 기자의 산문집. 두 해 전 저자는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철학을 전공하고 불교계 기자로 20년을 살아오면서 삶의 구차함에 가끔은 ‘죽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는데, 막상 죽음이 다가오자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여러 번의 검사 끝에 받은 최종 진단은 폐결핵. 치료를 받고 완치되자 저자는 다시 삶이 지겨워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갑자기 또는 은밀하게 우리 삶을 위협해오는 것들에 너무 놀라지 말자, 무시로 찾아오는 마음의 상처를 두려워 말자는 일종의 청심환 같은 책이다.
특별히 《조주록》에서 108가지 화두를 빌려온 것은 조주 선사가 120세까지 장수한 것에 주목해서다. 건강 비결만을 캔 것은 아니다. 지루하고 두렵고 힘들고 화가 나고… 가끔 행복할 뿐인 우리의 삶,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넉넉히 살아낸 조주 선사의 마음 비결을 엿본 것이다. 선사는 말년에 어금니 한 개로 살았다. 최후의 어금니 한 개에도 자유자재한 ‘마음의 괴력’이 스며 있었던 것. 저자는 오랫동안 삶의 씁쓸함과 우울과 싸우며 담금질한 직관과 사유로,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괴력’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표지로 사용한 그림은, 〈잠자는 집시The Sleeping Gypsy〉,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작품이다. 사막에서 만돌린과 물병을 곁에 두고,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든 집시여인. 그 옆을 지나가던 배고픈 사자가 냄새를 맡지만 잡아먹지는 않는다. 하루를 잘 살아낸 이의 곤한 잠은 사자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 어떤 고난도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이의 삶을 절대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하루를 잘 넘기고 잊어버리면 새로운 하루가 온다.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을 사는 ‘나’만 있을 뿐이다. 책 제목의 의미와 루소의 그림이 겹친다.
저자

장웅연

생긴것만보면달마의재림.1975년환생했다.연세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으며2002년부터〈불교신문〉에서기자로일하고있다.본명은‘장영섭.’회사원이기도하고작가이기도하고가수이기도하고철학자이기도하다.《불행하라오로지달마처럼》,《한국인이가장좋아하는선문답》,《불교에관한사소하지만결정적인물음49》,《불교는왜그래?》,《길위의절》,《죽을만큼힘들때읽는책》등10권의책을냈다.문화체육관광부세종도서에몇번선정됐다.글써서먹고산다.

목차

저자의말
프롤로그

chpter1|나-이번생은조금힘든배역을맡았을뿐이다
1아무것도아니어야아무렇지않게살수있다
2자기가특별하다고믿으면더특별하게괴로워진다
3좋은일없는것이바로좋은일이다
4고통은,맛이나한번보라고있는것이다

chpter2|마음-고요함에만붙들려있으면고요함만큼시끄러운일도없다
5첩첩산중이어야만점입가경이다.
6그냥살기만해도살아지는데,자꾸만죽으려고든다
7나답게살고싶다는마음이오히려나를파괴한다.

chpter3|일-밥벌이가삶의본분이고설거지가삶의출구다
8기도를하든참선을하든,일하고나서해야한다.
9그냥사는것이가장나답게사는것이다.
10달마가어디로가든나도어디로든간다.

chpter4|태도-나는어제개운하게참잘죽었다
11일상성은성실성이다
12인생을하루하루다잘살필요는없다
13두꺼운옷은버겁지만,그버거움이따뜻하게도한다.
14어디로’가느냐보다‘스스로’가는게더중요하다.

chpter5|관계-내가살아있다는것은누군가를살리고있다는뜻
15내마음대로다이루어지면,세상은망한다.
16의미있는삶을사는단하나의방법은,의미있는사람이되는것이다.
17모든직언直言은폭언이다
18살아있다는것만으로도,나는잘살고있다

출판사 서평

살아온버릇이그대로면,
병의재발은멀지않다

삶은누구에게나지루하고두렵고고통스럽다.그사이사이행복이끼어든다.이모든게더해져‘삶’일진대이당연한사실을우리는쉽게잊는다.그러고는좋은삶,행복한삶만고르려고애를쓴다.그래서삶은더힘들고아프다.철학을전공하고〈불교신문〉기자로활동해온저자는불교적지혜로마음무장을해왔다.그럼에도불구하고폐암이의심된다는진단에죽음이무서워지고,또폐암이아니라는번복에다시삶이지겨워지는아이러니를경험했다.이책은그마음의변화를기록한것이다.다시경험될삶의불안과두려움,상처에버틸수있는힘을저자는글쓰기를통해비축한것이다.저자는말한다.
“살다보면새로운고초는어김없이찾아올테고아무쪼록그와비슷한내구력의용기가주어졌으며한다.이책은그런마음에떨어진몇개의청심환과같은이야기다.”
죽음이코앞에닥쳤을때는삶이간절해지고,다시건강해지자삶이지루해졌다는저자의고백은우리삶이간절함과지루함사이에놓여있음을짐작케한다.간절함을삶의끝까지가지고간다면매순간이소중하고행복할것이다.이간절함과지루함,둘사이에서의균형이인생의비결이다.이책은바로그균형의비결을담고있다.

