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낯선 시의 집에서 마주친 아늑하고 다정한 이야기)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낯선 시의 집에서 마주친 아늑하고 다정한 이야기)

$17.00
Description
1936, 고흐, 국수, 다락, 그림 동화, 밥과 책, 낮술…
살아도 살아도 삶이 내게 오지 않을 때
나는 시를 읽는다
쓰리거나 후미지거나, 아늑하거나 다정하거나
시의 이야기가 내게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색다르고 재미있게 시를 만날 수 있다니! 시인의 마음에 각별하게 와 닿았던 시들이 끝도 없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고흐와 국수와 다락방에 얽힌 따뜻하고 그리운 뒷골목 같은 이야기, 동화 혹은 낮술을 사랑한 시인들 이야기, 밥과 책과 휴식과 혁명의 이야기, 백석-이상-김기림-임화-정지용으로 이어지는 어느 찬란했던 한 해의 주옥같은 시편들 이야기….
이 책은 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국어 교사이자 시인이기도 한 저자가 자신의 영혼에 와 닿았던 보석 같은 시 52편 속에서 길어낸 시詩의 이야기이자, 당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도 하다.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정겨운 그림과 사진을 마주치기도 하고, 굽이굽이 펼쳐지는 긴긴 사연에 때로는 밥 먹는 시간을 잊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족속이 아니던가.
저자

이동훈

내게인문학적소양이란게있다면만화책에빚진게많을것이다.할머니를졸라서쌈짓돈을얻거나신문배달로용돈이생기면수시로만화방으로뛰었다.시내도서관에도무료만화잡지가있다는걸알고주말에도먼길을마다않고뛰었다.몇몇문고판소설은만화만큼재미난걸이때알았다.『검은해적』을읽고한동안해적이되고싶다는생각이떠나지않았다.언제가될지모르겠지만,『톰소여의모험』에버금가는모험소설한편을직접쓰는게꿈이다.
현재국어교사로서배우고나누는일에애쓰며,시집도틈틈이사서읽는편이다.읽은티를내려는욕심에시집속,시한편에대한감상문을남겨두는버릇이있다.2009년월간《우리시》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엉덩이에대한명상』(2014)이있다.제목처럼야한시집이아니라서실망했다는말도듣긴했다.나의시간이어느정도저물면,만화방에서시간제로일하며끼니잊은아이들에게라면을끓여주고싶다.

목차

1장.1936년의아름다운시
거미가족을걱정하는백석/가장으로서눈물겨운이상/뺨의얼룩을간직한김기림/구름보다높고자했던임화/별똥찾아간정지용

2장.고흐,그시작과끝
시간을이겨낸〈감자먹는사람들〉/미치고싶으나미칠수없는세계/고흐에미친사람,이생진.정희성

3장.맛있는국수이야기
삶의모서리에치일때국숫집으로/아배앞에는왕사발,아들앞에는새끼사발/목이긴그리움/한푼어치평화를의심하다/숙맥끼리나누는퉁퉁불은국수/텅빈국숫집을거드는마음

4장.시큰한모량역이야기
가랑비에젖는모량역/더이상떠나지마라/모량리의선후배시인/간이역시인,박해수/왕벚꽃꽃비내리는모량역

5장.김남주시인과책방이야기
김남주의넓은등을그리워하는박몽구/카프카와하루키,김남주와이승하/책방을운영한시인들/김남주의대책없는순결성/책도둑과삼수갑산

6장.폐사지에서숨은그림찾기
폐허의비밀을찾아서/입도버리고혀도파묻고/길을잃고길을찾는/붉은마을로들어가는길

7장.꿈을달아놓은다락이야기
잘말린무화과나무열매와상처/자전거도둑과진주귀고리소녀/꿈과상상을조물조물하는다락/새끼말향고래의꿈/공중에달아놓은즐거움

8장.동화를사랑한시인들
그림형제의삶과길/그레텔,젖은눈으로세상을보다/잠자는미녀의가짜평화/분홍신을신고마음껏스텝을밟는자유/조금나은것들에대한희망/구름안장얹고주저앉거나떠나거나

9장.밥과책에대하여
일용할슬픔의높이/먹고사는일이거리낌이되어/기침소리도멎게하는책읽기/책과밥과휴식

10장.장엄한낮술이야기
낮술권하는박상천/취하지않으면흘러가지못하는시간,정현종/비내리는낮술을아는김수열/술에취해집을잃어버린고영/낮술로논배미융단탄홍해리/몽롱하다는것이장엄하다는천상병/술집에출석하는시인들/북녘대폿집에서반가이울고싶은신경림

