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시대의고통을치유하는‘화의철학’
일묵스님이전하는‘화를지혜로전환하는법’
OECD국가중최고자살률,층간소음으로인한갈등,‘도로위의시한폭탄’보복운전,마스크써달라는요구를향한폭언과폭행,코로나블루(우울)?코로나레드(분노)와같은신조어의등장등,최근우리사회의모습이다.나와누군가의‘화’가서로의삶에위협이되는‘분노의시대’인지금,우리는‘이괴로운화를어떻게다루어야하는지’,‘화없는평화로운삶은요원하기만한것인지’묻지않을수없다.
이책은그동안세권의저서(『이해하며내려놓기』,『일묵스님이들려주는초기불교윤회이야기』,『사성제-괴로움과괴로움의소멸』)를통해붓다의오래된지혜를바탕으로괴로움없는삶의길을안내해온일묵스님의네번째저서이다.저자가‘화’에주목한것은인간의모든고(苦,괴로움)가‘화’에집약되어있기때문이다.26년간봉암사를비롯하여미얀마,영국,프랑스등국내외수행처에서수행한뒤선원을열고‘지금당장삶이되는불교’를강조해온저자는이책에서화의발생기전을논리적으로설명하고,스스로수행하며체득하고점검한‘화를다스리는법’을제시한다.‘화를제대로이해하고,철저히통찰할때비로소화로부터자유로워질수있다’가바로이책의핵심메시지다.
우울,짜증,절망,불안은‘화’의다른모습이다
우리는화에대해오인하고있다.분노와격노,미움과악의는화의일부에지나지않는다.화는너무나많은형태와이름으로우리마음을괴롭히지만,그로인한고통을느끼면서도그것이화인줄모르기때문에알아차리지못한다.내마음을괴롭히는이것이‘화’인줄알아야만화를없애는다음단계로나아갈수있다.화를어떻게알아차릴수있을까.
저자는‘화’와‘화없음’을구분하기위한두가지척도로,‘정신적고통의동반’과‘대상을싫어하는경향’을제시한다.이기준에따르면화의스펙트럼은넓어진다.불만이나짜증,따분함과같은미세한정신적불만족은물론분노?우울?공포?두려움?비탄?절망?허무등다소강한정신적괴로움까지‘화’의범주로볼수있다.화의속성과범위를이해해야하는이유는어떤감정이일어났을때그것이해로운마음인지,유익한마음인지정확히구분해야하기때문이다.즉해로운마음은소멸시키고,유익한마음은계발하는방향으로나아갈수있는있는것이다.
내뿜거나,참아봐야괴로울뿐인화
우리는화에대해제대로배워본적이없기에나름체득한방식으로화에대처하며살아간다.자극적인음식을먹거나술을마시는등감각적욕망을즐기기도하고,상대에대해화를분출하고폭력을쓰기도한다.극단적으로자해를하기도한다.반대로화를억누르고참으려노력하기도한다.그러나감각적으로화를해소하는방법은욕망을더욱커지게하고,이에만족하지못하면그반작용으로정신적불만족도커지게된다.화를터트리는것은나와타인모두를괴롭게만드는최악의방법이다.화를억누르고참으면몸과마음을병들게한다.화를해소하는이런본능적인방법은결국화를더키우는결과를가져온다.
세상은바꿀수없지만마음은바꿀수있다
우리는자신의행복을위해‘대상’을변화시키려한다.그러나대상(세상)은수많은존재가가진욕망과수많은외부조건들이복잡하게얽혀이뤄진것이므로내가원하는대로바꾸기란불가능하다.이것이붓다의가르침이다.또불행의원인을제공하는대상자체엔고정된괴로움이나행복의속성이내재해있지않으므로내뜻대로바뀐다고해도그대상을통해영원히행복할수는없다.
하지만하나의대상을두고행복하기도,불행하기도한‘마음’은바꿀수있다.세상을분별할때주도적인역할을하는마음은인식한대상을어떻게분별하느냐에따라행복과불행의근본적인원인을제공하기때문이다.스스로행복을위한마음의조건을만들고,불행의원인인해로운마음을지혜롭게대처해나간다면,화에휘둘리지않고고요한본래마음을유지할수있다.
화가일어나는두가지조건
화를극복하려면화를분명하게이해해야한다.화의정체는무엇이고,화의원인은무엇인지,화를버리는방법과화가버려진뒤의마음은어떤상태인지,화를어떻게예방할수있는지등화의모든것을철저히이해해야하는것이다.체계적이고논리적인이해가충분히숙지되어야만마음에떠오르는화를정확히알아차릴수있다.화를인지한다음에는,화에가려진해로운마음을통찰해야한다.여기에화의원인인집착(탐욕)과어리석음이드러나게된다.욕심과어리석음은화가일어나는핵심요소이다.
화는탐욕을조건으로일어나고,탐욕은어리석음을조건으로일어나므로지혜를계발하여어리석음을버리면탐욕이사라지고,탐욕이사라지면,화가사라집니다._184쪽
세상의모든현상은조건에의해발생한다.조건이없다면(사라지면)결과도없다(사라진다).그래서이세계는영원하지않은‘무상(無常)’이다.이러한불교의진리는화를다스리는원리에도적용된다.화는탐욕을조건으로일어난다.우리는원하는대상을얻지못했을때정신적고통이일어나고,대상을얻은뒤에는그것이사라질까불안해한다.화의원인인탐욕은어리석음을조건으로일어난다.어리석음이란‘무상한현상을영원한것이라잘못아는어리석음’,‘괴로움을행복이라잘못아는어리석음’,‘내것아닌것을내것이라잘못아는어리석음’이다.화와탐욕,어리석음은서로를유발시키는불가분의관계로,이중하나라도깊은통찰을통해그해로움을깨닫고버리게되면화는사라진다.누구도독약이든음료수를마시려하지않는것처럼말이다.