“오늘하루가인생이다.하루의총합이인생이며인생의집약은하루다.예컨대하루를끝마치면잠을자게된다.죽는것이다.지루한하루가있는것처럼인생은지루하다.운좋은하루가있는것처럼인생은요행이다.하루공칠수도있는것처럼인생은공허한것이다.낮잠을잘수도있는것처럼요절할수도있는것이다.잠을도통못잘수도있는것처럼장수할수도있는것이다.낮잠에서깨면환생한것이고,늦잠을자면식물인간이되어보는것이다.나는어제개운하게참잘죽었다.이렇듯오늘하루를잘살았으면,잘산것이다.또한아무리짧게살았더라도하루는차곡차곡쌓인다.그런날들이쌓이면인생은충분히의미와즐거움이있다.결국너무조급해하거나실망하지않아도된다.실수해도괜찮고가끔은망쳐도괜찮다.이미많이모아두었다.인생을하루하루다잘살필요는없다.”(166쪽)


120세까지대자유인으로살다간
조주선사의마음비결

저자는그동안10여권의책을냈다.다작多作이다.저서중에는《한국인이가장좋아하는선문답》,《불행하라오로지달마처럼》등선문답을소재로한책이꽤있다.간결하고힘있는저자의문체는,한두마디말로핵심을찌르는선사들의문법에서영향을받은듯보인다.
이책에서는특별히《조주록》에서108가지화두를가져와풀었다.조주선사는중국당나라때스님이다.조주의화두는익히알려져있다.‘개에게는불성이없다’,‘뜰앞의잣나무’,‘끽다거(차나한잔들게)’등이조주가던진화두이다.조주선사는스승남전(748~834)이죽은뒤지방을떠돌며고승들을찾아다녔다.스스로를연마하기위한순례길은20년간지속되었다.“백살노인도가르칠게있으면가르칠것이요,여덟살아이도배울게있으면배울것이다”라며천하를주유했다.여든살이되어서야‘관음원’이란사찰에정착하고,이후120세로죽을때까지40년동안가르쳤다.그의법문은매우예리하고간명하다.입술에서는광채가나고정곡을찌른다하여구순피선(口脣皮禪)이라했다.120세에앉은채로열반에들었으며,“사대육신이허망한데사리같은허깨비로사람들을유혹하지말라”며절대사리를줍지못하도록했다.
조주선사는120세까지살았다.100세시대가자연스러운요즘이지만당대唐代에120세는굉장한장수이다.이긴세월을조주선사는어떤마음으로살았을까.저자는120년의내공을좇았다.선사와제자가주고받은대화를기록한《조주록》을읽고되새기며‘자유자재한마음비결’을자기만의언어로소화했다.선사가던진화두와저자의날카로운직관은이책에서절묘하게어우러진다.


내마음의문장하나,
삶의의미는내가만들어서쓰는것!

조주선사의삶은누구도흉내낼수없다.저자또한선사의말을간파하여우리삶의지혜로풀어전달하지만,자신만의삶으로살아내는것은각자의몫임을강조한다.한승려가조주선사에게물었다.“무엇이한마디(일구一句)입니까.”선사가답했다.“그한마디만붙들고있으면그대는늙어빠지고만다.”이대화역시조주선사의유명한화두이다.관념에만사로잡혀그것만좇으면번뇌가될뿐,삶을제대로살지못하는결과를초래한다는것이다.즉완전한삶의비결따위를좇기보다먼저‘지금삶을살라’는뜻이다.‘삶을어떻게바라볼것인가’,삶의태도를담은이책에서도경계하는부분이다.

“선禪에서는‘일구절류一句截流’를말한다.“일구(一句,한마디)로번뇌를잘라버리라”는뜻이다.‘절류’라는말에서보듯,번뇌는급류다.부정적인생각의흐름에한번휘감기면걷잡을수없이빨려들어간다.그런대로흘러가던삶이,삶의가장낮은곳으로떠내려간다.그러므로‘일구’는칼이나가위여야지,또어떤생각이거나또다른납덩이가되어서는안된다.행복해지고싶다면,지금그생각안하면된다.“(176쪽)

그럼에도불구하고비수처럼정제된문장으로가득한이책에는삶에힘이되어줄문장몇개쯤은쉽게고를수있다.저자의말처럼,‘인생의의미를묻는사람치고나쁜사람은없다.인생의의미를아직모르기에,타인에게인생의의미를함부로강요하지않는다.시간이걸리고좀고통스럽더라도,인생의의미를제힘으로만들어서쓰는것’.어쩌면그것이우리삶의진짜의미가아닐는지.


*이책에서뽑은‘상처입은마음의재생을돕는문장들’

-세상의모든나무들은돈없이도살고말없이도산다.불쌍하다고안해줘도살고,구세주가오더라도살던대로산다.‘나도산다.이것들아.’

-그냥살아가는것만으로도,나는누군가를살리고있다.

-자신이아무것도아니었음을알면,아무렇지않게살아갈수있다.

-누가위로해준다고감기가치료되지는않는다.몸이감당해내면낫는다.

-삶이불행한이유는,행복했었기때문이다.행복하고만싶으니까불행만온다.

-마음에금이가지않기를원한다면,마음을활짝여는수밖에.무작정버티기만한다는것은서서히무너지고있다는뜻일수도있다.

-산세가험난할수록,구경거리도많이남아있다는사실을잊지않기로한다.첩첩산중이어야만점입가경이다.

-적당히일하고적당히쉬고,적당히순종하고적당히저항하고,적당히인내하고적당히분노하고,적당히잘난척하고적당히무너지면서인생은조금씩색깔을더한다.

-진정으로나답게산다는것은,나답게산다는것에연연하지않는것이다.

-알고보면,그냥하는일이가장중요한일이다.그냥하는일이가장재미있는일이다.그냥하는일이가장잘할수있는일이다.

-불안할때는밥그릇부터씻는다.밥벌이가삶의본분이고설거지가삶의출구다.

-남의말만듣고산다는건,남의입에나를고스란히바친다는것이다.

-내가못나서졌다고생각할때,그때부터진짜바보가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