11장.백석의함주시초꼼꼼읽기
그리움의또다른이름북관/노루가안쓰러운시인/귀주사의밤풍경/서로미덥고정다운친구들/장글장글하고쇠리쇠리한백석

12장.소월과스승
그리운것은산너머에/스승을배우며자기길을가고

출판사 서평

보석처럼숨어있던주옥같은시52편에서길어올린
시詩와당신의이야기

이를테면고흐를너무도사랑했던시인들의시속에서만난〈감자먹는사람들〉〈까마귀가나는밀밭〉〈별이빛나는밤〉은어떤모습일까.정진규시인은“식구들은둘러앉아/삶은감자를말없이먹었다”(「추억」)며마치고흐의그림속한장면같았던어린시절의저녁식탁을회상하는가하면,김선우시인역시“어릴적질리도록먹은건싫어하게된다더니,감자삶는냄새/이것은,/치명적인그리움”(「감자먹는사람들」)이라며유년시절어머니에대한진한그리움을토로한다.
그런가하면임채성시인은“노란물감풀린들녘이랑마다눈부신데/그많던사이프러스다어디로가버렸나//소리가죽은귀엔바람조차머물지않고[…]더께진무채색삶은덧칠로도감출수없네”(「까마귀가나는밀밭」)라고우울하게읊었고,허만하시인은“언어는피흘리며/보리밭처럼끓지않으면/안된다//격렬한일몰에/나의두눈은/불타버리지않으면/안된다”(「고호의풍경」)고외쳤다.급기야섬에미친시인이생진은고흐에도미쳐시집한권을온전히고흐의이야기로채웠고,정희성시인은그런우리들의자화상을이런시한편으로남겼다.
“어느천재시인이일필휘지로/하루저녁에휘갈겨쓴시집한권을/읽고읽고또소리내읽는다/귀신씻나락까먹는소리로/석달열흘이걸려서야다읽었다/이귀신이필경/내가미치는꼴을보고싶겠지/낯선거울앞에서나도/귀를잘라버리고싶다”(「자화상」)

시가들려주는동화이야기도환상적이다.“늦도록아무도데리러오는이없는아이가사금처럼반짝이는부름을목놓아기다리지만어둠이길을끊어놓는다눈이아이를점점지운다믿지마그레텔,뿌려놓은부스러기달조각들은오늘뜨지않는단다”(「매직아이」)라고허영숙시인이〈헨젤과그레텔〉의그레텔을안타까이불러냈다면,나희덕시인은분홍신을신고스텝을밟으며억압되었던욕망을해방시킨다.“누군가나에게계속춤추라고외쳤죠/두다리를잘린다해도/음악에온전히몸을맡길수있다니,/그것도나에게꼭맞는분홍신을신고말이에요/당신에게도들리나요?/둑을넘는물소리,핏속을흐르는노랫소리,/나는이제어디로든갈수있어요/강물이둑을넘어흘러내리듯/내속의실타래가한없이풀려나와요[…]이제춤을멈출수가없어요/내발에신겨진,그러나잠들어있던/분홍신때문에/그잠이너무도길었기때문에”(「분홍신을신고」)

국수한그릇에담긴사연들은또어떤가.일찍이시인백석은국수에대한,국수를위한,쫄깃한면발처럼감기는기막힌시한편을빚어낸바있다.“마을을구수한즐거움에싸서은근하니흥성흥성들뜨게하며/이것은오는것이다[…]아,이반가운것은무엇인가/이히수무레하고부드럽고수수하고슴슴한것은무엇인가[…]이조용한마을과이마을의의젓한사람들과살뜰하니친한것은무엇인가/이그지없이고담하고소박한것은무엇인가.”(「국수」)반면윤관영시인처럼“상심한사람들은국숫집에간다[…]울기를국수처럼운다한가닥국수의무게를다울어야먹는게끝난다[…]목이젓가락처럼긴사람들,국수를좋아한다국수같은사랑을한다”(「국숫집에가는사람들」)라며,불어터진국수를먹으며긴울음을우는이들도있다.

이처럼이책은시의감상과비평의경계에서,우리시의종과횡을횡단하는폭넓으면서도세심한시읽기를시도한다.또한깊이있으면서도서정적인문체는이책의또하나의커다란미덕이다.“천천히,깊이”읽는사람이가까이올때,시는아껴두었던향을비로소내뿜는다.저자가읽어냄으로써세상에다시모습을드러낸한국문학사의빛나는시편들의향기에흠뻑빠져보자.