화가일어날때화를평온하게알아차리고‘이것은화구나.이화는이런조건에서일어났으니,그것을버리면화가일어나지않겠구나.이화를버리는방법은이것이구나.이렇게지혜가생기면화가다시는일어나지않겠구나.’라는식으로이해하는것이중요합니다._97쪽
화가사라진자리에지혜가드러난다
우리는아플때병원에가서의사의진단과처방을받는다.이후에는환자의노력이뒤따라야병이나을수있다.지식은실천할때지혜가되는것이다.이책에서는화의구조와원리를명확하게밝히고,그실천법을안내한다.화를버리는다양한지혜와함께호흡수행과마음관찰,자애명상등구체적인수행법까지자세하게설명하는데,저자가수행의단계까지제안하는까닭은그만큼화를버리고다스리는일이어렵기때문이다.
“훌륭한뇌과학자나심리학자도화가나는상황에서화를참는건쉽지않습니다.다른차원의일이기때문입니다.수행은객관적지식이해줄수없는일을해줄수있습니다.”_저자인터뷰중(<매일경제>,2020.04.12.)
수행(修行)이란생각하거나계획한대로해내는것이다.수행이어렵다는것은편견이다.저자가소개하는다양한수행법역시쉽고효과적이다.텍스트를읽으며명상수행을직접해볼수있도록QR코드를이용,저자의강의영상을열어볼수있도록하였다.또화없는하루를위한<반조일기>를초판한정부록으로제공한다.이노트는‘화되돌아보기’,‘호흡수행(걷기수행)되돌아보기’,‘자애수행되돌아보기’의총세부분으로구성,각주제별로3주씩기록할수있다.
화를알아차리고지혜를이용해가라앉히거나,명상수행을통해자기안의해로운마음을알아채고극복하는‘반조(反照,되돌아보기)’의과정은매우중요하다.화가사라진그자리에바른삶에대한지혜가드러나기때문이다.역설적이게도화를비롯한모든괴로움의자리에서우리는지혜를발견함으로써행복한삶으로나아갈수있게되는것이다.화가나는순간을곧나에게지혜가필요할때로자각한다면수행에대한부담을덜수있을것이다.
당신의행복은세상을바꾼다
화를없애는일이란결국자애를계발하는일이다.자애는화의대척점에놓인유익한마음으로나자신뿐만아니라다른존재들도행복하기를바라는마음이기때문이다.저자는이책에서화를없애는지혜중하나로‘자애의이익을통찰하라’고제안한다.그중첫번째가‘자애는나와남을행복하게한다’는것이다.화를극복하려는일차적인이유는나자신의괴로움으로부터벗어나기위한데있지만,그러한노력은유익한마음을연쇄적으로일으켜세상을향한선의의마음으로확장되기에이른다.
네가지고귀한마음또는사무량심은성냄,즉화가없는마음을기반으로서로연관되어일어납니다.먼저생명이있는모든존재가행복하기를바라는마음인‘자애’가있으면주위에고통받는존재들이고통으로부터벗어나기를바라고,나아가그고통을덜어주고자하는마음인‘연민’이생기게됩니다.그연민을바탕으로고통받고있는존재들의괴로움을덜어주고자노력을기울임으로써존재들이고통에서벗어나만족스러워하고행복해할때‘함께기뻐함’이생깁니다.
이렇게존재들과함께기뻐하는마음이생긴사람은지혜롭게마음을기울여‘이것을내가했다.’라고자만심을일으키거나보상을바라지않습니다.오히려‘자신이지은업의결과는스스로받는다.’,‘스스로선한업과공덕을지은것이다.’라고숙고하며자신의공덕에대해집착하거나싫어하지않음으로써‘평온’한마음이생깁니다.이러한식으로네가지고귀한마음,즉자애와연민,함께기뻐함,평온은서로연결되어있습니다._143쪽
불교는이세상에는독립적으로존재하는것은없고,서로의지해서생겨난다고말한다.모든존재는서로가서로의조건이되어영향을주고받으며살아간다.실제로내안에서일어난화는나자신은물론내주변,더나아가모든존재에게고통을준다.반대로내안에서일어난유익한마음은나자신은물론내주변,더나아가모든존재에게행복을준다.이기주의가난무하고,인간애는실종되어공동체의식의변질을걱정하는요즘,팬데믹으로지쳐가는현대인들에게희망이되는가르침이다.
붓다께서는이세상에서자신보다더소중하고,더사랑스러운사람은찾을수없다고말씀하셨습니다.자신을진정으로사랑스럽게여기는사람은남도자신처럼사랑스럽게여기고절대남을해치지않습니다.그러므로진정한자애는자신도행복하고,타인도행복하고,둘다행복할수있어야합니다._263쪽
나스스로를향한화,내안의고통이되는화를극복하기위한노력은내가싫어하는존재마저도행복하길바라는마음(자애)을계발하는것이다.나로부터시작하는,세상의괴로움을해결하기위한시발점이되는것이다.세상의모든종교,철학이가장으뜸으로여기는인간적가치는결국이러한선의의마음과그것을계발하려는노력을통해얻어지는차별없는마음이다.그런의미에서이책에담긴‘화에관한모든것’은인간구원을말하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